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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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2)
“에효, 저 새끼들 또 저 지랄이야, 또.”
조용히 계란을 먹고 있던 노인이 버럭 화를 냈다.
그 입에서 계란 노른자가 튀어나와 호치의 손등에 붙었다.
‘으…….’
호치는 손등을 슬쩍 닦으며 노인의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보았다.
아직 기차가 출발하지 않은 차에, 남자 한 명이 기차 칸에 들어와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귀의하십시오! 예정된 종말이 다가오기 전에 귀의해 광명을 찾으십시오! 영생을 누리십시오!”
사이비 종교였다.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 때문에 열차 안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별로 듣기 좋은 말도 아닌데, 시끄럽게구니 달가울 리가 없었다.
불신지옥을 주창하던 남자는 갑자기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저, 혹시 학생이신가요?”
“예, 예……?”
“아니, 제가 딱 보니까, 학생이 정말 좋은 상을 가지고 있어요.”
저건 뭐 하는 짓거리일까.
호치는 잠시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기운이 꽉 눌려 있어요. 요새 일이 잘 안 풀리시죠? 그게 다 기운이 막혀서 그래요. 혹시 시간이 되시면, 이따 역에 도착해서 저랑 잠시…….”
저런 게 사이비인가 보다.
남자에게 팔을 붙들린 여학생은 당황해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남자는 아예 좌석 옆에 기대, 여자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자, 이 팜플렛을 좀 보세요. 이게 홍천에 있는 우리 교단인데…….”
여자애는 모르는 남자가 다짜고짜 말을 시작하자 뭐라 거절하지 못했다.
겁이 나는 건지, 당황스러운 건지.
“아주 지랄한다! 지랄을 해!”
“학생, 저 새끼 따라가지 마. 저거 따라가면 돈 버리는 거여.”
주변에서 힐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자 여자애를 붙잡고 이야기하던 남자도 머쓱해진 표정으로 자리를 피했다.
호치는 잠시 고민해 보았다.
기차 안에서야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이었다면.
저 여학생은 사이비를 떨쳐 낼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 사이비라는 게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사이비 남자는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뒤 칸을 향해 움직였다.
복도를 걷던 남자와 호치의 눈이 마주쳤다.
나이: 37세
신분: 이호재교(가칭), 4급 사제
-매월 0pt의 신앙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신앙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교단의 신규 신도 모집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교단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있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교단 사업 분야의 한 축입니다.
-다단계 업자입니다.
-교단에서 추방하거나 본보기로 처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호재교였냐.’
강원도로 가는 도중에 마주친 사이비라 혹시나 싶었지만.
정말로 이호재교일 줄은 몰랐다.
“저기…….”
이덕삼이라는 남자가 돌연 자세를 낮추더니 말을 걸었다.
호치는 자신을 알아본 건가 싶어 놀라 그를 바라보았지만, 이덕삼이 말을 건 사람은 호치가 아니었다.
“먹는 입이 참 복스러우시네요. 복이 많은 얼굴이세요. 그런데…….”
호치의 옆자리에서 땅콩을 까먹고 있던 사마귀였다.
사마귀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이덕삼을 바라보았다.
그때, 이덕삼의 얼굴로 계란 껍데기가 날아들었다.
“썩 안 꺼져!”
호치 옆에 앉아 있던 노인이 손에 들고 있던 계란 껍데기를 던진 것이다.
얼굴에 계란 껍데기를 맞은 이덕삼은 험악한 표정으로 얼굴에 붙은 껍데기를 털어 내고는 자리를 피했다.
“에효, 저 썩을 놈의 새끼들.”
남자가 열차 뒤 칸으로 나가자 노인이 다시 욕을 내뱉었다.
호치는 잠시 얼이 빠져 멍하니 있었다.
생각보다 호탕한 노인네였다.
그러다 노인에게 질문했다.
“저 사이비에 대해 아시나요?”
“알다마다. 요새 유명해. 아주 극성이야, 아주.”
호치는 한숨을 내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성가실지도 모르겠다.
노인에게 계속 질문했다.
“아까처럼 순진한 애들 데려가서, 교단에 가입시키고 금품을 요구하는 정도가 아니여. 문제는 저 말을 진짜로 믿고 신도가 되는 인간들도 있다니까.”
“저걸 진짜로 믿는 사람이 있다고요?”
물론 종교창에서 이호재교에서 수급되는 신앙과 신도의 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까 남자가 떠들었던 불신지옥의 주창에 넘어가 신도가 되려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시골 깡촌 사람들이 믿는 거지. 괴물들 나타나고 고립되었던 사람들.”
몬스터의 등장 이후, 시골 사람들은 수년간 문명과 단절되었다.
갑자기 괴물들이 나타나게 된 원인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은 많은 일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시골 산간벽지에 모여 숨어 살았다.
각성자가 등장한 이후 사태가 조금씩 진정되고, 연락망이 복구된 이후에야 그 사람들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그들이 들은 설명은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였다.
무슨 튜토리얼 어쩌고 하는 이상한 세계와 신들의 시련,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
정리조차 되지 않은 정보들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을 때, 그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사람이 나타났다.
각성자들의 능력을 보여 주며, 그들을 하늘이 내린 인도자라 소개하는 사람들이.
시골 사람들은 그 신비한 능력에 혹했고, 그들이 약속하는 괴물로부터의 안전을 바랐다.
“…예, 뭐, 그럴듯하네요.”
호치의 입장에선 솔직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인간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안 믿으세요?”
“안 믿어. 내가 서울에서 각성자들을 얼매나 많이 봤는지 알어? 고 녀석들도 우리랑 똑같이 밥 먹고, 똥 싸고, 괴물 무서워하는 인간이여.”
노인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고는 소곤소곤 말했다.
“그리고 말여, 내가 아는 친구 중에 저 사이비에 들어갔던 놈이 있는데.”
“저 사이비요?”
“그려, 저 사이비가 뭘 숭배하는지 알어?”
“뭔데요?”
호치는 덩달아 목소리를 죽이고 물어보았다.
“얼마 전에 나온 이호재라는 각성자 있잖여, 그 각성자를 신처럼 숭배해. 막 어릴 때 사진 갖다 놓고 기도하고, 절하고 한다고. 내 친구가 그거 보고 이상하다고 나온 거 아니여. 에라이, 미친놈들.”
“아…….”
걔, 신 맞는데.
딴 건 다 구라지만, 그건 진짠데.
“서울에서 멀쩡히 잘 지내고 있는 각성자를 지들 신이랍시고 모시는 거여. 아마 그 각성자는 그런 사이비 종교가 있는 줄도 모를걸.”
아니에요.
걔도 사이비 종교 있는 거 알아요.
호치는 진실을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뭐라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설명해 봐야 똑같이 사이비 취급이나 받을 것 같아 관두었다.
호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수년간 고립되었던 시골 사람들에게 각성자란 분명 신적인 존재로 보일 법했다.
튜토리얼과 백신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
마치 신의 선택을 받은 전사가 시험을 받고, 지구로 돌아와 그들을 구원해 주는 이야기처럼 들릴 테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이호재교를 계속 그런 식으로 운영해 나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호재가 정말 신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신의 인도자이니, 계시자이니 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쉽겠지.
받아들이기도 쉬울 것이고.
다만 그 종교를 운영하는 주체가 사기꾼 놈들이었다는 것이다.
사기꾼이라는 놈들은 돈이 된다면 뭐든 팔아먹을 놈들이다.
그 건수가 각성자였고, 이호재였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이호재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종교를 운영한 것처럼 보였다.
그 때문인지 이호재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나 안 좋았다.
‘곤란한데.’
사람들의 인식은 단단하다.
한 번 사이비 병신들이라 뿌리박힌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신도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호재가 신으로서의 기적을 일으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호재가 할 일이고, 호치에게 맡겨진 임무는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교단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각성자를 우상 숭배하는 종교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그 인식을 바꾸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회의적이었다.
* * *
“자, 계시자의 대행인께서 처음으로 교단에 방문하시는 겁니다. 그분에게 우리의 정성! 보여 드립시다!”
“네에!”
자신의 말에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신도들을 보며 임성현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모인 신도들은 모두 2급 이상이었다.
인자한 미소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2급 이상의 신도가 되기 위해선 교단에 적지 않은 기부금을 바치거나 사제단을 위해 헌신해야 했다.
자신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 주는 돈줄이자 노예들을 바라보는 임성혁의 얼굴에선 뿌듯한 미소가 가시지를 않았다.
“자, 그럼 환영 준비를 합시다!”
“네에!”
신도들이 꾀꼬리처럼 합창하며 대답했다.
임성현은 입술이 꿈틀거리려는 것을 참아 내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인간들이 유치원생처럼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꼴은 우습다 못해 역겨웠다.
신도들을 모두 내보내고 의자에 앉았다.
교단의 신도 모두가 환영 행사 준비에 한창이었지만, 자신이 거들 일은 아니었다.
잠시 낮잠이라도 자기 위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형님.”
주변이 조용해지자 부하 사제가 다가왔다.
며칠간 불안하다느니, 쫄린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던 녀석이 이번에는 무슨 투정을 부릴지 의문이었다.
성가셨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임성현은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왜?”
“그냥 도망가자.”
“너, 자꾸 지랄할래?”
임성현은 순간적으로 빡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드디어 인생이 폈는데, 도망은 무슨 도망이란 말인가.
“야, 지금 우리가 벌고 있는 돈이 얼마인 줄이나 알아? 이대로 3년만 계속하면 평생 놀고먹으면서 사는 거야. 평생 교단에서 교주 행세하면서 살아도 되고.”
“아니… 형님, 내가 그걸 모르는 건 아닌데.”
“그럼 뭐.”
부하 사제 놈은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알아봤는데, 그 이호재라는 인간 들리는 소문이 좀… 이상해. 알려진 거랑은 좀 다른 사람인 것 같아.”
이호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사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한때는 티브이만 틀면 나오는 게 이호재의 다큐멘터리였으니까.
절망적이던 시절, 언론과 정부는 이호재의 이름을 팔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 했다.
그 덕에 자신의 종교가 이만큼 성장하기도 했으니 정말로 모를 수가 없었다.
“어떤데.”
“좀… 또라이래. 좀 많이.”
임성현은 피식 웃었다.
자신이 만나 본 각성자 중 또라이가 아닌 놈이 없었다.
“그 안에서 사람도 많이 죽였었다는 얘기도 있어.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고 되게 신신당부하면서…….”
임성현은 부하 사제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사람 죽여 본 게 무슨 대수라고.
자신이 그동안 만나 왔던 각성자 태반이 범죄자였다.
“야, 그러니까 더 좋은 거야. 그런 미친놈이 원하는 게 뭐겠어.”
“형님…….”
“남을 개처럼 부릴 수 있는 권력, 돈, 그리고 어?”
임성현은 손을 교차해 뻑뻑, 소리 나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 미친놈이 지 이름 팔았다고 싫어할 것 같아? 좋아 죽으려고 할걸? 나는 그놈이 교단에 틀어박혀서 서울로 안 돌아갈까 봐 걱정이다.”
탕탕!
거친 노크 소리가 울렸다.
곧 신도 하나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인도자님! 그분이 오셨어요! 그런데……!”
신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