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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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59층 (6)
지난 경합 당시, 나는 아부부가 천공의 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천공의 신과 아부부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천공의 신은 아부부의 입을 통해 나에 대해 알아보려 했다.
내가 그것을 알아내고 나서는 아예 천공의 신이 직접 나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내 입장에선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클리어를 목표로 받은 아부부가 사실은 감시를 위한 도구였고, 그 후 아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내 사고를 탐구하려 한 건 분명 기분 나쁜 일이었다.
천공의 신은 그것을 인정했고,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천공의 신은 제법 말이 잘 통하는 신이었다.
[천공의 신이 자신의 신물 천공의 아우부츠를 사도로 지정합니다.] [투표 안건인 천공의 신의 신물 아우부츠가 간섭 불가 대상, 사도로 임명됨에 따라 투표 결과가 무효화됩니다.]튜토리얼에서, 아니 백신전에서 사도가 갖는 비중은 매우 크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 가장 큰 이유를 사도가 제약으로부터 다소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백신전의 신들조차 이런저런 제약에 묶여 투표가 아니라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행사하지 못한다.
유일한 예외는 희망의 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신역 내에서의 행사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신과 계약한 사도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여러 차례 스테이지를 통해 드러났다.
신들이 개입해야 할 땐 언제나 도전자가 사도의 신분으로 활동하게 되거나 실제 사도가 소환되기도 했다.
아마 신들에게 제약이 적용되지 않는 범위는 자신의 영역 혹은 자신의 신도와 자신의 직속 수하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신의 입장에서 사도는 제약이 적용되지 않으며 동시에 어디든 투입할 수 있는 최대 전력.
자신의 영향권 밖에서 일어난 일에 개입하고, 근원의 괴수를 퇴치하고, 또 그 근원을 수집해 오는 것이 신들이 사도에게 바라는 일이다.
그러니 튜토리얼의 목표 중 하나가 사도의 육성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신들이 사도로 삼을 만한 도전자들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거겠지.
[꺄하! 이제부터 절 천공의 사도 아우부츠라고 불러 주십시오!]아우부츠가 신나서 소리를 질러 대었다.
이 녀석, 기분 좋나 보네.
하긴 이 녀석은 신실해 보이진 않았지만, 나름 천공의 신과 교단을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또 자신이 신물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사도로 임명된 건 바라 마지않던 승진이라 할 수 있겠지.
“다 내 덕인 것 알지?”
[암요, 암요. 용사님, 제가 특별히 애교라도? 뀽?]순간적으로 욕을 하려다 꾹 참아 내었다.
이제 막 사도가 되었는데, 심지어 천공의 신이 빤히 보고 있는데 욕을 하며 면박을 주긴 좀 그랬다.
부모 앞에서 애 나무라는 것 같아서.
“그럼 이제 다음으로 가자.”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십만의 인간은 개미처럼 밟혀 죽어 가고 있다.
벌써 반은 죽었을걸.
시야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두 토착 신의 전투는 치열했다.
이 세상이 정말 붕괴되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아직 인간들 중 반이나 살아남은 것은 신들이 인간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저들이 깔끔하게 인간들을 처리하고 계속 싸우려고 마음먹는다면, 남은 인간들이 전부 쓸려 나가는 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근데 그거 정말 할 겁니까? 이대로 해도 괜찮아요. 제가 용사님을 보조할 수 있는데요.]그게 어떻게 보조냐.
이대로 토착 신과의 전투에 뛰어든다면 그건 아부부의 전투를 내가 보조하는 정도밖에 안 된다.
목적과 수단이 바뀌면 되나.
[그래도 아깝잖아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거래예요. 엘릭서를 사용하건, 어쩌건 팔은 수복되지 않을 거예요.]“괜찮아.”
[그래도…….]“괜찮다니까.”
나는 거듭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부부는 계속 망설이기만 했다.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잠자코 있던 세레지아가 나섰다.
[빨리 하십시오. 더 기다리기 싫습니다.] [아니, 세레지아 양, 그래도 이건 용사님의 팔이 날아가는 거라고. 세레지아 양도 팔이 검사에게 얼마나 중요한…….] [제 팔 아니니까 상관없습니다.]세레지아는 단호했다.
이건 좀 섭섭한데.
[그리고 용사님이 말했듯 팔 하나를 잃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그렇지.
확실히 세레지아는 나와 사고방식이 비슷하다.
소모값이 크지만, 대가가 그 이상으로 충분한데 거리낄 게 뭐 있겠는가.
팔이 잘려 나갈 때의 고통?
그딴 건 옛날 옛적부터 신경 쓰지 않았다.
팔 하나가 없는 불편함?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예… 뭐 그렇다면야.]아부부가 마음을 굳혔는지 주문을 중얼거렸다.
나는 그 주문을 잘 기억해 두었다.
아직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저건 계약의 주문이었다.
언젠간 배워야 할 주문이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히히덕거리는 목소리로 보아 나를 걱정하긴 했어도 먹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부부의 말이 끝나자 내 왼팔에 붉은 실선들이 거미줄처럼 번져 나갔다.
계속해서 촘촘해지던 붉은 실선들에 의해 금세 내 팔은 붉은색으로 뒤덥였다.
그리고 살을 억지로 뜯어 내는 듯한 격통과 함께 팔이 조금씩 야금야금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물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 만에 내 왼팔이 통으로 사라져 버렸다.
[잘 먹었습니다!]아주 신났구만.
팔은 딱 어깻죽지 앞까지만 사라졌다.
잘린 단면에서 피가 철철 새어 나왔지만, 그동안 쌓아 온 회복력 덕분에 금세 피가 멎고, 살이 아물었다.
팔이 수복되진 않았지만, 이 상처로 더 피해가 커질 일은 없었다.
언젠가 내가 이대로 성장하다 보면 트롤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1, 2층을 공략하던 시절, 매번 구르고 깨지는 것을 반복하다 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트롤과는 비교하기도 힘든 괴물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감상이었다.
푸른빛이 감돌던 아부부의 핵은 이제 붉은빛을 띠게 되었다.
사도로 임명된 데다 내 팔을 먹어 치워서인지 존재감도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 아부부가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천공의 신과도.
저 멀리서 거대한 고함이 들려왔다.
토착 신들이었다.
이전까지는 토착 신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저 그들이 휘두르는 힘의 여파를 보았을 뿐.
하지만 이젠 저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두 토착 신의 모습은 마치 용을 연상케 했다.
동양의 용과 서양의 드래곤을 반씩 섞고, 그 크기를 있는 대로 키워 낸 듯한 모습.
이제 저들이 싸우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토착 신들은 내게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었다.
저 아래에서 죽어 가고 있는 인간들이나 나나 저들에겐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내가 시밤 쾅을 터뜨리건, 이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건 저들에겐 피해가 없을 테니.
신격과 그 이하의 존재 사이에는 그런 차이가 있었다.
누군가가 지금 내게 권총을 쏜다면, 나는 별 피해 없이 총알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모값이 완전한 0은 아니다.
굳이 수치로 매기자면 0.001 정도의 아주 작은 수치 정도이다.
0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하지만 저 신들은 완전히 그 타격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총알과 사격자에게 간섭해 법칙을 뒤틀 수 있으니.
그렇기에 신격을 이룬 존재를 공격하게 하려면 먼저 그와 같은 격을 얻을 필요가 있었다.
동등한 게임을 하기 위해.
[도전자여, 계약은 성립됐다.]천공의 신이 아부부를 통하여 내게 말했다.
기다리고 있던 말이었다.
아부부를 통해 천공의 신의 신력이 내 몸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것은 쾌감이었다.
압도적인.
외부에서 흘러들어 온 힘, 내 것이 아닌 힘이었지만.
이것은 나의 격을 한 단계 위로 올려 주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마저 잊고 흘러들어 온 힘을 느끼며 환호했다.
이해했다.
왜 근원의 괴물들이 그 힘을 얻자마자 자아를 잃고 괴물이 되는지.
더 높은 격의 힘이란 이런 것이었다.
이전까지 자신이 품고 있던 사명과 번민, 기쁨과 슬픔을 모두 저 아래 두고 덮어 버린다.
머리 위로 펼쳐진 장막이 너무나 아름다워 이전까지의 삶을 주저하지 않고 버리게 한다.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했든.
모두 부질없는 과거다.
무의미했고, 무용했다.
지금 여기서 이 힘을 받아들이기 위한 과거일 뿐이었다.
그렇게 과거를 버리며 현재에 잠식되어 간다.
자신 안으로 들어온 힘에 의해 과거를 포기하고 자신을 저버리며 그렇게 힘에게 자신을 통째로 바치게 된다.
너무나 소중하고 귀중한 나의 힘은 곧 나보다 우선순위에 놓인다.
자신의 힘이 아닌, 힘이 곧 자신이 된다.
근원은 그렇게 힘에 먹혀 버린 괴물들이었다.
[목적과 수단을 헷갈리지 마.] [누군가의 무기가 되지 않고자 하면서, 정작 자신이 무기에 휘둘려선 안 되겠지.]전혀 다른 상황에서 들었던 두 신의 조언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조언처럼 들렸다.
두 문장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울렸다.
마치 저 멀리서 큰 종이 치는 것과 같은 울림으로, 반복해서.
이 유혹에 져서는 안 된다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해 주듯.
이건 또 뭔가.
이런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내 머릿속에 메시지를 남겨 둔 걸까.
나는 웃었다.
거 걱정도 팔자다.
[…용사님, 용사님?]“어, 왜.”
[갑자기 대답을 안 하셔서요. 괜찮으시죠?]“당연하지.”
나는 힘에 잡아먹힐 생각이 없었다.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 힘이 얼마나 귀하고, 강력하고, 위대할지라도 그것을 필요에 따라 소모하고 버릴 것이다.
그런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었다.
힘은 내 무기일 뿐이었다.
수단에 잡아먹히기에는 내 목표가 너무 소중했다.
[재밌구나, 재밌어! 네 말대로 너는 수단에 잡아먹힐 일이 없겠구나. 이미 목표에 잡아먹혔으니!]천공의 신이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시 토착 신들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두 신들은 여전히 서로 싸우고 있었지만, 이제 나를 인지했다.
갑자기 나타난 힘의 출현.
당황스럽겠지.
하지만 두 신은 나를 주목하는 대신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라, 계약자여. 천공의 힘이 그대와 함께한다.]오른팔로 영혼검을 쥐고 그것을 횡으로 휘둘렀다.
검의 궤적을 따라 내 힘이 퍼져 나갔고, 그것은 장막이 되었다.
하늘에서 싸우고 있는 신들에게서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한.
하늘에서 떨어지던 불덩이와 얼음이 가로막혔고, 장막 아래서 일어나던 공간과 시간의 왜곡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검을 하늘을 향해 내찔렀다.
광검을 사용했다.
가늘지만 그 무엇보다 뜨거운 불길이 천공을 관통했다.
불기둥은 정확히 두 토착 신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토착 신들은 자신들의 가운데를 꿰뚫은 광검으로 인해 비로소 전투를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거지.
지금 너희가 서로 싸울 때가 아니었다.
나는 팔까지 희생해 가며 이 기회를 만들었다.
두 신이 싸우다 상잔의 기회를 노려서는 계산이 맞지 않는다.
두 신이 온전한 힘으로 내게 덤벼들어 줘야 했다.
[인간?] [인간이 맞는가?] [맞는 것 같다만.]두 신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거대한 울림이었지만, 그 목소리에서는 위엄도, 중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필멸자여, 쓸데없이 힘을 소모시키지 말라. 그것을 내게 넘긴다면 나는 그대에게 이 대륙의 모든 것을 주겠다.] [인간, 저놈의 말을 듣지 마라. 저놈은 분명 힘을 얻는 즉시 그대를 죽일 것이다. 저 믿지 못할 놈이 아니라 내게…….]토착 신들이 뭐라 떠들기 시작했다.
어쩐지 두 사람의 간절한 구애를 받는 레이디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아까는 승자가 얻게 될 트로피 취급 하더니.
물론 두 신의 구애는 내게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시밤 쾅.”
그들에게 대답해 주는 대신, 나는 기술을 사용했다.
하늘을 꿰뚫고 있던 불기둥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