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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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4)
“아주 옳은 판단이야.”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등장한 이호재를 보며 호치는 다시 고민해야 했다.
자신이 정말 틀린 판단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이호재를 불러 사제들을 처벌하고말고의 여부가 아니라, 처벌을 위해 이호재를 부른 것이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족인 호치가 보더라도, 공간을 가르고 등장한 이호재의 모습은 귀기 서린 악마처럼 보였다.
‘그냥 내가 직접 처벌하는 편이 나았으려나.’
분명 사제들 입장에선 호치가 직접 처벌을 마무리하는 편이 나았으리라.
하지만 호치는 사제들의 범죄를 아주 무겁게 생각했고, 자신에게 허락된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 방법을 꺼내 들었다.
“잘했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잘했네. 훨씬 더.”
공간을 가르고 나타나자마자 교단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빠르게 파악한 이호재는 호치의 칭찬부터 했다.
“…그래?”
“그럼.”
* * *
호치 녀석은 칭찬을 받자 괜히 큼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얼굴색도 조금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어지간히도 기쁘고 쑥스러운 모양이다.
예전에는 내 얼굴을 하고 저러면, 기분이 이상하다고 신경질을 냈었다.
물론 지금도 기분이 좀 요상하긴 하지만, 그보다 호치가 기뻐한다는 사실에 먼저 만족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호재 님. 제가 교단을 책임지고 있는 임성……. 엑…… 윽…….”
“응, 닥쳐.”
분위기 좋게 얘기하고 있는데, 눈치 없게 끼어드는 쓰레기가 있었다.
쓰레기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정말 잘했어.”
다시 호치를 칭찬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호치의 기를 살려 주고, 신도 관리 일에 더 열의를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그냥 칭찬하는 것이 아니었다.
호치는 정말 잘해 주었다.
종교는 허위 광고와 과대 포장으로 이루어진 거래 관계이다.
신도들은 보다 큰 포장지를 원했고, 신들은 굳이 알찬 상품을 줄 필요가 없어 포장지만을 판매했다.
하지만 그 누가 더 많은 내용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호치의 아이디어는 그 어느 때보다 구원과 욕망에 목마른 사람이 넘쳐나는 지금의 지구에서 수많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훌륭한 판매 전략이었다.
마진이 얼마 안 남는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애초에 난 지구에서 마진을 바라지 않았다.
“다행이야. 그래도 혹시 마음에 안 들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리가.
호치는 너무나 잘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혹여 호치가 지구의 신도들을 다 날려 먹었어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럼 저것들은?”
호치가 연회장 한편에 모여 있는 사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바닥에 쓰러져 켁켁거리고 있는 임성현과 그를 에워싼 사제들이 보였다.
저놈은 왜 저렇게 오바하는 거야.
언령으로 말만 못 하게 막아둔 건데, 아주 죽을 병 걸린 것처럼 발버둥 치고 있다.
아, 저 녀석은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게 큰 충격일 수도 있겠다.
사기꾼이니까.
혓바닥으로 먹고사는 놈이 말을 못 한다면 굶어 죽겠지.
호치가 내게 묻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이해했다.
저 사이비 교주 놈이 가진 신앙과 공적이 신경 쓰이는 거겠지.
“네 판단이 맞아.”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자들을 보았다.
한데 뭉쳐서 서로를 보호하는 고등어 무리가 연상되었다.
본의는 아니었다만, 어쨌든 내 이름 아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성현아, 그만 켁켁거리고 이리 와 봐라.”
발광을 하며 발버둥 치고 있던 임성현은, 언령에 의해 내 앞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기어오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무릎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모양이지.
“사, 살려 주십시오.”
임성현은 입이 열리자마자 살려달라는 말부터 내뱉었다.
입이 틀어막혔던 것이 어지간히도 큰 충격이었나 본데.
아니면 내가 자신을 죽일 거라는 걸 눈치챘던가.
“성현아.”
“예, 예.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제가 더 사람들을 단속했어야 했습니다. 옛정에 이끌려 부하들을 내치지도, 질책하지도 못했던 제…… 제…….”
이 새끼는 입 열자마자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오네.
저기서 충격받아 배신감에 몸부림치고 있는 사제들만 보아도 임성현의 말이 거짓임을 쉬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성현아, 느이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거짓말로 밥 빌어먹지 말라고 당부하셨잖냐.”
이 임성현이라는 놈은 자신 때문에 평생을 속상해했던 부모가 유언으로 남긴 말마저도 무시하고 사기꾼 행세를 계속했다.
갱생의 여지가 없는 아주 깔끔한 쓰레기였다.
“그…… 그건…… 어떻게…….”
어떻게긴 어떻게야.
네가 방금 ‘아, 그때 엄마 말대로 그만두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알았지.
“제가, 제가 쓸모 있을 겁니다, 이호재 님! 제가 교단을 혼자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 다 하고 있는 겁니다! 저, 저 새끼들은 그냥 다단계 사기꾼들일 뿐입니다! 제가 없으면 교단이 굴러가지 않을 겁니다! 분명 쓸모가 있습니다! 예! 살려만 주시면 분골쇄신해서 제가, 제가…….”
난놈은 난놈이다.
사기꾼으로 난놈이라 그렇지.
지금 임성현에게 쏟아지고 있는 내 관심은 한낱 인간이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압박감이 아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공포와 절망에 빠져 자신의 생조차 포기하고 체념할 압박감 앞에서, 이놈은 끝까지 입을 놀리고 있다.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 교단을 세웠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모았고! 제가 이 신당을 세웠습니다! 제 손으로요!”
이제는 아주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이쯤 되니 재밌을 정도다.
“제발……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딱 한 번만…….”
“성현아.”
“예, 예. 말씀하십시오.”
“내가 누구냐?”
쉴 새 없이 나불거리던 임성현의 말이 잠시 멈칫했다.
나는 언령으로 다시 물었다.
“말해라, 내가 누구냐.”
“…이호재 님이십니다.”
“그리고.”
공간을 찢으며 허공에서 나타나고.
말 한마디로 사람의 몸과 의지를 조종하고.
남의 생각을 마음대로 읽고.
네가 새운 교단의 신도들이 숭배하고.
너에게 견디기 힘든 공포와 후회, 그리고 절망과 희망을 함께 주고 있는 나는 너에게 무엇이냐.
“…신이십니다.”
“그래, 아는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는 줄 알았지.”
내 교단의 교주를 자청하는 놈이 말이야.
그것도 모르고 있으면 쓰나.
임성현의 입가에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압박감에 폐가 운동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 필사적으로 숨을 내뱉으며 말을 했으니 당연했다.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죽이고 있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정말로…… 제가 감히…….”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는지, 임성현의 목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래, 죄를 지었지.”
감히 내 이름을 사칭하고.
자신을 나와 동일 선상에 두고 신도들의 숭배를 받았다.
그 지위를 이용해 남에게 피해를 입혔고, 그렇게 내 이름에도 먹칠을 했다.
“그럼 응당 벌을 받아야겠지.”
“예…… 예,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임성현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래, 그렇게 말해 주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네.
이미 가벼웠지만.
“먹어라.”
언령과 함께 임성현의 그림자가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그림자의 끝에 이빨이 달린 입이 생겨났고, 그대로 임성현의 몸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던 임성현은 산 채로 뜯어 먹히면서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저 뼈 부서지는 소리와 살과 근육이 찢어지는 파육음만이 조용히 울렸다.
“제발…….”
마지막 순간, 임성현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겼다.
왜 이런 놈들은 죽기 전에 하는 말이 다 똑같은지 모르겠다.
* * *
“굳이 죽여야 했을까. 물론 죽일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임성현을 죽이고, 연회장 안에 있던 여자들을 추슬러 밖으로 내보낸 뒤에야 호치가 내게 물었다.
남이 보는 앞에서 내 판단에 이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자리가 비워지길 기다린 모양이다.
흐뭇했다.
참 자라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로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당연히 먹어야지. 그놈이 들고 있던 신앙이 아깝잖아. 그것도 다 내 건데.”
얼마 안 되긴 했지만.
그나마 지금 시점에 지구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 아웃풋이었다.
임성현 본인에게도 그리 나쁜 결말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그토록 되기를 바랐던 신의 일부가 되었으니.
“그럼 저놈들은?”
호치가 조용히 찌그러져 있던 사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모습에 사제 중 한 놈이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목숨만은…….”
한 놈이 빌기 시작하자, 나머지 놈들도 다 따라서 빌기 시작했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다.
제 발로 내 사제가 되겠다는 놈들인데.
심지어 자기 앞으로 모아둔 신앙도 없어서, 먹어봐야 도움도 안 되는 놈들이다.
“당연히 살려줘야지. 어? 네놈 새끼들이 나한테 끼친 손해가 얼만데. 마침 딱 점수로 나오네. 너넨 그 마이너스 다 갚기 전엔 죽고 싶어도 못 죽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혹시 돌연사하거나 하면 되살려줄 용의가 있다.
부활이나 소생이 아니라 좀비나 스켈레톤 같은 언데드 몬스터로.
그딴 걸로 되살려 어디다 쓰겠냐 하겠지만, 쓸데는 무궁무진하다.
“자, 조용히 하고 잘 들어라.”
부산을 떨고 있던 사제 놈들을 진정시켰다.
내 신도가 아니라 사제가 되려면 지켜야 할 게 두 가지 있다.
“첫째, 내 이름에 먹칠하지 마라.”
이게 진짜 중요하다.
내 이름을 팔면 지구에선 왕 행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의 위세를 업은 여우 정도가 아니라, 용의 머리 위에 올라탄 쥐새끼쯤은 될 것이다.
내 사제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것까지는 내 알 바 아니다만.
자신들의 사욕을 위해 내 이름에 먹칠하는 꼴까지는 넘어가 줄 수 없다.
“내 이름을 함부로 팔고 다니면 아까 잡아먹힌 그놈처럼 될 거다. 혹시 들키지 않을 거라거나, 그냥 넘어가 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랬다간 아까 임성현처럼 잡아먹히고, 영혼이 내 배 속에 갇혀 영원히 고통 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 규칙도 중요하다.
“이제부터 너희는 어디 가서 맞고 다니면 안 된다.”
명색이 내 사제인데, 어디 가서 맞고 다니면 안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기…….”
“어, 뭐.”
“혹시, 맞으면 어떻게 됩니까?”
“내가 다시는 맞고 다닐 수 없게 만들어줄게.”
“…….”
마지막 방책으로, 사제 놈들에게 저주 마법을 하나씩 걸어두었다.
목 뒤에 낙인이 새겨지고, 시시때때로 그 낙인이 위치한 부위에서 격렬한 극통이 느껴지는 저주였다.
저주의 해소 방법은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목 뒤를 타고 뇌까지 직접 전해지는 고통에 끙끙 앓다가 결국 쇼크를 일으키는 저주였다.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고통은 그 존재 자체로 인간을 극한으로 내몬다.
모든 욕구가 사라지고, 잡생각이 절로 가실 것이다.
이내 생존조차도 도외시하고 자살이라는 선택조차 망각한 채로, 순간순간 고통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오래전에 도통 강해질 생각을 않는 호치를 채찍질하기 위해 개발한 저주였다.
저 호치조차도 저주를 자력으로 파해할 만큼 성장하기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했었다.
그 이후로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었지만.
어쨌든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뭐, 저걸 걸어두면 안전하겠지.”
호치도 그렇게 말했다.
모든 행동이 신앙도와 공적치라는 결과로 책정되는 이상, 저들은 마이너스 점수를 플러스로 만들기 위한 것 외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신도들 좀 보고 갈래?”
호치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60층에 도전자들 대기시켜 놓고 온 거라, 가 봐야 돼.”
무엇보다 내가 간섭할 필요가 전혀 없을 만큼 호치는 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괜히 나서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정말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줘.”
“그래?”
호치는 여느 때처럼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나도 함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다시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미소를 담고 60층으로 돌아가기 위한 통로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