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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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4)
키리키리가 기운차게 외쳤다.
“등장!”
등장은 무슨.
나는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몸만 옆으로 돌려 방 안에 나타난 키리키리를 바라보았다.
별로 놀라지 않는 심드렁한 태도 때문인지 키리키리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고는 내 몸을 밀어내고 침대 한편에 기대 누웠다.
“불편행.”
“불편하면 일어나.”
그렇게 말하고 나도 몸을 일으켰다.
키리키리는 격식을 따지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설명할 때 딴짓하는 걸 반기지 않는다.
최소한 그녀를 보고 집중하려는 태도를 보여 주어야 무언가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인지 크게 미소를 지은 키리키리는 방구석의 의자를 가져와 침대 앞에 놓고는 앉았다.
의외였다.
침대에 기대앉거나 방바닥에 대충 주저앉을 줄 알았는데.
키리키리와 의자는 무언가 매치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건, 아무 격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키리키리의 그 들판 위였던 까닭인 걸까.
다시 한 번 의외였다.
그때 방 밖에서 도도도,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용용이가 방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키리키리에게 매달렸다.
“안녕!”
“안녀엉!”
저거 또 하는 거냐.
용용이와 키리키리가 두 손을 잡고 빙빙 돌며 반가움을 표현하는 것을 한참 동안 지켜보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 * *
“하나도 안 놀라네. 힝.”
“놀랄 게 있어야지.”
용용이를 무릎에 앉혀 둔 키리키리에게 말했다.
애초에 키리키리가 소환될 거라 생각하고 소환했는데, 놀랄 게 뭐 있겠는가.
“튜토리얼은 어때?”
“개판이양. 아하핳.”
그렇게 천진하게 웃으며 얘기할 건 아니지 싶었다.
하긴 개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안에 있던 도전자들 입장에선 갑자기 튜토리얼의 운영이 정지되고 갇혀 버린 셈이었으니.
“도전자들을 대기실에 계속 두는 건 너무 위험해. 근처 거주 지역으로 모두 이동시킬 계획이양.”
그러면 좀 나을 것이다.
일단 함께 갇힌 사람들의 수가 많을수록 안정감이 생길 테니까.
무엇보다 한국 서버의 대기실은 꽤나 살기 괜찮은 환경이었다.
김민혁이 있던 시절, 자경단의 최우선 목표는 튜토리얼의 클리어가 아니라 지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거였으니까.
물론 몇 년 전까지의 이야기겠지만, 그때 만들어 두었던 설비들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관리자 역할을 할 자경단원들도 아직 남아 있으니 그럭저럭 괜찮게 굴러갈 것이다.
“다른 서버는 문제가 좀 있겠는데.”
“그렇징. 대화합의 날이 충분한 자정작용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대화합의 날은 어디까지나 도전자들을 모아 놓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튜토리얼 특성상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를 모여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일으키는 쪽이 다수파가 되면 더 이상 대화합의 날은 의미가 없어진다.
“사도를 투입할까 의논 중이야.”
“사도?”
튜토리얼에 사도가 입장하는 일은 몇 번 있었다.
모두 헬 난이도 스테이지에서였지만.
“50층대에서 만났던 드래곤 기억하지? 아마 그녀가 투입될 거야.”
“아, 그 쫄보 드래곤.”
잠시 기억을 더듬어 50층 후반대의 드래곤을 기억해 냈다.
분명 그 드래곤은 자신이 특정 신의 사도가 아닌 백신전 소속이라 말했었다.
그러면 뭐.
알아서 잘하겠지.
첫인상도 안 좋았고, 겁도 많고, 뒤끝도 길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 드래곤은 분명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히 수행해 내었다.
드래곤이 선택해 준 50층 후반대의 스테이지들 모두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당시에도 큰 수확이었지만, 60층에 갇힌 이후에는 더 유용했다.
만약 50층 후반 층들을 무의미하게 지나 보냈다면 지금처럼 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용용이 이리 줘.”
“응.”
용용이가 키리키리 무릎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무래도 잘 시간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특히 어젯밤에는 사마귀를 잡으러 갔다가 펑펑 우느라 잠도 못 잤으니 더 피곤할 것이다.
키리키리에게서 용용이를 받아 안았다.
“흠흠!”
키리키리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아주 작위적으로 목을 가다듬은 키리키리는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틀간 네가 지구에서 보여 준 활약에 따라, 백신전은 너에게 지구의 관할권을 이양하기로 했어. 더 이상 지구는 백신전의 공동 관할 구역이 아니고, 백신전의 신들 모두 지구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어.”
튜토리얼을 나오기 전, 키리키리에게 그렇게 들었었다.
백신전은 지구에 큰 관심이 없으니, 나에게 적당히 양도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아무 대가 없이 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싫다는 건 아니고.
“관할권 이양을 수락하면 곧바로 처리될 거야.”
“당연히 수락하지.”
거의 공짜로 내주겠다는데.
수락하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느껴지던 신들의 시선이 빠르게 사라졌다.
이제야 꺼림칙한 시선들이 사라졌다.
백신전의 신들이라 해도 나를 직접 지켜볼 수는 없지만, 지구의 돌아가는 상태를 보고 내 행보를 알아볼 수는 있었다.
안 그래도 지구에 고정되어 있는 수많은 신의 시선이 슬슬 거북해지던 참이었다.
“아직도 지구를 지켜보고 있는 신이 하나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익숙한 기운의 시선이었다.
빛의 신이었다.
무언가 미련이 잔뜩 남은 듯한 기운을 풍기며 여전히 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구는 더 이상 백신전의 구역이 아니니까, 다른 신들이 여길 지켜보거나 하는 건 자유 사항이지.”
“하지만 이제는 내 구역이야. 허락도 없이 함부로 남의 구역을 들여다보는 무례한 짓은 건 그만두었으면 하는데.”
“빛의 신은 원래 무례해.”
잠시 후,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빛의 신의 시선이 거두어졌다.
그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내게 한마디를 남겼다.
[실망…….]나 참, 별… 실망이라니.
빛의 신이 기대한 것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뻔했으니까.
지구로 나오자마자 뭔가 뻥뻥 터뜨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조용하니까 실망이라는 거겠지.
“튜토리얼도 이렇게 그냥 넘겨주면 안 될까?”
“당연히 안 돼.”
키리키리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냥 해 본 말이었다.
“튜토리얼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네가 튜토리얼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 준 거고. 무엇보다 사도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과 공동 구역 행성에 자위 수단을 마련해 준다는 기존의 목표도 여전히 중요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지구의 경우에는 정말 백신전의 신 모두 관심이 없었기에 쉽게 이양할 수 있었던 거야.”
키리키리 말만 들으면 지구가 거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 같은데.
물어보았다.
“실제로 그래. 지구는 신앙을 생성하기에 좋은 행성이 아니니까. 백신전이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 이미 토착 종교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상태였어. 무엇보다 고도로 발전된 데다 과도하게 행성이 오염되어 있었고. 누구도 손해를 감수하고 자신의 영역으로 삼으려 하지 않았으니, 마지막까지 공동 구역으로 남은 거지.”
그렇긴 하다.
신앙에 필요한 건 과학 수준 따위가 아니니까.
지구의 기존 종교들도 과학과 지식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천천히 세가 줄어들던 추세였다.
그 와중에 새로운 종교를 세워 신앙을 구하는 건 메리트가 없었겠지.
직접 나타나 이적을 발휘하려 해도 백신전의 공동 구역이라 제약이 있었을 거고.
이래저래 맞물렸구나, 싶었다.
“물론 인구수가 많고, 문명의 역사도 길고, 다양해, 근원을 추출하려는 완성자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이었겠지. 백신전의 공동 구역을 침범한다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그래, 이해했어. 그럴 만하네.”
고작 이틀 만에 나한테 넘겨 버릴 만하다고 생각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키리키리는 나랑 똑같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말했다.
“응, 응, 무엇보다 이제는 시한부 행성이 되었으니까 더 그렇징.”
“…응?”
* * *
행성의 근원은 그 행성 위에 세워진 문명의 역사와 사람들에게 기초한다.
추상적인 힘이었지만, 근원이 모두 추출된 행성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고 들었다.
무협지에 나오는 선천진기를 사람이 아닌 행성의 것이라 생각하면 그게 근원과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젠가 키리키리에게 물어보았을 때도, 그렇게 이해해도 무방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었다.
오늘 하루 동안 돌아다닌 던전에서 추출된 근원의 양을 확인했을 때 이미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미 너무 많은 양의 근원이 추출되었다고.
호치는 89층 스테이지 행성에서 추출할 수 있었던 근원의 총량이 천억 포인트 정도라 했다.
하지만 지구의 던전들을 모두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그 네 배가 되는 양의 근원이 이미 추출된 상태였다.
“이미 병들 대로 병든 행성이었어. 지난 몇 년간 심각하게 악화되었고.”
몬스터들의 침공은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했다.
던전에 의해 괴수화된 야생동물들이 환경을 헤집어 놓은 것은 물론, 발전소가 파괴되면서 주변 지역이 오염된 경우도 많았다.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들도 큰 피해를 입었기에 사태가 더 심각했다.
몬스터들에 의해 경제적 피해가 심각했다.
줄어든 인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도 않았고.
국가 간의 왕래도 단절되었다.
연료 자원과 식량의 수급이 어려워졌다.
당연하겠지만, 인간은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그대로 참아 넘길 수 없다.
모든 방면의 부족이 곧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 인간이다.
부족한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전국의 나무가 무더기로 벌목되었고,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동식물을 끌어모았다.
최근 각성자들의 수가 많아지고, 몬스터들의 공세가 주춤해지면서 사태가 많이 호전되었다지만.
인간들은 여전히 대격변 이후의 피해를 모두 복구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내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5백 년 정도?”
키리키리가 답했다.
5백 년,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인간들에게는 긴 시간일지도 모른다.
멸망까지 아직 몇 세대나 남아 있다는 이야기이니까.
그리고 사실 인간들에게 지구 멸망이란 제법 친숙한 문제였다.
튜토리얼이 등장하기 전에도 5백 년쯤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학자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당장 백 년, 2백 년 후 지구를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소설과 영화가 몇이던가.
5백 년쯤 지나면 멸망할 수도 있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악화되는 환경 문제와 자원 문제, 갈수록 커지는 핵전쟁의 위협도 있었는데, 거기에 예상치 못한 괴물들까지 날뛰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하고 넘겨 버릴지도 모른다.
어쨌든 5백 년 후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다르다.
“허 참, 이제는 지구 멸망 문제도 생각해야 되네.”
이런 건 싫은데.
하지만 지금 당장 이 문제를 고민할 존재는 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추천 대책은?”
“대피. 인간들이 지낼 장소를 제공할 수도 있어. 물론 그만한 대가는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보류다.
최후에 대피라는 수단이 있다는 것만 알아 두자.
* * *
지구에 대한 이야기 다음으로는 다시 튜토리얼로 화제가 옮겨 갔다.
한참 동안 모든 설명을 마친 키리키리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녀가 돌아가려는 건가, 했는데, 키리키리는 그냥 일어선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 더 할 거 있어?”
“응응!”
키리키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답했다.
그제야 이해했다.
“케이크 달라는 거지?”
“응!”
안고 있던 용용이를 침대에 눕혀 두고 키리키리와 1층 거실로 내려갔다.
거실에는 호치밖에 없었다.
“김민혁은?”
“나갔어.”
그렇게 답한 호치는 키리키리를 보고 인사했다.
키리키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거실 탁자의 간식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세레지아가 많은 양의 간식을 해치웠지만, 김민혁이 계속 보충한 덕인지 아직 남은 게 있었다.
나도 소파에 앉았다.
리모컨을 들어 티브이를 틀어 보려 했다.
하지만 티브이는 켜지지 않았다.
“아까 김민혁이 코드 뽑던데, 다시 낄까?”
“아니, 됐어.”
굳이 뽑아 놓은 코드를 껴 가면서까지 볼 건 없었다.
“이제 다시 튜토리얼만 신경 쓰면 되겠네.”
오늘 하루도 거의 다 갔고, 용용이도 잠들었다.
내일부터 다시 움직이면 되지 싶었다.
“흥흥, 쉽지 않을걸.”
초코파이를 우물거리던 키리키리가 말했다.
“뭐가?”
“튜토리얼만 신경 쓰기는 어려울 거야. 지구도 신경 써야 하잖아.”
신경 쓸 게 뭐 있는가.
이제 내 구역이 되었고.
완성자들과 그 끄나풀도 몰아냈고.
“지구는 더 이상 백신전의 보호 아래 있지 않아. 그 말은 네가 혼자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거야. 절대 쉽지는 않을걸.”
* * *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박민은 사무실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호재가 서울로 귀환했을 때,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호재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서울역을 초토화시켜 자신의 힘을 내보이고서는 김민혁과 함께 사라졌다.
물론 서울 근교에 위치한 저택에 묵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고는 그날 밤 곧바로 평양의 G급을 처치했다.
박민이 평양에 G급을 정착시키고, 그걸 통해 이득을 올리려 했던 장대한 계획에 비하면 너무나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다른 G급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기 시작했다.
점심이 되기 전, 남극의 G급을 처치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토마스 펠트추크.
남극에 위치한 G급의 정체였고, 이면의 위대한 존재들을 섬기는 사제였다.
평양으로 이동시켰던 G급을 처음 소개해 준 것도 그였다.
그리고 가진 힘은 이준석에 비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크게 앞서면 앞설 거라고 여겼다.
남극의 G급이 처치되었다는 말은 그가 죽었다는 뜻이었다.
쉽게 믿기지 않았다.
이게 정말로 실화인가 고민하던 와중 러시아의 또 다른 G급을 처리했다고 김민혁이 통보했다.
저녁이 되기도 전에 모든 G급이 처치되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G급의 영역 인근의 국가들에서 G급의 영역이 초토화되고 근방을 배회하던 몬스터들이 일순간에 몰살을 당했다는 정보들이 빗발쳤다.
그리고 박민의 손에 들린 사진들은 그런 정보들이 절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미국 협회에서 보낸 사진이었다.
몇 장의 사진은 남극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강력한 폭발이 있었는지, 처참한 꼴이 되어 버린 남극의 모습.
그리고 점점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정말 조작된 게 아니라 진짜라면.
“진짜 신이나 다름없네.”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어떻게든 지금이라도 이호재에게 붙어야 한다.
그가 새로운 질서가 될 것이다.
협회장이라는 위치를 활용해 적극 협조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김민혁 길드장이?”
“예.”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문제였다.
이호재는 숙소로 찾아간 이성은 팀장을, 이성은 팀장 본인의 집으로 이동시켰다.
박민은 그 말을 들었을 때, 이호재가 이성은 팀장의 집 주소를 알고 있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이호재의 곁에는 김민혁이 붙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돌아온 오상진 팀장은 김민혁 길드장이 그에 대해 전혀 몰랐던 듯한 태도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게 문제였다.
만약 이호재가 마주한 상대방의 생각을 읽거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뒤늦게 손을 비벼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박민이 평양의 G급을 이용하고, 다른 G급들과 연락하며 계획했던 것조차 읽혀 버릴 수 있으니.
남의 생각을 읽는다는 건, 말 그대로 신의 능력이나 다름없었지만, 남극을 폭파시켰다 도로 복구시키는 사진을 본 마당에 더 이상할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남의 생각을 읽는다는 건, 튜토리얼의 관리자를 만나면서 몇 번 겪어 본 일이었다.
이호재의 능력이 그와 비슷하다면.
정말 살아날 구멍이 없어 보였다.
당장 이호재를 찾아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그곳에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잘 짜인 거짓말을 준비하더라도, 내 생각을 읽는 상대를 무슨 수로 속인단 말인가.
또 무슨 수로 설득한단 말인가, 서울역을 불태울 만큼 미친 인간을.
‘도움이 필요한가?’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박민의 머릿속에 생소한 목소리가 울렸다.
조용하게.
그래서 처음에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도움이 필요한가?’
“…이게 무슨.”
“예?”
“아니야, 나가 봐.”
박민은 급하게 오상진 팀장을 사무실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질문하는 목소리를 향해 되물었다.
“…누구십니까?”
목소리는 대답했다.
‘너의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