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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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57층 (5)
사태는 기절시킨 아이들의 부모가 오고 나서야 마무리되었다.
부모들 중 천사백이나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서로 빠르게 해결을 보았다.
한쪽이 굽히는 것으로.
기절한 아이들은 모두 초능력자였으나, 그 부모는 그렇지 않았다.
한 아이의 아버지는 초능력자였지만, 다른 아이의 아버지는 초능력자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 분쟁이 종료되었다.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초능력자 아버지는 무능력자 아버지를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직장 상사가 갈구는 모습보다는 조선 시대 양반이 노비를 갈구고 있는 모습에 가까웠다.
기절해 있다 깨어난 아들 앞에서 남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아버지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확실히 보기에 좋지는 않았다.
“저건 어떻게 안 되냐?”
“안 돼지.”
천사백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말만 평등한 국민이지, 신분이 완전히 갈려 있구나 싶었다.
“그럼 왜 계속 보고 있는 거야.”
“혹시 모르잖아.”
끼어들 여지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참 허허로운 대답이었다.
다행히 초능력자 아버지가 선을 넘는 일은 없었다.
분위기가 가열되려 하자, 천사백이 슬며시 가까이 다가갔고, 초능력자 아버지도 적당히 접는 것을 택했다.
화도 풀었고, 아들 앞에서 면도 세웠고, 미천한 무능력자의 아들도 찍어 눌러 주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 모양이다.
저 양반은 이걸 애들 유치한 싸움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태가 마무리되고, 우리는 학교에서 나와 조그마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시켜 놓고, 천사백은 다음 파견 요청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은 별로 맛이 없었다.
“한 건 해결했는데, 돈은 안 받냐?”
“받지. 이게 원래는 경찰에 들어온 요청인데, 경찰 쪽에서 나한테 대행을 시키는 거거든. 해결 건수에 따라 나중에 돈을 받는 거야.”
얼마 못 받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애들 싸움 해결해 주고 받긴 얼마나 받겠는가.
한 가지 의외였던 건, B급 능력자의 위상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었다.
정말 의외였다.
천사백 이놈이 하고 다니는 꼴만 봐서인지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조금 전 보았던 초능력자가 하는 꼴을 봐서도 그렇다.
그가 천사백을 보고 드러낸 생각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B급 능력자나 되는 사람이 왜 여기서 이런 일에 끼어드는 거야, 이런 생각이 적나라하게 얼굴에 드러났다.
길거리를 걸어오면서도 천사백과 나를 보고 B급이라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중얼거린 말 중엔 이런 것도 있었다.
분명 돈도 되게 많이 벌겠지, 하는.
“이런 일은 왜 하고 있는 거야. 너라면 더 나은 일이 있을 텐데.”
순수하게 의문이 들어 물었다.
누구 돈 많은 부자 경호라도 하면 돈은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훨씬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위상에서도 남 부러울 것이 없는데, 왜 굳이 이런 궂은일을 자처한단 말인가.
“더 나은 일이 뭔데?”
천사백의 말에 내 말문이 턱 막혔다.
[이건 건드리지 말죠, 용사님.]아부부가 말했다.
아부부는 이런 걸 싫어한다.
나도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서로 말을 딱 잘라 끊으니,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다행히 그때 천사백의 주머니에서 단말이 울렸다.
* * *
혹시 이번에도 학교에 애들 싸움 말리러 가는 건가, 하고 불안해했지만, 이번엔 다행히도 제대로 된 사건이었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초능력자 둘이 충돌했다.
“오우.”
“뭐가 오우냐. 이거 상황이 많이 안 좋은데.”
초능력자 한쪽은 손에서 불을 뿜어내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허공에 얼음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얼음과 불의 대결이라니.
고전적인 매치업이었다.
어떻게 싸우나 지켜보고 싶었지만, 천사백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불을 뿜어내고 있는 능력자에게 달려들었다.
“하나 맡아 줘!”
천사백은 빠르게 앞으로 뛰어들며 내게 소리쳤다.
자신이 불 능력자를 제압하는 동안 얼음 능력자를 막아 달라는 거겠지.
학교에선 신중하게 움직이던 천사백이 신속하게 달려드는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전투는 길거리에서 벌어졌고, 두 초능력자가 격돌하는 와중에 주변 사람들이 다쳤다.
얼음벽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지만, 그 얼음벽에 쏘아진 화염이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주변 가게에 옮겨붙은 불을 끄려 애쓰는 가게 주인이 보였다.
여전히 불 능력자의 화염이 주변에 넘실대고 있었지만, 가게 주인은 어떻게든 가게 건물에 붙은 불을 끄려 애쓰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은 계속 화염을 뿜어내고 있는 능력자를 막는 것이지만, 그런 방법은 가게 주인의 머릿속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천사백은 불 능력자와 격돌했다.
불 능력자는 반사적으로 천사백에게 화염을 뿜어내었지만, 천사백은 그것을 무시하고 불 능력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 한 방에 불 능력자는 기절해 뒤로 넘어갔고, 화염은 사그라졌다.
나도 내 할 일을 해야 했다.
“아부부야, 쟤 좀.”
[네, 용사님.]아부부에게 부탁해 얼음 능력자를 슬립 마법으로 재워 두었다.
얼음 능력자는 마법에 내성이 전혀 없었고, 곧장 선 채로 잠들어 픽 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그렇게 사태는 종료되었지만, 천사백은 멈추지 않고 바닥과 주변에 옮겨붙은 불을 끄려 움직였다.
“도와줘야겠네.”
[…귀찮은 건 다 저만 시키는 거죠?]아부부는 투덜거리면서도 마법을 사용했다.
길거리에 들러붙은 불길들 위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천사백은 길거리에 갑자기 물이 쏟아지자,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을 뿌린 초능력자를 찾는 걸까.
그러다 천사백의 눈이 내게 향했다.
천사백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눈도 나를 향했다.
이거 어디서 본 장면 같은데.
당황 섞인 천사백의 눈이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것도 네가 한 거냐고.
조용히 손을 등 뒤로 돌리고 반지를 조작했다.
“투명 개구리.”
“케에엑!”
“…무슨 말도 안 되는…….”
천사백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바로 안 통하는 건가.
“그럼 이거 혹시 개구리 침이냐?”
천사백이 물로 축축해진 자신의 팔을 들어 보이며 물어보았다.
이 많은 양의 물이 침일 리가 있냐.
이 녀석도 발상이 좀 이상하다.
“우리 개구리는 마법도 쓰거든.”
“케에엑!”
옆에서 개구리가 케에엑거리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게 나밖에 없어 참 다행이다 싶었다.
“허 참, 대단한 개구리네……. 아니, 근데 저거 개구리 맞냐? 털이 나 있는데?”
“개구리 맞거든.”
“케에엑!”
* * *
오늘 하루 종일 다섯 건의 사건을 해결했다.
초능력자들의 충돌을 막아선 일도 있었고, 이미 일이 끝난 뒤에 사건 현장을 통제하는 일도 있었다.
초능력을 사용한 범죄자를 추격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일은 아부부가 해결했지만, 그 공은 죄다 개구리가 가져갔다.
[억울합니다! 이건 너무 억울해요! 저도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고 싶습니다.]아부부가 소리쳤다.
개구리는 천사백의 집 거실에 배를 깔고 누워 천사백의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개구리는 천사백이 해 주는 마사지에 기분이 좋은지 조용히 개굴거리고 있었다.
자꾸 소환과 역소환을 반복하는 바람에 조금 삐져 있던 개구리가 금방 마음을 풀어 다행이었다.
[저 덩치 큰 남자한테 마사지 받아서 뭐에 쓰려고.]대충 그런 말로 아부부를 달래었다.
오늘 하루 많은 일을 겪은 만큼 이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유명한 연예인이 누구라든지, 어디 땅값이 떨어질 것 같다는 사소한 이야기부터.
능력자는 보통 공인 능력자와 비공인 능력자로 나뉘고, B급부터는 의무적으로 공인 능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B급 이하가 공인 능력자가 되려면 공직에서 일하거나 매우 특수한 능력이여야 한다는 것.
비공인 능력자는 신분상 무능력자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두 계층 사이의 간극이 분명하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아부부와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멍청한 짓입니다. 차라리 계층을 확실히 나누는 게 낫습니다. 아예 구역을 갈라 다른 곳에 살게 하거나 특혜를 주는 거죠.] [그건 차별이잖아.]아부부와 세레지아가 살던 세계처럼 급박한 상황이라면 능력자를 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와 비슷했다.
그것도 괴수가 나타나기 전의 지구와.
대체로 평화로웠고, 초능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그렇습니다. 이런 평화기이니까 힘을 과시하고 싶은 멍청이들이 넘쳐 나는 게 아닙니까. 남들보다 나은 것은 초능력을 타고났다는 것뿐인데, 그 초능력이 특출 나지 않으면 일반인과 별다를 게 없습니다. 내세울 게 쥐꼬리만 한 초능력밖에 없으니 더 그걸 과시하려 합니다.]확실히 그러긴 했다.
국가의 국방력에 도움이 될 수준이거나, 하다못해 특수 군인으로 채용될 만한 능력이면 몰라도 초능력자 대부분은 그러지 못했다.
그냥 와, 신기하네, 와, 일상생활에 이리저리 사용하면 편하겠다, 싶은 정도였다.
아침에 만났던 학교의 두 아이가 오늘 본 가장 강력한 능력자였을 만큼, 초능력자들의 평균은 별 볼 일 없어 보였다.
물론 나와 아부부가 보기에 그런 것이었지만.
[특혜를 주고 우월감을 채워 주는 한편,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게 낫습니다.] [뭐,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귀족의 숭고한 희생과 자비, 뭐 이런 거?
회의적이었다.
말해 놓고 아부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나 싶었는데, 알아들었다.
아부부의 세계에도 비슷한 말이 있는 모양이다.
[아뇨, 그게 되겠습니까. 그보다는 위치를 저 높이 띄워 주고, 체면을 지키길 강요하는 겁니다. 물론 초능력자들이 개같이 구는 건 똑같겠지만, 덜 위험하죠.]참신한 발상이네.
한 가지 문제를 제외한다면.
[그럼 비 능력자 친구들은 어쩌라고. 걔들도 생각해 줘야지.] [생각해 주긴 뭘 생각해 줍니까. 박탈감 때문에요? 열등감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열등감은 보다 나은 남을 보고 자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향상심이고, 욕심입니다. 그게 없으면 사람은 무력해져요.]평소 아부부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아부부도 평범한 검사로 시작해 신의 눈에 들어 죽은 후에도 신물이 될 정도의 인물이니 이해할 수 있었다.
노력으로 결과를 이루어 낸 사람이었으니까.
[문제는 채울 수 없는 열등감이잖아.]초능력은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아, 그건 그러네요.]심지어 그게 대대로 내려오지도 않는다.
자신은 능력자이지만 아들은 무능력자일 수도, 자신은 무능력자이지만 자식은 능력자일 수도 있다.
참 재밌는 세계야.
아부부와 이런 이야기를 길게 나눈 것은 이곳의 상황이 훗날 지구의 상황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지구에 돌아간 각성자들이 과연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닐 것 같았다.
튜토리얼이라는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오히려 유전으로 능력을 타고난 경우보다 더 패악질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각성자들은 강해지기 위해 별다른 수양이 필요하지 않았고, 튜토리얼을 거친 것에 대한 보상 심리 같은 것도 있을 테니.
[네, 그럴 가능성이 높죠.]아부부도 동의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내가 당장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보였지만, 없는 문제인 척 무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았다.
* * *
초능력자 협회의 재소집 공문이 내려온 것은 2주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보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천사백의 집에 머물며 그의 일을 도와주었다.
많은 일들을 겪었고, 이 세계에 많이 익숙해졌다.
천사백 외의 아는 사람도 생겼고, 마찬가지로 나를 아는 사람 또한 늘어났다.
그래서일까.
대회의장으로 향하는 거리를 걸으며 주변의 이런 웅성거림을 들어야 했다.
“저게 그 투명 개구리지?”
“맞네, 맞아. 투명 개구리야.”
“야… 근데 말이 되냐. 이렇게 사람 많은 거리에 집채만 한 개구리가 투명 상태로 숨어 있다는 건데.”
“누가 그러는데, 개구리 등에 날개도 달려 있대.”
내 별명은 어느새 투명 개구리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