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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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2층 (7)
“흐아, 이제 좀 살겠네.”
[2회 차 20일. 13시 20분]더위가 사라지자마자 열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대충 두르고 있던 모포를 벗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몇 번이나 왕복했던 더위 구간이고 관련 내성도 상당히 올려 두었지만 여전히 더위 속에서 장기간 걷고 화살을 피해 달리는 것은 상당히 지치는 일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인벤토리에서 추위를 막기 위한 두툼한 겉옷과 망토를 꺼냈다.
겉옷의 안쪽에는 주머니를 몇 개 만들어 핫팩과 비슷한 역할을 해 주는 발열석 몇 개를 넣어 두었다.
그리고 목도리와 모자 장갑까지 챙겼다.
모두 챙겨 입은 후 앞으로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곧 제법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지만 겹겹이 껴입은 의류들이 제법 냉기를 잘 막아 주었다.
회 차가 시작된 후엔 전투나 튜토리얼 진행에 직접적으로 도움될 만한 아이템을 전혀 판매하지 않기에 천이나 가죽, 모직 등 옷감들과 재봉 세트를 구매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이다.
사실 필요에 의해 만든 것들은 아니다.
얼마 전부터 너무 삭막하고 피비린내 나는 일상에 살짝 미쳐가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까 싶어 취미 삼아 의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보송보송한 수제 의류들에게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실질적인 따듯함보다 정신적인 만족감이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과 시간을 빼앗을 순 없었기에 수면 시간을 줄여 가며 만든 보람이 있다.
손재주 스킬 같은 건 안 오르려나.
조각이라도 해 볼까.
최근 내성 스킬이 전혀 안 오르고 있다.
독, 더위, 추위 내성, 세 가지 모두 4레벨에서 막혀 있고 심지어 동상 내성은 3레벨이다.
하루에 18시간 이상을 내성 스킬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투자했지만 내성 스킬은 야속하게도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스킬의 경험치나 숙련도 상태를 볼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깝다.
나는 내성 스킬의 성장이 막힌 것이 단순히 요구 경험치가 터무니없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2층의 함정을 통해 올릴 수 있는 한계 레벨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안 오를 리가 있겠는가.
이 가설을 뒷받침해 주는 예로, 함정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불을 피워 성장시킨 화상 내성은 4레벨을 지나 6레벨까지 성장했다.
해서 오늘은 내성 스킬을 위한 노가다가 아니라 튜토리얼 진행을 시도하려 한다.
이젠 이 2층을 떠날 때가 되었다.
달리는 속도를 끌어올려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의 가속 효과를 이끌어 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속도감과 함께 살을 에는 듯한 시린 바람이 얼굴로 쏟아졌다.
뒤로 슝슝- 하고 화살들이 날아간다.
이 속도로 달릴 때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이동이 아니라 화살 함정의 대다수를 그냥 무시할 수 있다는 점 같다.
몇몇 화살은 날아오는 궤도상 피하거나 막아 줘야 하지만 그런 화살들의 타이밍은 이미 다 외우고 있다.
‘틱’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 한 발이 방패에 막혔다.
이 화살을 막은 다음엔 한동안 신경 써야 할 화살은 없다.
그냥 앞으로 쭉 달린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니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갈 것 같아 벗어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런 데서 잃어버리면 안 되지.
정성이 들어간 내 수제품인데.
어느새 기온이 상당히 많이 내려갔다.
얼굴로 들이치는 바람 때문에 느껴지는 고통이 상당하다.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줄여야 한다.
젠장, 아직 이렇게 냉기의 영향을 크게 받고 고통스러운데, 내성 스킬의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니.
원통한 일이다.
속도를 죽였기 때문에 다시 화살을 집중해서 피해야 한다.
물론 그 패턴과 궤도를 모두 외우고 있기에 위험할 일은 없다.
슬슬 손발의 감각이 무뎌진다.
장갑을 살짝 내려 손목을 살피자 1도 동상이 진행 중인지 피부 위에 홍반이 옅게 피어오르고 있다.
젠장, 이런데도 내성 스킬이 안 오른다니!
불공평하다!
인벤토리에서 발열석 몇 개를 꺼냈다.
각각 장갑과 신발 속으로 밀어 넣었다.
뜨거운 발열석이 살갗에 바로 닿자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고기 탄내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지만, 무시했다.
화상 스킬은 이미 6레벨이나 올렸고 고통은 이제 나에게 별로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가벼운 화상을 얻고 동상으로 인한 신경조직의 괴사가 시작되기까지만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다.
겸사겸사 내성 스킬도 성장시키고…….
어느새 마지막 함정이다.
[전투 집중]1층의 마지막 함정과 같이 노 패턴의 함정이다.
매 층의 마지막 함정은 노 패턴이라는 패턴인가.
노 패턴 패턴은 패턴일까? 노 패턴 패턴은 노 패턴일까?
이 마지막 함정 또한 그다지 내게 위협이 되진 않는다.
성장한 내 감각은 화살이 발사되는 즉시 위치와 궤도를 인지할 수 있고, 인지된 화살은 정말 어지간하면 맞을 일이 없다.
민첩 스탯의 성장으로 인한 순발력과 속도의 상승뿐만 아니라 매일 꾸준히 쌓아 올린 경험 덕분에 이제 화살을 피하는 데는 아주 도가 텄다.
가뿐히 함정을 통과해낸 뒤 전투 집중을 해제했다.
몇 걸음을 더 걷자 냉기가 걷히고 치유의 샘이 나타났다.
이미 여기까지 별 상처 없이 몇 번이나 와 봤기에 별 감상 없이 무덤덤했다.
치유의 샘물을 몇 모금 떠 마셔 약한 동상과 화상 증세를 모두 치유하고 다시 앞으로 걸었다.
통로를 자욱하게 메우고 있는 안개를 지나 거대한 석문 앞에 마주 섰다.
이제 두 번째로 도전하는 보스룸이다.
아니, 실제로 보스 같은 건 나오지 않았지만 커뮤니티에서 보통 마지막 관문은 보스룸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른 난이도에선 진짜 보스몹 같은 녀석이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구구구- 하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석문이 열렸다.
조용히 안으로 입장했다.
보스룸 내부는 원형의 석실이었는데 왠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다.
아, 경주에 수학여행 같을 때 봤던 경주 석굴암 내부와 비슷한 느낌이다.
다른 점이라면 중앙에 불상이 놓여 있지 않다는 것 정도, 그리고 넓이가 훨씬 넓다는 것 정도.
석문은 1층 보스룸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힘을 줘 문을 밀어 봤다.
역시 안 열리는군.
보스룸의 가장 위험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도전을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다는 점.
게다가 말 그대로 살인적인 난이도가 더해지니, 그야말로 지옥 같은 흉악한 관문임에 틀림없다.
부우웅-
제법 귀에 익어 익숙해진 이명과 함께 푸른색 포탈이 나타났다.
포탈?
[2층 대기실로 돌아가시겠습니까?]뭐야, 이게.
보스룸에서 갑자기 왜 대기실 포탈이 튀어나오는 거야?
그것도 2층 대기실 포탈이.
당황이 미처 다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메시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최소 3시간 이상 체류하십시오.]당황을 넘어 황당하다.
정리하자.
이 정보를 빨리 정리하자.
최소 3시간.
다시 말해, 보스룸에 도전할 때 최소 3시간의 여유 시간이 없으면 도전조차 하지 못하고 공략에 실패한다.
그리고 다음 회 차 때 재도전을 해야겠지.
지금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지만 확실히 알아 두자.
그리고 체류하라는 메시지와 대기실 포탈의 존재.
체류 자체가 클리어 조건이다.
대기실 포탈은 일종의 장치일 것이다.
도전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체류를 포기하게끔 만드는.
정리하자면, 예상되는 보스룸의 테마는 인내와 관련된 무언가일 것이다.
도대체 뭐가 튀어나오기에 도전을 포기하고 대기실로 도망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포탈까지 만들어 준 거지?
독침과 독화살 이후에 등장한 더위와 추위를 이용한 함정들.
그 테마들 또한 인내와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정신적인 인내심으로 더위와 추위를 참고 견뎌야 하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버티지 못하고 먼저 무너지기 시작하는 신체가 시험받는다.
그렇다면 이 보스룸도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도전자에게 인내를 강요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 인내력을 무너트리기 위한 장치로서 대기실 포탈을 배치해 도전자가 포기하고 편해지는 길을 택하도록 유혹하는 것이겠지.
역시 내성 스킬을 최대한 쌓아 올려 둔 것이 정답이었다.
그리고 정신력 문제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버텨 주마.
자 와 봐라.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내 인내를 시험할 테냐.
[30초 후에 관문의 시련이 시작됩니다.]어… 음, 그래.
여전히 친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