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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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4)
“아무런 규율이 없다고?”
“예.”
보좌관의 대답에 김의석은 황당함을 먼저 느껴야 했다.
“기도도 안 하고, 지켜야 하는 것도 없고, 십일조처럼 성금 내야 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게 종교로서 유지가 되나?”
김의석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종교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우상화되는 신과 그것을 우상화하는 신이다.
하지만 그걸 위해선 실질적인 규율이 필요했다.
사람들을 얽매고, 그럼으로써 스스로 자신이 신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그리고…….
“성금은 왜 없는 거지? 교단 운영이 되나?”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만으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물론 성금을 내는 종교인들이 없는 건 아니다.
온갖 종교에 자신의 사비를 털어 성금으로 내는 열성적인 신도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교단을 운영한다니.
이호재교가 어디 시골구석에 박혀 있는 조그마한 종교 집단이라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호재교는 최근 전국적으로 교세를 확장하고 있는 대규모 교단이었다.
그런 교단 운영을 성금만으로 지탱할 수 있을까.
“그… 모이는 성금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각하, 먼저 아셔야 할 것이, 이호재교에는 신앙도와 공적치라는 특이한 시스템이 있다고 합니다.”
김의석은 한참 간 김 보좌관의 설명을 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김의석의 사고방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종교는 보통 기적을 약속하고, 그 대가로 신도에게 믿음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호재교는 기적을 신도들의 눈앞에 들이미는 수준이었다.
과연 그 누가 눈이 돌아가지 않을까.
오롯이 성금만으로 교단 운영이 되고 있다는 말도 이해되었다.
아마 성금이 넘쳐흘러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겠지.
이 세상에 무엇 하나 절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한 가지씩 기적을 바라는 구석이 있다.
“그 기적에 대해서는… 알아보았나?”
“예, 그게… 사실 제 수행원 중에도 교인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기적의 목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김 보좌관이 건네주는 서류 파일을 받아 들면서, 김의석이 말했다.
“빨리 준비해 줘서 고맙네. 있다 그 교인이라는 수행원 친구와 얘기 좀 해 볼 테니, 준비해 주게.”
그리고 서류 파일을 열어 보았다.
몇 장이 넘는 서류에 기적의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기적들을 읽으며 김의석은 현기증부터 느껴야 했다.
[포션 – 최하급 치유 : 50pt]-비록 최하급이지만, 상처 치유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성자들이 튜토리얼 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물약이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연구 실마리를 찾았다고 난리 났던 프로토타입의 최종 목표가 바로 이 물약입니다.
[포션 – 하급 질병 치유 : 400pt]-마찬가지로 하급이라는 낮은 등급이지만, 굉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알려져 있습니다.
각성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초기 암세포 정도는 아무런 문제 없이 치유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
“일단 병원들은 다 문 닫아야겠군…….”
어처구니없는 보상이었다.
중급 포션과 치유 기적쯤 되면,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불치병들을 치유할 수 있다.
그 이상의 등급에선 어떤 것이 가능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치유 항목을 넘어서면…….
[기적 – 중급 보호막 생성 : 4000pt] (600분간 유지됩니다.) [기적 – 최상급 보호자 소환 : 50000000pt] (보호자의 사정에 따라 불발될 수 있습니다.) [식품 – 치즈 돈가스 세트 : 2pt] [식품 – 쌀 2kg : 1pt]정말 별의별 게 다 있었다.
김의석은 식품 항목에 집중했다.
저게 정말 가능하다면, 식량난을 다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기적 – 소생 : 100000000pt] [기적 – 부활 : 8000000000pt]“…정말 신이라도 되는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백신전의 신들을 등에 업었거나.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기적들이었다.
-만 포인트 이상의 점수가 필요한 기적들은 거짓 상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 이호재 각성자가 튜토리얼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포션들을 이용한 사기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김 보좌관의 부연설명도 일리는 있었다.
낮은 점수의 기적들만 포션으로 어떻게 실현시켜 주고.
높은 점수는 실제로 이루어 주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그만한 점수를 달성할 이도 별로 없으니, 그리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의석]나이 : 72세
신분 : 교단의 정치적 후원자일지도 모르는 사람, 비정식 신도
-매월 11pt의 신앙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기적의 존재를 목도하고 신앙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식 신도로 등록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보상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교단의 인식을 개선하는데 막대한 공적을 쌓았습니다.
-누적 신앙도 : 11pt
-누적 공적치 : 14900pt
-합계 점수 : 14911pt
김의석 자신은 얼떨결에 15000 포인트에 달하는 점수를 모아 버렸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건, 신앙도였다.
김 보좌관에게 설명을 들어 신앙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교단과 기적에 대해 듣는 것만으로도 신앙심이 생겼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가진 1만 5천이라는 점수 때문이었다.
기적의 목록을 보며, 자신의 점수로는 무엇을 살 수 있을까.
자기도 모르게 생각해 버렸다.
그리고 설레기 시작했다.
[능력 – 근력 1 : 100pt] [스킬 능력 – 화염 방사 : 1500pt]지구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각성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고, 온갖 휘황찬란한 능력들로 괴물들을 무찌르는 모습을 보며.
하지만 각성자가 되기 위해선, 무작위로 소환되는 튜토리얼을 클리어할 필요가 있었다.
그나마 있던 그 기회마저도 얼마 전부터 튜토리얼의 소환이 완전히 멈춰 버리면서 사라져 버렸다.
김의석은 자신의 퉁퉁 부어오른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써 보고 싶다.
만 오천 포인트의 점수를.
마음이 설레다 못해, 과한 흥분으로 인해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신앙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매월 22pt의 신앙도를 생산합니다.]“저… 각하. 각하를 뵙고 싶다고 찾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잠시 나가 있던 김 보좌관이 들어오며 말했다.
고민 중이었던 김의석이 고개를 들자,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김 보좌관의 얼굴이 보였다.
“각성자 이호재 님의 분신인 이호치 님이…….”
”들어오시라 그래.”
김의석은 자신도 모르게 보좌관의 말을 끊으며 답했다.
이호재와 그 분신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번 들어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어려워 여러 차례 듣고 난 뒤에야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분신에 대한 개념이 아니라, 이호치라는 이름의 남자가 이호재교의 실절적인 관리자이며 수장이라는 점이었다.
“안녕하세요?”
호치는 동네 편의점 사장님에게 인사를 건네듯, 편한 얼굴로 인사하며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김의석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까 마주쳤던 이호재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그 인상이 전혀 달랐다.
해맑게 한편으로는 다소 익살스럽게 보이는 미소를 입에 건 호치가 말했다.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 * *
“진짜 못 찾겠네.”
호치 녀석이 아주 작정을 했다.
“내가 찾아볼까?”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용용이가 물었다.
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니.
귀여웠다.
“아니, 뭐, 알아서 하겠지.”
이렇게까지 자기를 찾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메시지를 뿌려 두었는데.
굳이 수고를 감수하고 찾고 싶진 않았다.
나중에 무슨 일이었는지 물어보면 되겠지.
무대를 보자 걸그룹이 두 번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곡만 하고 내려갈 줄 알았는데.
“몇 곡이나 부르는 거야?”
”다섯 곡.”
“…굳이? 다섯 곡이나?”
”호치가 최대한 많이 부르게 해 달라고 하더라고.”
뭐지.
혹시 호치가 저 걸그룹 팬이라도 된 건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무대 양쪽으로 거대한 스크린이 보였다.
스크린 화면에는 걸그룹 멤버들의 얼굴이 보다 크게 보이고 있었다.
화면은 이따금 초청된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초청된 사람들 대부분이 각성자나 정치인들이었고, 화면이 비춰질 때마다 뚱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누가 봐도 지루해하고 있었다.
그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차원 게이트의 설명이지, 아이돌의 공연이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화면이 관중석으로 넘어갔다.
관중석에는……. 내 신도들이 있었다.
내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맞춰 입고, ‘이호재 님 축지법 쓰신다’ 따위의 웃기지도 않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교단 상징인 듯한 두 개의 원이 그려진 깃발을 팔랑팔랑 흔들며.
신도들도 자신들이 카메라에 비춰지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함성을 지르며 더 신나게 깃발을 팔랑였다.
등 뒤에서 ‘워어어어!’ 하는 함성 소리가 울렸다.
카메라 움직임이 이상했다.
보통 무대가 아닌 곳을 찍을 때는 1, 2초 정도 짧은 순간만을 비추지만.
오히려 내 신도들을 향해 줌을 당겼다.
그사이에 걸그룹의 노래가 끝나고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 짧은 정적 사이에 어떤 목청 큰 신도 하나가 소리쳤다.
“냉철 카리스마 이호재 화이팅~!”
어찌나 우렁찼던지, 무대 바로 앞에 앉은 여기까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으로 눈을 매만지며 고개를 숙여 버렸다.
카메라가 내 쪽을 비추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 망할 호치 녀석이 꾸민 꿍꿍이가 무엇인지.
뭔가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나를 골탕 먹일 작전을 준비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야, 카메라 치우라고 해.”
고개를 숙인 채로 김민혁에게 말했다.
“내가 저걸 어떻게 치우냐.”
김민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고.
3초쯤 나를 줌하고 있던 카메라는 걸그룹의 다음 노래가 시작되면서, 그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이호치, 이놈 자식…….”
“야, 근데 아까 그거 뭐야? 냉철 어쩌고 하는 거.”
“…내 프로게이머 시절 별명.”
* * *
차원 게이트의 설명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뜬금없는 걸그룹의 출현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혼란스러운 정국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차원 게이트가 한국에서, 그것도 한국인 각성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한국 정부와 길드에 의해 운영될 거라는 소식은 한국인들에게 큰 흥분을 가져다주었다.
인터넷상에서도 꽤나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차원 게이트만큼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또 다른 화제도 있었다.
[차원 게이트 설명회. 그곳에 나타난 요상한 관객들.]ㄴ와, 저 호재스탕스 놈들 저기까지 가서 극성이네.
ㄴ문제가 되는 거 아니냐. 국가적인 행사에서 민폐 끼치는데.
ㄴ현실에서도 나댈 만큼 극성인 사이비라니…….
ㄴ쟤네 이호재를 신이라고 믿는 사이비잖아. 이호재가 초청한 거 아니냐?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그들을 초청한 것도 호치의 입김 때문이었으니.
ㄴ근데 저거 사이비 종교 맞음? 그냥 관종 집단 아니냐?
ㄴ사이비 맞아. 몇 년 전부터 강원도에서 제법 유명한 사이비였음.
ㄴ그냥 이호재 팬클럽 같던데. 어떤 미친놈들이 자기 신 보고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드립을 치냐.
ㄴ엌ㅋㅋ 인정. 어제 설명회에서 제일 웃겼던 부분이 이호재가 혼자 쪽팔려 하던 모습이었는데.
ㄴ지들끼리 재밌게 노는구만 뭘.
ㄴ그러게. 그냥 팬클럽 같은 단체라 초청한 거 아님? 어차피 이호재가 처음부터 다 하는 행사인데, 자기 팬들 정도는 초청할 수 있지.
인터넷에서의 여론은 이호재교가 사이비 종교가 아닌 종교의 탈을 쓴 팬클럽이 아니냐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도 관종 끼가 다분한.
ㄴ팬클럽 같은 소리 하네. 쟤가 무슨 팬이 있냐.
ㄴ우리 호재 형 무시하냐. 예전에 팬 얼마나 많았는데.
ㄴ나도 고딩 때 호재 형 응원했었음. 호재 형 김성환한테 져서 준우승하고 다음 대회에서 바로 김성환 밟고 우승한 다음에 딱 은퇴 선언했을 때 개충격이었는데.
ㄴ그나저나 이호재 아직도 팬 쪽팔려 하는 거 봐 ㅋㅋㅋㅋ
ㄴ저눔 시키 현역 때도 팬들이 응원하면 쪽팔린다고 조용히 하라고 했던 새끼임 ㅋㅋㅋㅋ
ㄴ그래도 막상 보면 사인도 잘해주고, 얘기도 자상하게 해주고 그랬음. 나 예전에 사인 받은 거 있었는데. 서울로 피난 오면서 잃어 버렸지만.
ㄴ나도 여자 팬 많았던 건 기억남.
ㄴ그때 진짜 쩔었지. 지금이야 오글거린다느니, 과거 미화니 하는데, 그때는 진짜 간지 쩔었다고. 대회 영상 보고 친구랑 피시방 가서 따라 하고 막 그랬는데.
ㄴe스포츠 좋아했던 사람 중에 이호재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외국 애들도 이호재 다 기억할걸.
ㄴ언제 적 e스포츠야. 댓글 창 아재 밀도 실화냐?
ㄴ[링크] 프로게이머 시절 이호재 흑역사 모음.Utube
[대통령이 차고 나온 이호재교 목걸이. 이호재교와 김의석 대통령의 연관 관계는?] [걸그룹 언네임드의 리더 이예이, 가족들 모두 이호재교의 신도다.]개판이네.
한 가지 확실한 건 사이비 소리는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자극적인 내용들로 덮어지고 있었다.
이따금 사이비임을 성토하는 의견이 지워지고 있다는 댓글이 보였지만, 그마저도 곧 사라져 버렸다.
확실히 이미지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조금 우스운 이미지가 되겠지만, 사이비 이미지를 걷어내고 사람들을 흡수하면 그걸로 게임은 끝난다.
한 번 이호재교에 발을 담그고 기적에 대해 알게 되면 헤어 나오기 힘들 테니.
거기에 행사에 초청되었던 대통령과 걸그룹 멤버의 교단 지지까지 더했다.
솔직하게 호치가 잘하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쪽팔린 건 쪽팔린 거였다.
“용용아. 아니, 영감.”
”응? 왜 그러는가?”
”호치 좀 잡아 와.”
이눔 시키.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는 거야. 잡히기만 해봐. 내가 가만두나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