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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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
다시 한 번 시대가 변하고 있었다.
게이트와 각성자가 삶에서 멀어지기 시작하자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차원 게이트 설명회에서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호재교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호재교의 특성은 기존 종교인들은 물론 무신론자들마저 포용했다.
눈에 보이는, 그것도 단기간 내에 체험할 수 있는 기적을 신도 개개인에게 선사했다.
기적을 바라지 않고, 신앙을 바치는 신도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기적이 간절했던 신도들의 경우에는 이호재교로 개종하기 시작했다.
무신론자들도 빠르게 흡수되었다.
증명할 수 없는 신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님과 다를 바 없다는 무신론자의 오랜 주장은 이호재교에 통용되지 않았다.
이호재교는 기적과 신의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 때문에 종교에서 신에게 가지는 신비로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와 애초 인간인 이호재가 어떻게 신이냐는 의문이 더러 있었지만.
교단의 운영자인 호치는 개의치 않았다.
애초 호치는 신앙도의 깊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신도들이 이호재를 신이라 여기든, 아이돌처럼 여기든, 그도 아니고 동네 형처럼 여기든 상관없다 생각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호재교에 들어오고.
기적을 위해 공적치를 쌓다 보면 어느 순간 공적치가 아닌 신앙도를 올려야 한다는 점을 깨우칠 것이다.
그리고 높은 신앙도를 가진 사람과 낮은 신앙도를 가진 사람을 비교하고, 그 차이를 자연히 깨닫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호재를 신처럼 여기지 않는 신도들은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런 신도들에게서 일정량의 신앙과 공적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여호와는 우리의 구세주이십니다. 여호화를 믿고 천국 가세요.]역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아줌마 옆에서, 이호재교의 교인은 똑같은 피켓을 들고 섰다.
[이호재 님은 무료로 해 주십니다.]제 신에게 들이밀기에는 지나치게 무례한 드립이었지만, 이호재교의 교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저 피켓이 정말 불경한 것이라면, 저 피켓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적치가 깎일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피켓을 들고 서 있다는 것만으로 저 교인이 공적치를 얻고 있음을, 그리고 저것이 교단에 도움이 되는 행위임을 알 수 있었다.
웹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앙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이들이 이호재교를 위해 열심히 댓글을 달고 있었다.
└열심히 하면 딱 두 시간. 두 시간에 1포인트임. 그리고 1포인트면 괜찮은 밥 한 끼임. 솔직히 알바 하는 것보다 이게 나음.
└진짜임. 심지어 유튭 보면서 댓글 달아도 공적치 오르니까 개꿀이지.
└폰겜 하면서 댓글 달기 너무 꿀이자너.
└ㄹㅇ 이 꿀을 못 빠는 애들은 뭐냐 ㅋㅋㅋ 아직도 다단계 업체라고 생각하는 건가ㅋㅋ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댓글 작업으로 공적치를 얻었다는 자랑 글이 올라왔다.
물론 그런 자랑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공적치가 올라갔다.
└[링크] 이호재교 온라인 가입법. www.blog.never.com/dd11233…….
└정리되어 있으니까, 들어가서 가입하자. 특히 할 거 없는 방구석 백수님들, 이거만 해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음. 공적치 꼬박꼬박 모으면 나중에 큰 병 났을 때 대비도 되고. 능력 같은 거 얻을 수도 있고.
아주 신나게 광고질을 하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확산되는 통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게 신종 보이스피싱류의 사기가 아닌지.
이호재교에 가입한 자신들의 가족, 친지들은 정말 아무 이상 없는 건지.
국민들의 청원에 의해 정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기자들 앞에선 정부 인사는 이호재교의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대변인은 회견장에 들어서며 격렬하게 고민했다.
그는 독실한 종교인이었다.
어릴 적부터 매주 주말마다 교회에 나갔고, 그 사실에 뿌듯함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뿐인 공무원이었고.
위암 때문에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를 둔 남편이었다.
대변인은 입을 앙다물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기자들을 향해 이호재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식 종교이며,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국가임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이호재교의 포교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종교 활동에 아무런 불법성이 없음을 정부의 이름으로 공증했다.
대변인은 왜 대통령이 자신에게 할 일을 알려 주며 아쉽다는 듯이, 그리고 부럽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았는지 알게 되었다.
[대량의 공적치를 획득하셨습니다.] [33,302pt를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이달의 최고 공훈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로 인한 추가 점수 500pt를 획득하였습니다.] [상급 치유 물약은 말기 암세포마저 치유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뛰어난 자양강장 효과와 신체의 질병 내성을…….]대변인은 눈앞에 나타난 놀라운 광경에 잠시 말을 잊었다.
메시지 너머에서 기자들이 자신을 향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그는 나즈막이 중얼거렸다.
“3만 3천 포인트…….”
그리고 대한민국은 뒤집어졌다.
대변인이 중얼거린 3만 3천 포인트라는 말.
보나마나 이호재교의 공적치일 게 분명했다.
사람들은 기적의 목록을 확인했다.
기적의 목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인터넷에서 누구나 검색만 하면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능력이었다.
근력 1포인트를 올리는 데 100포인트가 소모된다.
3만 3천 포인트 모두를 근력 능력치에 쏟으면 어떨까.
근력 능력만 330포인트가 된다.
각성자 신도들은 저 근력 능력치가, 튜토리얼 내에서 각성자들이 얻었던 상태창의 힘 스탯에 비해 10분의 1 정도의 효율을 보인다 말했다.
다시 말하면, 330포인트의 근력은 각성자 기준, 힘 수치 33에 달했다.
이호재가 19층 시절 레벨 40을 달성했을 때의 힘 수치가 딱 40이었다.
33 정도의 힘 스탯만 가지고도 A급 각성자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조용히 이호재교에 가입해 꿀 빨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이 이호재교임을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입지가 위태로운 정치인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재벌 회장, 외국의 지도자들까지.
재력, 인력, 권력을 비롯한 모든 영향력을 동원해 이호재교의 공적치를 얻으려 애썼다.
비단 힘이 있는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조그마한 슈퍼 하나를 가지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호재교도에게는 무료로 드립니다.’
이호재교의 상징을 보여 주고, 이호재교임을 증명하기만 하면 모든 품목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렇게 돈 대신 공적치를 벌었다.
그리 손해도 아니었다.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건 대부분 공적치로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적치로 구할 수 있는 것 중 대부분은 돈으로 구할 수 없었다.
곧 이호재교의 공적치는 화폐를 제치고 새로운 기축통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호재교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 세를 하루에도 몇 배로 불려 나가고 있었다.
김의석 대통령은 대놓고 이호재교의 국교 지정을 자신의 임기 내에 꼭 끝내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독실한 신앙심 때문이 아니라, 국교 지정으로 얻을 공적치를 꼭 자신의 대에 해 먹겠다는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잘하긴 했는데.”
“그치?”
호치가 씩 웃었다.
이 녀석이 과연 여기까지 예상하고 일을 시작한 걸까.
아니면 어쩌다 보니,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꼴로 대박이 난 걸까.
어찌 되었건 그 결과가 대박이라는 건 변치 않았다.
호치는 결국 영감에게 붙잡혀 왔다.
영감에게 뒷목을 잡혀, 목덜미 물린 고양이처럼 가만히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호치는 꽤나 자신만만했다.
“그래도 내 이미지가 좀… 그렇잖아.”
“에이, 결과가 좋으면 됐지.”
…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결과가 좋으면 자잘한 건 무시해도 된다고 말하고 다녔던 건 나 자신이었다.
확실히 종교는 빠르게 퍼졌다.
호치는 내가 주문한 것 이상의 성과를 보였고.
희망의 신에게서 거둬 온 신도들을 맡기기 전에 테스트 삼아 시킨 일치고는 너무 잘해 내었다.
굳이 내가 만든 종교창을 열어 확인하지 않아도 되었다.
종교창은 호치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상황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장치에 불과했다.
가만히 눈만 감고 있어도 한국에서, 그리고 지구 전역의 인간들이 내게 보내오는 신앙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기분이었다.
지구는 내가 백신전에게서 양도받은 땅이다.
그렇게 나는 지구의 실소유주가 되었지만, 정작 지구가 내 성역이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해야 했다.
그 땅에 내 신앙이 없었으니.
성역은 단순히 내가 임한 땅이라는 뜻이 아니다.
나의 법칙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땅이라는 의미였다.
신격과 비신격을 가르는 가장 유의미한 차이는, 바로 세계의 법칙을 마음대로 조작한다는 점이었다.
비신격은 아무리 신에 비견될 힘을 휘두른다 해도 신의 한마디에 개구리가 되어 버릴 수 있다.
신격은 그런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법칙을 비틀기 위해선 그만한 소모값이 들어갔다.
하지만 성역에서만큼은 그런 소모값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법칙을 비트는 것이 아니라 법칙 위에 존재하는 내 의지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성역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만신전의 신들을 61층에서 마주쳤을 때, 아무 우려 없이 그들과 충돌했고, 또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지구와 61층을 연결해 두려 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지구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호치는 단기간에 지구를 내 성역으로 뒤바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버렸다.
지구를 완전히 내 성역화하기까지 걸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그래, 잘했어. 숙소 가서 좀 쉬고 있을래?”
“아니, 교단에 가 봐야 돼.”
대견했다.
호치를 보내 주고 자리에 앉아 다시 눈을 감았다.
“좋은가?”
영감이 물었다.
좋을 수밖에.
61층에서도 그랬지만, 이 느낌은 항상 좋았다.
내 신도들이 보내오는 신앙을 받으며, 나도 그들을 보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방구석에서, 길거리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그들을 통해 세상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오로지 전투와 승리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61층의 세계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따금 신도들이 있는 곳을 알아볼 수 있었다.
신도들이 이야기하는 대화의 주제에 공감하기도 했고.
튜토리얼에 들어가기 전에 만났던, 그래서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이들을 마주할 수도 있었다.
[미안해.]조용히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 행성, 지구의 목소리였다.
[미안해.]지구는 나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세계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모든 것을 향해 사과하고 있었다.
다만 알아들을 수 있는 게 나뿐이었을 뿐.
[미안해.]이제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지만, 항상 지구인들의 터전이었고, 세계의 전부였던.
그래서 문명의 시간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인간들의 신앙을 받아먹었으나.
그 자아를 갖추고 신앙을 휘두를 수는 없었던.
[미안해.]그래서 수많은 존재의 기도를 그저 듣기만 할 뿐, 그 누구도 구원할 수 없었던 인간 세계의 유일신은 끝없이 사과하고 있었다.
“신기하네.”
“뭐가 말인가?”
완성자들은 지구의 근원을 한계까지 추출해 갔다.
조금 남기는 했으나 그리 많은 양은 아닐 것이다.
키리키리가 이 행성은 곧 멸망할 거라고 예언하기도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면.
[미안해.]저 사과는 지구의 마지막 유언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오랜 시간 동안 구원을 바라며 죽어 가던 신도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무능한 신의 심정은 어떠할까.
알 수 없었다.
굳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고.
[미안해.]나는 그 목소리를 향해 대답했다.
“그만해, 알아들었으니까.”
시끄러웠다.
* * *
[찬성 : 100표, 반대 : 0표] [투표가 종료됩니다.]“하아암.”
키리키리는 크게 하품했다.
길고 긴 투표였다.
한 가지 안건을 가지고도 수십, 수백 번의 투표를 통해야만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백신전에선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안건은 정말로, 정말로 길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기에 만장일치를 이끌어 내기 어려웠다.
어찌 되었건 투표는 자신의 의도대로 되었다.
이로써 백신전은 이호재에게서 완전히 손을 뗀다.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나온 도전자라는 신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별개의 개체로 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로 인해 일어날 일들은…….
“드디어 좀 살겠네.”
“희망의 신?”
들판에 누워 있는 키리키리의 얼굴 위로 앵앵거리는 날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그럼 나지. 누구겠어.”
“히힝, 너무 약해져서 희망의 신이 아닌 줄 알있징.”
“…….”
희망의 신은 키리키리의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조용히 침묵했다.
잠시간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던 희망의 신은 곧 키리키리의 방에서 사라져 버렸다.
무슨 말을 하러 온 건지는 알지만, 지금은 받아 줄 기분이 아니었다.
희망의 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희망의 신은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그게 완전한 자유를 뜻하지는 않았다.
이호재가 제약의 축에서 완전히 사라진 지금, 희망의 신은 비로소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만신전에서도 그에게 접근할 것이다.
만신전과 이호재의 사이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우호적이라 할 수 없었다.
이제 보호 기간이 끝났다.
돌은 던져졌다.
돌이 정확하게 표적을 맞힐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게 아니라면 엉뚱하게 가만있던 벌집을 건드려 놓는 꼴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