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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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3)
기적의 공동 구매라는 새로운 기능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생존의 방향을 제시했다.
운석 충돌 이후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운석을 막아내는 것으로.
매스컴에선 하루 종일 공동 구매에 대해 떠들어댔다.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세상의 종말을 막아낼 수 있다는 동화적인 이야기였다.
최상급 기적, 외기권 대결계를 구매하기 위한 총 점수에 할인을 적용하고.
또 신도의 숫자로 나누어 한 명당 지불해야 하는 점수를 계산했다.
“분명 적지 않은 점수입니다.”
화면 너머의 뉴스 앵커가 말했다.
“티비를 시청하고 계신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확인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제 신앙 점수는 매달 29pt입니다.”
앵커 또한 이호재교의 신도였다.
이제 티비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직업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호재교를 믿고 있었다.
호치의 업데이트를 통해 화면 너머로도 확인할 수 있게 된 종교창 때문이었다.
신도들은 이호재교가 아닌 출연자가 티비에 출연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고.
방송국은 시청자가 좋아하는 이호재교 출연자를 내보내었다.
이제 연예인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능력 있는지보다 얼마나 신실한 신도인지를 따져 보는 세상이 되었다.
“운석을 막아내기 위해 필요한 10조 포인트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점수입니다.”
앵커는 자신의 공적치를 이야기했다.
대중 앞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기에, 제법 높은 공적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0조 포인트에 비하면 신앙도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적은 수치였다.
“전문가들은 공적치로는 10조 포인트를 모을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돈과 사회적 지위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점수는 결국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한하지 않은, 신앙심을 끌어올리는 것이 10조 포인트 확보의 정답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소견이었지만, 동시에 상댱량의 공적치를 확보한 사회 기득권층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분명 10조 포인트는 많은 양이지만, 우리의 신앙심을 더 높이 쌓고. 아직도 이호재교를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앵커는 굳센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스스로를, 가족을, 나아가 우리 모두와 우리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상 9시 뉴스…….”
앵커의 코멘트라기에는 지나치게 선동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공동 구매가 진행 중입니다.] [동의 후 공동 구매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구매 달성액 – 외기권 대결계: (22,314,332/10,000,000,000,000)]실제로 방송사에서 연일 공동 구매에 대해 떠들기 시작한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신앙과 공적을 공동 구매에 쏟아부었다.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점수를 아낄 것이기에, 아무도 공동 구매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는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였다.
만약 10조 포인트를 달성하지 못해 운석이 충돌한다면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자신들의 목숨과 살고 있는 이 세상까지.
그 위기 앞에 나타난 솟아날 구멍에 감격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종교판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열심히 전도를 하며 공적치를 모으는 한편, 신앙을 높일 방법을 필사적으로 연구했다.
신앙이라는 것이 어떤 방법론을 통해 모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몰두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히 신앙심이 깊어지고는 했다.
이미 생존 캡슐까지 구매한 사람들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생존 캡슐을 구하지 못한 다수의 목소리에 묻혀 버렸다.
생존 캡슐이 있는 이들 입장에서도 운석이 아예 떨어지지 않는 편이 좋았기에, 큰 소동이 벌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 * *
“10조 포인트를 정말 모을 수 있을까?”
김민혁이 물었다.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공동 구매 할인 혜택이 있다지만, 10조 포인트는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었다.
“글쎄.”
“가격을 깎아 주는 건 어때. 이벤트로.”
포인트를 더 퍼 주는 건 몰라도, 가격을 여기서 더 내려 줄 수는 없었다.
최상급 기적은 그 아래 등급의 기적과는 차이가 크다.
내 종교창 목록에 있는 최상급 기적들은 하나같이 신의 권능급 기술들이다.
이 권능이라는 게 또 특별하다.
신력만 충분하다면 비신격을 상대로 정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신이지만.
당연하게도 신력은 무한하지 않다.
자신의 성지가 아니라면, 신은 제한적인 힘을 소모해가며 기적을 발휘해야 한다.
심지어 신력은 마력처럼 가만히 쉰다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권능은 일반적인 기적과 달리, 신성의 근본과 닿아 있으며.
신력의 소모가 극단적으로 적고, 활용 또한 훨씬 자유롭다.
세레지아는 권능을 자기 자신에 대한 신앙만으로 사용하는 기적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모든 신이 스스로의 신앙만으로 신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자기 자신을 향한 신앙이 한 터럭조차 존재하지 않는 신은 없을 것이다.
권능은 신의 아이덴티티를 설명하는 신성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신은 적은 수의 권능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종교창의 목록을 채울 만큼 다양한 권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과거 호치가 만신전의 신들에게 사기를 쳐 수많은 권능들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 권능들을 해석하는 한편, 개조하고 수정해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내 신성의 특성 덕에 다른 신의 권능이 내 본질과 상충되거나 하는 일도 없었기에, 나는 그 모든 권능들을 온전히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권능들을 가지고 있다고, 권능 하나하나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
“아무튼 권능은 소모 값이 적어서 좋다는 거잖아. 거 되게 거창하게 설명하네.”
설명을 듣고 있던 호치가 딴지를 걸었다.
호치 놈은 권능을 너무 하찮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쉽게 많은 권능들을 손에 넣었고, 제대로 활용할 줄도 몰라 방치하고 있으니 당연했다.
“…권능급인 최상급 기적의 가격을 낮춰서 부를 수는 없어.”
“결국 10조 포인트를 못 모으면?”
“그냥 막아줘야지, 뭐. 포인트를 충분히 모으지는 못했으나, 그 정성에 감동해 기적을 무료로 한 번 써 주겠다! 이런 식으로 공표하면 될 거야. 모인 점수는 그냥 다시 나눠주고.”
혜자도 이런 혜자가 없다.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신도들에게 선의를 베풀어 운석을 막아내는 것은 신과 신도라는 수직적인 관계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운석을 파괴할 때의 화려한 이펙트를 목격하고 포인까지 돌려준다면, 사람들의 신앙도는 급격히 치솟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손해긴 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은 거냐?”
“괜찮아.”
어차피 운석은 막아야 한다.
내가 지구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분명 손해는 손해였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손해는 아니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돼.”
* * *
신전 앞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본래 월드컵 경기장이었던 곳을 개조해 만든 신전이기에, 신전 앞에는 넓은 공터와 주차장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자리를 가득 메우고, 그걸로도 모자라 주변 차도까지 점령해 버렸다.
경찰은 도로를 막아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한편, 신전 앞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사람들은 신전 앞에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처음에는 수십 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뉴스에 나오고, 천여 명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하루하루 신전 앞에 체류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사람들의 신앙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신전 앞에 모인 사람은 만 단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사실 신전 앞에 오래 있었다고 신앙이 늘어나는 효과는 없었다.
그저 불편함을 참으며 신전을 바라보고, 기적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를 했기에,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서 내 존재가 그만큼 커졌기에 자연히 늘어난 것뿐이었다.
아무튼, 사람들은 신앙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너도나도 신전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외국에서도 외국 지부의 사원이 아니라, 성지에 직접 가서 기도를 해야 된다며 한국을 찾는 순례자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전례 없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신전에서 보기에 도로에도 건물 옥상에도 그 어디를 보아도 빼곡히 모인 사람들이 보였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도로의 아스팔트가 안 보인다.
“아하하! 귀여워!”
신전의 창문 너머를 내다보던 용용이가 말했다.
귀엽니, 저게?
나는 사람이 개미 떼처럼 보여서 느낌이 이상한데.
어쩌면 용용이는 그런 점이 재밌는 걸지도 모르겠다.
“얼마 안 남았어.”
[공동 구매가 진행 중입니다.] [동의 후 공동 구매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구매 달성액 – 외기권 대결계: (459,237,143,832/10,000,000,000,000)]김민혁이 말했다.
운석이 지구 지표면에 충돌하기까지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
아직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각국 정부는 최대한 혼란을 막기 위해 운석 충돌까지 남은 시간을 조작했다.
사람들은 운석이 날아오기까지 아직 며칠의 시간이 남았다고 믿고 있었다.
“시작해야겠네.”
힘을 사용해 신전 주변에 백색의 마력이 맴돌게 했다.
사람들은 갑자기 일어난 변화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신전까지 그 우렁찬 함성 소리가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이게 뭔지나 알고 좋아하나 몰라.”
“뭔데?”
“그냥 조명이야.”
말 그대로 흰색 조명이다.
마력을 섞어 대낮에도 선명히 보이는 공연용 조명.
[경고! 운석이 지구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공동 구매가 진행 중입니다.] [동의 후 공동 구매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구매 달성액 – 외기권 대결계: (459,237,143,832/10,000,000,000,000)] [최상급 기적 – 외기권 대결계를 사용하기 위한 누적 점수가 부족합니다.] [최상급 기적 – 외기권 대결계의 공동 구매를 위해 4592억여pt가 누적되었습니다.] [최상급 기적 – 외기권 대결계의 공동 구매가 취소되었습니다.]신전 앞 사람들이 메세지를 보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런 점은 좋네.
눈앞에 신도들이 깔려 있으니, 그 반응을 확인하기 쉬웠다.
[공동 구매를 위해 소모된 점수가 반환됩니다.] [아직 성숙되지 않은 종교임에도 많은 신도들이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최상급 기적의 공동 구매를 위해 소모했던 점수의 1%가 추가 점수로 지급됩니다.]소모했던 포인트를 그대로 돌려주는 데다가, 1%의 이자까지 넣어 주었다.
속이 쓰릴 정도로 막심한 손해였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언젠가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을 때, 신도들이 내가 알아서 구해 주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었다.
신도들이 보상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해야 했다.
[범지구적 위기를 맞아, 단 한 번 최상급 기적이 대가 없이 사용됩니다.] [충격에 대비하십시오.]굉음과 함께, 신전 주변을 맴돌던 흰색 마력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서울의 뿌연 공기와 하늘 위의 먹구름을 멀리로 밀어내며 빛의 기둥이 그 너머로 뻗어 나갔다.
지표면에서부터 대기권을 뚫고 나가는 밝은 백색의 빛기둥.
서울 바깥은 물론 위치에 따라 외국에서도 보일 정도로 크고 밝았다.
이보다 더 성스러워 보일 장면은 없을 것이다.
“오, 멋있긴 멋있네.”
옆에서 호치가 말했다.
빛기둥은 대기권의 끄트머리, 외기권에 닿아 거대한 원형의 결계를 이루었다.
이제 운석이 저 결계에 닿았을 때, 멋진 이펙트와 함께 화려하게 터트리기만 하면 되었다.
결계의 모습은 육안으로 볼 수 없겠지만…….
“응? 뭐야, 저거.”
“뭐가?”
운석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아까까진 그냥 돌덩어리였었는데.”
갑자기 운석에서 강력한 신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빠.”
용용이도 힘을 느꼈는지, 내 소매를 잡으며 나를 불렀다.
만약 저게 신의 안배라면, 그리고 나와 지구를 공격할 의도가 있다면, 지금 당장 손을 써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구에 여파가 덜 가도록.
하지만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예상외의 목소리 때문에.
[안녕, 친구? 오랜만이야.]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목소리는 꽤나 익숙한 신의 그것이었다.
희망의 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