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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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2)
“신께서 함부로 거짓을 입에 담으시면 안 돼요!”
사마귀가 빽 소리쳤다.
얘는 신에 대해 뭘 알고 이야기하는 걸까.
얼마 전까지 괴물이었던 녀석이.
물어보았다.
“완성자가 하는 말을 들었어요!”
그랬구만.
이해했다.
“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데?”
“신위에 오른 뒤의 삶은 매 순간이 자신의 신성을 향한 증명이에요.”
당연한 이야기였다.
애초에 그러지 않는다면 신격을 얻지도 못한다.
아, 괴물 출신인 완성자는 이것도 예외인가.
“모든 행동과 모든 말에 의지가 담기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반하는 말을 하면 안 돼요. 특히 거짓말은 더더욱요. 그렇지 않으면, 신성이 더디게 쌓이고 잘못하면 신성이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했어요. 격이 없던 시절과는 달라요.”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나도 잘 아는 이야기였다.
당연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마귀가 한 말은, 길게 풀어 설명했지만 결국 신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앙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잠깐의 이득을 위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나 양심을 저버리는 일은 흔하다.
대표적으로 인간이 그랬다.
인간은 쉴 새 없이 남을 속이고 자신을 가장하며 살아간다.
그게 나쁜 것도 아니었다.
적정선을 지킨다면 오히려 처신을 잘한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격에게는 아니었다.
인간이라면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실언도 신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혹시 그런 행동이 자신의 신성과 완전히 상반되는 행동이라면 더더욱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결투의 신은 비겁한 암습을 단순히 꺼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용납할 수 없다.
남의 그런 행동도 두둔할 수 없고, 혹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지금껏 쌓아 온 신격이 일부 무너져 내릴 것이다.
참으로 무해한 신이었다.
이런 신의 특징 때문에 신격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 된다.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나를 대할지를 예상할 수 있다.
신격을 아는 것을 넘어 그 신의 지향점을 이해하게 되면, 그 이상을 알 수 있다.
사마귀가 알고 있는 완성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이제 막 신격을 얻은 어린 신으로 추측되었다.
신격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더 높이 쌓아 올리기 위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것은 막 태어난 신의 그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강박적으로 신성의 의미를 지키려 하던 신들은 비교적 낮은 격의 신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해석한 신성에 맞추어 스스로의 행동을 제약하는 듯 보였다.
보다 높은 격으로 판단되는 신들은 그러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희망의 신이 그랬다.
나와의 대화 도중 희망의 신은 이렇게 말했었다.
자신이 곧 희망이라고.
신들 사이에도 이렇게 신성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었다.
아마 그것이 격의 차이를 증명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신께서 함부로 거짓을 말씀하시면 안되는 거예요! 진짜예요! 무시하다가는 큰일 난다고요! 한번 약속하신 건 꼭 지켜야 해요!”
“응. 난 아니야.”
내 신성은 정직과 완전히 무관했다.
목적을 위해 내 말과 행동을 바꾸는 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적을 속이는 건, 신성에 비추어도 득이 되면 되었지 실이 될 행동은 아니었다.
채집통의 벽을 톡 두드렸다.
사마귀는 어항 속 금붕어처럼, 깜짝 놀라 펄쩍 뛰더니 뒤로 넘어져 버렸다.
“참고로 이렇게 남을 막 놀려 먹어도 나는 아무 상관없지.”
오히려 이득이었다.
넘어진 사마귀를 보며 낄낄 웃었다.
“아아악! 너무해요!”
사마귀는 넘어진 자세 그대로, 심통 난 애처럼 다리를 버둥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너무하긴 뭐가 너무한단 말인가.
나는 그저 즐거웠다.
* * *
용용이는 사마귀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다.
사마귀를 채집통에 넣어 놓고 잠시 방으로 돌아갔던 용용이는 잡동사니를 한가득 들고 내려왔다.
저거 아마 김민혁이 숙소에다 가져다 두었던 잡동사니들 같은데, 용용이가 개조한 모양이다.
“이거는 물통이고, 이거는 밥그릇이야. 흔들의자하고 침대하고 책상.”
숙소에 있던 가구도 축소시켜 집어넣은 모양이다.
이렇게 보니, 인형의 집 미니어처 같아 보였다.
채집통 안에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 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채집통은 배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 화장실.”
모든 가구들이 현대식이었지만, 화장실만은 예외였다.
수세식도 아니었다.
작은 찻잔에 모래를 담았을 뿐이었다.
고양이처럼 일을 보고 모래로 덮어 두는 방식인가.
“…수치스러워.”
사마귀는 주저앉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용용이는 깜짝 놀라, 사과하며 제대로 된 화장실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빈정거릴 수밖에 없었다.
“수치는 무슨. 똥도 안 싸는 놈이 무슨 수치야.”
이 녀석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괴물이며 일반적인 생리 현상은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
애초에 저 녀석에게 생리 현상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싸요! 싸고 싶으면 저도 만들어서 쌀 수 있다고요!”
악에 받친 사마귀가 헛소리를 했지만, 무시했다.
채집통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출발할까?”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되냐…….”
출발하려는데 김민혁이 나를 말렸다.
방문자도 돌려보냈고, 사마귀에게서 정보도 들을 만큼 들었다.
채집통 속 사마귀 집도 어느 정도 완성되었고.
이제는 다시 출발할 시간이었다.
“제발…….”
“왜.”
“좀 천천히 움직여. 제발 나도 쉴 시간 좀 주라.”
네가 할 일이 뭐 있다고, 라고 말하려다 김민혁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 녀석 하루 만에 왜 이리 비쩍 꼴았어.
뒤처리할 게 그렇게 많나?
“무슨 G급을 하루 만에 또 잡으러 간다는 거야. 가기 전에 관할 당국에 허가도 받아야 되고, 레이드 절차도 있고, 주변에 대피령도 내려야 되고…….”
설명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괜찮아. 그런 거 없어도 돼.”
필요 없었다.
그런 내게 김민혁은 죽상을 하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내 일은 더 많아지잖아. 아니, 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좀 천천히 가라는 거지. 야, 점심이라도 먹고 가.”
김민혁이 애타는 목소리로 나를 말리려 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점심은 무슨 점심이야.
“전 먹을 겁니다. 점심.”
세레지아가 손가락으로 김민혁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검 형태로 할멈 손에 들려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 또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대.
“너는 안 가고?”
세레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째려보는 것이, 데려가려 하면 파업도 불사할 것만 같은 의지가 느껴졌다.
세레지아는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혹시 필요하면 내가 소환하면 되니까.
“그럼 세레지아 점심이나 챙겨 주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금방 다녀오는 게, 문제가 아니야. 차라리 천천히 와…….”
김민혁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출발하기 전에 김민혁에게 부탁할 일들이 있었다.
“뭔데.”
“숙소 근처에 게이트 하나 확보해 줘. 게이트 개조해서 할 일이 있어서.”
“…허어.”
김민혁은 망연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미안한데 부탁할 게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어딘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강원도 쪽에 내 이름 팔고 다니는 놈들 있더라.”
“…아. 걔네?”
“알아?”
김민혁은 누굴 말하는 건지 아는 눈치였다.
의외였다.
“시골에서 사이비 장사하는 놈들 중에 각성자 이름 팔고 다니는 놈들이 좀 있어. 당연히 네 이름 파는 놈들도 들어 봤지.”
“걔네도 여기로 좀 불러 줘.”
“언제까지?”
“최대한 빨리.”
김민혁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죽어라 하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지만, 결국 내 부탁대로 해 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 그리고 평양에 있던 G급 처리한 것도 공표해야 된다. 엄한 놈들이 먼저 공을 가로채려 하면 귀찮아져.”
보복은 쉬웠지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귀찮았다.
“그건 이미 처리했어. 속보도 아까 떴고. 뉴스 틀면 나올 텐데, 확인해 보고 갈래?”
“아니.”
김민혁에게 대답하고, 일행을 둘러보았다.
할멈이랑 영감은 아공간에 들어가 있다.
굳이 둘을 데려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용용이는 당연히 따라올 거고.
“호치야.”
“왜.”
“너도 가자.”
호치는 잠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손에 들고 있던 소설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쩐지 저기 식탁 앞에 앉아 빨리 점심을 달라고,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는 세레지아와 행동이 겹쳐 보였다.
둘이 갈수록 비슷해지는 건 기분 탓인가.
“야, 가자.”
“왜.”
“던전은 네가 잘 알잖아.”
이번에 찾아갈 G급은 채집통에 들어가 있는 사마귀와는 달리, 제대로 된 진퉁이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지구의 근원을 굴착하고 있을 던전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호치는 이 던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던전이 주 테마였던 89층을 사실상 혼자 클리어했으니.
용용이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용용이는 던전을 꾸미고 부하를 모으는 것을 좋아했을 뿐, 던전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거라면 내가 또 가 줘야지. 하.”
호치는 소설책을 탁 소리 나게 덮더니,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내심 기뻐하고 뿌듯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혼자 생각했다.
어쩌면 호치가 지나치게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내가 호치에게 요구했던 것은 그저 더 강해지는 것뿐이었다.
더 빨리 익히고 더 빨리 강해지길 요구했다.
항상 그를 몰아세웠다.
왜 이렇게 느리냐고 닦달했다.
사실 그때는 호치가 나 이상의 성장 속도를 보여 주었다 하더라도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닦달을 했을 것이다.
나도 벼랑 끝에 몰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내가 구박하던 기억들은 아직 호치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호치가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익히는 데 소극적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러고 보니 호치 저 녀석이 무엇을 잘하는지 모른다.
나에 비해서 혹은 용용이에 비해서.
물론 호치도 잘하는 게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 이상으로.
하지만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그동안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뭐. 왜 그래?”
“아냐. 아무것도.”
역시 육아는 어려웠다.
이 문제는 나중에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가볍게 넘겨 버릴 일은 아니었다.
“저는 두고 가시면 안 될까요!”
채집통 안에 있던 사마귀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안 돼.”
“제발요!”
그렇게 부탁해도 안 된다.
나는 채집통을 잡고 위아래로 짤짤짤 흔들었다.
“으엑. 켁. 끄엑.”
격하게 흔들리는 통 안에서 사마귀가 이리저리 벽과 천장, 바닥에 부딪혔다.
장난을 치고 있는데, 용용이가 채집통을 꼭 붙들었다.
그리고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힘이 약하다고 함부로 괴롭히면 안 돼.”
음…….
좀 아까 사마귀를 키우는 것을 허락하면서 내가 용용이에게 했던 말이다.
할 말이 없어 용용이에게 사과했다.
사마귀에게도 사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