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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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4)
“들어가도 돼?”
퀘스트창에 변동이 없나 살펴보고 있는데, 홀로그램 위에 키리키리의 얼굴이 나타났다.
흔쾌히 허락했다.
“짜안!”
키리키리는 언제나처럼 등장음을 내며 나타났다.
저것도 계속 보다 보니 적응된다.
“어쩐 일이야?”
“물어볼 게 있어서.”
물어볼 게 뭔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일본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리 때문이겠지.
“용용이는 왜 이렇게 강한 거야.”
키리키리의 질문은 조금 의외였다.
일본 쪽의 난리보다는 그 중심에 있는 용용이가 더 궁금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왜 강하냐니.
그게 뭔 질문이야.
용용이는 원래 강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식단부터 생활환경까지 모든 것을 신경 썼고, 제대로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내가 직접 가르쳤다.
다행히도 호치와는 달리, 용용이는 상승욕이나 승부욕이 상당했다.
내게 배우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기도 했고.
재능 자체도 특출 났다.
그 재능이 드래곤이라는 종족 특성에서 기인한 건지, 용용이의 재능이 유난한 건지, 그도 아니라면 내 영재 교육 덕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제는 내 아들이라서, 아니면 내가 가르쳐서 강하다는 말로 단순히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2살에 이미 호치와 비슷한 수준에 올라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예 뛰어넘어 버렸다.
61층의 신도들은 비교하기도 어려웠고, 영감이나 할멈조차 한참 추월한 상태다.
대여섯 살쯤엔 튜토리얼 안에서 내가 60층을 독립시켰듯, 자기 방을 내 영역과 완전히 독립된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용용이의 방이 단순한 ‘방’이 아니라 일개 차원계 수준의 거대한 공간임을 생각하면 그 성장 속도를 함부로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물론 용용이의 성장 기간이 지구 기준의 시간 흐름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였다.
“용용이는 원래 강했어.”
“으응… 혹시 너보다 강한 거야?”
뭐래.
키리키리의 이마에 딱밤을 때려 주었다.
“아아악!”
키리키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거 엄살은.”
“엄살 아니야! 진짜 아퍼!”
아프라고 때리긴 했다.
진짜 아파할 줄은 몰랐는데.
실제로 이미가 빨갛게 변해 있었다.
저건 좀 의외네.
흥미로웠다.
나중에 기회를 봐서 몇 대 더 때려 볼 수 있을까.
“힝, 호오우재애가 나 때렸엉.”
키리키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 모습에 미안하기보다는 울컥해 버렸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힝, 내 맘이양.”
이참에 한 번 더 쥐어박아 볼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키리키리가 내가 한 대씩 때리는 게 장난이 아니라 실험을 위한 것임을 눈치채면 매우 곤란해진다.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용용이에 대해선 갑자기 왜 물어.”
“갑자기 왜라니. 저어쪽에서 용용이가 완성자들을 셋씩이나 때려잡고 있으니까 그렇지.”
키리키리는 그냥 싸우는 것도 아니고, 용용이가 완성자들을 일방적으로 때려잡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다행히 용용이가 잘해 주고 있는 모양이다.
안심이 되었다.
알아서 잘해 내리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불안이 있었다.
“남극에서 호오우재애가 싸우던 것보다 더 파격적이양. 정말 용용이가 더 강한 거 아니야?”
이때다.
키리키리의 무방비한 이마를 쥐어박았다.
“끄앙!”
제대로 맞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정타로 들어갔다.
“으어어엉… 호오우재애가 자꾸 나 때려.”
“맞을 만했습니다.”
마침 신전 안으로 들어온 세레지아가 말했다.
서럽게 우는 소리를 내던 키리키리는 세레지아를 보고 빽, 소리를 질렀다.
“세레지아는 맨날 밉상이야!”
세레지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주머니에서 초코파이를 꺼냈다.
어딜 갔다 오나 싶었더니, 숙소에 가서 간식거리를 챙겨 온 모양이다.
세레지아는 초코파이의 포장지를 뜯더니 그걸 키리키리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하나 줄까?”
그새 말투가 반말로 바뀌었다.
굉장한 태도 변화였다.
키리키리는 기분 나빠 하기는커녕 신나서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싫습니다.”
세레지아는 손에 든 초코파이를 한입에 털어 넣고, 키리키리를 지나쳐 구석으로 가 앉았다.
키리키리는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은 채 오물오물, 입만 움직이는 세레지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소리쳤다.
“못됐어!”
* * *
세레지아가 키리키리의 관심을 돌려 준 덕에 아무 의심 없이 실험을 마칠 수 있었다.
실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키리키리를 자꾸 쥐어박는 건 여러모로 위험했다.
대신에 나도 키리키리에게 한 가지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응, 응, 뭔뎅.”
세레지아의 간식을 하나 빼앗아 키리키리에게 쥐어 준 덕분인지, 그새 키리키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었다.
단순해서 좋았다.
“정보가 필요한 신이 있어서.”
“어떤 신인뎅. 말해 줄 수 없는 신도 있엉.”
“회한의 신.”
키리키리는 회한의 신은 대략적으로만 말해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정보 제한이 걸려 있다고 한다.
“무슨 정보 제한인데.”
내가 이제 튜토리얼의 도전자도 아닌데, 무슨 정보를 알려 주는 것에 제한이 있단 말인가.
정보값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네가 60층에 걸었던 거랑 같은 정보 제한이야.”
젠장.
역시 트리거를 통한 정보 제한은 튜토리얼의 각성자를 위한 시스템이 아니었다.
“트리거는 뭐였는데.”
“회한.”
자기에 대해 알아볼 생각 말라는 거네.
키리키리는 혀를 차는 나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35층에서 얻은 근원 때문에 그런 거지?”
그랬다.
35층에서 회한의 신은 나에게 근원을 선물했고, 그 결과로 백신전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근원은 당시의 내게 큰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이후 근원과 신력이라는 힘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게 도와주었다.
60층의 정보를 이연희에게서 감추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고.
“나는 신경 쓰지 않는 걸 추천해. 회한의 신이라면 분명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이유로 너에게 근원을 선물했을 거야.”
“그 이상한 이유가 궁금한데.”
“그건 나도 잘 모르징.”
찝찝했다.
남에게서 이유 없는 도움을 받았다면, 그리고 그 도움에 희생이 포함되어 있다면.
역시 불안했다.
“전에 설명했듯 회한의 신은 항상 후회하는 신이야. 항상 실수를 만들어 내는 신이기도 하고. 어쩌면 근원을 선물했던 그것도 수많은 후회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우연한 행운이었다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문제는 회한의 신이 차지하는 위상이다.
항상 문제를 일으키고 실수한다는 말만 들으면 그저 멍청한 덜렁이 정도로만 생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위를 얻었고, 그 격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회한의 신은 시간에 관련된 신이었다.
몇몇 신이 60층의 결계를 강제로 뚫어 보고자 시도했을 때도 회한의 신이 가장 유의미한 성과를 냈었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건 더 없엉. 아마 회한의 신을 만나서 직접 물어보는 게 더 빠를걸.”
* * *
다시 한 번 빛이 번쩍였다.
사방으로 전격이 뻗어 나갔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던 호치는 혀를 찼다.
“저, 저 미친놈… 저거.”
호치로서는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준석의 능력은 정말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시도할 수 없는, 아니 단련도 할 수 없는 힘이었다.
이준석이 사람들을 보호해 주라느니, 보조를 부탁한다느니 하는 말을 했을 때 호치는 짐작했다.
이준석의 능력이 광역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가보다 하고.
호치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이준석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모두 광역 공격이었다.
문제는.
그 공격 대상에 아군이 포함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준석 본인도 포함된다는 점이었다.
“저 또라이 새끼.”
호치는 연신 욕을 하면서도 멀리 있는 이준석을 향해 권능을 사용했다.
“생명 공유.”
이제 단순 치유 능력으로는 이준석을 보조하기도 어려웠다.
이준석은 정말 여기서 죽을 작정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능력을 써 대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쌓였던 거야.”
욕구 불만.
이준석의 현재 상태였다.
한 번 능력을 쓰기 시작하자 이준석은 완전히 눈이 돌아가 버렸다.
호치는 이준석이 저 능력을 얻기 위해 뭔 짓을 했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물론 완전 치유가 가능한 튜토리얼에서 성장했다지만,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시도였다.
이호재만큼이나 미쳐 있어야 가능했다.
그 말은 상종하면 안 되는 수준의 또라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있었다.
고행 끝에 저런 능력을 얻었는데,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다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겠지.
하지만 함부로 썼다가는 주변 지역과 사람들이 잿더미가 될뿐더러, 이준석 본인도 위험했다.
한 번 쓰면 주변 모든 것들이 날아가기에 누군가가 도와줄 수도 없었다.
-그어어……!
거대한 촉수 괴물은 아직도 숨이 붙어 있었다.
호수는 애초에 모두 증발해 버렸고, 주변 숲도 이미 재만 남아 있었다.
숲에서 튀어나왔던 괴물들과 하수인들도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괴물은 아직도 이준석을 향해 촉수를 휘두르며 버티고 있었다.
이제는 괴물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이준석이 촉수를 피해 내는 모습을 보며 호치는 속으로 아쉬워했다.
솔직히 호치는 괴물을 응원하고 있었다.
이준석이 이제 적당히 괴물에게 얻어맞고 기절해 줬으면 싶었다.
괴물도 빈사 상태가 되었으니, 그냥 용용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는데, 이준석은 쉬지도 않고 괴물을 공격하고 있다.
그때마다 호치는 이준석을 보호해야 했으니, 이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어어!
그때 괴물의 몸체가 크게 갈라졌다.
피가 솟구칠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괴물의 벌어진 상처를 향해 이준석이 빠르게 날아갔다.
“이야! 이준석이 잘한다! 빨리 끝장내 버려!”
호치는 괴물이 치명상을 입자마자 입장을 바꾸어 이준석을 응원했다.
이준석은 괴물의 벌어진 상처를 통해 괴물의 몸속 깊숙이 파고든 다음, 다시 전격 능력을 사용했다.
“…와, 저 미친놈.”
이번에는 사방팔방 전격이 뻗어 나가지 않았다.
전격은 온전히 괴물의 몸속에 머무르며 괴물을 완전히 끝장내 버렸다.
문제는 이준석 본인도 괴물의 몸속에 있다는 점이었다.
호치는 얼른 이준석을 자신의 앞에 소환했다.
이준석은 이게 인간인지 숯 검댕인지 모를 몰골을 하고 있었다.
“어휴, 내 살다 살다…….”
“…고마워요, 형.”
그 와중에도 이준석은 감사의 말을 전했다.
호치는 아공간에서 엘릭서 한 병을 꺼내 이준석에게 먹였다.
이제 더 이상 능력을 쓰기도 귀찮았다.
“이게 웬 엘릭서예요?”
이준석은 다시 고맙다고 말한 뒤 호치에게 물었다.
호치는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호재 놈 아공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예……? 엘릭서는 튜토리얼 물건이잖아요.”
“아, 신경 쓰지 말라니까. 호재 놈 아공간은 튜토리얼이랑 상관없이 쓸 수 있어.”
이준석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잠시 갸웃거리던 이준석은 재차 호치에게 물었다.
“…혹시 제 아이템도 그 아공간에 있어요? 예전에 호재 형한테 남은 아이템들 다 드렸었는데.”
“아, 그랬지. 아마 찾아보면 있을 거야.”
“정말요? 그 아이템 있으면… 그 아이템들만 있으면!”
이준석은 약간 눈이 돌아간 것 같은 모습으로, 아이템만 있으면 리스크 없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진작 줄 걸 그랬네. 몰랐지, 나는.’
호재 놈은 왜 진작 안 주고 있었데.
저렇게 신나서 발광하는데.
호치가 그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공간이 벌어지며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이호재였다.
호치는 이호재를 돌아보며, 왜 이준석에게 아이템을 미리 안 줬느냐 물어보았다.
“까먹었어.”
당당했다.
그다운 변명이었다.
“응? 못 보던 목걸이네?”
호치가 이호재의 목에 걸려 있던 무언가를 보고 말했다.
이호재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목걸이 줄 끝에 달린 동그란 공 모양의 장식.
분명 호치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이호재는 쑥대밭이 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도 능력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거야? 심각하네.”
그러고는 이준석에게 면박을 주었다.
방금까지 들떠 있던 이준석은 급격히 죄라도 지은 것처럼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너는 튜토리얼에서 몇 년을 있었는데, 네가…….”
“야.”
호치가 이호재의 말을 끊었다.
“뭐?”
호치는 자신을 꼬라보는 이호재를 보며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확신했다.
“근데 너,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