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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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9)
이준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지구에서 가장 당황하고 있을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고.
평양에 G급이 나타나고, 이준석은 그 근방에 머물며 G급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제대로 G급을 감지해 낼 수 있는 사람이 그밖에 없었거니와, 여차했을 때 G급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도 있는 사람도, 빠르게 서울에 그 소식을 알릴 수 있는 사람도 그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준석은 며칠간 평양 주변을 맴돌았다.
이호재가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나왔다는 건 들었다.
역시 튜토리얼이 정지되었던 건, 이호재가 나오면서 발생한 자잘한 문제 중 하나였구나 하고 넘어갔다.
이준석의 머릿속에서 이호재는 무슨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호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준석은 평양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이호재는 이호재였고, G급은 G급이었다.
게다가 평양 근처엔 아직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었다.
특히 휴전선과 인접한 개성 근방에는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혹시라도 이준석이 자리를 비운 사이, G급이 남하를 개시하면 그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가 버린다.
그저 김민혁이 있으니, 이호재를 곧 이곳으로 보내 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다릴 뿐이었다.
이호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후, 이준석은 G급 공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저걸 처치할 수 있을까.
일전에 김민혁에게 G급은 이호재가 나와도 잡기 힘들 거라는 말을 했던 것은 그의 진심이었다.
물론 이호재라면 어떻게든 G급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도 G급을 죽이는 것에만 집중하면 가능할 것 같기는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피해였다.
G급이 가지고 있을 거라 추정되는 힘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저 괴물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힘을 쓰면, 평양과 서울은 물론 중국에까지 그 파장이 닿을 것이다.
평양에 자리 잡은 G급의 영역에 맞닿은 도시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퇴치하는 G급인데, 정작 그 사람들이 다 죽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이준석은 누구보다도 서울 포기를 주장했었다.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일부를 포기하는 것만으로도 G급의 영역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G급은 자신의 영역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호재가 나왔다.
그의 성격상, 평양의 G급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퇴치하려 하겠지.
그 퇴치 과정에서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어쩌면 이호재는 그 피해를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준석 본인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양 상공을 날아다니며 비행을 거듭하고 있는데, 무언가 날아와 그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준석은 기겁하여 몸을 흔들었지만, 등에 달라붙은 것은 떨어지지 않았다.
“귀여워!”
등 뒤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
갑자기 기습을 허용했다는 생각에 철렁하기도 했지만, 등 뒤에서 나는 앳된 목소리에 의아함이 들기도 했다.
“용용아, 그거 아니다.”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엄격함이 짙게 묻어나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이준석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응!”
다시 앳된 목소리가 들렸고, 등 뒤에 달라붙어 있던 것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준석을 그대로 지나쳐 날아가 버렸다.
평양을 향해.
이준석은 기겁해 그들을 쫓아갔다.
곧 평양 중심지에서 무언가에 압착되고 갈려 나간 듯한 시체 하나와, 그 곁에서 울고 있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달래 주고 있는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
“준석아. 내가 G급을 못 잡을 거라 그랬다며.”
“아, 형 그게요. 그… 네. 죄송해요! 살려 주세요!”
이준석은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솔직히 말했으니까, 한 번 살려 준다.
이준석은 들어오기 전에 김민혁에게 설명을 들었는지, 일행을 보고 크게 당황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면, 평양에서 이미 당황스러운 꼴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준석은 저게 뭐냐느니, 믿을 수가 없다느니 하는 말을 하며 호들갑 떨지 않았다.
수용이 빨라서 좋았다.
“준석아.”
“네, 형.”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준석을 보며 턱을 긁적였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되나.
모르겠다.
그냥 솔직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너 왜 이렇게 약하냐.”
순간적으로 이준석의 얼굴이 샐쭉해지는 것이 보였다.
뭐, 어쩌겠는가.
사실인데.
“너 레벨이 몇이라고 했지?”
“201이요.”
201이면 충분히 높잖아.
내가 60층에 갇히기 전보다도 높잖아.
그런데 너무 약했다.
“너 레벨 업 어떻게 했어?”
“레벨 업이요? 레벨 업을 어떻게 했냐니요?”
“201레벨로 레벨 업하기 전에 몇 레벨이었어?”
이준석은 잠시 눈을 데룩데룩 굴리다가, 대답했다.
“당연히 200레벨에서 레벨 업했죠.”
맙소사.
200레벨에서 201레벨로 레벨 업한 거라고?
“그럼 200레벨 전에는?”
“그야… 물론 199레벨이었죠.”
헛숨을 내쉬었다.
내 경우에는 100레벨 이전에 레벨이 아예 정체되어 있었다.
그러다 레벨을 잊고 지내다 가끔 확인하면 50레벨씩 올라가 있었다.
키리키리는 내가 어느 수준을 넘어섰다 판단한 시스템이 그때마다 내 수준에 맞게 레벨을 갱신하는 것이라 설명했었다.
하지만 이준석의 경우에는 그런 게 아니라, 정말 1레벨씩 하나하나 201레벨까지 올려 버린 모양이다.
이걸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201레벨이면 정말 더럽게 레벨이 안 올랐을 텐데, 그걸 하드 난이도 91층을 죽어라 반복 도전하면서 올렸다는 거다.
이거 아주 노가다의 화신이 따로 없네.
이준석은 무언가 잘못되었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거면 진작 나한테 조언을 구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 녀석은 예전에 쓸데없이 나에게 경쟁심을 가져 무언가를 따로 물어본 적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라고 201레벨까지 노가다를 했을 그의 개고생을 생각하니, 절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준석아, 조만간 시간 좀 내라.”
“예? 예. 그럴게요.”
나중에 호치 녀석 훈련시킬 때, 이 녀석도 같이 굴려 줘야겠다.
내가 아는 이준석은 꽤나 향상심이 높은 녀석이다.
호치 녀석이 보고 배울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날 훈련시키니 마니 하는 거냐.]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던 호치 놈이 말했다.
무시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을 가만 냅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험한 세상에 자기 호신 정도는 하게 만들어 놔야지.
김민혁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이준석을 불렀다.
할 얘기가 있는 모양이다.
가보라고 말해 놓고 다시, 용용이와 사마귀 완성자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용용이는 신나서 사마귀 완성자를 여기저기 만져 보고 들여다 보고 하며 좋아하고 있었다.
완성자는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들바들거리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용용아.”
“응.”
“이제부터 용용이가 키울 거니까, 저 녀석 집도 용용이가 만들어 줘야겠지?”
용용이는 내 물음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들어 올게!”
용용이는 그렇게 말하며 숙소 2층의 자기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사마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야, 가까이 와 봐.”
“카락. 카라락.”
사마귀는 자신이 정말 사마귀라도 된 듯 양, 괴성을 내뱉었다.
“인간 말 써라. 날개 뜯어 버린다.”
“옙.”
이 녀석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우선은.
“너 왜 인간 모습이랑 사마귀랑 섞였냐? 원래 인간이었나?”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여기 사는 종족들 모습을 흉내 낸 겁니닷.”
또박또박 대답을 잘했다.
싹싹한 녀석이었다.
“그럼 그 사마귀 앞다리하고 날개는 뭐야.”
“이건 그… 제 아이덴티티랄까…….”
“헛소리하지 말고 인간 팔로 바꿔. 보기 싫으니까.”
“옙.”
사마귀 완성자의 사마귀 앞다리가 사람의 팔과 손으로 바뀌었다.
그것만으로도 훨씬 보기 좋았다.
왜 평범한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하고서 사마귀 팔을 붙이고 다니는 거야.
“날개는 내버려 두면 안 될까요……?”
“그러던지.”
날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지금부터 몇 가지 물어볼 거야. 그 질문에 네가 얼마나 성실히 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많은 게 달라질 거다.”
“저… 그럼 절 살려 주실 건가요?”
“당연하지. 살려 주긴 살려 줄 거야. 아까 말했잖아. 내 아들 애완동물 삼을 거라고.”
사마귀는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용용이 애완동물이 되면 반드시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 * *
나는 사마귀는 쓸 만한 정보를 말해 주면 그냥 풀어 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사마귀를 구슬렸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자유에 대한 열망에 가득 찬 사마귀는 꽤나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몇 년 전에 미국에서 난리 쳤던 게 너라는 말이네.”
“옙.”
미국에 나타났었다는 G급은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대도시 근해에 나타났다는 점도 그랬고, 퇴치 이후에 괴물의 사체나 흔적이 남지도 않았다.
그저 미국이 처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을 뿐이었다.
그 때문에 미국이 사실은 괴물과 타협했다 혹은 비밀리에 핵미사일을 쏟아부었고, 전사한 각성자들은 사실 괴물이 아닌 핵 때문에 사망했다.
그도 아니면 애초에 그곳에 G급 괴물은 없었다, 등등 다양한 음모론이 있었다.
그런 음모론들은 튜토리얼 안에까지 들려오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 사마귀의 말을 들어보니 당시의 정황이 딱딱 들어맞았다.
사마귀는 자신이 처음 정신을 차린 것이 미국 동부 해안이었다고 한다.
수많은 함대와 각성자들과 해상전을 벌이던 도중에.
80층에서 보았던 지네 괴물이 생각났다.
그 괴물은 용용이와 호치가 던져 준 힘을 집어먹다가 그 자리에서 완성이 되었다.
이 사마귀 녀석도 거의 그릇이 차 있던 상황에, 각성자들과 미국 해군들을 잡아먹다가 전투 중에 완성이 된 모양이었다.
“그러고는?”
“달아났죠. 막 새로 태어나서 정신도 없는데, 뭐가 펑펑 터지니 너무 어지러웠어요.”
그대로 미국 동부 해안을 벗어난 사마귀는 인간들 틈에 섞여 살아 왔다고 한다.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사, 아니 충생사였다.
“다른 완성자들 찾아 가 볼 생각은 안 했어?”
“어휴. 아휴.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가 봐야 제가 잡아먹히기밖에 더하겠어요?”
맞는 말이었다.
사마귀는 이제 막 태어난 완성자다.
그 힘을 원하는 자는 얼마든지 있다.
“여기는 신들도 못 찾아오고, 완성자들도 직접 나타나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행성에 박혀서 조용히 살아 보려고 했죠.”
가능하다면 조금씩 힘을 키우면서 말이지?
이해했다.
사마귀 입장에선 지구야말로 더없이 안전한 곳이었겠네.
“근데 너 신이나 다른 완성자들은 또 어떻게 아냐?”
“제가 괴물이었을 때의 기억이 있거든요.”
사마귀는 자신이 이지가 없던 괴물이었던 시절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자신을 이 행성에 밀어 넣었던 다른 완성자에 대해서도.
“그 모바일 게임에서 적 진형 여기저기 병사들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저같이 덜 여문 괴물들을 막 투입시켜서 혼란을 야기하는 거죠. 완성되기 전에도 지구인들 능력으로는 죽이기도 힘들었으니까요.”
이거 도움이 많이 되겠는데.
완성자들이 어떻게 병력을 관리하고 투입하는지, 그 장소는 어딘지 알아낼 수 있다면.
마음속으로 사마귀의 가치를 상향 조정했다.
“어. 맞아. 나도 그 방법 썼었어. 저번에 너한테 줬던 게이트 생성 아이템도 그런 것 중 하나고.”
옆에서 듣던 호치가 첨언했다.
호치는 완성자의 하수인으로서 던전을 관리하는 스테이지였던 89층을 꽤나 즐겁게 공략 했었다.
가만히 있던 사마귀는 호치의 말에 눈이 커다래졌다.
“…호, 혹시 완성자세요?”
호치는 사마귀의 말을 무시했다.
나는 그보다 궁금한 것이 있었다.
“너 근데 핸드폰도 있냐?”
방금 모바일 게임 운운했던 거 같은데.
“그럼요. 인간들 사이에서 사는데 핸드폰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음… 줘 봐.”
사마귀는 자신의 핸드폰을 애지중지하는지 꺼림칙해했지만, 약간의 협박을 곁들이자 대번에 핸드폰을 내게 바쳤다.
“…잠금 번호.”
사마귀는 핸드폰의 잠금 번호를 풀고 다시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핸드폰을 받자마자 전화번호부를 누르고 들어갔다.
역시 이름이 많았다.
[김정담] [장택기] [황정철]평양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한글 이름이 많았다.
영어 이름이나 중국어 이름도 종종 보였다.
그중에서 나는 어쩐지 눈에 익은 이름을 하나 찾아내었다.
[박민]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데.
누구 이름인지 기억을 되짚고 있는데,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숙소에 초인종이 울렸다.
아까부터 숙소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던 놈들이 결국 초인종을 누른 모양이다.
나는 안 들어오고 주변을 배회하기만 하기에, 내 움직임을 감시하려 파견된 놈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부엌 쪽에서 이준석과 대화 중이던 김민혁이 인터폰에 다가갔다.
수화기를 붙잡고 잠시 이야기를 하더니, 열림 버튼을 눌러 대문을 열어 주었다.
“누구야?”
“어. 협회 쪽 애들. 아마 서울역 일 때문에 찾아온 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