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3
x 23
튜토리얼 2층 (4)
자, 이제 어쩌지.
판단을 해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일분일초도 낭비하면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끔찍한 더위에 몸이 말라 죽어 가고 있다.
뒤로 돌아가면 돌아가면 살 수 있을까?
돌아가는 길에 이미 통과해 지나쳐 온 함정은 발동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더위는 그대로다.
이 더위를 참으며 대기실까지 혹은 이 더위가 가시는 초반 구간까지 돌아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일사병, 아니 열사병일까?
몸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더위가 이토록 신체에 유해할지 짐작도 못 했다.
이대로 더워져 봐야 그냥 힘들어지는 정도라 생각했다. 젠장.
앞으로 간다.
뒤로 돌아가도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기 전까지 이 더위에서 벗어날 확률은 높지 않다.
아니, 오히려 매우 낮다.
이제 와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리고 몸 상태가 이미 너무 많이 안 좋다.
결정을 했으니 움직이자.
땀이 무서울 정도로 쏟아지고 있고 심각한 탈수 증상이 밀려온다.
거기에 전조 없이 근육에 경련과 경직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의학적인 지식은 전혀 없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인벤토리.”
벌써 몇 병째일지 모르는 시원한 물통을 꺼내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남은 것을 몸에다 흩뿌렸다.
다음으로 꺼낸 것은 포션이었다.
[냉각 포션]설명 : 장기간 한기를 내뿜는 냉각수 포션이다. 피부에 직접 닿으면 유해하다. 경구 투여를 권장하지 않는다.
키리키리가 추천해 준 포션이다.
돌아가면 꼭 고맙다고 해야지.
포션 병 안에 들어 있는 액체는 끈적끈적한 젤리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제법 단단히 뭉쳐 잘 흘러내리지도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천을 꺼냈다.
본래 이불 대용으로 쓰려고 구매한 천이다.
천의 끝부분을 칼로 잘라 내고 크기를 대충 맞춘 뒤 한쪽 면에 냉각수를 얇게 펴 발랐다.
냉각수는 곧 천에 적당히 스며들었다.
냉각수 바른 천을 미용실 가운처럼 두르자 조금 더위가 가시고 시원해졌다.
보송보송한 수건을 꺼내 시원한 물에 적시고 조금 남은 냉각수도 마저 섞었다.
그대로 머리 위에 얹으니 제법 시원해져 숨통이 트였다.
자 이제 앞으로 가 보자.
땀으로 배출된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짜디 짠 육포를 몇 개씩 마른입에 털어 넣고 꼭꼭 씹으며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바람 정령의 가호가 발동될 최저 속도를 유지했다.
여력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기 위해.
하지만 금세 한계가 왔다.
냉각수를 바른 천과 수건은 아직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전에 이미 몸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근육은 간헐적으로 경련하고 있고 머리는 집중력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인 점이라면 더위와 함께 나를 괴롭히던 무거운 습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대신에 사막과 같은 건조함이 찾아왔다.
젠장, 생각해 보니 다행인 점이 아니었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까지 몰고 왔다.
하지만 갑자기 건조한 환경으로 바뀌자 말 그대로 몸이 말라죽어 가는 느낌이다.
인벤토리에서 체력 포션을 꺼내 물처럼 마셨다.
이거 진짜 비싼 건데…….
이 체력 포션 한 병에 400포인트였다.
대부분의 상태 이상 관련 포션이 100포인트가 안 되는 가격임을 감안하면 정말 터무니없는 고가였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가죽 갑옷의 가격이 350포인트다.
너무 비싼 가격에 구매할 생각을 접었었는데, 키리키리의 권유로 구매한 포션이다.
키리키리를 만나면 꼭 고맙다고 해야지.
만날 수 있다면.
“쿨럭, 컥.”
폐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가슴 속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기침이 나오고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거칠어진다.
억지로 숨을 고르게 쉬려 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속도를 유지하기는커녕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것도 힘겹다.
덜덜 떨리고 있는 손은 하얗게 변해 있었고 또한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더운데 몸이 차가워지고 있다니.
말이 되는 건가?
젠장, 삼도천 너머에서 조상님을 뵙고 돌아올 수준이 아니다.
그 너머에서 아예 터 잡고 정착할 수준이다.
눈앞이 팽팽 돌고 있다.
내가 앞을 향해 똑바로 걷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이 상황이 돼서도 서 있다는 것 자체로 놀라운 일이다.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걷기는커녕 쓰러져서 움직이지도 못하겠지.
어느새 폭포처럼 쏟아지던 땀이 흐르지 않는다.
냉각수 두른 천의 효과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비정상적으로 땀이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좀 전과는 달리 피부가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화상 내성 스킬 Lv.2을 획득하였습니다.]화상 내성?
화상을 입었다고?
분명 지옥이 연상될 만큼 더웠지만 살갗이 탈 정도는 아니다.
사막과 비슷한 기후 조건이지만 사막과는 다르게 이 튜토리얼에는 태양이 없다.
그런데 화상이라니.
약한 불에 고기가 속부터 익는 것처럼 피부 아래의 살이 익어 가고 있던 걸까.
급하게 냉각 포션을 한 병 더 꺼냈다.
냉각수를 손발에 바르고 옷이 가리지 않는 피부에 펴 발랐다.
과연 피부에 닿으면 유해하다는 설명처럼 냉기를 내뿜는 포션이 피부에 직접 닿자 피부가 시려 오면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 때문인지 도리어 시야가 조금 또렷해졌다.
이거 동상 내성도 얻게 생겼네.
하지만 지금은 냉각수에 의해 발생할 통증이나 피부가 다치는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피부 겉면은 냉각수에 의해 급속도로 차가워지고 있었지만 체내 온도는 그대로였다.
뱃속에 불덩이를 삼킨 것처럼 속에서 열이 올라온다.
의식이 혼미해진다.
남은 냉각수를 입에 털어 넣고 억지로 삼켜 넘겼다.
뱃속이 그대로 얼어붙는 느낌이다.
냉기에 의해 내장이 찢어지고 타들어 가는 듯한 감각이 동시에 느껴진다.
가뜩이나 혼미해지는 의식에 격통이 더해져 눈이 팽팽 돌아갔다.
앞으로 가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앞으로, 앞으로, 비틀비틀 뛰었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면서.
다리는 천근을 매단 것처럼 무겁고 기관지는 계속되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분명 이 더위에도 끝이 있을 것이다.
가자, 앞으로.
퓽-
이런 미친!
이 나쁜 놈들! 시발. 진짜 못돼 처먹은 새끼들!
어디선가 들려온 화살의 발사음에 화살을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몸을 바닥에 내던졌다.
우당탕탕 바닥에 나뒹굴었다.
푹- 푹-
바닥에 나동그라진 상황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고 결국 이어지는 화살들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푹- 푹-
계속해서 날아드는 화살과 독침들에 대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몸을 웅크리고 왼팔의 방패를 등위로 돌리고 그것들을 받아 내는 것밖에.
많은 화살들이 방패에 박혔지만, 등, 허리에도 적지 않은 수의 화살이 박혔다.
푹- 푹-
아니, 도대체 언제까지 날아오는 거야.
머리를 굴리자.
시발,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지만.
저 화살 비가 멎는 대로 인벤토리를 열자.
그리고 해독 포션과 체력 포션, 상처 치유 포션을 마시는 거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뛴다.
앞으로.
그러면…….
할 수 있을까?
뛰는 건 고사하고 포션을 꺼내서 마실 수나 있을까? 지금 내 상태로?
절망적이다.
내가 너무 들떠 있었나.
1층을 클리어하고 얻은 힘 때문에 주의력이 떨어진 건가.
충분히, 충분히 살아서 통과할 수 있는 함정들이다.
천천히 더위 내성을 성장시키고 차근차근 대기실을 몇 번씩 왕복하면서 나아가면 됐다.
하지만 너무 급했다.
그 와중에 높아지는 온도마저 조기에 알아채지 못하다니.
어느새 화살 세례는 멈춰 있었다.
하지만 다짐과는 달리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 건가.
안일한 판단에 방심까지 했으니.
이 헬 난이도에선 죽는 게 당연하겠지.
하지만… 하지만 정말 이대로…….
레벨 업…….
레벨 업이다!
몸이 다시 움직인다.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레벨 업은 대기실과 치유의 샘처럼 단순한 상처 회복이 아니라 신체를 아예 복구 하는 수준으로 회복시킨다.
등에 박혀 있던 화살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독과 더위 그러고 냉각수 음용으로 인한 고통도 가셨다.
이 찌는 듯한 더위는 계속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몸은 완전히 새것이다.
자 다시 더위에 지쳐 쓰러지기 전에 움직이자.
앞으로.
길게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빠른 걸음 속도가 아니라 아예 달리기 시작했다.
질주 스킬과 바람 정령의 가호의 효과가 내 몸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진다.
더운 공간에서 몸을 급하게 움직이니 금세 숨이 가빠왔지만 초인이 되어가고 있는 내 신체는 어쨌든 버틸 수 있었다.
[전투 집중]전투 집중까지 쓰고 달렸다.
비록 큰 효과는 없었지만 나는 지금 달리는 데 모든 집중을 쏟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젠장, 중학교 때 육상부에라도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을.
핑!
또 화살이냐!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고개를 틀어 살짝 피해 냈다.
그 이후로도 화살이 계속 이어졌지만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 나갔다.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