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9
x 29
튜토리얼 2층 (10)
“없엉.”
키리키리는 입가에 하얀 생크림을 잔뜩 묻힌 채 말했다.
2층을 통과하는 데 키리키리의 조언은 정말 큰 역할을 했고 몇 번이나 키리키리에게 제대로 고맙다고 말하기로 다짐했었다.
때문에 그녀를 만나자마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상점창에서 생크림 케이크 하나를 구매해 선물했다.
거의 내 가죽 갑옷과 맞먹는 가격의 초 고가의 케이크였다.
포인트가 조금 아까웠으나 그 아쉬움은 곧 사그라졌다.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진짜로.
두 달여간 내 입으로 들어간 것이 육포와 주먹밥, 물, 혹은 내 피와 살점밖에 없어서일까.
달달한 생크림 케이크의 맛은 정말 미각의 혁명 수준이었다.
옆에 앉아 있는 키리키리는 입가에 크림을 덕지덕지 묻히면서 정신없이 케이크를 먹어 댔지만, 그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맛있으니까!
보기에 귀엽기도 하고.
“방금 전에 뭐라고?”
“없엉.”
“뭐?”
조금 전 키리키리에게 물어본 것은 3층에 대한 팁이었다.
2층에 입장하기 전, 상태 이상 포션의 구매를 추천했던 것과 같이
무언가 도움 될 만한 조언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 없다니깡.”
아니, 이 녀석 말투가 왜 이래.
원래 이랬나?
“해 줄 조언이 없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네가 너무 빨리 성장해서 그래. 그냥 조언은 해 줄 수 있지만 도움이 될 조언은 없어.”
키리키리는 풀어서 잘 설명하는 데 성공한 자신이 자랑스러운지 허리에 손을 얹고서 활짝 웃어 보였다.
음… 그런 거라면 딱히 불만은 없다.
보아하니 3층은 큰 위험 없이 넘어갈 수 있겠다.
그간 나도 내가 빠르게 성장해 온 것을 잘 알기에 바로 납득했다.
“음… 그럼 2회 차에 헬 난이도로 들어온 1층 사람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래?”
내 질문에 키리키리는 고민스러운지 쪼그려 앉아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아슬아슬한뎅. 남은 할당량을 다 쓰면 될지도?”
할당량이라는 건, 질문 기회를 말하는 건가.
무조건 하나의 질문당 하나의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가격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됐어 그럼. 딴 거 물어볼게.”
1층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묵묵부답이다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딱 궁금한 정도다.
이미 없는 사람들이고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나중에 질문 기회가 넘쳐흐를 정도가 되면 물어보자.
그보다 궁금한 그리고 중요한 질문들은 얼마든지 있다.
“음… 그러면 점멸의 보주라는 스킬에 대해서 설명해 줄래?”
“응!”
키리키리는 당당하게 대답하고는 제자리에 쪼그려 앉아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였다.
그리고
어디론가 깡충깡충 뜀박질하며 멀어져갔다.
쟤 또 저러네. 저 똥멍청이.
“키리키리! 마저 설명해 주고 놀아!”
그 말에 키리키리는 뒤로 돌아 다시 내 쪽으로 깡총거리며 달려왔다.
“응! 설명해 줄게!”
그래 부탁한다…….
“점멸의 보주는 느림신의 권능이야!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도전자는 추가 보상 대신에 신의 선물을 받을 수 있어!”
“그리고?”
“참고로 모든 신은 도전자에게 자신의 권능을 선물할 기회를 딱 한 번씩만 가지고 있어! 이 정보는 서비스야!”
그건 내가 물어본 게 아닌데.
어쨌든 유용한 정보다. 나이스 서비스.
저 느림신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권능을 선물하면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나에게 쓴 것이다.
스킬 설명에 쓰여 있던 문구가 조금 이해가 간다.
신과 도전자의 관계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신들이 도전자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전자가 그들에게 보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신들에 대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을 만큼, 그 할당량이라는 걸 얻게 되면 최우선으로 알아내야 할 정보다.
“키리키리 내가 원하는 건 점멸의 보주가 가지고 있는 효과야. 이왕이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응!”
우렁차게 대답한 키리키리는 언제나처럼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설명해 달라니까.”
“3층 대기실로 돌아가면 상태창에서 볼 수 있게 해 뒀어!”
진짜냐.
“진짜냐.”
“응!”
불안하다.
“불안한데. 3층 대기실에 가면 제대로 효과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는 거지?”
“응!”
“으음……. 그러면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도 마찬가지로 그 효과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을까?”
“응! 알았엉.”
너무 시원스레 대답만 하니까 불안하다.
어쨌든 일단은 믿고 넘어가자.
“만약에 3층에 갔는데 제대로 된 설명을 볼 수 없기만 해 봐. 다음번에 봤을 땐 케이크 두 판을 사서 한 입도 안 주고 혼자서 다 먹을 거다.”
“안 됑! 그러지 마!”
키리키리는 빽 소리를 지르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황급히 엉겨 붙는 키리키리를 떼어 냈다.
하는 짓이 조카 녀석 어릴 때랑 다를 게 없다.
크림 묻어, 이 녀석아.
그녀는 쉽게 떨어져 나갔지만, 몇 번이나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아 알았어. 혼자 먹지 않을게.”
키리키리는 그 말에 비로소 달려드는 것을 멈추었다.
얼마 전 관리자의 무력 수준에 대한 정보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커뮤니티에서.
1회 차 당시 관리자에게 덤벼들었던 도전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주 깔끔하게 빈사 상태가 되서 제압됐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약한 거야.
그녀의 근력은 평범한 일반인 수준이었다.
“아, 키리키리. 100층을 클리어하면 현실로 나갈 수 있다는데 사실이야?”
최근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한 화두를 꺼냈다.
물론 대답은.
“안 됑. 아직 말 못 해 줘. 딴 거 물어봐.”
그러겠지.
스킬의 설명도 받았고.
“그럼 그 신들에 대해서…….”
“안 됑. 신들에 대한 정보는 비싸!”
아, 그러냐…….
뭐가 되는 게 없냐.
“그럼 관리자들의 정체에 대해선?”
물론 이번에도 정보의 남은 할당량이 부족하다며 알려 주지 않았다.
“아, 그럼 관문의 완전 정복은 뭐야? 그거 각 층의 마지막 관문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거야?”
“아닝. 정복은 보통 관문의 설계 오류야.”
“설계 오류? 그건 또 무슨 뜻이야?”
“그것도 말 못 해 주징. 헤.”
도대체 그럼 말해 줄 수 있는 게 뭐냐 이 녀석.
아까 다른 걸 물어보라고 했으니.
분명히 그 질문의 할당량은 아직 남아 있을 텐데.
“그럼 오늘 입고 있는 팬티는 무슨 색이야.”
“꺄옹!”
키리키리가 펀치를 날렸다!
위력은 형편없었다!
“프라이버시는 안 됑!
“그런 규칙도 있는 거야? 그 와중에 나름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건가.”
“응! 프라이버시는 비싸거든!”
그 할당량이라는 것만 충분하면 말해 주는 거냐?
그럼 이제 물어볼 것이 뭐가 남았지.
내가 필요한 정보들 중에서도 할당량을 초과하지 않을, 다소 덜 귀중하게 취급될 정보.
“키리키리, 어느 순간부터 내성 스킬 몇 개가 4레벨에서 안 오르는데 이건 왜 이러는 거야? 스킬 성장에 무슨 한계 같은 게 있는 거야?”
“으응, 있긴 하지. 그것도 일종의 설계 오류야. 제한이라고 볼 수도 있고. 하지만 보통 그 스킬의 성장 한계를 볼 수 없는 것이 정상인데……. 그걸 한 회 차 만에…….”
키리키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개를 흔들 때마다 커다란 귀가 같이 흔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설계 오류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아직 그 할당량이라는 거 남았어?”
“아닝. 이제 다 썼엉. 나 이거 먹어도 돼?”
키리키리가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접시 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체리가 있었다.
케이크 한 판에 하나밖에 올라 있지 않았던 체리 토핑이라, 바로 안 먹고 물어본 모양이다.
가정교육 잘 받은 예의 바른 착한 어린이 같다.
아니면 내가 배가 불러 케이크를 안 먹고 있으니 당연히 자신에게 줄 거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안 돼.”
곧바로 키리키리가 징징거리며 달려들어 엉겨 붙었다.
“그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먹기로 하자. 가위바위보 할 줄 알아?”
“응!”
“가위바위보!”
졌다.
이 녀석, 가위바위보를 하기 전부터 내내 가위를 쥐고 있어서 마지막에 바꾸려나 보다 했는데.
그대로 가위를 내 버렸다.
“삼세판.”
키리키리가 또 달려들려 했지만, 케이크를 산 건 나니까 룰은 내가 정한다는 억지로 밀어붙였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역- 전-!
이 녀석은 시작 전에 뭘 낼지 미리 다 보여 주니까 질 수가 없다.
어지간히도 체리가 먹고 싶었는지 키리키리의 저 커다란 눈동자에 서러운 눈물이 맺힌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물어보지 말고 그냥 먹지 그랬니.
손을 뻗어 체리를 집어 들자 망연자실한 얼굴 위로 눈물이 떨어진다.
비열한 악당처럼 웃으며 체리를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어 보이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와중에도 동공이 체리를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음. 이거 어린애 사탕 뺏어 먹는 기분이군.
좋은데?
하하하하.
이대로 체리를 날름 삼켜 키리키리를 울려 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그녀를 섭섭하게 대하는 건 좋지 않다.
그녀는 분명 정보의 제공과 그 자격에 대해 성장 가능성과 성과 그리고 자신의 호의를 언급했다.
큼큼.
“자 그동안 키리키리가 이런저런 정보를 잘 설명해 줘서 감사의 의미로 주는 거야. 앞으로도 열심히 해라.”
“응! 열심히 할게!”
우렁찬 대답과 함께 소중하다는 듯 조심스레 체리를 받아 든 키리키리는 곧 체리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언제 눈물을 흘렸다는 듯 헤실헤실 밝은 얼굴이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또 보자.”
내가 간다는 말에 키리키리가 깡충깡충 뛰면서 배웅했다.
“빨리 와! 또 케이크 사 줘!”
아 케이크가 목적이었냐.
“아까 말한 스킬 설명이 잘되어 있으면 또 사 줄게.”
“응. 잘 가!”
기운차게 대답하는 것을 보니, 스킬 설명에 대해선 나름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불안함이 다소 누그러진다.
방방 뛰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키리키리를 보니 왠지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누군가 배웅을 해준다는 게 기쁜 걸까.
아니면 저 모습이 귀엽게 보여서일까.
밝게 웃고 있는 저 얼굴에 잔뜩 묻은 생크림에 대해 알려 줄까 하다가
그냥 손을 들어 인사하고 포탈 위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