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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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57층 (2)
현대 지구의 모습에 가까운 거리였다.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 빌딩들이 즐비했고, 차도와 인도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의복도 지구의 그것과 비슷해 보였다.
패션에서의 차이는 좀 있겠지만.
가벼운 갑옷을 입고 있는 내 복장이 눈에 띄겠다 싶어, 인벤토리에서 두터운 외투를 꺼내 입었다.
마침 쌀쌀한 편이었고, 사람들이 입은 외투와도 크게 다를 바 없어 위화감 없이 입을 수 있었다.
갑옷도 원체 가볍고 얇은 편이라 외투를 둘러 입어도 불편함이 없었다.
허리춤에 맨 영혼검이 불편했으나, 이건 그냥 감수하기로 했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다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공 한가운데 떠 있는 검은 구체.
저게 뭔지 모르겠네.
구체는 이따금씩 꿈틀거렸고, 사람들은 그때마다 구체에 시선을 빼앗겼다.
마력에 의해 강제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건 아닌 모양인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구체를 지켜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검은 구체가 일순 번뜩이며 빛을 내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것을 목격한 거리의 사람들은 각자 손을 모아 쥐고 기도했다.
저게 이 세계 신의 신물 같은 건가 싶었지만, 기도하며 중얼거리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그것도 아닌 듯싶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우리를 위해서.
그분의 희생.
위대한. 평화.
영웅적인. 종말. 구원.
두서없이 들리는 말이었지만, 신을 향한 찬양으로 들리진 않았다.
신이 인간을 위해 희생할 리가 없으니.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57층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설명 :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높은 문명 수준과 더불어 유달리 높은 빈도로 초능력자들이 태어나는 것으로 유명한 아라하비 행성에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과 그 소행성과 함께 찾아온 외계 종족으로 인해 종말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하라비 행성은 단 한 명의 위대한 초능력자에 의해 구원받았습니다.
초능력자는 소행성의 침략을 막아 내기 위해 자신과 함께 소행성 전체를 창공에 봉인했습니다.
봉인은 벌써 2년째 유지되고 있고, 봉인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백신전에서는 봉인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사하고자 합니다.
아하라비 행성은 공식적으로 백신전의 요청을 거부했고, 백신전은 비밀리에 조사원인 당신을 아하라비 행성으로 파견했습니다.
인벤토리 내부에 조사에 필요한 물건들이 있을 겁니다.
[클리어 조건]-사망
음… 뭐라고 할까.
꽤나 얼척 없는 스테이지 미션이었다.
뭘 조사하라느니 길게 주절주절하다가 마지막에는 클리어 조건이 사망이란다.
뭐야, 이게.
한 번 죽으면 바로 클리어된다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한 번 죽어야 다음 클리어 조건이 개방되는 스테이지일지도 모른다.
허 참.
하다 하다 이젠 진짜 죽으라고 하네.
일단 인벤토리에 있다는 물건들을 꺼내 보았다.
못 보던 보따리 하나에 모두 담겨 있었기에 찾기는 쉬웠다.
신분증, 의복과 전투복, 손목시계, 알약 하나와 팔찌처럼 보이는 장식품 하나였다.
신분증은 일견 이곳의 신분증을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
내 얼굴과 자주 사용하는 가명이 적혀 있었다.
여기서도 호라는 이름을 활동해야겠네.
의복은 대충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고, 전투복은 설명창을 띄워 보았다.
이 행성의 초능력자들이 전투 중 사용하는 복장이란다.
이것도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다.
나중에 이곳 의복으로 갈아입어 둬야겠다.
손목시계도 대충 손목에 채웠다.
다음으로 알약은 초능력 수치를 위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유지 시간이 두 달이 넘는다는 설명을 보자마자 알약을 삼켰다.
마지막으로 팔찌를 살펴보았다.
[유체 이탈 보조 장치] [설명 : 위급한 상황에 육체를 버리고 유체 이탈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장치입니다. 육체가 완전히 사망하거나 소멸하더라도 두 시간 동안 영체가 유지됩니다.]별 요상스러운 아이템이 다 있네.
“넌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요.]아부부에게 물어보았다.
아부부에게도 명확히 내릴 수 있는 답은 없어 보였다.
함께 이야기하며 가설을 내려 보았다.
“뭔지 몰라도 조사 도중 죽거나 다칠 위험이 졸라리 높다는 거겠지. 그러니 이런 아이템까지 주는 거고. 여차하면 몸을 버리고 영체가 되어 두 시간 동안 조사를 이어 가라고.”
[네, 그편이 가장 합당해 보입니다. 미션이 사망이라는 건 죽어서 영체가 달성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죽기 전까지 혹은 죽은 이후로도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라는 것 같습니다.]아부부와 함께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쯧,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번 죽으라니.
무조건 한 번 죽을 것이라 단언하는 듯한 클리어 메시지를 보아, 어떤 위험이 다가올지는 뻔했다.
통상적인 생명체라면 절대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겠지.
어떻게든 안 죽고 클리어해 봐야겠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여차하면 제가 소생시켜 드릴게요.]그래, 그래, 고맙다.
고맙긴 했으나, 사양이었다.
소생은 아부부가 시전하는 것이지만, 결국 본질적으로는 천공의 신이 아부부에게 힘을 허락해 주는 것이다.
신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았다.
지나치게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때 손목에 차 두었던 손목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다.
손목을 들어 올려 보니, 손목시계 중앙에 시간 대신 느낌표 표시가 띄워져 있었다.
뭐 어쩌라는 걸까, 하며 고민하다 오른손을 들어 느낌표를 터치해 보았다.
손목시계가 시야 정면에 홀로그램 메시지를 띄웠다.
처음 보는 기능이 신기해 홀로그램과 시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구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이라 생각했는데, 지구보다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인 것 같았다.
오시는 길이라는 홀로그램 항목을 손으로 건드리니, 홀로그램을 통해 내가 서 있는 장소부터 협회 대본청까지 가는 길이 표시되었다.
내비게이션 기능도 있네.
[워오, 저도 이런 기능 하나 만들어 볼까요.]아부부가 중얼거렸다.
아부부라면 마법으로 비슷한 기능을 만들어 자신에게 내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쓸모 있는 기능임은 분명했으나, 아부부가 길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나저나 굳이 어디로 소집할 거라면, 뭐 하러 이런 거리 한복판에서 스테이지가 시작된단 말인가.
귀찮게.
시작 지점에서 볼 수 있었던 거라고는 이 행성의 문명 수준과 거리의 사람들 정도였다.
문명 수준이나 건축, 의복의 양식 등은 그 대본청이라는 곳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테이지가 내게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은 거리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일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검은 구체를 보고 기도하던 사람들인가.
저 검은 구체는 이 세계의 어느 초능력자가 자신과 소행성 하나를 통째로 봉인한 것이라 했다.
그리고 저 구체와 사람들의 기도가 연관이 있다는 건데.
신앙심과 관련된 어떤 정보가 숨어 있으려나.
[아부부야, 저 꺼먼 거에서 뭐 느껴지는 것 있냐?]아부부에게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구체를 크게 신경 쓰는 것 같길래, 육성이 아닌 전음으로 물어보았다.
[글쎄요, 신성력이 느껴지진 않는데요.]그렇지?
사람들이 열심히 기도를 하는 듯했지만, 정작 신성력이 느껴지진 않았다.
행성의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다 보면 없던 신성력도 생길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묘한 일이었다.
56층에서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의 신앙도를 모아, 신성력을 휘둘러 보았던 기억이 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만큼 근원의 힘이 큰 효과를 가지고 있는 걸까.
적은 신성력을 가지고도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아직은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투성이었다.
하나씩 실마리가 풀려 가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더 많은 의문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과연 내가 모든 비밀들을 알게 되는 날이 올까 싶었다.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 한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말했다.
“일단 가 보자, 시키는 대로.”
고까워도 어쩌겠나.
일단 가 보는 수밖에.
* * *
대본청 입구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이 보였다.
한눈에도 그들 하나하나가 초능력자로 보였다.
인벤토리에 있던 전투복을 입고 있어 그리 보였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전투복이 아닌 평범한 의복을 입고 대본청에 온 건 나 하나뿐인 듯싶었다.
다들 모여서 어디 전투라도 나가나 싶었다.
대본청 입구로 들어가자 검색대 앞으로 줄을 서 있었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 껴 검색대로 향했다.
무슨 일로 이들이 소집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전투적이거나 위험한 목적이라면 나는 환영이었다.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것 같아 세레지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영혼검을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다.
그다음으로는 신분증 검사가 있었고, 마지막으로는 X-ray 기계 같은 것을 통과해야 했다.
한 사람이 검사기를 통과할 때마다 수치와 등급이 표시되는 것이, 초능력자로서의 레벨이나 능력 등을 검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삐빅-
검사기를 통과하자 신분증에 적혀 있던 이름이 표시되었다.
아니, 이 검사기 하나로 이름이나 지정 번호까지 알 수 있으면 신분증 검사는 왜 한 거야.
그런 불만이 생겼지만, 속으로 꾹 눌러 참고 검사대를 통과했다.
검사대를 벗어나 사람들이 이동하는 걸 계속 따라갔다.
끝이 없어 보이는 복도를 걷다 보니 큰 홀이 나왔다.
정문에는 대회의실이라 적혀 있었는데, 그 내부는 회의실이라기보다는 축구 경기장에 가까워 보이는 크기였다.
회의실 내부로 들어오는 초능력자들이 각자 시계의 홀로그램을 보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길래, 나도 비슷하게 시계를 조작해 보았다.
다행히 좌석 위치와 함께 좌석으로 가는 길까지 함께 안내되었다.
좌석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을 법한 회의실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입장이 한참 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제대로 뭔가 시작되려면 제법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내 옆자리에 앉아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앉은키가 나만 한 거구의 남자였다.
“천사백?”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검사기를 통과할 때, 내 등급 뒤에 1,400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 천사백.”
내 대답에 거한은 파안대소했다.
“이야, 나 말고도 100점이 모자라 A등급을 못 받은 사람이 또 있었네.”
껄껄 웃는 거한과 간단히 통성명을 했다.
무식하게 생긴 거한은 생각보다 긴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외우는 것을 빠르게 포기했다.
이름을 기억하려 노력하는 대신, 내가 1,400점인 것을 어찌 알았냐고 물어보았다.
“대회의실은 처음인 모양이구만.”
거한은 뒷좌석을 가리키며, 이곳은 등급과 세부 점수별로 좌석이 결정된다고 말해 주었다.
따라서 B등급 좌석 가장 앞에 앉아 있는 내 점수를 쉽게 알 수 있었다고.
거한은 내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1,400점이라는 애매한 점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애매한 점수로 아슬아슬하게 A등급에서 떨어져, B등급에 머무르게 된 불행 동지 같은 느낌으로.
좌석의 배치를 보아서나, 거한의 태도를 보아서나 이곳에서 등급이 큰 의미를 갖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같은 등급이어도 내가 훨씬 더 강하겠지만.”
중얼거리는 거한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냥 간과할 수 없는 말이었다.
“뭐?”
거한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뭐 어쩔거냐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살살 하세요, 살살. 용사님은 지금 위조 신분증을 들고 잠입해 있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