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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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2)
[줄어드는 범죄율. 정말 이호재교가 답인가?]운석 충돌이 예고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던 범죄율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호재교는 운석 충돌이 예고된 다음 날, 운석 충돌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캡슐과 식량 판매를 공지했고, 그에 따라 불길처럼 번지고 있던 절도, 주거 침입 등의 범죄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호재교가 퍼져나간 지역 대부분에서 범죄율이 급감하고…….
ㄴ당연한 얘기 아니냐. 이 와중에도 편의점 문 깨고 들어가는 새끼들은 진성 범죄자놈들 뿐이지. 가만히 앉아서 댓글 쓰고 기도만 해도 먹을 건 해결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이호재교 믿읍시다. 냉철 카리스마 이호재 짱짱맨.
ㄴ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이호재교 가입해서 공적치 좀 벌어둘걸……. ㅅㅂ. 하루 종일 댓글 썼는데 이제 겨우 3000포인트 벌었다.
ㄴ난 우리 엄마가 이호재교 초창기 신도라서 벌써 생존 캡슐 확보해놨다. ㅎ
ㄴ와, 축하드려요. 그런데 님 주소가 어떻게 되시나요?
ㄴ내 주소는 왜 물어보냐.
며칠이 더 지났다.
운석 충돌이 예고된 날까지 남은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구는 극적으로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이호재교가 퍼진 지역이라면 대개 그러했다.
위기감에 몰려 식량을 구하기 위한 범죄는 완벽히 해소되었다.
이미 텅텅 비어 버린 편의점이나 공장 창고의 문을 깨고 들어가거나, 남의 집에 침입해 식량을 구하는 것보단 이호재교의 보상으로 얻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양도 더 많았고, 훨씬 안전했으며, 구입 시점에 따라 음식의 신선도도 보장되었다.
무엇보다 보상을 얻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신규 가입 이벤트!] [정식 신도로 가입하는 즉시 150pt를 추가로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가까운 관공서 혹은 이호재교 지부를 방문해 주세요!]솔직히 내가 봐도 혜자로운 이벤트였다.
종말 기념 이벤트로 이 시스템의 보상이 진짜임을 확인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호재교의 신도가 되었다.
만약 자신의 지역에 이호재교가 없다면 직접 지부를 차리기도 했다.
자신의 대문 앞에 이호재교 XX지부라고 현판을 달고, 이호재교의 표식을 대충 그려 두면 그것도 일종의 지부이자 사원이었다.
한번 이호재교의 교도가 된 이후에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했다.
만약 저지른다면 그 내용이 종교창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공권력이 완전히 소멸한 지역이 아니라면 범죄의 낙인을 이마에 찍어 붙이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경찰들은 이제 신분증 대신 사람들의 종교창을 확인하며 검문을 시작했다.
어떤 지역에선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그리고 지역 지도자가 공적치를 얻기 위해) 시민들 모두에게 이호재교 가입을 강제하기도 했다.
공적치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범죄자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했고, 심지어 직접 잡아다 경찰에 건네주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범죄자들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들던가 용서를 비록 회개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 눈이 무서워서라도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 눈이 무섭지 않은 범죄자들이 더러 있는 곳도 있었다.
보통 소요 사태가 막 일어났을 때 폭력 집단이 공권력마저 몰아내고 무법지대를 조성한 지역이나 범죄 조직이나 테러 단체가 점유한 지역, 그리고 군부나 각성자들에 의한 쿠데타로 정권이 뒤바뀐 지역이 그랬다.
이집트에선 지역을 점거한 각성자 집단이 지역민들에게 이호재교 가입을 강제하고, 그 보상으로 얻은 식량을 몰수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민들을 가입시킨 공적치로 자신들이 쓸 생존 캡슐을 구하려 했다.
물론 공적치가 쌓일 리가 없었다.
보상 대신 튜토리얼의 도전자들이 파견되었다.
* * *
이집트 룩소르 지방을 불법 점거하고 있던 무하메드는 난데없이 일어난 습격에 대경했다.
불시에 관공서를 덮친 정체불명의 적은 순식간에 자신의 동료들을 몰살시켰다.
그들은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무하메드는 튜토리얼 하드 난이도를 클리어하고 지구에서도 다양한 전공을 쌓아 온 잔뼈가 굵은 각성자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보기에도 습격자의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자신의 동료들도 어디 가서 빠지는 각성자는 아니었건만, 제대로 저항조차 못 해 보고 전멸당했다.
무하메드는 저항과 도주를 포기하고 어떻게든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던 중 습격자의 얼굴이 낯익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칼릭! 자네 칼릭 맞지!?”
자신과 같은 하드 난이도의 도전자 칼릭을 발견했다.
“경합에서도 봤었잖아! 커뮤니티에서 얘기한 적도 있고!”
칼릭이라 불린 남자는 잠시 머리를 갸웃하다 대답했다.
“아… 그랬었지. 이름이 무하메드였나?”
“맞아! 그래, 내가 무하메드라고.”
무하메드는 맞장구를 치면서도 의문을 느꼈다.
저 칼릭은 분명 튜토리얼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을 텐데.
어떻게 지구에 나와 있는 것인지.
그리고 무슨 이유로 자신을 습격한 것인지.
무엇보다 어떻게 저리 강해진 것인지.
무하메드는 곧바로 궁금한 것을 묻기보다, 칼릭의 주의를 돌리고 호감을 얻기 위한 말부터 시작했다.
“자네 가족이 루소 지방에 있다고 했었지?”
“아니.”
“응……? 전에 자네가 분명…….”
“우리 가족은 다른 곳에서 보호 중이야.”
선선하게 대답해주던 칼릭은 이내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메세지 때문이었다.
[경고! GM이 당신의 태만한 근무태도를 확인했습니다.] [임무 도중 무의미하게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GM이 곧바로 임무를 종결시킬 것을 요구합니다.]“하…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었는데.”
“뭐……?”
칼릭은 의문을 표하는 무하메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깔끔하게 그를 처치한 칼릭은 검을 인벤토리에 던져놓고 정산 메세지를 확인했다.
[특수 – 룩소르 지방을 점거한 각성 범죄자 무리를 퇴치하라.] [특수 파견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습니다.] [보상 1732pt를 획득합니다.] [파견 임무를 종료합니다.] [튜토리얼로 귀환합니다. 이동에 대비하십시오.]칼릭은 암담함을 느꼈다.
분명 튜토리얼로 돌아가자마자 미션이 시작될 것이다.
“…임무도 끝났는데, 좀만 쉬면 안 될까.”
[GM은 당신의 요청을 거부합니다. 당신은 아직 훈련이 더 필요합니다.]“하…….”
칼릭은 한숨과 함께 튜토리얼로 소환되었다.
* * *
“휑하군요.”
세레지아가 말했다.
동감이었다.
다들 바빠지니, 신전에 나만 남게 되었다.
호치와 김민혁은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특히 호치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는지, 정상회담에 참석해 이호재교를 알리면서 이호재교가 전파되지 못한 외진 지역에 직접 날아가 전도를 하는 중, 1분 1초를 아껴가며 일하고 있었다.
바람직했다.
호치는 타이밍이 되었다 생각했는지, 신도들에게 새로운 기능을 소개했다.
바로 공동 구매였다.
[금일부터 공동구매 기능이 서비스됩니다.] [여러 사람의 동의 하에 보상의 공동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공동 구매 개시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100인 이상 공동 구매 시, 보상의 가격이 10% 할인됩니다.] [10,000인 이상 공동 구매 시, 보상의 가격이 20% 할인됩니다.] [1,000,000인 이상 공동 구매 시, 보상의 가격이 30% 할인됩니다.]이제 가족의 점수를 모두 모아, 생존 캡슐을 하나씩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캡슐을 팔기 위한 기능은 아니었다.
[최상급 기적 – 외기권 대결계: 10,000,000,000,000pt] [우주로부터의 위협에서 지구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운석이라든지 말이죠.] [공동 구매가 진행 중입니다.] [동의 후 공동 구매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구매 달성액 – 외기권 대결계 : (814,332/10,000,000,000,000)]이걸 위해서였지.
솔직히 회의적인 면이 많았다.
분명 운석에 대한 것이 이호재교의 세력 확장을 위한 조작이니 하는 음모론이 나올 것이다.
과연 10조에 달하는 점수가 모일지도 의문이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저 천문학적인 수치의 점수를 내놓으려 할까.
부정적이었다.
일단은 호치에게 맡기기로 했으니, 말리지는 않았다.
“용사님은 왜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습니까?”
왜 너만 게으름이냐, 라는 말투였다.
충격적이었다.
세레지아에게 왜 그리 게으르냔 말을 듣다니.
“할 일이 딱히 없어서.”
”백신전의 퀘스트가 있지 않습니까.”
”없어.”
”예?”
정말 없었다.
며칠 전 백신전의 퀘스트 창이 공란이 되어 버렸다.
[빛의 신 – 시밤쾅 터트려 주세요! (완료)] [빛의 신 – 시밤쾅 터트려 주세요! (NEW!)] [빛의 신 – 시밤쾅 빨리 좀 터트려 주세요! (NEW!)] [회한의 신 – 결투의 신과의 대화 (완료)] [기원의 신 – 결투의 신과의 대화 (완료)] [헌신의 신 – 결투의 신과의 대화 (완료)] [희망의 신 – 휴전 (완료)] [죽음의 신 – 타다토스의 정화 (진행 중)] [천공의 신 – ?] [모험의 신 – ?] [고통의 신 – ?] [자연의 신 – ?].
.
.
이미 완료한 퀘스트가 아니라면, 죄다 물음표였다.
키리키리는 물음표는 아직 퀘스트를 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라 했다.
이미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퀘스트 외엔 하나같이 물음표가 되어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빛의 신의 퀘스트가 있긴 했지만, 저건 무시하기로 했다.
“이상하군요.”
“그렇지?”
전에도 물음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남아 있는 모든 신들이 물음표를 띄워 놓지는 않았다.
뭔가 오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이기에, 퀘스트를 모두 거두고 결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퀘스트를 재설정할 수 있도록.
“그게 운석일까요?”
“아닐지도 모르지. 그걸로 시선을 분산시켜 두고 다른 작당을 꾸미는 걸 수도 있고.”
어찌 되었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지구에 가만히 남아 있어야 했다.
최소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전까지는.
“토끼는 어떻습니까?”
세레지아가 키리키리에 대해 물었다.
“몰라.”
퀘스트 창이 물음표로 도배된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 나는 키리키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정보는 키리키리에게서 나왔다.
“돌아섰을 가능성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무슨 얘기야?”
“백신전은 퀘스트를 모두 달성했을 때, 튜토리얼을 차원 채로 이양하겠다 약속했습니다. 만약 퀘스트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이양 받지 못합니다. 튜토리얼을 주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퀘스트를 제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사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
백신전에 내게 튜토리얼을 넘기고 싶지 않은 신이 한 명도 없진 않을 것이다.
분명 네다섯은 있겠지.
그리고 그런 신들은 내게 퀘스트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희망의 신이 그랬다.
전부터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이런저런 이득을 취해 왔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튜토리얼 내에서도 비교적 시스템의 제약에 덜 구속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지구에 뿌리 내리고 있던 완성자들의 뒷배경이기도 했고.
과거 내게 했던 말들을 떠올려 보아도, 희망의 신은 튜토리얼 이양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만한 신이었다.
희망의 신이 먼저 공격을 하며 싸움이 시작되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더라도 언젠가는 내가 먼저 희망의 신을 공격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최대한 퀘스트를 클리어하려 노력하되, 노력으로 불가능한 퀘스트를 내 주는 신들을 강압적으로 대해서라도 허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남아 있는 모든 신들이 시스템을 거부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세레지아가 물었다.
고민해 볼 것도 없었다.
답은 오래전에 정해 두었다.
“원래 계획대로 해야지.”
키리키리와 퀘스트를 들어주는 대가로 튜토리얼을 이양 받는다는 거래를 하기 전에.
60층에 갇혀 있던 그때 했던 다짐대로.
“하나하나 다 때려잡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