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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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의 장 (7)
[이연희]사람은 쉽게 죽는다.
생각보다도 훨씬.
튜토리얼에 들어와 각성자라 불리며 온갖 해괴한 능력을 갖게 된 초인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에 나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막아!”
중국인 남자의 고함과 함께 동시에 방어막이 전개되었다.
안타깝게도 그 방어막은 내 공격 앞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전개.”
내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던 일곱 개의 가시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시끄러운 소음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흩어진 가시들은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주변을 날아다녔다.
몇 개는 방어막을 우회해서, 또 몇 개는 방어막과 적들의 몸을 함께 관통하며 부산스럽게 날아다녔다.
그 비행에 막힘은 없었고, 경로 안에 있는 모든 것은 관통되어 구멍이 뻥뻥 뚫렸다.
사람들이 죽는다.
비명을 지르고 온몸에 구멍이 뚫린 참혹한 모습으로 바닥을 뒹군다.
쇼크로, 과다 출혈로, 내장기의 파열이나 소실로, 누구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또 누구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단숨에 죽는다.
나는 그 장면에서 정말로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워낙 많이 보아 온 장면이라 그런가, 당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전까지 보아 왔던 광경들과 지금 눈앞에서 마주한 광경의 차이점은 그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죽여 왔던 것은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존재들이었고, 지금 내 앞에서 죽어 가고 있는 자들은 지구의 인간이었다.
큰 차이라 볼 수도 있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애초에 죽는 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튜토리얼 속 존재들을 죽이는 것과 멀쩡히 살아 있는 인간들을 죽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죽인다는 행위의 익숙함 때문인지, 나는 살인을 통해 거리낌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항상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남에게 피해 주며 살면 안 된다고.
그 교육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범죄를, 그중에서도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도덕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니까.
하지만 튜토리얼의 경합 스테이지라는 이곳에서, 심지어 보통의 인간을 초월한 각성자들을 상대로도 그 모든 도덕과 법률이 의미가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도덕과 법에는 사람과 사람이 공평하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와 저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았다.
“아으으…….”
“쿨럭, 케엑, 헥.”
여기저기서 신음이 들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물론 하나같이 쓰러져서 피를 토해 내고 있는 와중이었고, 조만간 죽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기는 했다만.
“회수.”
내 말에 허공을 날아다니던 일곱 개의 가시가 내 손으로 돌아왔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일곱 개의 가시를 회수했다.
사람 손바닥만 한 길이에 새끼손가락보다 조금 가는 정도의 가시였지만, 사람 몸에 구멍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가시들은 마치 말벌 떼라도 만났을 때처럼 왱왱, 소음을 내며 주변을 빠르게 날아다니고, 적들의 약점을 하나씩 찔러 들어간다.
적들은 그 소음에, 그리고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에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다가 몸에 구멍이 하나둘 늘어감에 따라 그대로 무력화된다.
깔끔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데 아주 효율적인 무기였다.
이제 저기 보이는 포탈까지는 방해자가 없었다.
아, 물론 쓰러져서 죽어 가고 있는 반 시체들은 많았지만, 길을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중간중간 시체들과 반 시체들을 밟지 않게 발을 놀리며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포탈이 밝게 빛났다.
내가 그 위에 올라서기도 전에.
그리고 밝게 주변을 비추는 포탈 위로 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늦지 않게 왔군.”
남자는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얼마 전에 만난 적 있는 남자였다.
“이자드.”
“그래, 너는… 이름이 뭐였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데리러 왔다.”
그가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알려 준 적 없으니까.
그가 말했던 대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 이자드라는 남자는 56층에서 만났다.
관리자를 대신한다는 드래곤이 내게 어떤 스테이지를 원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아저씨가 클리어했던 스테이지를 원한다 답했다.
다행히 드래곤은 아저씨가 갔던 스테이지와 동일한 곳으로 나를 보내 주었다.
사도의 입장에서 종파를 세우고 사람들의 신앙도를 모으는 것이 주 목표였던 그 스테이지에는 나 말고도 다른 차원의 헬 난이도 도전자가 여럿 참가했다.
그곳에서 이자드를 만났다.
“뭐야, 이 쓰레기들은.”
이자드가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딱 소리 나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바닥에 깔려 있던 시체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시체들은 핏물이 되었고, 그마저도 증발해 사라져 버렸다.
짙게 남아 있던 피 냄새조차 사라져 버리자, 주변에 쓰러져 있던 사람들과 시체들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자드는 생존자와 시체를 가리지 않고 깔끔하게 지워 버렸다.
“이제야 좀 깨끗해졌군. 쯧.”
이자드는 튜토리얼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자신의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자였고, 초인이었다고 자랑하듯 떠벌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튜토리얼에서 힘을 얻은 능력자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튜토리얼에 들어오기 전에는 무능력자였으나 이곳에 들어와 힘을 얻은 이들을 싫어했다.
아마 운 좋게 튜토리얼에 들어와 쉽게 능력을 얻는다고 싫어하는 것 같은데, 반대로 내가 보기에는 아무런 고생 없이 튜토리얼을 공략하고 뻐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나와 그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왜 하필 네가 온 거야?”
이자드는 내 말에 똑바로 대답하기보다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포탈을 가리키며 말했다.
“좌표는 설정했으니 빨리 가 봐라. 기다리고 있으니.”
“너는?”
“나는 여기서 따로 할 일이 있다.”
* * *
[이호치]마이크 이후 도전자가 급증했다.
나에게 관심은 많았으나, 이호재라는 이름 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내게 도전해 왔다.
물론 제대로 결투를 진행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와 싸워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보다는 나와 대화를 해 보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더 많았다.
튜토리얼의 공략이나 성장에 대해 혹은 자신의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대답해 주었다.
왜 안 싸우냐고 지루해하던 관객들도 어느새 흥미롭다는 듯 나와 도전자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었다.
벌써 열다섯 명의 도전자를 만났고, 나는 15라운드까지 진출해 있었다.
도전자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내게 도전해 왔다.
질문뿐만 아니라, 나와의 대련을 통해 한 수 배워 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달갑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추어 상대해 주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수월하게 상대해 줄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상대방이 보완해야 할 점을 짚어 줄 수 있었다.
대련을 마친 도전자들은 대개 만족하는 눈치였다.
“내 동생도 도전해 보고 싶다던데, 될까 모르겠군.”
나와의 대련을 마친 열다섯 번째 도전자가 말했다.
“오, 동생도 들어와 있나 보네.”
가족이 함께 들어와 있으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로 의지도 될 것이고, 이렇게 경합이 열리면 가끔 만날 수도 있고.
도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 세 살 어린 남동생도 튜토리얼에 들어와 있다며, 동생의 이름을 소개해 주었다.
“빨리 올라오라고 해, 동생도 만나 보게.”
“하하하,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게 말처럼 쉬워야지.”
도전자가 웃으며 말했다.
하긴 이미 나는 15라운드까지 진출했다.
나와 만나려면 이제 최소 16라운드에 진출해야 하며, 그러려면 앞서 열다섯 명의 도전자에게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같은 튜토리얼 도전자들을 상대로 15연승.
쉬운 일은 아니었다.
[쉬운데.]혼자 딴지를 걸고 앉아 있는 저 호재 놈의 의견은 무시하자.
“어쨌든 20라운드 전에 따라잡아 보겠다고 열심히 노력 중이라는구만.”
도전자가 말했다.
확실히 나와 만나고 싶다면 20라운드 이전에 만나야 했다.
이 결투 스테이지의 특징은, 19라운드까지는 지구 서버 내에서만 진행되지만, 그 이후로는 타 차원의 도전자들과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구 구역에서만 치러지는 이전 라운드들과는 달리, 20라운드부터는 타 차원의 결투 스테이지에서 20라운드에 진출한 도전자들과 대결하게 된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타 차원의 존재와의 결투라니.
지구에서도 그것을 위해 20라운드를 목표로 결투 스테이지에 참가한 도전자가여럿 있다고 들었다.
나도 기대가 되었다.
지구인과 다른 차원의 도전자 간의 결투는 나도 관객석에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직접 참가해 싸워 볼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나는 누구와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나와 대화할 생각도 없을 타 차원의 도전자와 결투 스테이지에서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번 스테이지는 19라운드까지만 진행하고 끝내겠다 다짐했고, 박정아에게도 그렇게 말해 두었다.
박정아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알았다고 했었고.
열다섯 번째 도전자는 기권하기 전, 다음에는 결투가 아니라 대화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나중에 보자고 인사를 했다.
반가운 말이었다.
경합에 오기 전에는 혹시 사람들로부터 두려움이나 질타를 받거나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의외로 상냥하다느니, 멋있다느니 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야, 사람들은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호재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아니거든.] [아니긴 뭘 아니야. 알려진 것보다 훨씬 상냥하고 다정해서 좋다잖아. 관객들도 막 무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하더만.] […그래, 그래, 사람들이 좋아해서 참 행복하겠구나.]호재가 빈정거리듯 말했다.
이 녀석, 기분 상했나?
[삐졌냐?] [지랄, 삐지긴 왜 삐져.]호재 놈이 대뜸 욕을 했다.
이거 삐졌네?
[삐졌잖아.] [아니야.] [에이, 이거 완전 삐졌는데?] [아니라고.]* * *
[18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이자드 님이 이호재 님에게 결투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예.”
17라운드를 끝내자마자 들어오는 결투 요청을 수락했다.
벌써 18라운드인데도 이렇게 바로바로 요청이 들어오다니, 생각보다 여기까지 진출해 있는 사람이 많은 건가 싶었다.
[100초 후 결투가 시작됩니다. 양 참가자분들은 결투 준비를 마치고 대기해 주십시오.] [경합-결투 스테이지, 18라운드가 곧 시작됩니다.]스테이지가 시작되자마자 박정아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박정아, 90층 : 조심해.] [박정아, 90층 : 이자드라는 저 도전자, 지구 출신이 아니야.]사실 박정아가 말해 주기 전에 이미 눈치챌 수 있었다.
상대방은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지구 출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광물질처럼 은은한 광택이 나는 은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구인일 리는 없으니까.
관중석에서도 타 차원의 도전자라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타 차원의 도전자는 20라운드 이후에나 만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박정아, 90층 : 지구 구역으로 넘어와서 참가한 것 같아.]박정아가 빠르게 내 의문을 풀어 주었다.
그녀는 경고의 말을 덧붙였다.
[박정아, 90층 : 조심해. 18라운드까지 올라가면서 만났던 도전자 모두를 죽였다는 정보야.]박정아는 저놈이 미친 살인광이니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큰 의미가 있는 경고는 아니었다.
저 은색으로 번뜩거리는 얼굴의 미친놈은 나를 마주하자마자 짙은 살기를 줄줄 흘리고 있었으니까.
아주 대놓고 나를 죽이겠노라 광고를 하고 있었다.
[야, 어떡하냐?] [네가 알아서 해.]호재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놈은 아직도 삐져 있는지 심통 난 목소리로 대꾸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