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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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신 (6)
[아악! 살려 줘, 살려 줘!]지랄하네, 아주.
희망의 신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한 번 소파를 휘둘렀다.
평범한 가구일지라도 신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어지간한 절세무기를 압도하는 강도를 가질 수 있다.
이 소파는 잡기가 불편할 뿐, 휘둘러 공격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쾅!
의자를 휘둘러 생긴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만한 힘으로 때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 아파!]아프기는.
신나게 휘두르던 소파를 바닥에 내려놓고 앉았다.
젠장, 다리 하나가 삐걱거린다.
[너무하는구나! 너는 내 불쌍한 모습이 보이지도 않느냐!]희망의 신이 빽 소리쳤다.
조금씩 말투가 바뀐다.
여러 말투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모습처럼.
희망의 신은 산발이 된 단발을 정리하며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운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팔 힘으로 높은 곳을 기어오르는 모양새였다.
엄살… 아니 연기였다.
[정말 소멸할지도 모른단 말이다.]“그래, 계속 뚫린 입을 함부로 놀리면 이 자리에서 소멸시켜 주마.”
역겨운 사기꾼이라니.
그냥 들어도 불쾌할 말을, 저 희망의 신에게 들었다.
곱절로 불쾌했다.
[다 때렸느냐?]별걸 다 물어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희망의 신은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의 신은 다 때렸으면 되었다는 듯 홀가분한 태도로 말했다.
[역시 너는 인간적이다. 어떤 점에서 그러냐면, 관점이 미개하다는 점에서 그렇지.]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슬쩍 들었다.
[아아! 왜 또 그러느냐!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다!]객관적인 사실 같은 소리 하네.
쯧, 혀를 차고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만약 내가 ‘적’이라고 특정 지을 만한 모습이었다면 팔다리 두어 개 정도는 잘랐겠지.]머리를 뽑았을 것이다.
물론 희망의 신이 머리를 뽑힌다고 죽지는 않는다.
그저 경고의 의미로.
희망의 신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 말대로 객관적인 사실이기도 했다.
[그렇게 비이성적인 면만 인간적으로 남았구나.]“감성적인 면이라고 해라.”
희망의 신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듯 혼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원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신이다.
그것이 희망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희망의 신이 보여 주는 모습은 그러했다.
다시 내가 질문할 차례였다.
“내가 인과를 건드린 건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하하, 그걸 정말 몰라서 물어본 것인가?]몰라서 물어보았다.
짚이는 게 여러 개 있거든.
백신전의 신들이 60층과 61층의 결계를 공격했을 때 알아차렸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회한의 신은 결계 대부분을 파훼하기도 했으니, 결계 밑에 숨겨진 것을 보았을 수도 있다.
남극에서 폭발의 여파를 되돌렸던 것을 보고 추측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한적인 조건 아래 시간을 돌리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법칙을 속여 현상을 비트는 것이 마법의 본질이고, 그 상위 개념이 신의 의지 아래 행해지는 기적이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법칙도 속이고자 하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그러니 내 시간 역행을 보더라도 내 능력이 인과의 본질에 닿아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네가 이기지 않았느냐.]“뭐?”
[내 힘을 받은 네 분신을 이겼었지.]그랬었다.
일본에서.
“그런데?”
[그런데라니. 네가 이길 수 없던 전투였다. 수십, 수백 배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전투 양상은 힘을 일시에 쏟아 내는 단순한 힘의 줄다리기였지. 심지어 너와 똑같은 잠재 능력을 가진 완벽한 분신이 상대였지.]“똑같기는, 경험의 차이가 있는데.”
[그 분신은 아무런 경험이 없을 줄 아느냐? 장담하건대, 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경험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유일한 차이는 신성의 유무였고, 마지막 순간 내 힘을 받아들이며 그 차이마저 상쇄되었다. 질 수가 없는 조건이었다.]하지만 승자는 나였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판단한 줄 알았다. 내가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네 힘이 강대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성지마저 버리고 도망쳤지.]조용히 그리고 담담하게 말하던 희망의 신이었지만, 그 목소리에 노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만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했지, 네 신성과 연관 지어서.]희망의 신의 심정이 궁금했다.
단순한 착각으로 싸워 볼 만한 상대를 피해 도망치고, 그 결과로 성지와 신도들을 통째로 잃은 심정이.
희망의 신이 성지에서 나와 맞붙어 싸웠다면, 전력상 내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그 힘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다고는 하나, 성지에서는 힘의 소모 없이 기적을 펼칠 수 있다.
괜히 세레지아가 지구로 돌아가 회복한 뒤 만전을 기해 돌아오자고 조언했던 것이 아니었다.
[너는 결과주의적인 신이다. 결과를 통해 힘을 얻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만약 네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승리라는 결과를 현재로 끌고 온다면, 승리가 불가능해 보이는 전투도 승리로 이끌 수 있겠지. 결과를 통해 과정을 완성시킴으로써.]흠.
[그래서 추측한 것이다. 네가 미래에 있을 결과를 현재로 끌고 왔다고.]꽤나 정확한 추리였다.
한 가지 의문인 건.
“근거가 좀 빈약한데?”
[사실 그냥 찔러 본 거였다. 솔직하게 알려 줘서 고맙구나.]빌어먹을.
* * *
[결국 사기꾼이 맞지 않느냐.]“뭐, 그렇다 치자.”
[그렇다 치자니, 뻔뻔하구나!]나는 원래 뻔뻔하다.
[남용하다가는 언젠가 인과의 비틀림에 쥐어짜여 죽게 될 것이다. 조심해라, 지금 네가 죽으면 내가 곤란하다.]고맙기도 해라.
끌어온 인과를 통해 온전히 결과를 완성시킬 수 있다면 그럴 일은 없다.
그러지 못했을 경우가 문제겠지만, 그 경우에는 어차피 신성의 소멸로 파멸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죽으면 네가 왜 곤란하냐?”
내 아공간에 들어가 있는 신도들을 회수하지 못해서 그러려나.
그러고 보면 아까 희망의 신이 자신이 잡을 밧줄 어쩌고 하는 말을 했었다.
[이 부분은 설명이 필요하겠구나.]“설명?”
[다시 강의 시간이다. 괜찮은가?]일단 들어 보기로 했다.
희망의 신과 내가 연관된다는 것 자체가 꺼림칙했지만, 알려 주겠다는 정보를 마다하고 싶진 않았다.
[우선 우리의 세계가 매우 변방에 있다는 것부터 이해해야 한다.]“우리의 세계?”
[백신전의 영역 말이다.]뜬금없는 이야기였다.
[위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백신전은 오래전 이미 세상의 주류에서 밀려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격리된 것이지만. 어쨌든 지금 세상의 주류는 만신전과 그 휘하의 봉신들이다.]한 가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왜 백신전이 밀려난 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백신전의 신들은 대부분 강력한 대신격이었다.
직접 대면해 본 신이라고는 느림의 신과 희망의 신 그리고 희생의 신밖에 없었지만.
하나하나가 쉽게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왜 밀려나기는. 시스템의 제약에 묶여 확장도, 성장도, 교류도 못 하고 고립되어 있으니 당연하지 않느냐.]“만신전에는 제약이 없나?”
[물론 있다. 하지만 백신전과는 다르지. 만신전의 제약이 서로 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법률적인 제약이라면, 백신전의 제약은 죄수들을 억류하고 감금하는 것이다.]이렇게 들으니, 백신전의 신들이 시스템에서 벗어나겠다고 발버둥치는 게 이해되었다.
특히 제약에서 벗어나길 바라면서도 시스템 자체는 유지되길 바라는 키리키리의 행동이.
이제 보니 백신전의 제약을 만신전 정도의 제약으로 완화하려는 것 같다.
“제약이 다른 이유는?”
[백신전 신들의 특성 때문이다. 백신전 소속의 신 대부분이 느림의 신이 주도했던 우주의 일원화에 동참했거나 대립했다. 애초에 그런 신들을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 시스템이니, 제약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수많은 신 중에서도 문제아들을 모아 둔 것이 백신전이라는 내 추측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먼 과거에 있었던 어느 사건에 연루된 신들이 대부분이라는 건 달랐지만, 근본적으로 틀리진 않았다.
[아무튼 만신전의 신들과 그 아래의 봉신들은 모든 우주와 차원에서 영역 분쟁을 벌여 왔다.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지만.]“왜지?”
[…설명을 좀 잠자코 들으면 안 되겠느냐? 이유는 사방에 적이 있기 때문이다. 힘을 지나치게 소모했다가는 제3의 적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으니까.]희망의 신은 열심히 설명했다.
성지의 침입에 대해 말할 땐 나를 노려보며 한 단어, 한 단어 꾹꾹 눌러 가며 말했다.
무시했다.
[그런 분쟁도 이제 정체기에 들어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거의 사라진 수준이지. 확실한 힘의 구도가 잡혔기 때문이다.]흥미로웠다.
하지만 그다지 내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네가 만신전에 노출된 것이다. 상황이 이해가 가느냐?]안 가는데.
[너는 연고도 없고, 심지어 만신전 시스템의 규칙에서도 벗어나 있는 존재였다. 세력이 비교적 약한 신들은 너를 혹은 네 힘을 얻음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강대한 신들도 혼란을 막겠다는 빌미로 개입해, 자신이 너를 차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으음.
우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나를 가질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불쾌했다.
그 점을 떼어 놓고 보자면.
무림 강호에 주인 없는 절세의 무기가 등장한 정도의 소동이려나.
[심지어 너는 널 찾아갔던 만신전의 사도들을 몰살시켰다. 61층에서. 설마 기억 안 난다고는 하지 않겠지.]물론 기억했다.
이연희에게 붙어서 61층에 들어왔던 수많은 신들의 사도들.
61층이 내 성지였고.
찾아온 것이 신들의 본신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 연결된 사도였기에 쉽게 잡아먹을 수 있었다.
[그 폭력적인 대우가 빌미가 된 것이다. 너와 만신전은 확실히 적대 관계가 형성되었어. 만신전의 예상과 달리 네가 완연한 신격을 이루었고, 그 격이 대신격에 다다르고 있지만, 오히려 만신전 신들이 합심해 너를 갈라 먹기 좋게 된 꼴이다.]생각을 좀 수정해야겠다.
무기가 아니라 절세의 무공서 정도로.
심지어 무림 공적이 소지하고 있는 절세 무공서.
강호가 피로 물들겠구만.
“그래서 그게 너와는 무슨 상관이지?”
[사실 나도 만신전과 사이가 좋지 않다.]그럴 줄 알았다.
희망의 신은 세상 모두와 사이가 안 좋을 신이다.
비웃음을 누르며 피식 코웃음을 쳤다.
[…그런 게 아니다! 우리는 거래 관계였다.]“거래 관계?”
[만신전에도 시스템이 있고, 본질적으로 백신전의 그것과 동일한 존재다. 그리고 내게는 시스템의 제약을 조금 피할 방법이 있지.]다시 이 지점이다.
[수요와 공급이지. 제약을 피해 편법으로 세를 확장하고 싶어 하는 신들은 얼마든지 있고, 그 편법은 이 우주에 오직 나만이 공급할 수 있다.]그렇다면 차익을 노렸겠군.
[독과점의 위치를 이용해 신들에게 절박함을 불러일으켰고, 욕망을 부채질하며 공급을 조절했다. 내가 얻는 신앙은 대부분 그들에게서 나왔지. 뭐, 사이가 좋을 리 없지 않겠는가?]희망의 신은 나를 가리키며 계속 이야기했다.
[문제는 누구 덕분에 내 성지가 날아가고, 힘이 줄어들며, 공급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졸지에 내게 신앙을 바치던 호구들에게 공격당할 위기에 처했다.]그거 재밌는 상황이네.
신앙을 받는 대상이 신쯤 되니까, 힘이 떨어졌을 때 역으로 공격당하기도 하는군.
나는 내 감정을 숨기지 않고 희망의 신에게 내보였다.
짝짝짝.
“훌륭하다, 완벽한 결말이야. 이래서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지.”
크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나 때문에 희망의 신의 사업이 망했다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고소했다.
희망의 신은 내 빈정거림에 부들거리면서도 또박또박 말했다.
[…아무튼 만신전의 신들과 사이가 틀어진 지금 협력할 대상이 너밖에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