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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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59층 (2)
[끄륵…….]“조금 더 지져 봐. 왜 이 부위만 화상에 대한 내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지?”
[…그야 여긴 급소니까요. 원래는 고간이 있을 자리잖아요.]“지금은 없잖아.”
내 말에 아부부는 신음을 내었다.
아니, 왜 네가 끙끙 앓고 그러냐.
불로 괴물을 지지고 있는 건 넌데.
[이 괴물은 원래 사람이었다면서요. 그럼 고간이 있던 부분이 급소인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흥미롭네. 이미 중요 기관이 없어졌음에도 유달리 고통스러워한다니.”
[…그게 왜 흥미롭죠.]“우선 감각에 의한 통증 때문인지, 심리적인 요소인지 알아내야겠어.”
아부부는 곧바로 내 말에 따라 근원을 불로 지지는 대신 내게 계속 질문했다.
[왜 굳이 그걸 알아야 하는 건데요.]“실제로 저 부위를 공격했을 때 더 큰 고통을 느낀다면 이미 사라진 급소가 위치했던 장소를 계속 약점으로 쓸 수 있다는 거잖아. 당연히 알아내야지. 게다가 혹시 심리적인 요인에 따른 거라면, 이 괴물은 인간이던 시절 자신의 신체 구조를 인지하고 있다는 거야. 무의식중에라도. 그걸 알아봐야지. 물론 다른 괴물들이 이 괴물과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한테 주어진 실험체는 이 녀석 하나니까 어쩔 수 없지.”
아부부를 위해 실험 목적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지만, 그는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용사님, 부탁이니까 이제 이 괴물의 사타구니를 가지고 고문하는 건 그만두면 안 될까요?] [끄륵…….] [보세요, 아까는 그냥 기괴하게만 들리던 저 괴물의 목소리가 이제는 불쌍하게 들릴 지경이에요!]“알았어. 좀만 더 알아보고.”
[한 시간 전에도 똑같은 말씀을 했었는데요.]아부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실험을 계속하던 도중이었다.
첩탑 방의 문이 열리고 웬 남자가 걸어 들어오며 말했다.
“이런, 미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어, 이제 올라왔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2미터가 넘는 키에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전사였다.
게임에 등장하는 야만 전사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저 남자가 첨탑 안에 들어온 건 벌써 10분도 전의 일이었다.
한 층, 한 층 너무 천천히 올라오길래 그냥 신경을 끄고 기다렸는데, 이제야 올라온 모양이다.
남자는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오며 말했다.
꽤나 당당한 태도였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그러다 그거 숨넘어가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여. 이 지방 현상금 사냥꾼 중에 또라이가 많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 괴물이 얼마짜리인 줄이나 알고 장난질이냐.”
나를 현상금 사냥꾼으로 생각하나 보다.
“지금이라도 그 괴물을 놓고 꺼지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남자는 선심이라도 쓴다는 듯 말했다.
흥미로웠다.
남자가 첨탑 꼭대기 방에 올라오기까지 워낙 긴 시간이 걸려 신중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성격 문제가 아니라 그냥 높은 첨탑의 계단을 올라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뿐인 듯하다.
“너도 현상금 사냥꾼?”
내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원을 찾아 헤매는 수많은 사람 중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현상금 사냥꾼이었다.
국가나 토착 신들보다도 빠르게 이 괴물을 찾아오다니.
역시 평소 이 분야의 일선에서 일하는 직업인들이라 그런가.
능력이 있었다.
분명 수완도 있을 거고, 아는 정보도 많을 것이다.
[어휴, 쯧쯧.]* * *
“예, 고대 악마는 그 왕국의 시조가 봉인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왕국의 시조가 악마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왕국을 건설한 거였죠. 왕가는 대대로 고대 악마를 성 지하 깊숙한 곳에 모셔 두고 관리해 왔습니다.”
“왜 진작 악마를 죽이지 않았을까?”
내 물음에 남자는 곧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풍문에 따르면, 악마와 왕국의 시조가 맺은 계약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왕가에서 언젠가 다시 악마의 힘을 써먹을 수 있을까 기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근래 왕국은 전쟁에서 패하고 그 영향력이 많이 축소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
남자는 생각보다 괜찮은 이야기꾼이었다.
실험 중인 괴물의 옆자리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남자는 내가 묻는 말에 막힘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다음은?”
“아까 말씀드렸던 사건 때문에 고대 악마가 봉인에서 풀려났고, 왕가와 기사단이 몰살을 당했습니다. 그때 나선 게 왕국의 수도에서도 가장 이름 높던 주술사였죠. 아마 저 괴물이 그 사람일 겁니다.”
주술사는 신의 영험함을 받아들여 세상에 이능을 펼쳐 보이는 일종의 마법사와 같은 존재였다.
신성 주문을 사용하는 사제들과 비슷해 보이기는 하다만, 묘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이곳의 토착 신들은 다른 스테이지에서 보았던 신들과는 다르게 원시 종교의 특성을 많이 담고 있었다.
주술사는 자연에 산재한 신의 힘을 이용하지만, 신들을 직접적으로 떠받드는 신도라고 보기는 애매했다.
여하튼 그런 주술사가 악마를 막아섰다.
수도에서 명성도 높았다 하니, 그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을 것이다.
“예, 온 수도의 사람들이 다 그 사람만을 바라보았다지요. 그때 사람들과 주술사 사이에 어떤 유대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천리안으로 수도를 바라보고 있었던 관측자가 말하길, 수도의 모든 사람이 저 주술사에게 응원과 힘을 보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저 남자보다 내가 더 잘 아는 이야기다.
사람들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주한 것이겠지.
영상 매체가 잘 발달해 있던 탓에 행성 규모로 일이 진행되었던 57층과 달리 왕국 수도에 한정되었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과한 힘이었다.
주술사는 결국 영웅이 아닌 괴물이 되었고, 뒤늦게 나타난 토착 신들은 괴물이 품은 근원의 힘을 탐내어 다투다가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 난장판 속에서 정작 괴물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그러다 지금 이 상황까지 흘러온 것이겠지.
근원은 확실히 특이한 힘이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힘이었다.
유명 만화에 등장하는 원기옥을 떠올리게 될 법한 그런 비자연적인 힘.
신성력은 종교의 구조를 통해 수급된다.
그와 달리 근원은 특정 상황에서 불시에 사람들이 모아 주는 것을 전달받는다.
신적 우상보다는 자신들의 대표이자 영웅에게 전달되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문명 수준과 역사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스테이지들을 통해 내가 모르고 있던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드래곤이 알려 준 정보도 상당했고.
하지만 여전히 내가 확신할 수 없는 점이 두 가지 정도 있었다.
40층대에서 주로 등장했던 근원은 비교적 작고 약한 녀석이 많았다.
그런 녀석들을 죽이고 나면 근원의 파편이라는 돌조각이 나왔다.
그놈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성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처음에 그런 괴물들에게 모체가 되는 근원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내가 마주한 근원은 죄다 이성을 잃은 놈들뿐이었다.
그놈들이 전략적으로 수를 불리기 위해 번식 활동을 할 것 같진 않았다.
두 번째는 나에 대한 것이다.
나는 어떻게 지배력을 사용하고 있는 건지.
물론 회한의 신에게 받은 근원의 힘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그 힘을 사용했다는 자각이 없었다.
드래곤은 이 사항에 대해 답해 주는 것을 거부했었다.
이 건은 꼭 키리키리를 만나자마자 물어야 할 점이었다.
“저… 이제 저는 가 봐도 될까요?”
“안 돼.”
내 대답에 남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무릎을 꿇고 앉은 키가 내 가슴께까지 오는 거한이 저러고 있으니 기분이 나빠졌다.
이 남자는 왜 이렇게 나를 무서워하는 걸까.
때리지도 않았는데.
그냥 마력으로 억눌러 제압하고 이야기를 시킨 것뿐이었다.
[정말 몰라서 물으시는 건 아니겠죠, 용사님?]“뭐,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간절한 목소리로 빌고 있는 남자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간이로 만든 실험대에 펼쳐져 있는 괴물을 들여다보았다.
근육의 상태와 혈관의 구조, 내장기의 위치도 확인했다.
마력의 기이한 흐름의 패턴도.
근원의 힘을 품은 위치가 내가 그 힘을 보관하고 있던 장소와 일치함도 알아냈고, 어떤 순서로 그 힘을 회로에 담아 순환하는지도 확인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너무 오랜만에 실험을 하려니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13층에 이르기 전까지 적들을 꾸준히 해부해 왔다.
그 당시 회의감을 느끼고 해부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괴물들이 아니라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적으로 나오기도 했고, 사람의 인체 구조는 굳이 갈라 보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굳이 필요가 없어 잘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필요할 때면 언제든 적들을 생포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곤 했다.
해부학적 지식은 전투에 있어 아주 큰 도움이 되니까.
어쨌건 횟수가 크게 줄어서인지 이제는 적을 해부하고 실험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멋진 실험 대상을 앞에 놓고도 뭘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들 만큼.
창의력이 필요했다.
“창의력이 필요해. 저걸 어떻게 더 연구해 볼 방법이 없을까?”
“예……?”
남자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을 때렸다.
나는 남자에게 쓸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살려서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음… 어, 주술? 고문만을 위해 주술을 익힌 기술자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 괴물도 전에는 대단한 주술사였다니, 뭔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남자가 내놓은 발상은 아주 훌륭했다.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좋아. 멋진 아이디어야. 아무래도 주술사를 초빙해야겠군.”
“어, 어떻게요?”
남자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자기보고 주술사를 잡아 오라고 시킬 줄 안 걸까.
나는 대답 대신 창문 쪽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창문 너머로 첨탑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불덩이들이 보였다.
십수 개의 불덩이는 내가 세운 마력 방벽에 충돌한 뒤 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마법으로, 아니 주술로 위력을 높인 포격이라.”
첨탑 밖에서 누군가의 고함이 들렸고, 뒤이어 두 번째 포성이 울려 퍼졌다.
2차로 발사되어 날아드는 포탄들을 보며 말했다.
“저 부대에는 주술사가 포함되어 있겠지?”
[용사님도 참 일관성 있으십니다.]* * *
주술사는 없었다.
쓸데가 없는 부대의 지휘관 하나를 생포했을 뿐이었다.
“젠장, 어떻게 주술사가 하나도 없냐.”
“에… 그게, 원래 부대에는 주술사가 없습니다.”
원래 없는 거였냐. 에라이.
하는 수 없이 지휘관에게 정보나 캐물어 보았다.
지휘관은 자신은 근원을 추적 중인 국가의 장교라 소개했다.
나라 이름은 듣자마자 까먹었다.
더불어 이곳으로 지금도 열심히 달려오고 있는 대군의 선봉대를 지휘하고 있었다고 한다.
“무슨 선봉대가 대포를 쏘냐.”
내 말에 지휘관은 자신들의 장비를 보여 주었다.
장비는 내 생각과 달리 소형이었으며, 대포라기보다는 박격포에 가까워 보였다.
내가 보기에도 꽤 쓸 만한 물건이었다.
근데 이거 군사 기밀일 텐데, 잘도 알려 주네.
“군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데.”
“4만이 조금 넘습니다.”
4만이라고?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힘을 잃은 괴물을 잡는 데 뭐 하러 4만이나 보낸 거야.
혹시 괴물이 힘을 되찾았다 하더라도 대군을 보내기보다는 소수 정예로 상대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정 수준의 힘 앞에서 일반 병사는 그저 허수아비에 불과했으니.
“타국의 군사들도 근원을 노리고 있어서 불가피한 동원이었습니다.”
“음… 그래, 여러 국가에서 노린다고 했었지. 지휘관 양반, 그럼 지금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군인들의 수가 다 합쳐서 얼마나 될까? 국적 상관없이.”
“에… 못해도 20만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군인뿐만 아니라 사냥꾼이나 모험가, 용병, 방랑 무인 그리고 장사치들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일 겁니다.”
못해도 20만이라니.
스테이지의 설명을 보면, 이제 곧 토착 신들도 근원을 노리기 시작할 것이다.
신들이 괴물을 사이에 놓고 분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이 일대는 당연하게도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이미 완파되었다는 왕국의 수도처럼.
그때 20만이나 되는 사람 중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대부분이 못 살아남는다는 쪽에 꽤나 많은 것을 베팅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