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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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57층 (4)
“뭐 해.”
현관문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천사백에게 말했다.
“들어와, 들어와.”
“아니… 여긴 내 집인데.”
천사백의 집은 제법 깔끔한 아파트였다.
정말 현대 지구와 정말 비슷해 보이는 세계였다.
아파트 구조도 어디서 본 듯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저나 천사백 이 녀석, 제법 깔끔하게 해 놓고 사네.
더러우면 청소부터 하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여기 앉아.”
천사백의 말대로 식탁에 앉았다.
그는 주방에서 뭘 뒤적거리더니, 안줏거리와 술병 하나를 들고 왔다.
“정말 여기서 잘 거야?”
몇 번을 말하니.
그럴 거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집은?”
“없어.”
홈리스다.
불쌍한 홈리스다.
천사백은 집이 없다는 내 대답에 불쌍하게 보기보다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았다.
“일은.”
“그것도 없어.”
내 대답에 천사백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B급 능력자가 집도, 일도 없냐. 능력만 있으면 보통 뭐라도 할 일이 있고, 돈 들어올 구멍이 있는데. 아… 음, 하긴 그래.”
뭐야, 마지막에 혼자 뭘 납득한 거야.
능력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냐.
천사백은 조용히 내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술을 받아 마시면서 거실을 살펴보았다.
눈에 보이는 건 대부분 알아볼 수 있거나, 무슨 용도인지 예상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중 뭐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 없는 게 딱 하나 있었다.
“뭐야, 저 커다란 건.”
“게임기.”
게임기라는 말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사람 서너 명이 들어갈 크기의 공중전화 부스같이 생겼다.
안에 들어가서 하는 건가?
“왜, 한번 해 볼래?”
* * *
“4일. 한 판 더?”
“젠장.”
게임은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FPS였다.
지구의 것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형태로 보였다.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고, 반 세대 차이 정도.
지구에 별 사달 없이 몇 년이 더 지났다면 이런 것도 있었겠다 싶은 수준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총 대신 다양한 종류의 초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는데, 뭐 크게 특별하진 않았다.
어쨌건 게임은 재밌어 보였다.
천사백에게 양해를 구하고 싱글 모드로 조금 플레이해 보았다.
조금 자신이 붙은 나는 대전 모드 내기를 제안했다.
“내기는 무슨, 처음 해 보는 사람이.”
방금까지 천사백에게 조작 키를 물어보며 게임을 처음 접하는 모습을 보여서인지 천사백은 되었다며 내기를 사양했다.
“쫄?”
천사백은 곧바로 내기에 응했다.
역시 무적의 카드였다.
내기 조건은 내가 이기면 한 판에 하루씩 이 집에서 지내게 해 주는 것.
천사백은 말도 안 되는 조건이라고 분분했다.
“쫄?”
곧 입을 다물어야 했지만.
그렇게 분기탱천한 천사백에게서 네 게임을 내리 이기고 4일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잘하긴 진짜 잘하네요. 누가 보면 밥 먹고 그것만 한 사람인 줄 알겠네.]실제로 밥 먹고 게임만 한 적이 있었다.
아니, 밥도 안 먹고 했었나.
“야, 한 판 더 하자.”
다시 게임을 시작시켰다.
몇 번 하다 보니, 기계의 조작법도 익숙해졌다.
이제 천사백을 위해 몇 가지 페널티를 안고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아, 안 해!”
“오호라, 통재라. 기권승이라니. 벌써 5승째인가.”
벌써 5일 숙박권이 확보되었다.
천사백은 투덜거리면서 게임 부스에서 나가 거실 소파에 누웠다.
“젠장, 정말 처음 한 거 맞아? 처음에 연기한 거 아냐?”
천사백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5일간의 숙박을 무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진짜 게임에서 졌다고 재워 줄 생각인가.
이렇게까지 호구면 내가 좀 미안한데.
언제나 호구는 적당한 게 가장 좋다.
적당히 남에게 베푸는 걸 좋아해야 감사히 되갚아 줄 수도 있다.
도가 지나치면 양심에 가책이 느껴질뿐더러, 호구의 단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피까지 빨아먹으려는 놈들이 들러붙기 마련이다.
다행히 천사백은 그 정도까지 호구는 아니었다.
“아까 일자리가 없다고 했지?”
“응.”
“그럼 나랑 같이 일해 볼래?”
천사백은 자신의 직장에서 일해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럼 숙소 겸해서, 집에서 같이 지내는 건 괜찮다고 했다.
“물론 숙박비는 월급에서 깔 거야.”
57층 스테이지의 클리어 조건은 사망이었다.
목표는 아마 정보 수집.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행성의 하늘 한복판에 떠 있는 검은 구체, 소행성과 그것을 자신과 함께 봉인한 초능력자가 아닐까,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초능력자를 구출하자는 안건이 입안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작전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무슨 일을 해야 되는데.”
“아까 말해 준 내 일이랑 똑같은 거야. 경찰들에게 무력이 필요할 때 나서 주는 거. 보통은 초능력자 간의 충돌을 중재하거나, 어디 사건 현장에서 경계를 서 주거나 하는 거지. 가끔은 경호도 하고, 추적도 하고. 아, 잠복은 안 해. 시간을 오래 잡아먹잖아.”
“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일수록 이곳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아부부도 뒤늦게 동의를 표했다.
천사백은 잠깐 전화 좀 하고 오겠다며 집 밖으로 나갔다.
아까 마시다 만 술잔을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부부가 말했다.
[정말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시네요.]“여기서 지내도 된다잖아. 그럼 내 집이기도 한 거지.”
[무슨 논리입니까, 그거.]* * *
“안 잤냐?”
“아니, 방금 깼어.”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안방에서 나온 천사백이 그렇게 물었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스테이지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이 게임기처럼 내 흥미를 끌고 있는 게 있다면 더더욱 그랬다.
천사백과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나도 천사백에게서 유니폼을 받아 입었다.
유니폼은 커다란 조끼 형태의 상의였는데, 조끼 전면부가 나름 딱딱하긴 했다.
초능력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천사백에게 그 점을 들어 물어보았다.
“당연히 못 막지. C급 이상이 마음먹고 공격하면 그 조끼는 그냥 없다고 생각해야 해. 그렇다고 전투복을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그냥 유니폼이다 생각하고 입는 거지. 가볍잖아.”
그렇구나, 하고 넘겨들었다.
어차피 나도 갑옷에 신경 쓰지 않고 산 지 오래되었다.
준비를 다 마친 후에도 한참을 거실에서 뒹굴거려야 했다.
나는 이왕 할 일 없이 기다리는 거, 게임이나 하고 있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았지만, 천사백은 근무시간 중에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상에, 자기 집 거실에서 멍하니 대기 타고 있는 중에도 원리 원칙이라니.
생각보다 각박한 친구였다.
결국 나는 물 잔을 들고 맹물을 홀짝거리며 멍하니 있어야 했다.
그렇게 한두 시간이 지난 후, 천사백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단말기가 울렸다.
단말을 확인한 천사백이 말했다.
“파견 요청 왔다. 나가자.”
드디어.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천사백의 업무는 초능력자들의 분쟁 중재가 주라고 하였다.
과연 어떤 개쩌는 초능력자들이 치고받고 싸우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 * *
“이 개새끼야!”
“야, 이 씨발 놈아!”
집에 가서 게임 하고 싶다.
바락바락 악을 쓰며 서로에게 쌍욕을 던지고 있는 애들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파견 요청을 받아 간 곳은 평범한 학교였다.
나는 이 로케이션에 아주 설레었었다.
과연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초능력자 하나가 전투 중 아이들이 많은 학교로 도망쳐 인질을 잡은 걸까.
아니면 전투 지역이 이 학교 근방이었던 것뿐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선 나는 곧 짜게 식은 기대감을 안고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어린애 둘이 허공에 초능력을 띄워 놓고 서로에게 쌍욕을 날리고 있었다.
그중에 한 놈은 눈가가 퍼런 게, 선빵은 주먹으로 맞은 모양이었다.
이 녀석들이 운용하고 있는 초능력으로 맞았다간, 멍이 드는 게 아니라 머리통이 날아갔을 테니.
“둘 다 에너지 계열. 곤란한데.”
옆에서 서 있던 천사백이 중얼거렸다.
곤란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천사백은 그런 것도 모르냐는 얼굴을 했지만,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저거, 서로 충돌하면 터져.”
“폭발 범위는?”
“이 층의 반 정도와 위층, 아래층까지는 확실히 날아가겠지.”
넓네.
그 정도가 날아간다면 학교는 문 닫아야 된다.
건물 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건축 수준으로 공사해야 할 게 분명했다.
주변에선 선생들이 학생들을 조용히 대피시키고 있었다.
척 봐도 싸우고 있는 두 초능력자 학생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몇 명의 선생은 두 초능력자 학생에게 달라붙어 어떻게든 말리려 하고 있었다.
“닥치고 있어, 이 씨발 년아! 너부터 날려 버리기 전에!”
한 놈이 자신을 말리는 선생에게 한 말이었다.
싸가지가 아주 하늘을 뚫고 승천을 하는구나.
“어쩌냐.”
“둘 중 하나지. 힘 빠질 때까지 기다리든가, 정말 뭐가 터지기 전에 덮치든가. 아니면 말로 화해시켜 보든가.”
아무리 봐도 저 싸가지 없는 아이들이 화해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덮치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각자 하나씩 맡아서 덮치는 거지. 초능력을 어디다 발사할 겨를도 없이 달려들어 제압해야 돼. 할 수 있겠냐? 한 명이면 내가 어떻게 해 볼 텐데, 하필 둘 다 공격적이라.”
그렇게 설명한 천사백은 일단 섣불리 달려드는 건 위험하다며 거절했다.
내가 경험이 없다 보니 제압에 실패할 수도 있고, 그랬다간 정말 큰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세상에 학교에서 싸가지 없는 애새끼 둘이 싸우는데, 이런 주의가 필요하다니.
초능력이 무작위로 주어지는 세계엔 이런 부작용이 있구나 싶었다.
그동안 거쳐 온 세계에서 어린 나이에도 큰 힘을 갖고 있는 존재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하늘이 내린 천재가 뼈를 깎는 노력을 동반해 능력을 쌓아 올린 것이거나, 애초에 혈통부터 저 하늘 위에 존재하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귀한 것들은 적어도 고귀한 값은 했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자격도 없는 애들한테 능력이 주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여러모로 특이한 세계구나 싶었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천사백이 애들을 말려 보려 말을 걸었다.
자신들을 말리려던 선생들에게 곧바로 쌍욕을 돌려주던 아이들은 천사백에게는 큰 소리를 치지 못했다.
유니폼에 박혀 있는 B등급 표시 때문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학교 선생 중에는 천사백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고, 그보다 험상궂게 생긴 선생도 있었으니까.
그들 모두를 무시하던 아이들이 천사백 앞에서 조금 위축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같은 초능력자여서, 그리고 B등급이어서인 듯싶었다.
두 아이 모두가 위축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서로에게 밀리지 않으려 악을 쓰던 아이들이 천사백에게 위축되고 나니 상황이 애매해진 것이다.
[재밌는 곳이네요.] [그러게.] [조금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아부부가 조용히 말했다.
아부부가 한 말은 초능력자 아이들과 초능력을 가지지 못한 선생들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저렇게 쉽게 얻어 생각 없이 휘두를 수 있는 힘이라니, 기분이 좀 이상하네요.]아부부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동감하고 있었으니까.
[배알이 꼴리지?] [네.] [네.]아부부뿐만 아니라, 조용히 있던 세레지아도 똑같이 대답했다.
둘은 같은 세계 출신이었다.
검과 마력을 다루어 범인의 경지를 초월한 초인들이 즐비하던 세계.
그리고 초인의 경지마저 넘어 전설이 된 인물들의 역사가 남아 있던 세계에 살던 이들이었다.
항상 인간들 간의 내전이 횡행했고, 좀 평화롭다 싶으면 마족들이 마왕을 소환하려 난리를 피우던 세계에서 검사로 살던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강함이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고,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바쳐 추구하기에 마땅한 것이었다.
강함에 대한 그들의 욕심을 알고, 치열함을 알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아부부, 세레지아와 대화하는 동안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 너,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오, 이건 지구의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건데.
나는 더 이상 아이들의 투정을 들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머리 위에 에너지를 응축시켜 두고 있는 아이들의 목 뒤에 투명한 오러를 형성시켰다.
그리고 그걸로 아이들의 뒷목을 후려쳤다.
아이들은 깩, 소리와 함께 기절해 고꾸라졌다.
초능력은 아이들이 기절함에 따라 자연히 흩어졌다.
여차하면 힘으로 에너지를 흩어 버릴 준비를 해 두었는데, 헛수고였다.
천사백은 당황스러워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주변 선생들은 그런 천사백을 보고는 마찬가지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 거냐며 물어 오는 그들의 시선에 대답해 주기로 했다.
“투명 개구리.”
반지를 조작해 개구리를 소환시켰다.
“케에엑!”
개구리는 소환되자마자 기운차게 외쳤고, 곧바로 역소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