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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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
‘…오후 4시경, 서울 시내 상공에서 발생한 폭발에 의한 피해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최소 7천여 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아직까지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서울역 인근 빌딩의 외벽과 내부가 크게 손상되었으며, 이에 따른 재산 피해는…….’
뉴스는 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병원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병원 내부 전경에 사람들이 아주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왜, 뭐, 왜.”
나를 퀭한 눈으로 보는 김민혁에게 물었다.
뭐.
“야, 저거 다 보험금 사기꾼들이야. 내가 사람들 안 다치게 잘했어. 해 봐야 좀 긁힌 정도지.”
진짜였다.
나는 폭발을 일으키면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했다.
설마 내가 그걸 실수했을까.
“진짜로? 폭발만 일으킨 거고, 사람들은 안 다치게 했다고?”
김민혁이 재차 물어 왔다.
못 믿는 눈치였다.
“어, 진짜로.”
순간 빡치긴 했지만, 그냥 폭발로 놀라게 하는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겸사겸사 더러운 공기도 좀 멀리 밀어내고.
솔직히 짜증도 났고, 빡치기도 했지만 그냥 한번 봐줬다.
첫날이기도 하고.
“오, 네가 웬일이냐.”
소파에 앉아 구비되어 있던 만화책을 보던 호치가 말했다.
웬일은 무슨.
“역시 고향이라 그런 건가?”
영감이 물었다.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초장부터 피 보면 그게 더 귀찮아질 것 같아서 그렇지.
별일 없이, 조용히, 자연스럽게 일이 풀렸으면 했다.
“좋다, 그런 상냥한 자비는 인간들의 우러름을 이끌어 내지.”
할멈이 말했다.
그것도 아닌데.
지구의 인간들은 아까 있었던 폭발로 위협과 공포를 느끼면 느꼈지, 내 자비를 생각하진 못할 것이다.
할멈과 영감은 처음부터 별격의 존재로서 존재하며 인간들을 다스렸기에 저렇게 말하는 거다.
김민혁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방에 그와 같은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존재는 없었다.
“그래, 뭐, 사람은 안 죽었다니까…….”
결국 김민혁은 그렇게 넘어갔다.
그때, 뉴스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이 희뿌옇게 변했다.
병원 복도로 급하게 이송되는 응급 환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라붙어 있었고, 병원 복도에 빽빽한 사람들에게 비키라고 소리치며 환자를 급히 호송하고 있었다.
화면 속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지만, 온몸에 감긴 붕대와 드문드문 보이는 혈흔 덕에 위급한 상태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김민혁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람은 안 다쳤다며.”
“쟤네는 빼고.”
쟤네는 그냥 넘어가 줄 수가 없었다.
싸가지 없는 것들.
기자면 다인 줄 아나.
김민혁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중환자들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체념한 듯한 모습으로 ‘뭐, 몇 명 정도면 괜찮지.’ 하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냐. 그때 조용히 넘어갔으면 오히려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어. 내가 그러려고 열심히 조직을 꾸려 놓은 건데.”
김민혁은 이 일을 구실로 삼아 더 귀찮아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뭐 어쩌겠어. 나를 기물 파손 혐의로 감옥에라도 넣으려 할까? 무슨 방법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몇 번 더 터뜨려 주면 사람들도 자연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걸.
영감과 할멈이 사막과 설산의 인간들과 달랐듯.
* * *
상황은 이호재의 예상대로 돌아갔다.
서울역에서 벌어진 사태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았다.
일개 각성자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한 대사건이었다.
이전에도 몇 번 있었던 일이었다.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각성자가 난동을 부리는 일은.
사람들은 이번 일도 그런 각성자의 난동 정도로 여겨졌다.
속보를 통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당황했고, 분노했다.
가뜩이나 각성자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던 상황에서, 이 사건은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박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박민은 튜토리얼에서 실제로 이호재를 만나 본 적도 있었고, 자경단과도 제법 밀접한 관계를 맺었었다.
이호재의 성격상, 거슬리는 게 있으면 당장 치우려 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거기다가 그냥 폭발을 일으킬 줄은 몰랐지만.
사실 더 좋았다.
사무실에서 거대한 폭음을 듣고 박민은 설레었다.
서울역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듣자마자 속으로 환호했다.
서울역의 포탈 구동 소식을 듣자마자 바쁘게 움직인 보람이 있었다.
그는 당장에 협회 인원을 파견할 준비를 했다.
이호재를 구속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협회의 전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야 했다.
하지만 이 일을 빌미로 우위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박민은 그 우위를 토대로 격차를 계속 유지하고 더 벌려 나갈 자신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각성자의 관리에 더 관심을 쏟을 것이다.
연예인에서 자국의 강력한 무기로,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폭탄으로 전락한 각성자들을 통제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 방법은 협회가 될 것이다.
박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협회의 힘과 영향력을 증대시킬 계획들이 어지러이 펼쳐졌다.
행복한 고민이었다.
다시 한 번 크게 발돋움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열심히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던 박민을 진정시킨 건 뉴스의 자료 화면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서울역의 정확한 참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파먹은 생선을 시커멓게 태운 듯한 몰골을 하고 있는 서울역 인근의 빌딩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박민은 저게 영화에 나오는 CG가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해야 했다.
빌딩의 꼬라지는 그만큼 기괴했다.
처참하게 파괴되었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저 와중에도 쓰러지지 않고 서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했다.
저게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한 거라면, 빌딩의 설계를 담당한 건축가들이 신이 내린 천재이든, 자신이 알고 있는 물리 법칙들에 무언가 오류가 있든 둘 중 하나는 확실해 보였다.
그런 건물들이 서울역을 중심으로 계속 이어졌다.
가로수는 모두 불타 버렸고, 도로는 지진이라도 일어났는지 울퉁불퉁 일어나 있었다.
“…사망자는 몇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저런 폭발이 일어났는데,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서 병원에 모여 있을 수 있다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반파되었음에도 멀쩡히 서 있는 빌딩들처럼 사람들은 지나치게 멀끔했다.
“협회장님, 1팀 준비됐습니다. 출발시킬까요?”
문을 열고 들어온 이성은 팀장이 말했다.
“아니!”
박민은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봐.”
마침 뉴스 화면이 돌아가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발생한 폭발을 멀리서 찍은 영상이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업로드된 영상이라는 앵커의 말과 함께 시작된 영상은 서울의 전경을 멀리서 담고 있었다.
잠시 후, 폭발이 발생하는 장면이 나왔다.
마치 번개가 치듯, 한순간에 나타난 빛의 폭발은 다시 한순간에 사그라져 자취를 감추었다.
“…1팀 출발하지 말라고 해. 취소야.”
이성은 팀장은 대답한 뒤 급히 문을 닫고 방에서 나갔다.
다시 혼자가 된 박민은 같은 영상이 반복되는 뉴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뭐야… 저게 도대체…….”
* * * * * *
“숙소는 괜찮지?”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혁이 준비해 준 숙소는 서울 교외의 저택이었다.
공기도 좋지 않았고,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장점이 있었다.
일행을 위한 다양한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호치를 위한 소설책과 만화책들이었다.
예전에 호치에 대해 이야기했던 걸 기억하는지, 서점을 통째로 옮겨 온 듯한 분량의 책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간식이나 먹을 것도 많았고.
간단한 오락 시설도 여럿 준비되어 있었다.
왜 있는지 모를 잡동사니들도 한가득이었는데, 용용이가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호치는 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고.
세레지아는 그 옆에 앉아 간식을 까먹고 있었다.
태생이 비슷한 둘이라 그런지 하는 짓도 비슷했다.
용용이는 자기 방으로 정한 방에 잡동사니를 모아 놓고 혼자 놀고 있었고.
영감과 할멈은 거실 구석에서 뭐라고 속닥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저 둘은 같이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지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어쨌든 일행이 숙소를 마음에 들어 하니 나도 그런대로 만족이었다.
“그럼 아까 했던 얘기 말인데.”
“뭐, G급?”
숙소로 오면서 김민혁은 G급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문제가 있다고.
나는 사실 G급에 대해 별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다른 괴물들과는 달리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G급의 정체가 완성자의 하수인이나 그 하수인이 운영하는 근원 추출기라고 추측했고, 키리키리는 그런 내 추측을 긍정했었다.
문제라고 하면 문제일 수 있지만, 급한 문제는 아니었다.
“평양에 G급이 나타났어.”
“평양에?”
내가 기억하기로 평양에는 G급이 없었는데.
“새로 생겼어, 최근에.”
김민혁이 부연했다.
최근 느닷없이 나타난 G급의 영역이 경기도 남부까지 닿았으며, 그 사실 때문에 토벌이 진지하게 논의되는 중이라는 것까지.
“준석이가 근처에서 경계 중이야.”
그것 참 이상한 일이었다.
새로 G급이 생긴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지구에서 근원 굴착이 너무 잘되다 보니, 빨대를 하나 더 꼽았나 보다,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하필 서울 위의 평양이지?
89층을 아주 열심히 공략했던 호치에게서 나는 다양한 정보를 들었다.
추출기를 중심으로 한 던전의 운영에 대해.
사람이 많은 곳에 던전을 세우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오히려 산간 오지에 자리 잡는 것이 낫다.
실제로 지구에 있는 G급 대부분이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오지에 존재한다고 들었다.
“없는데?”
하지만 평양 인근에, 내 인지에 걸리는 던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없다고? 그럴 리가. 정보의 출처도 확실하고, 준석이도 몇 번 확인했어.”
김민혁의 말에 다시 한 번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평양 인근을 배회하고 있는 이준석을 찾을 수 있었다.
저놈, 저거 수준이 왜 저래.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약한 이준석을 무시하고 탐색을 계속했다.
확실히 걸리는 게 있었다.
“있네. 근데 저거 완성자인데?”
“완성자? 그게 뭔데?”
“있어, 아무튼.”
어떻게 하긴 해야겠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용용이가 푯, 하고 나타났다.
“내가 갈게!”
“그럴래?”
갑자기 나타난 용용이 때문에 ‘으헉’ 하는 소리를 내며 놀라는 김민혁을 무시하고 물었다.
용용이는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조심해야 하는데.”
“잘 잡아 올게!”
그렇다면 안심이었다.
“그래, 혹시라도 죽이면 안 된다.”
“응!”
기운차게 대답하는 용용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혹시 모르니까 세레지아하고 같이 가. 세레지아?”
소파에 앉아 초코파이를 까먹고 있던 세레지아는 그 모습 그대로 눈만 돌려 나를 째려보았다.
귀찮게 왜 그러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구에 처음으로 용용이를 풀어놓는 만큼 만전을 기하고 싶었다.
세레지아는 내가 말을 철회하지 않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손에 든 초코파이를 입에 털어 넣더니 검으로 변해 버렸다.
검으로 변한 세레지아는 소파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칼날이 부딪히자 금속 깨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자기는 움직이지 않을 테니, 필요하면 알아서 들고 다니라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아주 강력하고 나태한 의지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구석에서 영감과 열심히 애정 표현 중이던 할멈을 불렀다.
“할멈, 용용이랑 같이 가 줄래? 혹시 모르니까.”
“응? 내가 필요한가?”
할멈은 그렇게 되물었다.
왜 우리 일행은 다 이렇게 게으른 거지.
“용용이의 첫 외출이니까, 어른이 함께 가 주면 좋겠는데.”
용용이는 자신을 애 취급 하는 것이 불만스러운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번에는 할멈도 흔쾌히 수락했다.
“나도 가겠다!”
영감이 언제나처럼 큰 소리로 외쳤다.
“응, 안 돼. 영감은 좀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다 때려 부수면서 사고 칠 거잖아.”
옆에서 김민혁이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마치 ‘…너는?’ 하는 그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무시했다.
대신 그에게 부탁을 하나 하기로 했다.
“무슨 부탁?”
“찾아야 할 사람이 몇 명 있어.”
“누군데? 일반인이야?”
각성자였다.
품에서 쪽지를 꺼냈다.
하나, 둘, 셋, 너이… 일곱.
많기도 해라.
쪽지를 김민혁에게 건네주었다.
사실 나는 이 이름들 하나하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내가 까먹을 때를 대비해 이렇게 메모해 두었다.
“정원식? 누군데, 이 사람들?”
“어, 내가 튜토리얼 클리어하자마자 찾아가겠다고 약속한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