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0
x 30
튜토리얼 3층 (1)
[떨어지면 죽는다. 조심해] [네?] [떨어지면 죽는다고]* * *
[튜토리얼 3층 대기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회 차 23일. 23시 22분]1층 2층과 별다를 것 없는 풍경의 3층 대기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역시 스킬이다.
[점멸의 보주(Lv.Max)]설명 : 끈기 있고 인내하는 자를 총애하는 느림 신이 그녀의 사도가 될지도 모르는 도전자를 위해 선물한 권능의 일부이다.
느림 신의 권능을 선물 받은 자가 훗날 그녀를 외면한다면 그녀가 크게 토라질지도 모른다.
서둘러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느림 신은 조작된 시간의 세계 속에서 사물을 눈 깜짝할 새에 이동시킨다.
다섯 번 연속으로 일정 거리를 도약할 수 있다.
도약을 모두 사용한 후에는 5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갖는다.
시전 시 보주의 주인인 느림신 본인의 신성력을 소모하기에 시전자 본인의 마나와 정신력 혹은 신성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종의 이동 스킬이었다.
아니 느림신의 권능인데 이동기라니.
느림신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인상에 대비된다.
저 ‘도약’의 거리와 속도에 따라 스킬의 스펙이 달라질 것 같다.
도약의 성능에 대해선 시험을 해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이동기라는 것 자체로 큰 메리트가 있다.
이동기는 보통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전투에 있어 활용도가 높다.
사용 시 마력이나 정신력, 그리고 스킬 설명에 언급된 신성력까지, 그 무엇도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게다가 5번에 한해서 연속 사용까지 가능하다.
사기 스킬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자 성능 테스트를 시작하자.
* * *
음… 이걸 뭐라 말해야 하지?
개사기? 씹사기?
평범한 오버 파워 수준이 아니다.
여태껏 겪어 왔던 헬 난이도의 수준을 생각해 봐도 이 스킬은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수준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게임에 이런 스킬이 있었으면 패치해서 너프시키라고 유저들이 게임사를 들들 볶았을 것이다.
물론 스킬이 너무 좋아서 싫다는 건 아니고.
좋다! 행복하다!
세상에 자타공인 재수 옴 붙은 인생인 내게 이런 행운이라니.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점멸]점멸을 사용하자 3, 4미터 정도 떨어진 전방으로 이동했다.
거리도 조금씩 조절이 가능했다.
대쉬 수준의 이동이 아니라 순간 이동, 내지는 블링크에 가까운 이동기다.
정말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한다.
고오급 시계 게임에 등장하는 어느 캐릭터의 주력 스킬과 상당히 흡사하다.
거의 빛의 속도에 근접한 게 아닐까 싶은 속도다.
게다가 지나치게 빠른 이동 속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지점에 도착하는 즉시 이동하던 운동 에너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사뿐히 착지할 수 있다.
활용법이 무궁무진하다.
달리고 있던 중, 혹은 밑으로 떨어지고 있던 중, 이 점멸 스킬을 사용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운동에너지까지 사라지고 목표 지점에 안전하게 착지한다.
최소한 낙사에 대한 위험은 완전히 없어졌다.
이동 경로 사이에 장애물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증이 일자마자 대기실 구석에 있던 침대를 대기실 중앙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침대 너머를 향해 점멸을 사용해 보았다.
쾅! 우당탕탕!
침대에 다리를 부딪치고 그대로 몇 미터를 데굴데굴 굴렀다.
머리를 또 바닥에 박았는지 골이 띵하다.
다리는…….
으스러진 뼈가 겉으로 드러났다.
대기실 내부였기에, 금방 회복되었으나 제법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장애물이 있을 때는 섣불리 사용하면 안 되겠다.
통증의 잔상이 남아 종아리가 얼얼했다.
혹시 이 속도를 이용해 적을 공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점멸의 이동 속도를 이용한 공격은 일단 봉인해 두자.
아직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가 아니다.
튜토리얼에서 별의별 일을 다 겪어 왔지만 이렇게까지 비현실, 비과학적인 스킬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익숙하게 사용하려면, 연습이 좀 필요할 것 같다.
3층에선 이 점멸의 사용에 익숙해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자.
그리고 키리키리가 설명을 약속한 또 하나의 스킬,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의 정보를 열람했다.
[바람 정령의 가호 Lv.1]설명 : 이제 막 태어난 바람 정령의 가호가 당신과 함께합니다.
민첩 +10
1단계 :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숲의 축복 효과를 받습니다.
2단계 :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가속 효과를 받습니다.
3단계 : ????
이렇게 정리되어 나타나니 이해하기 쉽다.
숲의 축복은 몸놀림이 가볍고 날래지는 효과일 테고, 가속은 말 그대로 가속 효과.
3단계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알았다.
키리키리에게 설명을 부탁했던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어느새 수면 시간이다.
오늘은 이만 수면을 취하도록 하고, 내일 3층을 진행하면서 점멸 스킬의 활용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
* * *
[이호재, 3층 : 아니 진짜라니까. 그러다 너희 때문에 3회 차에 들어온 사람들이 내 말 안 믿다가 또 다 죽으면 너희가 책임질 거냐?] [이호재, 3층 : 아니 시발. 내가 뭘 어떻게 누구한테 증명을 해. 빡대가리들아. 헬 난이도에 나밖에 없는데.]커뮤니티에선 여전히 내 말을 못 믿고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나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오해를 풀지 않으면 다음 회 차에 입장할 사람들이 내 정보를 믿지 않을 거다.
[김상식, 4층 : 근데 이거 좀 믿어볼 만한 게, 지금 헬 난이도에 입장한 사람이 10명인데 그중에 쟤 빼고 아무도 못 살아남음.] [이기준, 3층 : 그러니까 저 새끼가 구라치면 다 속을 수밖에 없잖아.] [김상식, 4층 : 그러니까 쟤가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입증을 못 하지.] [이명선, 2층 : 헬 난이도라니. 이름만 들어도 살벌하지 않냐? 왜 하드 난이도 다음이 헬이야. 보통 익스트림이나 뭐 그런 난이도가 나와야 할 차례 아니냐?] [이진석, 1층 : 난 저 사람 말 믿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저 사람 빼고 다른 헬 난이도 사람들 전부 다 1층 초입에서 죽었음. 내가 자는 시간 말고는 계속 커뮤니티 틀어 놔서 아는데. 분명히 그 사람들 첫 함정에서 다 죽음.]커뮤니티에선 언제나처럼 갑론을박이 계속된다.
그래도 처음 헬 난이도의 정보를 공개했을 때보단 내 편을 들어 주는 의견들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나 외에는 아무도 헬 난이도에서 살아남지 못하자, 내가 올린 헬 난이도 함정들의 정보가 사실이 아닐까 싶은 모양이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이 내게 일대일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표 연합으로의 초대]안녕하세요? 이호재 님. 다름이 아니라 이호재 님의 헬 난이도에서의 놀라운 활약상을 보고 감탄해 이렇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원하신다면 저희 대표 연합의 조직 개요와 목적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이호재 님이 저희 대표 연합의 일원으로서 뜻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
이창석.
뭐야, 이건.
대표 연합이라.
최근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개중 친목이나 파벌 비슷한 것이 생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상위권 도전자들의 모임인가?
이창석. 이창석이라.
상위권 도전자 중에 이창석이라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단순히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위권 도전자일 수도 있지만.
음…….
일단은 보류다.
저 대표 연합이라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면 커뮤니티 내의 내 입지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지만 아직 저 대표 연합이라는 곳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들어본 적도 없고.
그리고 헬 난이도에 혼자 남겨져 있는 나는, 기본적으로 저 사람들과 겹칠 일이 없다.
일단은 두고 보자.
인벤토리에서 컵을 꺼내 치유의 샘물을 퍼 한 모금 마셨다.
자 이제… 어쩐다.
[2회 차 25일. 14시 35분]3층 공략을 시작한 지 이틀째, 치유의 샘물까지 상처 없이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두 번이나.
어제 처음으로 이 치유의 샘물 앞까지 도달했을 때는 점멸 스킬의 위대함에 도취해 느림신을 찬양했었다.
[모험의 신이 속상해합니다.]어디 사는 누구 씨는 속상했는지 몰라도 나는 행복했다.
여하튼 이대로라면 3층에서 전혀 성장할 수 없을 듯해 오늘은 점멸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3층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도 아무런 상처 없이 치유의 샘물 앞까지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스킬 레벨은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3층 함정의 테마는 트릭이었다.
일정한 패턴 속에 트릭을 숨겨 도전자를 위험에 빠트린다.
청각을 혹은 시각을 속이거나
일정한 패턴을 대놓고 보여 준 다음, ‘이번엔 당연히 이게 나오겠지.’ 하는 안일함을 찌른다.
예를 들어, 조금 전 지나온 함정은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닥에 검은 돌과 하얀 돌을 체스판 형식으로 늘어놓았다.
그리고 검은 돌을 밟으면 함정이 발동해 독화살이 미친 듯이, 말 그대로 정말 미친 듯이 쏟아진다.
하얀 돌을 밟으면서 지나가면 무사히 통과.
하지만 마지막 줄은 검은 돌을 밟아도, 하얀 돌을 밟아도, 함정이 발동된다.
결국 도전자는 어쩔 수 없이 화살 함정을 돌파해 내야 한다.
나 또한 마지막 줄에서 하얀 돌을 밟았음에도 화살이 쏟아지자 상당히 당황했었다.
그리고 그냥 전투 집중과 점멸을 사용하고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구간을 돌파해 냈다.
두 번째 시도 때는 점멸을 쓰지 않았지만 날아오는 궤도와 순서를 외우고 있었기에 그냥 피할 수 있었다.
트릭에 속더라도 벌칙으로 나타나는 함정을 그냥 피해 낼 수 있다면 위험할 일이 없는 것이 이 3층이었다.
키리키리가 3층에서 도움이 될 조언은 없다고 단언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 해도, 지나치게 쉬운 감이 없잖아 있는데.
쉬어가는 스테이지인가?
본래라면 이 스테이지에서 함정 발견이나 감지 함정 해체 등의 유틸 스킬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보통 RPG 게임에서 도적이나 모험가가 얻게 되는 모험, 혹은 던전 스킬들.
하지만 어떻게든 새로운 스킬을 얻어 보겠다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정말 아무런 스킬도 얻을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시간 낭비가 계속된다.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
3층의 보스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