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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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60층 (4)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은~”
언제나처럼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마치 이제 그만 닥치라는 듯 쨍그랑하며 요란스럽게 커피잔이 나타났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신문을 펼쳐 들었다.
역시 노천 카페에서 신문 볼 때는 아메리카노지.
노멀 난이도 30층 NPC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한국 튜토리얼 내의 유일한 언론사.
월간 노멀신문.
네이밍 센스가 최악이다.
초창기부터 설립 당시부터 최근까지도 신문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지만 창업주의 정신과 기치가 어쩌고 하는 시답잖은 핑계를 대며 여태껏 이름을 바꾸지 않고 있다.
경매장을 통해 매달 일정 포인트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구독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후원 수준이 아니라 노멀일보의 최대 투자자 중 한 명이다.
한 달에 한 번 발매되는 월간 신문은 총 세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튜토리얼 외부 현실에 대한 지면.
사실 튜토리얼의 플레이어들에게 그리 유익하거나 중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외부의 소식이나 가십거리는 언제나 플레이어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나에게 역시 그렇다.
이 60층에 갇힌 이후에는 바깥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나 신문 기사를 읽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낙이 되었다.
이번 달 머리기사는 뭘까?
[각성자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경쟁.] [달 탐사 경쟁의 재현? 헬 난이도 각성자를 향한 끝없는 레이스.] [모두가 헬 난이도에 혈안이 된 와중에 뒷짐만 지고 있는 한국 정부.] [美, 예비 각성자들의 헬 난이도 도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장려할 것.]미친놈들 진짜.
장려할 게 따로 있지.
내가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과거엔 헬 난이도 하면 중국이 첫 손에 꼽혔고, 그다음이 러시아였다.
그 당시 헬 난이도의 인원 수는 단순히 얼마나 그 나라에 욕심 많은 놈들이 많은가를 말해 주는 지표에 불과했다.
하드 난이도의 각성자들이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현실로 나가기 시작한 시점부터 판세가 뒤바뀌었다.
하드 난이도를 클리어한 각성자들은 한 명, 한 명의 개개인이 과장 조금 보태서 국가 수준의 전력을 지니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각성자의 수가 곧 국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었다.
세계정세는 첫째도 각성자, 둘째도 각성자였다.
가장 중요하고 귀한 자원도 각성자.
국가의 치안력도, 국방력도, 위신도, 각성자.
경제의 안정성도 각성자.
인구수와 주거 밀도도 각성자.
기존의 선진국들은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이른바 졸업생 각성자들에게서 튜토리얼의 정보를 끌어 모았다.
무작위로 진행되는 튜토리얼 선별에 대비하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의무화하고 대비하게끔 하였다.
거기에 더해 후진국의 각성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약속하며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각성자들은 조국이 아닌, 조건을 보고 국적을 정하기 시작했다.
튜토리얼 입장은 곧 국적 말소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설령 자신의 조국과 계약을 하더라도 계약 조건을 위해 의도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이후에 협상을 진행할 정도이다.
세계 각국은 모두 하드 난이도를 클리어한 각성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은 곧 헬 난이도로 향했다.
첫 번째로 움직인 것은 중국이었다.
헬 난이도를 선택한 도전자의 친척 일가 전원을 인민 영웅으로 대우하면서 헬 난이도 도전을 장려했다.
들려온 소식으로는 한 회 차의 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헬 난이도에 몰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결과는 대실패.
그들에게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몇 회 차에 걸쳐 헬 난이도에 진입한 도전자들이 전멸했고 중국은 그대로 각성자 육성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도전자로 선별되는 인원은 국가의 인구비에 영향을 받지 않기에 인구가 많고 국토 면적이 넓은 중국의 실패는 더더욱 치명적이었다.
인구와 상관없이 백여 명의 인원이 일정하게 선별된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나라에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그중 가장 큰 수혜국은 다름 아닌 한국.
기이할 정도로 한국의 각성자들은 생환률이 높았다.
거기에 더해 한국은 헬 난이도 최상층 플레이어인 나도 있다.
한국은 단숨에 각성자 강국으로 떠올랐다.
그런 한국에게 접근한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한국의 강세가 한국 튜토리얼 내에 형성된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상위권 플레이어들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고 한국 정부에게서 헬 난이도를 비롯한 튜토리얼 내의 정보를 받았다.
정확히는 나와 몇몇에게서, 한국 정부를 통해.
그리고 헬 난이도에 지원하는 도전자 한 명, 한 명을 미국의 히어로로 만들었다.
그들의 일생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그들의 도전을 응원했다.
도전자들을 캐릭터화하고, 아이들의 우상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미국은 11명이라는 압도적인 수의 헬 난이도 도전자 아니 생존자들을 얻게 되었다.
그 수가 많으면 뭐하는가.
30층까지 올라갔으면 뭐하는가.
그들이 살아서 튜토리얼을 나올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깝다.
에라, 미친놈들.
한국 정부는 내 경고를 너무 잘 받아들였다.
그들은 헬 난이도 도전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근데 그렇게까지 할 건 없지 않냐?
희생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으니 잘된 일이지만…….
덕분에 이연희처럼 실수로 헬 난이도에 들어오는 경우나 남의 말을 지독히도 듣지 않는, 나사 빠진 청개구리들 외에는 헬 난이도 도전자의 씨가 말랐다.
그 당시엔 내가 이렇게 60층에 묶이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어차피 한국 정부가 헬 난이도 도전을 장려했어도 60층까지 한 사람도 못 올라왔을 것이 분명하지만.
음… 그래도 내 입장에선 좀 그렇지.
경고를 좀 살살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1부를 덮고 두 번째 묶음을 펼쳤다.
튜토리얼 내의 소식과 정보들.
[또 불거진 자경대의 과잉 처벌 논란.] [박정아 자경대장, 처벌 완화는 절대로 없을 것.] [하드 난이도 90층 플레이어 이준석. 클리어 도전은 도대체 언제?]사실 튜토리얼 내의 소식은 그렇게 궁금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나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소식들이니까.
2부의 주 컨텐츠는 튜토리얼의 공략 정보이다.
물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이 신문에 나에게 도움이 될 정보는 없다.
하지만 내가 신경 쓰지 않았던 정보들 중, 이연희에게 도움이 될 정보가 있을까 싶어 세세히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물론 쓸 만한 정보는 없었다.
유익하지만, 동시에 내가 모르고 있을 만한 고급 정보는 이런 신문에 공짜로 실리지 않는다.
당연한 사실이다.
쯧, 혀를 차고는 마지막 묶음, 경매창 카탈로그를 들여다보았다.
이번 달은 좀 괜찮은 게 풀렸나.
혹시 이연희가 쓸 만한 게 있으려나.
신문을 펼치자마자 내 눈을 사로잡는 헤드라인이 있었다.
[드디어 풀렸다! 드래곤의 알!]하드 난이도 77층 플레이어 김연우 씨가 결국 드래곤의 알 부화에 실패했다.
경매 협회의 끈질긴 요청에 김연우 씨는 드래곤의 알을 83회 차 시작일, 경매창에 등록하기로 결정하였다.
드래곤…….
드래곤의 알…….
야, 잠깐만.
드래곤이면 보통 막 마법의 종주고, 막.
폴리모프 써서 사람 형상도 되고, 막, 어?
어?
“할렐루야!”
61층 클리어의 새로운 돌파구가 보였다!
드래곤의 알을 부화시킨다!
해츨링을 키운다!
해츨링에게 마법을 가르친다!
폴리모프 스킬을 가르친다!
튜토리얼 61층에서 혼자 생존할 수 있을 만큼 단련시킨다!
61층 클리어!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상점창을 열어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좋아 실탄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
[이호재, 60층 : 드래곤의 알에 입찰하는 새끼는 뒤질 줄 알아라.] [이준석, 90층 : 와 이 형 이제 막 나가네. 정아 누나! 자경 대원이 협박하는데요?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님까?] [이호재, 60층 : 시끄러. 너 드래곤의 알에 입찰하기만 해 봐라.] [이준석, 90층 : 헹. 그건 내 맘이지.] [박정아, 90층 : …하아] [김민혁, 97층 : 저놈 저거 많이 변했어. 사람들 앞에선 무게 잡느라고 말도 잘 못 하던 중2병이었는데. 초심은 어디다 팔아먹었냐, 자식아] [이호재, 60층 : 사돈 남 말 하네. 처음 만났을 땐 쫄아서 나랑 눈도 못 마주치던 놈이] [김민혁, 97층 : 지랄. 야! 누가 쫄아, 누가. 야 나 안 쫄았어. 안 쫄았다니까?]커뮤니티 내에서의 평판을 지켜내기 위한 친구의 아우성을 무시한 채, 커뮤니티창을 닫았다.
커뮤니티에 쓴 글의 내용과는 달리 드래곤의 알에 입찰한 누군가를 조지러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경 대원으로서의 내 위치도 있고.
무엇보다 경매에서 내가 포인트로 누군가에게 밀릴 일은 없다.
튜토리얼의 시작부터 있었던 초창기 1회 차 플레이어기도 하고
1층에서 시작해 60층까지 최초 클리어를 비롯한 각종 특전을 독식했다.
헬 난이도의 최고층 플레이어기도 하고.
튜토리얼의 정보 제공과 육성법의 카운셀링을 통해서도 상당한 포인트를 벌었다.
튜토리얼 내에 전 세계를 통틀어 나만큼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없다.
상점창에 매물로 나오기만 한다면 드래곤의 알이 아니라 드래곤도 살 수 있다.
애초에 클리어하고 현실로 나가지 않는 이상, 누군가를 조지러 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고.
대화합의 날이 다시 열리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러고 보니 직전 대화합의 날이 열린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비정기적으로 열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빈도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슬슬 다음 대화합의 날이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혹시 열린다면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도 보고, 무엇보다 이연희를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아무리 채팅을 통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직접 만나서 실제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어쩌면 그녀의 육성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이지 난이도 플레이어 중 하나에게 대화합의 정보 수집 의뢰를 넣어 봐야겠다.
오랜만에 대화합의 날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첫… 번째 대화합의 날에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
그 이후로는 뭐 이런저런 기억들이 있다.
좋은 일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커뮤니티 내의 분위기가 그리고 규칙들이 안정화되기 전에는 대화합의 날이 종종 열렸었다.
박정아는 당시에 마치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하라고 신들이 독촉하는 것 같다고 했었다.
나, 참.
그럴 거면 시스템을 조금 더 확실하게 설계할 것이지.
직접 개입해서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들로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낼 때까지 대화합의 날을 계속해서 여는 수밖에 없었다.
다 읽은 신문을 테이블 한쪽으로 치우고 인벤토리에서 편지지를 꺼냈다.
이연희에게 보내는 편지다.
사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와 일대일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이런 식으로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경매장을 통해 그녀가 쓸 아이템들을 보낼 때, 편지를 한 통 써 보낸 것이 여태 계속되고 있다.
나야 남는 게 시간이니 상관없다만.
이연희는 글쎄.
펜팔 하는 기분이라도 내는 걸까?
뭐 나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외로움과 심심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얼마든지 어울려 줘야 한다.
이연희는 일기라도 쓰듯, 매일 그녀가 느꼈던 점과 생각들을 빼곡히 적어 보냈다.
확실히 채팅을 통해 대화할 때 주로 이야기하는 튜토리얼의 정보와 육성법에 대한 이야기보단 자신의 현재 상태와 정서 푸념들.
그리고 현실의 이야기, 어릴 적 이야기 같은 잡담들이 편지의 주 내용을 이루었다.
그 내용이 워낙 길다 보니 답장도 필연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다.
편지 내용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답변해 줘야 할 내용 중 빠트린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확인을 마친 후, 다시 미뤄 두었던 고민을 시작했다.
어젯밤부터 계속되고 있는 고민이다.
과연 이 내용을 지금 쓰는 것이 맞을까.
몇 번을 썼다가, 지웠다가, 조금 바꿨다가.
러브레터를 보내는 십대 소년도 이렇게 편지의 마지막 한 구절 때문에 고민하진 않을 것이다.
하아아.
키리키리에게 자라의 안부를 전해 줘
역시,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키리키리에게 내 안부 좀 전해 줘.
그래. 이렇게만 쓰자.
정말로 키리키리에게 내 안부를 전해 줬으면 싶고.
며칠간 계속된 고민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한층 후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