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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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57층 (3)
아부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잠입해 정보를 모아야 하는 미션 중에 남들 눈에 띌 만한 일은 지양해야 했다.
제대로 푸닥거리를 하기보단 빠르고 간결하게 끝내는 편이 나았다.
“뭐 어쩌억…….”
팔꿈치로 덩치의 옆구리를 푹 찔러 주자, 뭐라고 또 말을 하려던 덩치가 앞으로 픽 고꾸라졌다.
덩치가 크다 보니 노려야 할 급소가 너무 훤히 보였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참이라, 그 급소를 노리기도 좋았고.
“엑… 칵… 칵…….”
[쟤, 왜 저럽니까?]혼자 켁켁거리고 있는 거한을 보고 아부부가 물었다.
거한은 좌석 앞 공간에 몸을 콩벌레처럼 웅크린 채, 꺽꺽 소리를 내며 경련하고 있었다.
[갑자기 충격이 들어오니까 내장이 놀라서 경련하는 거야. 좀 냅두면 괜찮아질걸.] [좀 살살 하라니까요. 저러다 실려 가기라도 하면 어쩐답니까.]안 실려 간다.
내출혈도 없고 뼈나 근육이 상하지도 않았는데 실려 가긴 왜 실려 가.
그냥 좀 아플 뿐이었다.
이따금 좌석을 찾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거한을 보고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무시했다.
최대한 태연하게 좌석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도 힐긋힐긋 쳐다볼 뿐, 나서서 거한을 챙기는 사람은 없었다.
거한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다.
멍청할 뿐만 아니라 인망도 없는 녀석이었다.
[이 자식은 쥐뿔도 없는 게, 괜히 나대서 사람 설레게 하고 말이야.] [설렐 건 또 뭐 있습니까. 딱 봐도 근육이 뇌까지 들어찬 멍청이가 허세 좀 부린 건데요.] [여긴 초능력자들이 많다잖아. 허세가 아니라 진짜 한 가닥 하는 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평범하게 무예를 단련했거나 마법을 익히고 있다면, 굳이 때려 볼 것도 없이 그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능력자라 하니, 상대방의 능력을 가늠할 척도가 없었다.
아부부에게 초능력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았다.
[저도 사실 잘은 모릅니다. 기본적인 특징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그 기본적인 특징이 궁금하던 차였다.
아부부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초능력의 장점부터 말씀드리자면, 노력이 크게 필요 없다는 거죠. 초능력을 얻고 싶다면, 그냥 운 좋게 초능력을 타고난 채 태어나면 되는 거니까요.] [뭐야. 그게.] [초능력이 원래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보거나 판별하기 어렵다는 특징도 있고, 소모값이 크지도 않습니다.]아부부에게 듣기로는 거의 완벽한 능력이었다.
절로 얻을 수 있고 상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낼 수도 없고.
[단점도 있습니다. 능력이 한정되어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파이어 월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라면 당연히 파이어 볼 마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능력의 경우엔 자기 능력이 아니라면 달리 활용할 수 없습니다.]그건 크네.
선천적으로 주어진 능력이지만, 그 능력이 아니라면 발전시킬 여지가 없다는 거잖아.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긴 하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게 거의 경험이나 깨달음을 통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던 능력을 개방시키는 정도이지, 가지지 못한 능력을 새로 얻거나 할 수는 없답니다.]재밌는 능력이었다.
어쩐지 튜토리얼 도전자들이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법 주문을 사용하는 도전자들 중 마법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이는 거의 없으니까.
때문에 마법을 개량하거나 발전시키지 못하고, 다른 스킬을 새로 얻는 것이 아니라면 스킬 목록에 없는 마법은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에 능력 대부분이 한정된다는 것도 재밌었다.
이 정도라면 능력에 따른 신분제가 있어도 놀랍지 않겠는데.
능력자와 비능력자 간의 신분 차이도 그렇고.
“야, 천 사백.”
바닥에 엎드려 있던 거한에게 말을 걸었다.
이 녀석은 경련도 아까 전에 끝났고, 통증도 얼추 지나갔을 터인데 계속 바닥에 엎드려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거친 척 허세를 부리던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왜, 왜?”
어울리지 않게 소처럼 큰 눈을 가진 거한이 눈물을 글썽이며 되물었다.
많이 아팠나.
그렇게 세게 때리진 않았는데.
불쌍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한에게 어떤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거한은 의아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대답도 안 하고 멀뚱멀뚱 날 쳐다만 보고 있는 꼴에 왜 그렇게 보냐고 물어보았다.
“시, 신체 강화 계열인데…….”
* * *
거한의 초능력은 항시 유지되는 신체 강화라 하였다.
힘과 민첩, 감각 등을 크게 향상시켜 주고 맷집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능력.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직접 때려 본 내가 그 능력을 알았으리라 여겼던 모양이었다.
[전혀 몰랐는데.] [신체 강화 계열인 초능력자가 저 정도면, 일반인은 쇼크사 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용사님.] […난 힘 조절한다고 한 건데.]내가 계속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봐서인지, 거한은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 주었다.
그가 내민 신분증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뭔데, 이거.
“뭔데.”
내 물음에 거한은 당황하며 014라는 코드가 신체 강화 계열임을 나타내는 것이라 설명했다.
말하는 걸로 봐서 초능력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투였다.
[그냥 대충 아는 척하고 넘기시지, 뭘 또 그걸 물어보고 그러십니까. 의심하잖아요.]아부부가 태클을 걸었지만, 난 궁금한 걸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다.
스테이지 자체가 정보를 수집하는 스테이지 아닌가.
나는 내 신분증을 꺼내 뒷면을 확인해 보았다.
거한의 것과 마찬가지로 숫자 코드가 박혀 있었다.
숫자가 높네.
좋은 건가.
[설마 그걸 저 덩치에게 들이밀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볼 건 아니시죠?]음…….
[자기 신분증에 적힌 능력을 모르면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요. 누가 봐도 위조 신분증이거나 남의 걸 훔친 거잖아요.]아부부의 말이 옳았다.
거한에게 의심받지 않고 숫자 코드 122의 뜻을 알아볼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거한이 당황스럽게 중얼거렸다.
“일이이는… 소, 소환수 계열인데.”
아, 소환수 계열이구나.
별로 좋아 보이는 능력은 아니었다.
아니, 위조 신분증을 줬으면 위장하기 쉽게 강화 계열이나 줄 것이지 웬 소환 계열이란 말인가.
[우선 저 덩치맨을 납득시키는 게 어떨까요. 소환 계열 초능력자에게 한 대 얻어맞고 뻗었었다는 게 당황스러운 모양인데요.]아부부의 말대로 거한은 내게 얻어맞았었다는 게 당황스러웠는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 왔다.
뭐라고 둘러대기보다는 그냥 반지를 작동시켜 개구리를 소환했다.
“케에엑!”
개구리는 나타나자마자 자신을 늦게 소환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이 녀석, 삐졌네.
“뭐, 뭐야. 저거.”
“저거 개구리야? 개야?”
밑도 끝도 없이 커다란 개구리가 회의실에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개구리 존재감이 좀 쩔긴 하지.
반지를 작동시켜 다시 개구리를 역소환했다.
그리고 어벙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한에게 설명했다.
“투명 개구리야.”
[너무 성의 없는 설정이네요.]* * *
개구리를 핑계로 거한과도 대충 화해를 할 수 있었다.
거한을 때렸던 것을 내가 아니라 투명 상태로 주변에 있던 개구리였다고 뒤집어씌웠다.
거한이 주인인 나에게 으르렁거리자, 조용히 있던 투명 개구리가 말릴 틈도 없이 옆구리를 공격했다는 핑계에 거한은 넘어갔다.
놀랍게도 거한은 이 거짓말을 믿는 것처럼 보였다.
거짓말의 부실한 논리보다는 소환 계열 초능력자인 내게 얻어맞고 끙끙거렸다는 게 더 말이 안 된다 여기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틈에 잘못은 내가 아니라 개구리에 있고, 그에 앞서 시비를 건 거한이 잘못한 것이라고 우겨 댔다.
그러고 나서 거한이 지나치게 아파했던 것도 사실 그게 개구리의 필살기였다며, 그걸 버텨 내다니 대단하다고 거한을 좀 띄워 주며 얼버무렸다.
이후에 서로 사과하고 나니 금방 감정을 풀 수 있었다.
“고마워, 천 사백.”
거한이 사 온 과자와 음료수를 받아 들며 말했다.
거한은 시비 걸었던 것에 대한 사과 및 화해 기념으로 좌석 뒤편 끝에 있는 매점에서 먹을거리를 잔뜩 사 왔다.
“그 천 사백이라고 좀 안 하면 안 되나?”
천 사백이라 불린 거한이 툴툴거렸다.
거한에게 듣기로 천 사백이라는 점수는 B등급 최고점이라고 한다.
딱 한 단계만 더 높았으면 A등급을 받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인생이 바뀌었을 거란 생각에 늘 아쉽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을 것 같았다.
회의에서 B급 이하 능력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괜히 야구장이나 축구장이 연상되는 구조로 회의실이 지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B급 이하 능력자들은 관중이나 다름없었다.
회의는 대부분 S급 이상의 몇몇 능력자들이 회의실 중앙에서 이끌어 나갔고, A등급 능력자들은 때때로 손을 들어 거수기 역할 정도를 담당했다.
우리야 뭐.
그냥 과자나 먹으면서 회의를 지켜볼 뿐이었다.
같은 능력자임에도 등급별 위상 차이가 극심함을 알 수 있었다.
회의에 소집되었는데 의견조차 낼 수 없다니.
이렇게 들러리 취급할 거면 굳이 부르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나을 텐데.
“그나저나 이거 맛있네.”
“그렇지?”
천 사백이 허허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녀석도 참 호인이구나 싶었다.
아니면 그냥 호구거나.
소환수에 의한 것이든, 불시에 일어난 사고든, 자신이 먼저 건 시비였든, 그냥 꿀리기 싫어 허세를 부려 보았든, 어쨌건 한 대 얻어맞은 상대에게 먼저 먹을 걸 사다가 주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호구는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
정보를 모아야 하는 스테이지이니만큼, 이 호구를 잘 대해 줘서 최대한 편하게 정보를 뽑아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천 사백은 말이 많은 편이었다.
평소 그는 방위청에서 일한다고 했다.
큰 사고나 범죄가 일어나면 파견되어 상황을 정리하고, 능력자 간 충돌이 일어났을 때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이라 한다.
보통 경찰들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비능력자라는 한계 때문에 천 사백 같은 능력자가 파견되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능력자보단 비능력자들과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했다.
좋은 일 하는 친구였다.
괜히 허세를 부려 한 대 맞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천 사백에게 평소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회의장에 큰 소란이 일더니, 회의실 정면 전광판에 안건이 가결되었음이 표시되었다.
“저걸 진짜로 하는 건가.”
천 사백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B등급 능력자들은 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앞에 보이는 A등급 능력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S등급 능력자들에 의해 독단적으로 결정된 안건이었다.
하지만 그 안건에는 B등급 이상 모든 능력자들의 동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개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소집된다는 것이었다.
[근데 저런 걸 초능력자 협회에서 상위 능력자 몇 명이 대충 결정해도 되는 거야? 정부 의사와 상관없이?] [글쎄요. 이곳은 초능력자가 많은 행성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아마 왕이나 황제도 초능력자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이나 황제가 아닌 초능력자에게 국가 통수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기 모여 있는 저들 중 하나가 통치권자일 수 있겠네요.]나는 대통령제의 민주정치를 생각하며 물었는데, 아부부는 왕정을 생각하며 답했다.
서로 다른 말이었지만, 어쨌든 권력 구도가 초능력자들에 집중되어 있을 거란 뜻은 일맥상통했다.
회의는 그것으로 종료되었다.
안건이 가결되었지만, 정작 작전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세부 내용이 결정되고 작전이 입안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천 사백이 첨언했다.
회의실에서 우르르 몰려 나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천 사백과 함께 퇴실했다.
밖으로 나오며 천 사백이 물었다.
어디로 가냐고.
나는 천 사백에게 답하기에 앞서 같은 말을 되물어 보았다.
“너는 어디로 가는데.”
“나는 집에 가야지. 내일 이른 아침부터 출근이라.”
한잔하거나 야식을 핑계로 붙어 있을 생각이었는데, 곧장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도 너네 집.”
“엉?”
“너네 집으로 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