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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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3층 (2)
구구궁- 하는 소리와 함께 석문이 열리고 3층 보스룸에 입장했다.
허…….
석문 너머로 나타난 것은 그림으로 그려진 듯한 절경이었다.
구름 위, 까마득하게 높은 산봉우리 두 개가 우뚝 솟아 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5평도 안 될 듯한 뾰족하고 좁은 산봉우리 정상이라는 것만 빼면 아주 감명 깊었을 것이다.
나를 이 산봉우리 꼭대기에 던져 놓고 석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좁은 곳에서 뭘 하라는 거야.
한 발자국만 섣불리 내디뎠다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 밑으로 추락한다.
인위적으로 깎아놓은 듯한 벼랑이다.
중간에 붙잡고 매달릴 만한 나뭇가지나 바위틈도 없으니 지면까지 다이렉트로 떨어질 것이다.
바닥에 손을 대고 그 너머 밑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느껴진다.
젠장, 저 밑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점멸 스킬을 활용해 지면에 부딪히기 직전에 운동에너지를 없애면 추락한다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굳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시도해 보고 싶진 않다.
게다가 저 밑에 뭐가 있는지는 구름에 가려 알 수 없다.
무협지에 나오는 중국 도교의 도사나 신선들이 가부좌 틀고 앉아서 수련하고 있을 만한 천혜의 명당이지만
그 외에 다른 행동을 하기엔 상당히 불편한 장소다.
어마어마한 강풍이 몸을 흔들었다.
화들짝 놀라 바닥에 몸을 낮추고 버텨 냈다.
이거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간당간당한 기분이다.
게다가 고지대의 영향인지 숨도 쉬기 불편하다.
막막한 환경에 혀를 내두르고 있자, 언제나처럼 친절한 보스룸의 안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목적지까지 도달하십시오.]예?
목적지요?
여기에서요?
여기서 눈에 보이는 ‘목적지’라고 할 만한 장소는 수 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산봉우리뿐이다.
그때 허공에 커다란 타일이 나타났다.
가로 세로 길이가 일정한 정사각형의 타일이었다.
각 변의 길이는 각각 2미터쯤.
본래 초록색이었던 타일은 잠시 후 노란색이 되었고 곧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 낙하.
순서를 기억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가 서 있는 봉우리와 쩌어어어어 멀리 보이는 봉우리를 잇는 초록색 구름다리가 나타났다.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그것도 까마득하게 높은 구름 위에 세워진 말 그대로 구름다리.
난간이나 기둥 같은 건 당연히 찾아볼 수 없고, 허공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초록색 타일들로만 이루어진 다리다.
아니 이걸 애초에 다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허공에 떠 있는 타일들을 쭈욱 늘어놓은 것뿐이잖아.
이 와중에도 바람은 내 한 몸쯤은 얼마든지 저 벼랑 너머로 밀어트릴 것처럼 불어 댄다.
[목적지에 도달하십시오.]구름다리 너머 저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를 화살표로 가리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니지?
야. 이건 너무 심하잖아.
3층 함정들의 난이도를 생각해 봐라.
이건 갭이 너무 심각하게 크잖아.
속으로 간절히 빌고 빌었건만 눈앞에 펼쳐진 ‘초록색’ 구름다리는 곧 최악의 형태로 내 불안감을 실현시켜 주었다.
구름다리 중 내 앞의 첫 번째 타일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였다.
오 마이 갓.
이 보스룸의 테마를 이제는 확실하게 알아차렸다.
모바일 게임에 흔히 보이는 ‘무슨무슨 런’ 종류의 게임과 흡사하다.
앞으로 멈추지 말고 달려 나가야 하고, 달리는 와중에 함정을 피해야 한다.
혹시나 속도가 줄어들면 뒤에서 쫓아오는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게임.
이 경우에는 뒤에서 쫓아오는 괴물 대신, 속도가 줄어들면 밑으로 추락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그리고 수천 미터 상공 구름 위에 펼쳐진 타일 위에서 달려야 한다는 게 다른 점이고.
떨어지면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내가 진짜로 죽는다는 게 또 다른 점이지.
야!
진짜 이럴 거냐!
젠장, 젠장! 욕하고 싶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튜토리얼을 설계하고 만든 존재가 있을 것이다.
외계인인지 신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면전에다 대고 욕을 하고 싶다.
으아아아!
내 마음속 불만과 짜증을 뒤로하고 타일 위로 올라섰다.
노란색으로 변해 있던 타일이 내가 올라서기 무섭게 붉게 변했고
곧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는 타일과 함께 저 구름 너머 지면을 구경하고 싶진 않았기에 다음 타일을 향해 급히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타일 위에 올라서자 타일과 발밑으로 구름이 내려다보인다.
그 밑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고 무릎을 굽혀 주저앉고 싶다.
한 발다국씩 내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고, 수명 줄어들겠다.
그다음 타일도, 그다음 타일도, 그다음, 다음의 타일도 내가 앞으로 걸어가는 속도와 비슷하게 노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곧 붉게 변하고 낙하했다.
젠장, 아무런 받침도 없이 허공에 떠 있는 타일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쿵 뛴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데, 뒤에서 타일들이 추락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어쩌라고! 나보고!
부우우웅- 하는 굉음(정말로 굉음이다)을 일으키는 바람이 불고 있는 와중에 앞으로 달리기라도 하라는 거냐!
응. 뛰라는 거였다.
이제까지는 워밍업이었다는 듯 타일의 색이 변하고 낙하하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뛸 수밖에 없다.
[전투 집중]‘이제는 정말 죽는 건가.’ 싶은 심정으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막상 뛰고 보니 당장에라도 바람 때문에 균형을 잃고 떨어질 줄 알았으나, 제법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고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제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몸뚱이다.
균형 감각도, 중심축을 잡는 요령도, 반사 신경도, 초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뛰어 보자!
으하.
으하하하하.
시발, 미치겠다.
전 재산을 다 걸어 놓고 올인을 선언한 도박꾼의 심정이 이럴까? 아니면
러시안룰렛이랍시고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심정이 이러할까.
극한의 공포와 긴장감이 자기 파괴적인 쾌락으로 변했다.
호르몬의 영향일까?
핑!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살을 방패로 막아냈다.
아니 세상에.
양심도 없는 놈들.
이 와중에 화살을 쏴 댄다.
방패가 없었으면 피해야 하고, 피하려다 보면 균형이 무너진다.
그러다 보면 밑으로 떨어지는 거지.
뒤를 돌아보자 내가 서 있는 타일과 추락하는 타일 사이에 다섯 칸 정도의 여유가 있다.
좋아. 이 속도를 유지하면서 가 보자.
화살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속을 쓸어내리는데 갑자기 구름다리가 크게 출렁였다.
구름다리가 위아래로 출렁였다.
다른 외부적 요인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구름다리 그 자체가 나를 떨어뜨리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는 듯 스스로 출렁댔다.
이런 미친놈들 진짜.
다음번에 키리키리를 만나면 이 튜토리얼의 신에게 욕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봐야겠다.
[모험의 신이 억울해합니다.]그 출렁임의 반동으로 잠시 몸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타일에서 고작 수십 센티 정도 발이 떠오른 것이었지만, 체감상 수천 미터쯤 떠오른 기분이다.
실제로 수천 미터 상공이다!
오만가지 잡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찰나가 지나고, 다시 발이 타일 위에 올라섰다.
다행히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타일 위에 그대로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착지 직후 뒤를 돌아보자 내가 딛고 있는 타일의 바로 전 타일이 붉게 변해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곧 내가 발을 딛고 있는 타일이 노란색으로 변했다.
젠장, 출렁임 때문에 몸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다섯 칸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급히 속도를 높여 달렸다.
내가 밟는 즉시 타일들이 그대로 떨어져 내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만 늦으면 그대로 추락이다!
속도를 더 높였다.
균형을 잃고 떨어지나, 속도가 부족해 타일과 함께 떨어지나, 똑같이 죽는 거다.
속도를 끌어올려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의 2단계 효과인 가속의 효과를 이끌어냈다.
가속의 효과를 받아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자, 걸음걸음마다 몸이 조금씩 뜬다.
발이 발판과 떨어져 있을 때 바람에 밀려 떨어지지 않도록 매 순간 바람의 풍향에 맞춰 발 디딤에 주의해야 했다.
어쨌든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달리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계속해서 성장해 온 이 몸이라면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점멸 스킬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균형을 잃고 떨어져도 위를 향해 점멸 스킬을 쓰고, 다시 타일 위로 올라설 수 있다.
뒤처져서 떨어질 위기에 처해도 전방으로 점멸 스킬을 쓰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최소한의 구명조끼는 입고 있는 셈이다.
다섯 번의 점멸을 잘 아껴 써 가면서 나아가면 저 구름다리 너머 봉우리까지 갈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을 계속하면서 앞으로 계속 뛰었다.
최대한 밑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 * *
어느새 이 미친 공중 곡예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지속되고 있는 공포와 긴장감이 서서히 마모되기라도 하는 듯.
점차적으로 운신에 거리낌이 옅어진다.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의 가속 효과를 계속 유지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속도를 꾸준히 유지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
눈대중으로 보아 어느새 목적지 근처까지 온 것 같다.
뒤를 잠깐 돌아보자 붉게 변하며 떨어지고 있는 타일부터, 내가 딛고 있는 타일까지의 거리가 상당하다.
이제 속도가 좀 줄어든다고 밑으로 떨어질 불안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겠다.
그때 발밑에서 타일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한 진동은 벌써 몇 번이나 겪어 보았다.
이 진동 이후에 타일은 한 가지의 행동 패턴을 보인다.
크게 출렁여 나를 떨어뜨리려 하는 것.
진동의 방향으로 보아 이번엔 좌우로 크게 출렁일 모양이다.
그 예측에 확신을 갖고 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바람 정령의 가호의 가속 효과를 받고 있는 데다 내 몸은 만화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들과 다를 것 없는 운동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강하게 발판을 딛고 위로 뛰어오르자, 수 초간 허공 위에 떠오를 수 있었다.
타일들은 내 예상대로 좌우 방향으로 크게 움직였다.
저 상태에 그대로 타일 위에 서 있었다면 저 출렁임을 버티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혹 버텨 낸다고 해도, 뒤에서 떨어지고 있는 타일이 빠르게 근접할 것이다.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처법이다.
저 출렁임은 몇 초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출렁임을 멈춘 타일은 원래의 형태 그대로 직선으로 재 정렬하였다.
그리고.
착지!
강풍이 불어 대는 상공이기에 착지 지점을 잡는 데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점프하기 전, 나는 풍향을 분명히 고려했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아버지와 나갔던 골프 필드에서의 경험을 되살렸다.
나 자신이 골프공이 되어야 했지만.
속도 때문인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착지했다.
이제는 발판이 되어 주는 타일이 큰 충격에도 낙하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거리낌 없이 착지했다.
착지하자마자 다시 발판을 박차며 계속 달려 나갔다.
휘잉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화살이 지나간다.
아무런 구조물 없이, 창공 한복판에서 갑자기 화살이 나타날 수는 없다.
날아오고 있는 화살들 모두 저 멀리 목적지 산봉우리에서 곡사로 발사되고 있다.
그리고 가속 효과를 받아 빠르게 달리고 있는 지금.
한 발의 화살도 내 근처까지 오지 못한다.
탁, 탁, 탁, 하고 플라스틱 재질인 듯한 타일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진다.
확실히 제법 익숙해졌다.
다음 층은 아예 이런 높은 절벽 같은 곳에서 진행된다 해도 자신 있다.
완전히 적응했다.
내 여유로운 속마음을 읽고 기분이 나쁘기라도 했는지 튜토리얼은 또다시 악독한 관문을 준비했다.
구름다리를 잇고 있는 타일이 중간에 끊어져 있다.
그것도 제법 많이.
대충 보기에 타일 30칸, 혹은 40칸 정도는 들어가 있어야 할 공간이 뻥 뚫려 있다.
이걸 진심으로 건너라고 만든 거냐.
단순히 도전자를 떨어뜨려 죽이려고 만든 게 아닐까?
그동안 겪어 왔던 극악한 튜토리얼 함정들에게서조차 느끼지 못했던 명확한 악의가 느껴진다.
이래도 안 떨어져? 이래도?
라고 묻는 듯, 3층 보스룸은 계속해서 나를 저 밑으로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
이 3층 보스룸 함정은 조금 이상하다.
하지만 그 의문점과는 별개로, 나는 이 보스룸을 통과할 자신이 있다.
구름다리는 각각 가로세로 2미터, 4제곱미터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구름 위, 수천 미터 상공이라는 조건만 아니라면 이 한 몸 운신하기 충분한 공간이다.
계속해서 불어 대는 바람도 풍향이 일정했기에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적응을 마친 순간, 이 보스룸 함정의 위험성은 낮게 줄어들었다.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달리다가, 타일이 없어지는 지점의 한 발자국 전에 강하게 발을 디디면서 뛰어 올랐다.
그동안 성장한 신체 능력으로 인해 통상적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점프력을 가지고 있지만.
구름다리가 끊어져 있는 구간 전체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다.
적당한 높이까지 뛰어오른 후.
정면으로 점멸을 사용했다.
정확히 3번을 사용해서 다리가 끊어져 있는 구간을 건너 타일에 착지할 수 있었다.
다만 마지막에 사용한 점멸 스킬 이후에 갑자기 운동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에 대비하지 못했다.
바람의 풍향에 따라 몸이 그대로 휩쓸린다.
다시 한 번 앞으로 점멸을 사용했다.
운동 에너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점으로 적용될 수도 있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도약의 도착 지점에 도달하자마자 자세를 낮추고 중심을 잡았다.
점멸을 사용하기 직전 바람에 의해 휩쓸리고 있던 몸의 관성이 사라졌기에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착지 후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눈앞에 건너편 산봉우리 목적지가 가까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