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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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2)
“아쉽다.”
그 난리에도 조용히 음식을 집어먹고 있던 사마귀가 중얼거렸다.
호치는 그녀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 아쉬울 만한 게 남아 있던가.
“뭐가?”
“내가 먹었어도 되는데.”
호치는 잠시 고민해 본 후에야 사마귀가 말하는 것이 이호재에게 잡아먹힌 임성현을 뜻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서라, 배 째진다.”
임성현이 잡아먹힌 이유는 별게 아니다.
이호재의 이름을 팔아 신앙을 모았고.
그 신앙의 양이 제법 많았다는 것.
임성현은 그 죄의 경중과 무관하게 이호재를 만나면 잡아먹힐 운명이었다.
그리고 이호재는 누가 자기 걸 채 먹으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놈이 아니다.
이호재는 어떤 방식이든, 부정적인 관계로 얽히면 안 되는 놈이다.
경험자인 호치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그만 나가자.”
아직 신도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치가 더 이상 그들에게 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아직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있을 그들에게 조금 더 확고한 신뢰를 쌓아 주어야 했다.
종교를 위해서도, 그들을 위해서도.
“나는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안 돼요?”
입안 가득 밥을 물고 있는 사마귀가 입을 우물거리며 물었다.
“안 돼.”
사마귀도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녀는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었다.
교단의 마스코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신도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그들의 분위기를 엿볼 수도 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열심히 하면 나중에 다시 자유롭게 풀어 준다고 했잖아.”
“싫은데요. 난 주인님이랑 평생 같이 살 건데요.”
여기서 주인님은 용용이를 뜻했다.
호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저 식충이를 용용이에게서 강제로라도 떨어뜨려야 하는 건 아닌지.
사마귀가 용용이를 주인이라 부르며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밥을 챙겨 준다는 것.
그것도 인간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영양가 있는 먹을 것을.
잠시 고민하던 호치는 결국 용용이에게 맡겨 두기로 했다.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는 생각이었다.
* * *
“…나도 가라고?”
또, 또 반말이 튀어나온다.
박정아는 내 말을 듣자마자 쌍심지를 켰다.
“응.”
내 대답에 박정아의 눈빛이 더욱더 날카롭게 번뜩였다.
와, 저쯤 되면 저거 스킬 아니냐?
나는 박정아에게 다른 도전자들과 함께 내가 만든 새로운 튜토리얼로 가 달라고 부탁했다.
도전자들은 귀중한 재원이었다.
지난 십수 년간 완성자들은 지구에서 근원의 힘을 채굴했다.
그 결과 행성의 근원이 거의 바닥난 상황이다.
지구의 근원이 바닥난 이상, 지구는 천천히 몰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환경 악화와 자원의 고갈.
이미 기술 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병들어 있던 지구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키리키리는 근원이 행성의 문명의 발전과 생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었다.
그걸 감안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지구인들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것이 좋았다.
그게 튜토리얼 스테이지의 공백지가 될지, 차원 게이트로 연결된 다른 차원일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고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저 도전자들은 그런 수고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내가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없는 만큼, 도전자들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써먹으려면 그만큼의 훈련도 반드시 필요했고.
“나…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 관리하고 그런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박정아가 말했다.
물론 그녀를 도전자들과 함께 보내려는 건 그녀를 믿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그녀가 사람들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일을 오랫동안 잘해 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냥 지구로 돌아가서 쉬고 싶어. 나는 그냥 빼주면 안 될까.”
“안 돼.”
박정아의 얼굴에 서운함이 어렸다.
자경단 일에조차 흥미를 잃고, 그저 내가 나올 것을 기다리고만 있던 그녀에게 내 말은 충분히 섭섭하게 들릴 것이다.
“설명해 줄 수 있어요?”
물론 설명해 줄 수 있었다.
“너도 훈련이 필요해.”
예전에도 박정아와 나 사이에 힘의 차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제는 너무 심각하게 난다.
박정아는 이지 난이도의 도전자였고, 자기 호신을 위함이 아니라면 딱히 힘을 키우려 하지도 않았다.
그에 비해 나는…
“솔직히 힘 조절이 어려워.”
진짜로.
괜히 오랜만에 만났는데 살짝 안아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굉장한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살짝 안아 주거나 손잡는 정도는 괜찮지만. 그러면 우리… 정말 손만 잡고 자야 되는데.”
“…갈게요.”
박정아는 이마에 손을 얹고, 한숨을 길게 내쉬며 대답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체념이 빨랐다.
그렇게 박정아를 포함한 도전자들은 튜토리얼로 이동되었다.
이동 직전, 이연희가 내 등 뒤에서 박정아를 향해 얄미운 미소를 날려 주었지만, 거기서 더 나가지는 않았다.
도전자들이 이동된 새로운 튜토리얼은 다름 아닌 용용이의 탑 내부였다.
워낙 넓은 공간이었기에 그 일부를 훈련 장소로 사용해도 충분했다.
훈련 과정과 도전자들의 관리도 용용이가 맡아 주기로 했다.
용용이는 내 교육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기도 했고, 또 워낙 상냥한 아이이니 튜토리얼 관리에 적합할 거라 생각되었다.
용용이 본인도 재밌을 것 같다며 좋아했고.
아마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용용이가 더 잘해 낼 것이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지금 돌이켜 보면 60층에서의 나날은 정말 느리게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평생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해 본 적이 없는 호치로서는 교단을 관리하는 나날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고 느꼈다.
교단은 빠르게 정상화되었다.
호치 본인조차 놀랄 만큼.
사람들은 알아서 행동을 조심했다.
공적치는 정말 포괄적인 개념이었다.
자신의 처신이나 교단 내 분위기, 소문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항상 좋은 말, 좋은 행동만 하려 했다.
조금 위선적인 분위기가 생기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사이비 사기꾼 집단이 설립했던 교단인 만큼, 한동안은 이런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호치는 생각했다.
사기꾼 출신 사제들은 이호재의 바람과는 달리, 더 이상 써먹기 어려워졌다.
이호재가 간과했던 것은 호치와 사제들의 근본적인 차이였다.
호치는 목 뒤의 저주 낙인에서 오는 고통을 참아 내며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제들은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했다.
그저 몸부림치며 죽어 갔다.
하지만 정작 죽지는 못했다.
저주에 담긴 힘은, 대상자가 심대한 피해를 입을 경우 자동적으로 치유했다.
그 치유로 인해 그들의 감각은 항상 또렷했고, 정신마저 멀쩡한 상태를 유지했다.
결국 사제들은 죽지도, 정신을 놓지도, 감각을 잃어버리지도 못한 채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마이너스 공적치를 갚아 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존재는 교단 사람들에게 경고의 의미가 되었다.
저렇게 될 수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의미의.
그렇게 고통 받는 것으로 조금씩이나마 교단의 공적치를 얻어 마이너스 점수를 탕감하고 있었다.
아무리 늦어도 반년 안에는 모든 사제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예상되었다.
물론 고통에서 벗어난다 한들, 폐인이 되거나 미쳐 버릴 가능성이 높았지만.
호치는 범죄자들의 처벌 이후까지 걱정해 주지 않았다.
관리직이었던 사제들이 모두 전력 외가 되면서, 호치는 교단을 떠나지 못하고 아주 눌러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할 일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교단은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분명 호치가 내건 방법은 특이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신비롭고 위대한 신 대신, 눈에 명확히 보이는 보상을 믿게 만들었다.
어쩌면 신도들은 이호재보다 호치가 내건 보상들을 더 숭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로 보상의 주인인 이호재를 숭배하게 되었고.
보상을 위해 자신의 신앙을 높이려 자기암시를 시작했다.
실제로 종교창을 통해 집계된 신도들의 신앙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앙뿐만 아니라 교단의 공적치 또한 그랬다.
신도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병원이나 요양원을 찾아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보상으로 얻은 포션을 환자들에게 선물하며 교단을 광고했다.
남을 위해 보상을 사용하는 건 손해라 여겨질 수 있었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 더 많은 공적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수십, 수백 명의 신도가 새로 생겨났다.
사실 공적치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돈으로 사는 것이었다.
돈에 여유가 있던 신도들은 자신의 자산을 털어 교단에 거액의 헌금을 내고 전국 각지에 교단 지부를 설립했다.
그렇게 교단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홍보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전국에 교단의 전단지가 뿌려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홍보로는 한계가 보이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경쟁적으로 전단지를 뿌려 대는 신도들로 인해 한국에 교단 전단지가 뿌려지지 않은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마 전 국민이 한 번쯤은 교단의 전단지를 받아 보았거나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전단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정도 수준의 홍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교단에 귀의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건 저희 교단의 안 좋은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회의에 적극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회의에서 좋은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도 공적치가 오르니까.
모두 이 회의에 참가하고 싶어 했고.
혹여 참가하지 못한다면 참가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대신 내달라는 청탁까지 했다.
호치는 만족스러움과 뿌듯함을 느꼈다.
자신이 고안해 낸 아이디어는 이토록 훌륭했다.
‘나는 정말 천재인 건가.’
회의장의 가장 상석에 앉은 호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행복해했다.
“더 많은 사람이 알게 하는 것보다 이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때입니다.”
회의는 사이비, 사기꾼, 다단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호재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 * *
최근 웹상에선 항상 비슷한 댓글들을 볼 수 있었다.
-이호재교 믿으세요!
-이호재교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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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뉴스 댓글창을 보아도 항상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은 이호재교에 대한 댓글이었다.
꾸준히 댓글만 달아도 조금씩 공적치가 오름을 알게 된 이호재교 신도들의 조직적인 댓글 작업이었다.
물론 그런 댓글들을 좋게 보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사실 안 좋게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저, 저 호재스탕스 새끼들 여기도 있네.
└쟤네 좀 안 보고 싶다, 진짜.
└어딜 가나 저놈들이 배댓임. 그냥 아이피 다 밴 해야 돼.
└혹시라도 쟤네 주소 링크 타고 가지 마라. 랜선 바이러스 걸릴걸.
그러던 중.
차원 게이트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김민혁과 한국 정부 주도하에 차원 게이트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앞으로 차원 게이트로 가능해질 차원 간 원정과 원정이 가져다줄 막대한 이득에 대해 알리는 행사였다.
한국 정부의 고위급 공무원들은 물론, 외국 정부에서도 대리인을 보내 관심을 표했다.
상위 각성자들도 대거 초청되어 참석했다.
행사는 티브이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본래 기사 정도로만 알려졌어야 하는 내용이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차원 게이트에 대해 알리고, 국민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빨리 전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각성자 관련 이슈가 엔터테인먼트처럼 다뤄지고 있었기에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이호재도 행사에 참가해 얼굴을 비쳤다.
설명은 김민혁이 죄다 도맡았지만, 그 얼굴이 티브이 화면에 비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그래도 귀찮은데.”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거였다.
이호재는 탁한 행사장 안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 번은 와 봐야지. 이런 것도 중요하다고. 지금 신도들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줄 알아?”
그런 이호재를 살살 달래는 호치가 있었다.
사실 이호재가 오늘 설명회에 참석한 가장 큰 이유는 호치가 그것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호재는 최근 교단 일에 정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호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본래라면 신이 티브이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로 신비감을 떨어뜨리고 권위를 손상시킬 것이다.
티브이로 보면 이호재도 그저 평범한 인간처럼 보일 테니까.
하지만 호치가 교단을 운영하는 방식 덕에 이제는 굳이 신비주의를 고수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아마 이호재가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더라도 그에게 기도하며 신앙을 바칠 것이다.
“저기, 저쪽 봐. 플래카드 걸고 있는 사람들이 다 우리 신도야.”
설명회에는 일반인들도 초청되었다.
호치가 김민혁에게 부탁해 초청한 것이니만큼, 이곳에 있는 일반인들은 하나같이 이호재교의 신도였다.
“꺄아아악!”
“호재 님이 여길 보셨어!”
“이호재! 이호재! 이호재!”
난리였다.
난데없는 비명과 함성에 행사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때마침 입장하고 있던 초청객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이호재는 그 소란을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호치를 불렀다.
“야.”
“으, 응?”
“쪽팔리니까 제발 저러지 말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