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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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8)
“한 박사!”
“이게 어떻게 된……. 뭐라 말 좀 해보세요! 잠깐……!”
한명호 박사는 아우성치는 자신의 동료들을 피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붙는 이들을 떼어내기 위해 성큼성큼 걸었다.
기어코 따라붙는 이들도 있었으나, 각성자, 그것도 최상위 각성자인 한명호의 경보 속도를 끝까지 따라붙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명호는 금세 사람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비상구 계단 사이에 숨어든 한명호는 식은땀을 닦아 내었다.
운동으로 인한 땀이 아니었다.
미국 최고의 각성자 중 하나로 꼽히는 한명호가 운동으로 인한 땀을 흘리려면, 마라톤 정도는 뛰어야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식은땀이었다.
한명호는 튜토리얼 클리어 이후 미국으로 영입되었다.
그리고 지금껏 그 사실에 불만은 없었다.
미국은 대격변 이후에도 세계 최강국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의 해로가 틀어 막혔지만, 북아메리카 대륙은 자생하기에 차고 넘치는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남미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도 여전했다.
각성자 전력과 해공군이 반 토막 나긴 했지만, 그 대가로 뉴욕 인근 해안에 등장한 G급 괴수를 최초로 퇴치했으며, 그 이후로는 괴수들로부터 국가 단위의 심대한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대격변 이전에 쌓아둔 것이 너무 많았다.
때문에 한명호는 미국을 택했다.
마법 자체를 연구하던 몇 안 되는 각성자였던 한명호는, 각성자 겸 연구자로 미국에 영입되었고, 그 이후 항상 좋은 대우를 받으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튜토리얼의 최하급 포션과 흡사한 효과를 지닌 약물의 임상실험을 시작하는 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제까지의 이야기였다.
한명호는 비상구 계단에 쪼그려 앉아 핸드폰을 들었다.
포털 사이트를 열자마자 자극적으로 도배된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현실판 아마겟돈. 소행성 충돌이 임박.] [소행성 ‘X’의 직경은 33km로 관측. 6600만 년 전, 백악기에 떨어졌던 소행성의 3배 크기.] [전문가들 “사실상 멸망을 막을 방법 없어.”] [지구 지표면 위의 생명체 99프로가 멸종할 것…….]현재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화젯거리이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구가 기어코 멸망을 하겠다는데 누군들 동요하지 않겠는가.
각국의 천문학자들을 통해 소행성 접근이 사실임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소행성 접근이 진짜인지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아. 미치겄다, 정말.”
문제는 이 정보가 한국발이라는 사실이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소행성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한 지 10분 만에 한국의 모든 언론사에서 소행성 관련 보도를 시작했다.
일제히, 마치 포격이라도 하는 듯 맹렬하게.
한국 쪽에서 정보를 흘렸다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게 의도였든 의도치 않았든.
이 난장판 같은 상황에서 가장 더럽게 개같이 꼬인 문제는 바로.
한명호 박사가 미국과 한국을 연결했던 연락책이었다는 점이다.
잘못하면 소행성의 정보가 새어 나간 이 사태를 한명호 박사가 다 뒤집어쓰게 생긴 판이었다.
그런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했다.
아직은 동료들의 추궁 정도에서 그치고 있으나 곧 실질적인 문책이 들어올 것이다.
그것도 면직 정도가 아니라 처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다.
[캘리포니아주 폭동 발생해. 소요 사태로 인해 경찰관 사망자 다수…….] [텅텅 빈 편의점과 월마트. 쇼핑 도중 폭력 사태가 줄이어…….]“으으…….”
한명호는 핸드폰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
사태가 좀 심각했다.
거대한 자연재해가 예고되었을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늘상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일이 이전과 달랐던 점은, 재해 수준이 아니라 멸망이 예고되었다는 점.
그리고 이미 괴수 대격변을 경험해본 시민들은 하나같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런 시민들 사이에 각성자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정부가 손을 쓰기는커녕, 경관들을 대피시키야 할 수준의 소요 사태가 줄지어 발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려 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부터 만연하게 퍼져나간 정보를 막지 못했다.
그에 정신이 팔려 타국 과학자들의 후속 발표조차 막지 못했으니, 역시 사태의 원인은 한명호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명호는 핸드폰을 꼭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모든 난리통의 시발점이 자신이었다 생각하니 정신이 혼미했다.
차가운 바닥이 엉덩이에 닿자 조금 시원했다.
핸드폰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하나 찾아 전화를 걸어 보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상대가 전화를 받아 주었다.
한명호가 전화를 건 사람은 김민혁이었다.
튜토리얼 한국 서버 자경단의 부단장.
한국의 길드장.
그리고 얼마 전, 자신이 소행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고 협조를 요청했던 인물이었다.
“아, 형님!”
[어, 명호냐?]“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한명호는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정부의 기밀 엄수를 강조했는데, 고작 10분 만에 정보가 언론에 퍼졌다.
한명혼느 억울함과 분노, 섭섭함과 실망을 담아 소리쳤다.
“형님!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 * *
“어… 음… 그… 미안! 나중에 내가 다시 전화할게!”
김민혁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핸드폰 배터리를 빼 버렸다.
“잘했어.”
김민혁이 요상한 눈빛으로 날 째려보았지만, 나는 무시했다.
내가 뭐 어쩌란 말인가.
“상황은 어때?”
“난리지. 그냥 난리가 아니야. 거의 전쟁통이지.”
그렇겠지.
고개를 푹 숙인 채 풀 죽어 있는 호치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실수했지?”
호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할 수 있었다.
호치는 인간을 이해했다.
인간이 가진 대부분의 감정과 판단, 행동 양식을 이해했다.
하지만 예외적인 부분이 종종 있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생존 본능이었다.
호치에겐 애초에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호치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다만, 호치가 인간들과 자신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성급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나로서는 호치에게 작은 실패를 경험하게 해 주는 것도 나쁠 것 없었다.
“일단 우리 신도들은 다 보호하고 있어.”
신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용용이의 튜토리얼에서 구르고 있는 도전자들을 하나씩 불러와 신도들을 보호하게 하고 있었다.
도전자들은 성심성의를 다해 신도들을 보호했다.
출장의 성과와 신도들의 만족도와 점수로 책정되고, 높은 점수는 레벨의 상승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점수에 따른 휴식을 보상으로 지급하고 있으니, 다들 열심이었다.
신앙도 문제없었다.
오히려 치솟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한 신도들은, 이 와중에도 길거리 나가 전도를 하고 있었다.
모아둔 라면과 통조림을 팔아 신앙을 버는 신도도 많았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라면이나 통조림보다 공적치를 들고 있는 것이 식량 확보에 더 유리했다.
그러한 점이 드러나자 온 나라가 공적치를 벌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고 있었다.
대통령과 국회마저도 그랬다.
‘종교 개헌안이 통과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국회는 헌법까지 뜯어고쳐 가며, 이호재교를 국교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통해 조금이라도 많은 공적치를 모으려 했다.
소요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나선 경찰들은 하나같이 이호재교의 상징을 온몸에 둘둘 두르고 있었다.
사람이 몰리는 광장마다 마이크를 잡고 이호재교를 찬양하는 이들이 넘쳐났고, 생방송이 시작되면 앵커든, 아나운서든, 가수든, 배우든 출연자 중 누군가는 불시에 이호재 만세를 외쳤다.
교단의 득실을 따졌을 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소요 사태는 분명 이득이었다.
아직 이호재교가 외국까지 전파되지 않아 한국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울 만큼.
다만, 그 외적인 피해가 너무 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있었다.
내 신도들이야 보호하고 있다지만,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까지 도와줄 수는 없는 법이다.
신과 신도는 어디까지나 비공정 거래 관계여야 한다.
바란 적도, 인지한 적도 없는데 알아서 기적을 가져다 받치는 호구 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그나저나 피해가 좀 심각하네. 예상 이상으로.”
한국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외국에선 시민들의 폭력 사태 정도가 아니라 군벌들이 충돌한다든가, 쿠데타가 일어난다든가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이미 한 번 비슷한 걸 겪어보았으니까.”
괴수들과 튜토리얼이 처음 나타났을 때.
나와 김민혁 모두 1회차 도전자이기에, 그 시절에 대해선 건너 들은 정도였다.
과연 그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분위기였는지 궁금했다.
“앞으로는 어쩔 거야?”
“여론몰이 시작해야지.”
당연했다.
이건 언론과 정보로 하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절망과 종말에 대한 정보를 모두 밀어내고, 이호재교의 희망론으로 모든 미디어를 뒤덮으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게임이다.
“그럼 네가 나서는 편이 좋을 텐데. 사람들을 금방 믿게 하긴 어렵겠지만, 네가 나서서 소행성을 막아낼 수 있다고 인터뷰라도 하면 효과가 있을 거야.”
“글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소요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다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사람들의 위기감을 통해 이호재교에 대한 관심과 의존을 높인다는 호치의 발상 자체는 훌륭했다.
아직은 소행성 종말론을 완전히 몰아낼 때가 아니었다.
세를 확장하기 위해 이용해야 때였지.
“이호재교 관련 이슈가 파고들 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야. 한국이면 몰라도 외국에다 홍보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는 어려워.”
김민혁이 대답했다.
물론 언론을 통한다면 그렇겠지.
“더 강력한 이슈를 던져주면 돼.”
“종말보다 센 이슈가 어딨냐?”
김민혁이 물었다.
있었다.
“생존이 있잖아. 둘을 같이 볼 수도 있지만, 따로 보면 사람들은 종말 자체보다 생존에 더 많이 신경 쓸 거야.”
“따로 방법이라도 있어?”
“이벤트 하나 하지, 뭐.”
“이벤트?”
“응. 종말 임박 기념 이벤트.”
* * *
한명호는 계단에 쪼그려 앉은 채 야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절망적인 뉴스들이었다.
일순 회의감이 들었다.
한명호 또한 마법사이며 동시에 과학자였고, 미국 정부를 통해 소행성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설명 들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건 현대 문명의 기술과 각성자들의 힘을 합쳐도 극복할 수 없었다.
유일한 생존 방법은 지하 벙커에 들어가 살아남는 것뿐이었다.
자신이야 물론 중요 자원이니, 미국 정부가 준비한 벙커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벙커에 들어오지 못하고, 지구 지표면에서 소행성 충돌과 동시에 폭사할 것이다.
그 이후도 문제였다.
소행성과의 충돌은 지구의 환경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다.
인간이 도저히 살 수 없을 만큼.
그 상황에 벙커가 계속 안전할지도 의문이었고, 안전하다 해도 평생을 벙커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 걱정이었다.
“하아.”
그가 겪은 그 모든 일들.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괴수들과 싸우고 했던 그 모든 치열하고 다사다난했던 지난날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결국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 것을.
한명호가 뉴스를 모두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이상한 단어가 검색어 순위에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종말, 소행성 X, 소행성 충돌 타이머, 뉴욕 타임즈, 도매 마트 등의 검색어가 늘어져 있던 창에, 뜬금없이 한국어 단어가 1위로 급부상했다.
Trending Now.
1. 이호재교
2. The New York Tiems
3. Apocalypse tim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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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뜬금없는 검색어를 본 순간이었다.
[이호재교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이호재교의 임시 신도로 등록되었습니다.] [제한적인 수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제한적인 양의 공적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신앙의 생산은 완전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신앙을 생산하기 위해선 이호재교의 정식 교도로 인정받거나, 이호재 님의 존재를 마음속 깊이 진실 되게 되새겨야 합니다.] [신규 등록 특전으로 점수 30pt를 획득합니다.] [종말 임박 특전으로 점수 30pt를 획득합니다.] [추천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0pt를 획득합니다.] [누군가에게 이호재교를 추천해 주었을 때, 추천자와 추천인 모두 15pt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추천 보상 목록을 우선적으로 나열합니다.] [종말이 임박했으니만큼, 식품류 보상을 추천합니다.] [쌀 3kg – 1pt] [치즈 돈까스 – 2pt] [감자 4kg – 1pt] [토마토 통조림 2개(0.8kg) – 1pt] [잡화 보상 목록에는 소행성 충돌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키트 또한 존재합니다.] [집 지하실에 벙커가 없으시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캡슐형 생존 소형팟 – 30000pt] [드래곤X볼에 나오는 작고 동그란 우주선을 기억하시나요? 네. 그겁니다.] [식량만 충분하다면 천년만년 생존할 수 있는 기적의 생존 캡슐!] [식량이 없으시다고요? ‘이곳’을 클릭해 신앙 생산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놓칠 수 없는 기회!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이게… 뭔…….”
* * *
“봤냐. 이 몸의 위대함을?”
하.
나는 왜 이렇게 잘났지.
종교창을 통해 공적치와 신앙도가 미친 듯이 치솟고 있었고, 신도들의 수도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었다.
신도들의 가입 절차 완화와 무료 포인트 이벤트, 약간 친절한 설명문만으로도 이뤄낸 성과였다.
이제 외국 정부들을 통해 이호재교를 인지시키고 협조를 받으면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이미 주요 외신들도 이호재교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호재교의 보상과 앞으로의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모든 건 시간문제였다.
“…이거 사기 아니냐. 너무 치트키인데.”
그게 다 내가 잘난 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