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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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57층 (10)
[일단 좀 쉬는 게 어떤가.]“그럴 수는 없지.”
풀어야 할 의문은 빨리 풀면 풀수록 좋은 법이다.
그리고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쉬라고 해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게 분명했다.
[쯧쯧, 하여간 짧게 사는 종족들은 너무 각박해서 탈이야.]드래곤이 툴툴거렸다.
질답을 미뤘으면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그보다 방금 발언은 종족에 대한 선입견으로 개인을 대해서는 안 된다며 열변을 토해 내던 드래곤답지 않은 말이었다.
그 점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그 편견에 사로잡혀 판단을 그르쳐서는 안 되겠지만, 종족별 공통점을 통해 쉽고 빠르게 정보를 추려 낼 수 있는데, 그것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자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않은가? 그대의 그 급한 성미는 아무리 봐도 고작해야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기에 타고난 것이 분명하다.]드래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했다.
전에 했던 말과 반대되기는 했다만.
[저 드래곤이 틀렸습니다. 인간이었던 제가 보기에 용사님의 유별남은 이미 종족 특성을 벗어났습니다. 세상에 어느 인간이 용사님 반만큼이라도 돌아 버렸겠습니까. 용사님을 일반적인 인간과 비교하다니요, 저건 종족 차별적 발언입니다!]아직까지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아부부가 자신의 핵을 부르르 진동시키며 말했다.
이 녀석, 요즘 들어 나를 까는 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보복성으로 인벤토리에 아부부를 집어 던져 넣었다.
“아무튼 나는 지금 바로 궁금증을 풀고 싶어.”
내 말에 드래곤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뜻대로 하시게나.]이 부분은 좀 의외였다.
드래곤에게 정말 지금 당장 급히 해야 할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질답을 미룰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일단 우선해야 할 질문부터 해 보았다.
질문의 주제는 당연히 근원에 대해서였다.
이번 스테이지에선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심혈을 기울여 내게 필요한 스테이지를 선정했다는 드래곤의 말대로, 내가 원하는 바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필요했던 것을 채울 수 있는 스테이지였다.
새로 알게 된 지식들 중에서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57층 스테이지의 능력자들이 사용하던 초능력에 대해서도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고.
눈앞에서 과정을 지켜보았던 근원의 탄생 또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해 보이는 건 바로 근원과 신앙의 연관성이었다.
두 힘이 어떤 방식으로든 상승작용을 한다는 건 대충 들어 알고 있었다.
정령왕은 근원의 힘을 매우 간절히 원하고 있었으며, 이것이 신성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도 말했었다.
더불어 신격과 거리가 먼 존재라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이제 보니, 신격과 거리가 먼 존재라면 근원이라는 힘 자체가 독이 되어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근원이라는 힘에게 잡아먹혀 버린 초능력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무엇보다 근원이 어느 이상한 차원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행성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점에서 근원은 신앙과 흡사했다.
거의 같은 종류의 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는 근원과 신앙의 명확한 구분법과 공통점에 대해 확실히 알아 두고 싶었다.
[시작부터 껄끄러운 질문으로 시작하는구만.]드래곤이 또 툴툴거렸다.
스스로를 별 거리낌 없이 위대하다 칭할 수 있는 드래곤치고는 투덜거림이 잦았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지. 공통점부터.]사실 나는 차이점부터 알려 주었으면 했지만, 드래곤은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굳이 딴지를 걸기보다는 드래곤의 설명을 경청했다.
[공통점은 그대 눈에도 훤히 보였겠지만, 다수의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 대개 단일 개체에게 집중되는 힘이지. 그대는 회한의 신께 근원의 힘을 선물받은 적이 있고, 56층에서 신앙을 다루어 본 적도 있으니 알고 있겠지만, 두 힘의 사용 방법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네. 사실 근원과 신앙을 같은 힘이라 치부하는 자들도 더러 있네. 그렇게 생각하는 대부분이 신앙도, 근원도 품어 본 적 없는 존재들이지만.]확연한 차이점이 있다는 말이다.
실상을 알고 있다면 동일시해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 근원과 신앙 사이의 자잘한 차이점을 알려 주면 한도 끝도 없지. 그대가 다 알아들을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에 대한 정보들이 새로이 밝혀지고, 이전까지 알고 있던 정보들이 거짓으로 판명 나고 있네. 그러니 최대한 확실하고 기본적인 것만 말해 주겠네.]백신전에서도 근원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가.
의외였다.
아무리 세상이 대격변을 겪고 있다느니 하는 말을 듣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전지전능하다는 인식이 박혀 있는 신이, 그리고 그 신들이 모여 있는 백신전이 무언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어쩐지 부조화스럽게 느껴졌다.
[신앙은 기본적으로 신도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지. 오히려 정서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도움이 되면 되었지. 물론 신앙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런 신앙을 받아들인 건 해당 신도이니, 그 또한 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신앙은 신도가 죽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된다는 점도 있지.]드래곤의 말을 듣자니, 어쩐지 신앙이라는 말에서 장사나 수확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 듯싶었다.
[하지만 근원은 다르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소비하니까. 대상이 되는 지성체들을 쥐어짜 그 생명의 원천까지 추출해 내는 게 바로 근원이다.]복권으로 따지면 한 방 로또와 연금 복권의 차이이려나.
드래곤은 내 말을 듣더니, 그것보다는 경영과 착취의 차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차이점이라기보다는 근원만의 특이 사항이네. 근원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사람들에게 근원의 대상이 되는 개체를 향한 큰 신뢰나 열망이 없더라도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착취할 대상이 된다는 것이지.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신앙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야겠지만.]57층의 초능력자는 행성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고 있었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당장 떠오르는 초능력자 협회의 몇몇 사람은 그 초능력자를 추앙하기보다는 질시에 가까운 감정을 내비쳤었다.
그리고 분명 행성에서 가장 유명한 능력자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적개심을 품은 사람도 더러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근원에게 자신의 생명력을 빼앗겼다.
믿지 않으면 신에게 도움을 구할 수 없지만, 동시에 신성력을 내주지 않는 신앙과는 그런 차이가 있었다.
[다음으로 근원은 행성 단위로 국한된다는 점. 근원은 사람들의 생명력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의 수준이나 종족의 역사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네. 그래서인지 자신들의 세계를 행성 바깥까지 확장한 종족에게서는 근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역사와 사회에 영향을 받는다고?
사람들의 생명력을 흡수하는데 과연 그런 게 의미가 있을까.
그 점을 드래곤에게 물어보았다.
[보통은 사람을 아무리 비틀어 짜 봐야 근원과 같은 힘을 얻을 수 없다. 그게 정상이지. 사람의 힘이라 해 봐야 거의 쓸데없는 혈액과 살덩이 그리고 미량의 마력뿐이다. 혹시 사람의 영혼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힘이 잠들어 있다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없다.]드래곤은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어쩐지 사람을 별로 귀하지 않은, 흔한 싸구려 약재 취급 하는 듯한 말투에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근원이 오직 문명을 이루고 있는 지성체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나 근원이 발생했던 행성에서는 생존자든, 이주자든 문명을 재건하지 못하고 몰락만을 반복한다는 기록을 보아서는 거의 확실하다 여겨지는 사항이다. 어쩌면 근원이 흡수하는 힘의 본질은 지성체들이 아닌 그들이 이루고 있던 행성의, 세상의 생명력인지도 모르지.]* * *
드래곤에게 잠시 쉴 것을 제안했다.
드래곤은 나에게 그것 보라며 쌕쌕 웃었지만, 나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케에엑!”
폭포 호수에 개구리를 소환해 개헤엄을 치게 두고 그 등에 드러누웠다.
이러고 있으니 파도 효과가 있는 수영장에서 흔들리는 튜브에 올라가 멍하니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나았다.
이따금 들려오는 개구리의 낮은 개골개골 소리가 묘하게 심신을 안정시켜 주었다.
개골거림이 멎으면 손을 들어 개구리의 뒷목 부근을 긁어 주었다.
그러면 개구리는 다시 기분이 좋아져 개골 소리를 내었다.
그 낮은 울림에서 개구리의 기분이 매우 좋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나 또한 그 사실에 마음이 편해졌다.
[아직도 생각 중인가?]유영하고 있는 내 근처를 날아다니던 수정구에서 드래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사실 방금은 잠깐 멍 때리고 있었는데.
[많이 피곤하다면, 하루 쉬고 내일 계속해도 괜찮다.]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드래곤의 설명도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기는 했고.
드래곤의 설명을 듣고 한 가지 어색하게 느껴졌던 건, 신이나 사도들이 근원을 대하는 태도였다.
이전에 느끼기로는 그들은 근원을 사냥의 전리품 정도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괴물을 처치하고 나온 것이나 큰 도움이 되니 귀히 쓰겠다, 하는 정도의.
하지만 이제 보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근원은 말 그대로 해악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백신전은 근원을 처치하고 그 부산물을 얻기 위해 사도를 육성하고 있었으나 적대하는 수위가 너무 낮다고 여겨졌다.
신이나 사도들이 그 힘을 흡수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 또한 이상했다.
[이상할 게 뭐 있는가? 신들도 근원을 바란다. 힘에는 얼굴도, 이름도 달려 있지 않으니. 물론 근원이 탄생하면 신앙의 텃밭이 될 세계가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되지만, 보통 그런 동네는 제대로 된 신앙이 없다.]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건가.
이미 내 인식 안에서 깨어질 대로 깨어진 신들에 대한 고정관념이었지만, 아직도 더 부술 게 남아 있다는 듯했다.
[많은 차원에서 수많은 존재가 근원을 인위적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별짓을 다 하고 있는 판국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의미한 실험 결과도 있다던데, 이 와중에 감성적으로 근원을 거부한다면 누구든 뒤처지고 말 거다.]신이라 할지라도 말인가.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근원을 탄생시키기 위한 실험 또한 그랬다.
그 실험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그런 세계가 배경이 된 튜토리얼 스테이지가 있지 않은가.]“아오에오 섬 말이지?”
[아오에오?]“18층 스테이지 말이야.”
18층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도 그 섬이 그런 파국을 맞이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자세한 이유를 알아볼 겨를이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근원을 위한 실험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오에오 섬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 말에 드래곤은 이제 알겠다는 듯 답했다.
[맞다. 헬 난이도의 18층 스테이지. 섬의 지명까지는 들어 보지 못했다. 매개체가 되었던 건 재밌는 이름의 음료수였지. 파라말이었던가.]사실 자세히 돌아보고 싶은 기억은 아니었다.
어떻게 대화 주제를 돌릴까 생각하고 있는데, 드래곤이 알아서 다른 말을 시작했다.
[더군다나 신앙과 근원을 동시에 이룩한 신도 있는 마당에, 너무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는 게 좋다.]“신앙과 근원을 동시에?”
드래곤은 그렇다며, 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자력으로 근원과 신앙 모두를 완성시킨 신이 있다고.
내가 알고 있는 신들의 신명이 머릿속에서 주르륵 지나갔다.
그중 걸리는 신이 하나 있었다.
“모험의 신?”
드래곤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모험의 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영웅의 모습은 초능력자가 근원으로 뒤바뀌기 전까지의 행적과 매우 흡사했다.
혹시 그 상태에서 초능력자가 욕망에 집어삼켜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신격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면 신성 또한 획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초능력자는 분명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건 알려 줄 수 없는 정보이다.]드래곤은 뒤늦게 그리 대답했지만, 나는 드래곤에게서 느껴지는 당황이나 대답이 나오기 전까지의 텀에서 정답을 유추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이 드래곤은 키리키리보다 상대하기 편했다.
[모험의 신이 섭섭해합니다.] [이제 궁금한 건 얼추 다 풀렸는가? 그렇다면 들어가서 좀 쉬고, 내일 아침에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어떤가.]드래곤은 나를 재촉하듯 말했다.
진짜 뭐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그나저나 드래곤의 말에서 이상한 점이 보였다.
“뭘 들어가 자. 난 호수 앞에 텐트 치고 잘 건데.”
내 말에 드래곤은 펄쩍 뛰듯이 말했다.
[기껏 동굴을 꾸며 놨더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내가 뭐 때문에 저 조그마한 가구들을 가져다 놓았다고 생각하는가!]“그야… 너희 집이 너무 더럽고 지저분하니까 민망해서?”
[아니다! 그리고 저 동굴은 내 집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는가!]드래곤이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이 드래곤은 이상한 데서 너무 집착이 심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쉴 때는 저 동굴에서 지내면 되는 거지? 사실 저 동굴은 네 집이 아니고, 손님인 날 위해 꾸며 둔 거다, 이 말이지?”
[그래, 그렇다!]드래곤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동굴 안에 뭔가 대단한 것을 가져다 놓고, 그것에 내가 감탄하길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드래곤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게 맞는 듯했다.
그럼 바라는 대로 동굴에 들어가 도대체 얼마나 놀라운 것을 숨겨 두었나 봐야겠다.
[그럼 이제 들어가는 건가? 아까 보았던 침대 왼편에 있는 방을 주목해라. 그곳에는 분명 네가 한 번도 보지 못한…….]“그 전에 한 가지만 더 물어보고.”
[응?]신나서 떠드는 드래곤의 말을 끊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을 빠뜨릴 수는 없었다.
“그럼 지구는 어떻게 된 거지?”
오늘 드래곤에게 들은 설명에 따르면, 지구는 근원이 탄생하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 긴 역사와 높은 문명 수준을 갖추었지만, 아직 지구 밖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지는 않았다.
동시에 백신전의 신들처럼 세상에 자신의 힘과 의지를 현신시킬 만한 신격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구에 닥친 위협은 근원의 탄생이 아니었다.
근원으로 추정되는 괴물들이 다른 차원에서 게이트를 통해 우후죽순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 점은 지금껏 들었던 드래곤의 설명과는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드래곤에게 추궁하듯 따졌다.
이 질문은 단지 침묵하거나 말해 줄 수 없다는 말 정도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대답해 봐. 지구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