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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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
“누구냐, 너?”
호치는 대답하지 않는 이호재에게 재차 물었다.
그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답했다.
“갑자기 뭔 헛소리야. 누구냐니.”
판박이였다.
저 짜증스러운 말투와 표정은.
최근에는 많이 줄었지만, 과거에는 호치가 종종 보았던.
아니, 항상 보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호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너, 가짜잖아.”
분명 말투와 움직임도.
심지어 느껴지는 힘과 분위기도 놀랍도록 흡사했다.
처음에는 호치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어디서 티가 난 거지?”
이호재는.
이호재의 모습을 뒤집어쓴 가짜는 그렇게 물었다.
“연기력이 어설퍼.”
사실 연기력은 훌륭했다.
그보다는 대상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
이호재는 기본적으로 남에게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혹시 자신이 남에게 그래야 할 때는 상대가 제재해야 할 대상이거나 친해서 챙겨 줘야 할 지인일 때다.
그리고 충고나 조언을 할 때,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짜증스럽게 말하거나.
무심코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는 그랬다.
호치에게 과거의 잘못을 사과한 이후 이호재는 스스로 변화했다.
호치가 아는 지금의 이호재는 적당히 칭찬하고 넘어가면 넘어갔지, 남의 기분을 망치면서까지 무의미한 지적질을 하지 않는다.
신격에 오른 자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습관이라도 바꾸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신격의 내적 변화는 그만큼 큰일이었다.
그렇기에 호치는 지금 이호재의 모습이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이호재가 아닌 다른 누군가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연기력이라… 개소리를 하는군.”
가짜라는 것을 알고 나자 분위기가 빠르게 변했다.
적대적으로, 그리고 위협적으로.
위압적인 기운이 스멀스멀 몸을 타고 올라왔다.
호치는 급변하는 가짜의 분위기를 살피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려 애썼다.
“알았다.”
“뭘.”
“그 목걸이를 어디서 봤었는지 기억났어.”
호치는 분명히 기억했다.
경합에서 마지막으로 이형진을 만났을 때.
그는 어떤 공 모양의 아이템을 이호재에게 내밀려 했었다.
도중에 말을 돌리며 급히 감추기는 했지만.
그 아이템이 저 목걸이와 똑같이 생겼었다.
“너, 17층의 가짜구나?”
죽은 이형진과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고.
이호재와 똑같은 모습에.
같은 분위기, 과거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상대였다.
추측이 어렵지는 않았다.
17층의 환영이 어떻게 호치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왜 호치 앞에서 이호재인 척할 생각을 했는지 의문이었으나.
그 또한 짚이는 바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눈앞의 가짜에게서는 어떤 신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 오고 있었다.
희망의 신.
이호재는 희망의 신이 지구를 엿보고자 애쓰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
만약 이게 희망의 신의 수작질이라면, 당연히 저 가짜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미리 알려 줬을 것이다.
“…가짜는 내가 아니라 너다.”
가짜는 마치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까지 무심을 가장하고 있던 눈에는 이제 살기가 가득했다.
“60층을 클리어하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네놈이야말로 가짜라는 말에 어울린다. 가짜도 아깝지. 지금 네 꼴을 봐라. 네 처지가 애완용 개새끼와 다를 게 뭐지?”
습관적으로 적의 신경을 긁으려 하지만, 정작 말발이 달리는 것도 호재와 똑같았다.
단순하게 호재의 모습을 따라 하고 있는 가짜가 아니었다.
튜토리얼 17층, 그 당시의 호재였다.
호치는 가짜를 보며 비웃음을 날려 주었다.
이호재는 호치에게 있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자신의 원본이라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방면에서 호치보다 우월했다.
하지만 단 하나, 호치가 이호재보다 앞서는 게 있었다.
입담만큼은 안 밀렸다.
“야, 스테이지 들어갈 때마다 하나씩 튀어나오는 양산형 짝퉁이 그렇게 말해는 건 좀 웃기지 않냐?”
“…….”
“심지어 완전히 똑같지도 않어. 엌, 중국산이냐. 이건 레플리카도 아니고, 그냥 조잡한 짝퉁인 거지. 모조품이 아니라 열화판.”
가짜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얼굴 근육이 괴상하게 꿈틀거렸다.
피가 오른 얼굴은 벌겋다 못해 굵게 돌출된 핏줄이 보일 지경이었다.
호치는 그 꼴을 보며 깔깔거렸다.
남을 도발하고 신경을 긁을 때 가장 효과적인 건.
상대를 놀리면서 정말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것이다.
“…어, 저, 형, 그만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옆에 조용히 짜져 있던 준석이가 슬며시 귓속말로 호치를 말렸다.
가짜의 사나운 기세가 극에 달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준비가 끝난 맹수처럼 호치를 쏘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호치는 굴하지 않았다.
애초에 위협이나 살기 따위에 겁먹기에는 호치도 그동안 겪은 것이 너무 많았다.
“빡쳤다, 빡쳤어. 여러분! 동네 사람들! 여기 짝퉁 새끼가 자기보고 짝퉁이라 놀려서 빡쳤대요! 세상에나, 양심도 없지. 아, 진짜랑 똑같은 점이 있긴 있네. 양심 없는 거. 좋겠다, 야. 오늘도 한 걸음 진짜에게 다가갔잖아? 언젠가 진짜를 완벽히 따라 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노력하면…….”
“뒈져라, 이 개새끼야!”
가짜는 결국 살의에 찬 욕설을 내뱉으며 호치에게 달려들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만큼 호치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축지] [적수 지정] [마력 압제] [신성 차단] [영혼 착취] [탈라리아의 날개] [시간 왜곡] [광휘의 빛]“너나 뒈져라, 이 불량 짝퉁 놈아!”
여러 권능을 동시에 사용한 호치도 가짜를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평소에는 전투를 꺼리고 수동적인 호치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7층 환영의 등장은 호치에게 매우 불쾌한 일이었고, 환영이 내뱉은 말은 심히 모욕적이었다.
호치는 평소처럼 용용이나 이호재가 도우러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본인의 손으로 저 싸가지 없는 짝퉁 놈을 조져 줄 생각이었다.
* * *
무리였다.
마음가짐과 별개로 세상에는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이 구분되어 있다.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야. 정말 싸워야만 할 때에.’
이호재는 그렇게 말했었다.
수차례에 걸쳐.
호치는 그때마다 그 말을 무시했었고, 이제 그 태만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점멸!”
호치는 점멸을 연달아 사용해 가짜 놈의 공격에서 벗어났다.
가짜는 마주 점멸을 사용해 호치를 쫓으려 했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다.
“하! 이 짜가 새끼야, 네놈의 점멸은 횟수 제한이 있지? 난 없다!”
일방적으로 쫓기는 와중에도 호치는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가짜는 다시 한 번 괴성을 내지르며 호치를 향해 날아왔다.
호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이준석에게 말했다.
“야! 넌 지금부터 찌리리공이야!”
“네?!”
“아공간에 넣어 줄 테니까, 내가 밖으로 꺼내면 생각하지도 말고 그 자리에서 바로 폭발해 버려!”
그러고는 이준석을 아공간으로 이동시켰다.
그사이 가짜가 호치에게 쇄도해 왔다.
“그림자 환영!”
가짜가 휘두른 검이 환영을 단숨에 소멸시켰다.
그 즉시 검은 환영 뒤로 물러나 있던 호치를 향해 날아들었다.
“축지!”
다시 한 번 축지를 사용했다.
권능으로 인해 공간이 왜곡되었다.
호치와 가짜 사이의 몇 미터는 순간적으로 수천, 수만 킬로미터 이상으로 늘어났다.
잠깐 여유가 생긴 틈에 호치는 생각했다.
저 새끼, 왜 저렇게 세지.
17층 짝퉁 주제에.
‘게으름 피우지 않고 단련했다 하더라도 못 이겼을 것 같은데.’
기본적인 전투 능력에서 차이가 났다.
권능의 개수 정도로는 뒤집기 어려운 격차였다.
맨 처음 근접전을 시도하자마자 호치는 가짜에게 곧바로 무력화당했다.
이준석이 달려들어 자폭기 수준의 기술을 난사하며 시선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직후 호치는 계획을 다시 바꾸었다.
처음의 마스터플랜으로.
용용이가 자신을 구하러 올 때까지 존버에 들어갔다.
“시에이드의 방패!”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신의 권능을 사용해 가짜의 검을 막아 내었다.
저 검이 가장 문제였다.
방대한 양의 힘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칼날의 형태로 유지하고 있었다.
저거에 잘못 맞으면 신격이고 나발이고 그대로 치명상이었다.
그러니 모든 공격을 반드시 피하거나 권능을 사용해 막아야 했다.
게다가 권능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그에 따른 파훼법을 찾아내는 듯한 가짜의 움직임은 호치를 질리게 할 정도였다.
이번만 해도 그랬다.
시에이드의 방패는 한 지역 자체를 둘러쌀 정도로 넓은 규모의 방어가 가능했지만, 일 점 공격에는 비교적 약했다.
저 가짜 놈은 시에이드의 방패를 딱 두 번 보고 그걸 알아내었다.
쾅!
분명 검으로 찌른 것인데, 권능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막에서 폭음이 터졌다.
처음 시에이드의 방패를 사용했을 때는 5분을 버텨 내었다.
두 번째 사용에는 고작 여섯 번의 찌르기에 파괴되었고.
세 번째 사용에는 세 번의 찌르기에 파괴되었다.
이번에는 몇 번의 공격에 파괴될지 알 수 없었다.
가짜는 다시 한 번 찌르기를 준비하며 외쳤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테냐!”
“우리 용용이가 올 때까지!”
호치는 당당하게 외쳤다.
가짜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 호치를 비웃으며 말했다.
“멍청한 놈! 여기가 지구인 줄 아는가. 이 공간은 희망의 신의 성역이다. 그 누구라도 해도 멋대로…….”
가짜가 쏘아대듯 설명하고 있는데, 허공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공간이 벌어지며 용용이가 나타났다.
“삼촌!”
“용용아!”
호치는 감격스러운 말투로 용용이를 불렀다.
그리고.
“하! 넌 이제 뒈졌다! 너, 우리 용용이가 얼마나 센지 모르지, 이 짝퉁 새끼야?”
곧바로 그간의 울분을 담아 가짜를 향해 쏘아붙였다.
삼촌이 되어서, 적 앞에 용용이를 내세운다는 게 조금 그랬지만.
어쨌든 용용이는 든든했다!
쉴 새 없이 호치를 쫓던 가짜는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고 용용이를 노려보았다.
용용이는 용용이대로 곧바로 공격하지 않고 가짜를 응시했다.
“삼촌, 저게 뭐야?”
용용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항상 발랄한 용용이답지 않은 무거운 목소리였다.
“…어, 어? 그게…….”
호치는 왠지 움츠러들어 조용히 용용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튜토리얼 17층에서 만들어진 호재의 가짜로 추정된다고.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럼 죽이고 자세히 알아봐야겠네.”
용용이는 단호히 말했다.
살벌한 용용이의 말에 당황한 호치가 뭐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와중 가짜는 자신의 목걸이를 풀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 신을 불러내었다.
“…신이시여.”
[나의 사도여, 일이 꼬였구나.]희망의 신의 등장이었다.
작은 날벌레처럼 보이는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존재감은 잿더미로 변한 세상을 모두 채울 만큼 거대했다.
호치는 온갖 권능을 두르고 있음에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게 원인이네.”
용용이는 가짜 앞에 나타난 희망의 신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호치를 불렀다.
“삼촌.”
“…어, 어, 용용아, 왜.”
“조금만 더 버티고 있어. 난 저 신부터 잡아 둘게.”
그 말은 희망의 신의 심기를 건드렸다.
희망의 신은 용용이를 보며 거칠게 말했다.
[새끼 드래곤이 아주 기고만장하구나. 나를 잡아 두겠다고? 되다 만 떨거지들을 상대하다 보니 신이 아주 우습게 보이느냐?] [진정한 신이 어떤 존재인지, 내가 보여 주마.]* * *
드디어 쥐덫에 쥐가 걸렸다.
그나저나.
저 새끼는 남의 땅에 기어 들어온 주제에 뻔뻔하게, 진정한 신의 힘은 얼어 죽을.
“진정한 신이 뭔지는 내가 보여 주마.”
싹퉁머리 없는 새끼.
“세레지아, 준비 끝났으면 신호해.”
물론 준비는 이미 끝났겠지만, 혹시나 싶어 물어보았다.
세레지아는 곧바로 신호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세레지아, 그건 구조 신호야.”
그렇게 말했지만, 세레지아는 꿋꿋이 같은 신호를 반복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나중에 호치에게 말해 둬야겠다.
세레지아한테 이상한 것 좀 가르치지 말라고.
“준비됐으면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