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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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4층 대기실
대표 연합에 대한 일은 잠시 덮어 두기로 했다.
키리키리에게 헬 난이도 1층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물어본 것처럼 대표 연합이 차지하고 있는 대기실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3층을 클리어하고 얻은 질문의 기회를 몽땅 날리게 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다고 해도 그들에게 개입할 수는 없다.
비겁한 변명 같지만, 아니 변명이 맞지만, 일단은 내 일만 생각하도록 하자.
“키리키리.”
시야에 화들짝 놀라 당황하는 키리키리의 얼굴이 비친다.
손에는 케이크 위에 있던 초콜릿 토핑이 들려 있다.
“먹어도 돼.”
“응!”
키리키리가 초콜릿 토핑을 마저 먹기를 기다린 다음에야 본론을 꺼냈다.
“이번에 새로 얻은 탈라리아의 날개 스킬도 설명해 줄 수 있어?”
“응! 대기실로 가면 볼 수 있게 해 둘겡.”
“음… 그리고 키리키리. 아직 이번에 쓸 수 있는 질문 기회가 아직 제법 남아 있지?”
“응.”
“그럼 그 기회를 아껴서 다음번에 모아서 쓸 수 있어?”
“응, 괜차낭.”
다행이다.
다음번 키리키리를 만났을 때는 신들에 대한 것, 혹은 튜토리얼의 클리어에 대한 정보 둘 중 하나를 물어볼 생각이다.
질문은 이만 아끼기로 결정하고 키리키리에게 상점창에서 아이템 구매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1층에서와 마찬가지로 키리키리는 아이템 구매에 대한 조언을 대가 없이 해 주었다.
그동안 모은 포인트로 조금 더 고급품의 가죽 갑옷과 포션들을 구매했다.
그리고 키리키리가 추천한 몇 가지 장비들과 잡동사니들을 구매했다.
음… 키리키리는 조금 예상 밖의 아이템들의 구매를 조언해 주었다.
4층의 테마가 조금 짐작이 간다.
하지만 추천해 준 모든 아이템의 그 쓰임새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밧줄 갈고리 망원경은 그렇다쳐도
거울?
이건 도대체 뭐에 필요한 거야.
섣불리 물었다가 질문 기회가 날아갈까 봐 속으로만 생각했다.
거울에 내 얼굴이 비친다.
그런데 거울에 비치고 있는 내 얼굴에 이상한 것이 그려져 있다.
정확히는 내 이마에!
뭐야, 이게.
“뭐야, 이게!”
“점멸의 보주가 그려진 도안이야. 이 정보는 서비스. 헤.”
내 이마에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는 원형 마법진이 새겨져 있다.
뭐야, 이게…….
중증 중2병이던 시절에도 이런 건 바라지 않았다.
게다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점멸의 보주 스킬을 얻은 이후로 계속 이런 게 내 이마에 그려져 있었던 건가.
헬 난이도에선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감사했다.
이 꼴로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보냐, 쪽팔려서.
한숨을 한 번 내쉬고 포탈 위에 올라섰다.
“나중에 또 보자. 나 갈게.”
내 인사에 키리키리는 언제나처럼 깡충깡충 뛰며 나를 배웅했다.
다음에 또 케이크 사 달라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키리키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 밖의 말이었다.
“케이크 사 줬으니까 서비스 하나 더 줄게. 조만간 대화합의 날이 열릴 거양.”
대화합의… 뭐?
그게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으나 내 몸은 어느새 포탈의 빛에 둘러싸여 4층 대기실로 이동했다.
[4층 대기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대화합의 날이라.
혹시 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커뮤니티를 둘러보았지만 그 정보에 대해 언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화합의 날.
만약 이것이 튜토리얼 내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연결시켜 줄 수 있다면.
어쩌면 대표 연합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미리 준비해 둬야겠다.
그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평소 커뮤니티에서 눈여겨보던 사람들을 대화방으로 초대하였다.
* * *
[2회 차 25일. 20시 30분] [탈라리아의 날개(Lv.Max)]설명 : 모험의 신이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도전자를 위해 새로이 만든 권능의 파편이다.
최근에 급조되었기 때문에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
모험의 신이 초조함에 못 이겨 자신의 신물에 심어져 있는 권능을 끌어내서 창조한 스킬이다.
스킬 시전 시 시전자의 등 뒤에 탈라리아의 날개가 소환된다.
탈라리아의 날개는 시전자에게 지속형 활강 마법을 제공한다.
각 날개는 매우 높은 수준의 마법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시전 시 날개의 주인인 모험의 신 본인의 신성력을 소모하기에 시전자 본인의 마나와 정신력 혹은 신성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역시 좋은 스킬이었다.
내장된 마법이 플라이, 혹은 비행 마법이 아닌 활공 마법이라는 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점멸 스킬을 위로 사용해 높이 떠오른 다음, 활공 마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튜토리얼의 스테이지가 대부분 좁고 밀폐된 통로였으나 층이 위로 올라갈수록 스테이지의 높이와 폭이 넓어진다.
물론 커뮤니티에서 들은 정보다.
그리고 그 이후를 생각할 것도 없이 3층 보스룸만 생각해 봐도 굉장히 유용하다.
만약 이 스킬을 3층 보스룸에 입장하기 전 가지고 있었다면 활공 스킬을 활용해 아무런 위험도 없이 3층 보스룸을 클리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활공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내 운신의 폭이 공중으로까지 넓어졌다는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마법 방어력.
보통 전사에게 약점이 되는 상성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당연 마법 공격일 것이다.
높은 마법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스킬이다.
“탈라리아의 날개.”
내친김에 시동어를 말하고 스킬을 시전해 보았다.
오우야.
등 뒤에 거대한, 정말로 거대한 크기의 날개가 나타났다.
한 짝에 3미터 정도.
양쪽으로 펼쳤을 때 가로로 6미터는 되어 보인다.
오오, 왠지 두근거린다.
남자의 로망, 그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날개다.
특이한 점은 내 등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전 전에는 등 근육이나 뼈에 연결되는 것일까? 혹시 옷이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했건만
날개는 내 등에서 반 뼘 정도 떨어진 허공에 걸쳐 있었다.
신기하네.
게다가 재질은 새의 깃털 같은 것이 아니라 푸른색의 수정석이었다.
어쩌면 단순한 수정이 아니라 보석 종류일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서서히 빨려들어 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시험 삼아 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내 몸과는 붙어 있지도 않고, 심지어는 깃털로 이루어진 날개도 아니었지만, 내가 의도하는 대로 날개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개의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날개로 몸 전체를 가려서 공격을 막을 수도 있었다.
마법 방어에 대한 훌륭한 대책이 되어 줄 것 같다.
정신 마법 등에는 효과가 없을 것 같지만, 그 부분은 정신 오염 면역 스킬이 막아 줄 것이다.
재질이 딱딱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끝 부분은 근접 공격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다만 아쉬운 점은 아무리 퍼덕거려도 몸이 떠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활공만 가능한 모양이다.
3회 차가 시작되기 전까지 며칠의 시간이 또 남아, 4층을 미리 공략해 봐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 연구할 거리가 생겼다.
그 시간 동안 이 탈라리아의 날개와 점멸의 보주 스킬에 익숙해지고 두 가지를 함께 활용하는 법도 연구해 보자.
3층에서 이렇다 할 성장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기에, 새로운 일과 생각할 거리의 등장은 정말로 반가웠다.
물론 짬짬이 고통 내성과 출혈 내성, 관통 내성, 가능하다면 화상 내성 스킬의 성장도 잊지 말아야지.
이 튜토리얼에 들어온 이후 언제나 그랬듯이 앞으로도 바쁜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 * *
“언니. 들키면 어떻게 해. 하지 마!”
불안해하는 동생을 눈짓으로 안심시켰다.
아니 안심이 될 리가 없지만, 최소한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있어 줬으면 한다.
인벤토리.
대기실의 모서리 부분에 몸을 바짝 붙이고 인벤토리에서 조금씩 육포를 꺼냈다.
많이 꺼내 둘 수는 없다.
저 개새끼들이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빼낸 육포들을 그대로 빼앗길 것이다.
자신들 몰래, 허락도 없이 인벤토리를 열었다며 또 주먹질을 해댈지도 모른다.
빼돌려 모은 육포를 남방 소매 속으로 차곡차곡 밀어 넣었다.
분명히 이 대기실에 지낼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홀로그램 메시지도 분명 남은 시간을 표기하고 있고, 저 개새끼들이 흘리는 말을 생각해 보아도.
24시간.
죽지는 않겠지만, 물 한 방울, 밥 한 숟가락 없이 버티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자신은 몰라도 동생은 정말로 버티지 못할 것이다.
충분히 육포를 모은 뒤, 인벤토리창을 닫고 남방 소매의 단추를 잘 여몄다.
아직 부족하다.
버틸 수는 있다.
저 악마 같은 놈들도 사람을 두들겨 패기는 해도, 덮어놓고 사람을 죽이는 미친 살인마는 아니다.
먹을 것은 소매에 숨겨둔 육포를 조금씩 꺼내 먹으면 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저놈들에게서 자신을 그리고 동생을 지켜 낼 방도가 없다.
처음에 자신들을 1회 차 선배들이라고 소개했던 저 조폭 무리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반발해서 덤벼들었던 사람들 모두 두들겨 맞아 반죽음이 되었다.
덤벼든 사람들의 수가 일곱이었고, 저놈들은 고작 세 명이었음에도.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제각각 무기를 들고 덤벼들었으나, 저 세 사람 중 누구도 생채기 하나 입지 않았다.
저들과 우리의 차이는 1회 차와 2회 차라는 것.
저들도 어쩌면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 튜토리얼 스테이지를 진행한다는 일련의 과정이 저런 초인적인 힘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놈들이 스테이지로 향하는 푸른색 마법진 주변에 진을 치고 아무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저놈들에게 빼앗긴 무기로 눈길이 향했다.
저 창을 저렇게 쉽게 빼앗기는 게 아니었는데.
눈길을 돌리고 저 창을 처음 얻었을 때를 떠올렸다.
튜토리얼.
시작 무기.
차원 이동.
인벤토리.
상태창
온갖 비현실적인 광경들.
현실이라고 보기보단 소설이나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만약 이곳이 게임 속이라면 제법 이 상황이 이해가 간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홀로그램 메시지는 분명 게임의 그것을 닮았다.
어쩌면 정말로 이곳은 게임 속 세계이고, 나는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문제는 이 게임이 겁나게 불친절하다는 것.
게임이라면 응당 제공해야 할 정보들을 알려 주지 않는다.
정보가 필요하다.
이 세계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디 있는지.
24시간이 지나고 대기실에서 추방당한 뒤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저놈들에게서 몸을 지킬 수단은 있는가.
저놈들과 같은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정보가 필요하다.
* * *
흠흠. 카악 퉤!
목을 풀고 가래침을 뱉어 냈다.
누군가가 가래침에 맞았지만, 아무런 불만도 들리지 않았다.
불만은커녕 나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벌벌 떨고 있기만 했다.
근성도 없는 새끼들.
주머니에 넣어둔 육포를 꺼내 질겅거렸다.
그러고 보니 육포 외에 다른 음식을 먹어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
올드보이도 아니고 매끼 주구장창 육포라니.
사람 돌아버릴 일이다.
하지만 식사의 불편함과 무관하게, 나는 이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
아주 많이 만족하고 있다.
“창석 형님.”
부하 놈이 눈치껏 물병을 가져다 바친다.
물론 질겅거리고 있는 육포와 마찬가지로 내 물은 아니다.
인벤토리에 있던 육포와 물은 1회 차가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그리고 물론 상점창에서 구매한 것 또한 아니다.
1회 차의 기억이 떠오른다.
치유의 샘을 발견하고 커뮤니티에서 보스룸이라고 부르는 마지막 관문을 눈앞에 뒀을 때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웠는지.
거대한 석문 앞을 서성이고 서성이다가 결국엔 1회 차를 그렇게 넘겨버렸다.
[1회 차가 종료됩니다.] [1층 스테이지 클리어를 실패하셨습니다.] [플레이 기록을 바탕으로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250포인트를 획득합니다.]그렇게 1층 대기실로 돌려보내졌을 때 나는 안심했다.
1층 클리어에 실패한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같은 대기실에 있던 양아치 같은 고딩 한 명.
그리고 다른 대기실에 있었던 놈팽이 하나.
총 세 명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회 차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인원들이 대기실에 들어오고 그 사람들이 1회 차 당시의 나와 다를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불안하겠지. 무섭고.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평범한 일반인이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그들을 보고 나는 한 가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유레카를 외친 소크라테스의 심정이 이러했겠지.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대기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대기실 구석에서 여자애 하나가 커뮤니티를 들여다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야, 이 쌍년아! 허락도 없이 뭘 들여다보고 있는 거야! 야! 쟤 이리 끌고 와.”
하여튼 어딜 가든지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것들은 꼭 있다.
여자애는 꺄아악 하고 비명을 질러 댔지만 부하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겨 끌고 왔다.
여대생이라고 했던가? 이참에 본보기를 보여야겠다.
좁은 공간에 한시적일 뿐이지만 나는 이 세계의 왕이나 다름없다.
왕? 왕이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정해진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나의 지위.
그 지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우선은 조직을 이 대기실 바깥까지 확장시켜야겠다.
조직의 이름은… 그래.
대표 연합 정도면 적당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