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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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4층 (1)
[저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진짜로 죽을 뻔했다고요!] [그러게 누가 떨어지래? 내가 떨어지지 말랬잖아!] [그걸 어떻게 안 떨어져요!] [난 안 떨어졌어.] [ㄹ먀ㅔㄹ듄ㅇㅍㄴ;ㅠㄴㅇ] [그 이야기는 됐고. 아마 이번 4층의 결과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야] [뭘요?] [네가 어디까지 올라올 수 있을지]* * *
[2회 차 29일. 8시 30분]지난 며칠간은 정말 매 순간 성장과 적응에 충실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점멸 스킬의 사용은 제법 익숙해졌다.
여전히 공격용으로 쓰긴 무리지만
접근기나 탈출기로는 충분히 쓸 수 있다.
탈라리아의 날개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건 아직 어려울 것 같다.
비행 기능이 날개를 퍼덕여서 수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활공 스킬을 통해 사용되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라면, 내성 스킬이 전혀 안 올랐다는 점.
이미 내성 스킬의 레벨이 너무 높아져서인지 단순히 대기실에서 노가다만 하는 것만으로는 정말 지독하게 안 오른다.
그리고 2회 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얼마 안 남은 지금, 그동안 조금이나마 익숙해진 점멸과 탈라리아의 날개를 활용해 볼 겸, 4층에 도전해 볼까 한다.
물론 시간상 클리어는 어려울 것 같고, 초입 부분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의의를 두고.
[4층 스테이지에 입장하시겠습니까?]예압.
익숙한 포탈의 공명음과 함께 내 몸이 빛에 휩싸였다.
[튜토리얼 스테이지, 헬 난이도 4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4층에 도착하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나처럼 반듯하게 다듬어진 돌로 지어진 통로.
한 가지 평소와 다른 점은, 통로가 굉장히 넓어졌다는 것이다.
통로의 가로 폭이 10미터는 넘는 것 같다.
그리고 높이는……. 음, 모르겠다.
어두운 데다가 주변에 높이를 가늠할 만한 다른 구조물이 없다.
눈대중으로 측정하는 것조차 애매하다.
대충 인천 공항의 천장 높이가 이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은 나에게 분명 호재다.
호재에게 호재다. 하하하.
인벤토리를 열어 키리키리의 조언에 따라 구매한 장비들을 착용했다.
이전에 쓰던 가죽 갑옷 대신, 새로 산 신상 가죽 갑옷을 입었다.
특징은 번들번들한 검은색 가죽이었는데, 그 소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가죽 바지에 부츠와 장갑, 그리고 벨트를 찼다.
모두 검은색 세트로 맞추었다.
흔치 않은 검은색 가죽으로 세트를 맞추려다 보니, 덕분에 포인트가 예상보다 많이 소모되었다.
신들의 관심 덕에 많은 포인트를 벌어두지 않았으면 세트를 맞추는 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딱히 아이템의 세트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장비의 깔맞춤이다.
벨트에는 키리키리가 구매를 추천한 투척용 단검을 매 두었다.
중거리에서 유의미한 공격은 힘들지언정 견제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칼을 놓치거나 했을 때, 보조용으로도 쓸 수 있고.
키리키리가 투척용 무기를 추천했다는 사실에서 4층의 테마를 조금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투척해서 맞춰야 할 표적이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이번에는 기관 장치로 이루어진 함정이 아니라 몬스터를 상대로 전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커뮤니티에서 본 정보에 따르면.
이지 난이도의 첫 몬스터는 걸어 다니는 버섯맨이라고 한다.
노멀 난이도는 고블린.
하드 난이도는 아직 몬스터가 등장했다는 정보가 올라오지 않았다.
[쿠워어어어.]저 앞에서 날 선 괴성이 울려 퍼진다.
정말로 몬스터가 나오는 모양이다.
긴장감에 칼과 방패를 단단히 쥐고, 장비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그리고 괴성이 들려온 전방을 향해 나아갔다.
소설이나 만화에 몬스터로 자주 등장하는 그린 스킨이다.
기이한 녹색의 피부였다.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연상되는, 사지에 빽빽이 들어찬 근육.
거대한 송곳니.
붉은 안광.
2미터가 넘는 신장.
왜 시작부터 이런 녀석이 나오는 거야.
젠장, 함정에 비해 비교가 쉬운 몬스터가 등장하니.
헬 난이도와 다른 난이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노멀 난이도에 나왔던 고블린은 그 신장이 100센티미터 전후의 단신이라고 했다.
게다가 무기 없이 맨손으로 등장하니.
비교적 긴 리치를 이용해 거리를 유지하고 싸우라는 팁이 있었다.
그런데 저 괴물은 완전히 풀 무장 상태였다.
심지어 가죽이나 천도 아닌 철제 장비로.
몬스터라기보다는 중세 시대의 기사가 연상되는 차림이다.
투구부터 가슴 흉갑과 발에는 부츠까지, 모두 통짜 금속제다.
다행히 팔다리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군.
손에는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었다.
도대체 그 무게가 얼마나 나갈지 짐작도 안 간다.
휘두르기는커녕 양손으로 들고 있는 것조차도 불가능해 보이는 흉악한 도끼를.
저 괴물은 한 손에 들고 있다.
그나마 도끼 자루의 길이가 짧은 것이 다행이다.
팔 길이가 두 배는 차이날 것 같은데, 무기의 리치 차이가 더 벌어졌다면 정말 암담했을 것이다.
하아 이걸 어쩐다.
괴물은 마치 덤벼보라는 듯이, 그 자리에 잠자코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내가 지금 저거에 달려들어야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오른손에 들린 글라디우스를 바라보았다.
짧다.
이 칼은 그동안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해 줬다.
주로 자해용으로 사용되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시작 무기로 짧은 단병기가 아니라 장병기를 골랐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장검이었다면.
이거 정말 겁나게 막막하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키리키리는 무기의 교체를 권하지 않았다.
그녀가 권한 건, 방어구와 보조 무기뿐.
지금 들고 있는 무기로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목재 라운드 실드와 글라디우스.
리치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내가 저 괴물의 간격 안쪽으로 뛰어들어 인파이터처럼 싸워야 한다.
저거랑?
내가?
점멸 스킬이 있으니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다음이지.
으음 일단 저놈 공격을 한번 막아 보자.
내 주력 무기는 칼이 아니라 방패다.
공격을 막거나 흘리고, 틈이 생겼을 때 찌르기를 반복해서 조금씩 상처를 늘려나가는 거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하다.
애써 자신을 안심시키면서 조금씩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데, 갑자기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전투 집중]뒤로 물러서기보단, 앞으로 크게 내디디면서 괴물의 목을 향해 칼을 내찔렀다.
칼이 괴물의 목에 닿기에 앞서 괴물의 왼팔이 휘둘러졌다.
[점멸]점멸을 뒤로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과감히 앞으로 뛰어들었던 것은 점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괴물은 점멸의 사용에도 당황하지 않았는지, 머뭇거림 없이 다시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부우욱-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도끼가 휘둘러졌다.
이건 잘못 막으면 방패가 아니라 내 팔까지 두 동강날 기세다.
카강.
어떻게든 비껴 막는 데 성공했다.
들려오는 소리에 방패가 작살이 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방패는 잘 버텨 주었다.
왼쪽 손목부터 어깨까지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오른손에 든 칼을 역수로 잡고 괴물의 목에 찔러 넣었다.
목을 노리고 찌른 칼이었지만.
키 차이 때문인지, 단순히 내가 빗맞힌 것인지, 목과 어깨 사이에 박혔다.
그런데.
어?
칼이 안 빠진다.
쾅!
괴물이 왼손으로 휘두른 주먹을 늦지 않게 방패로 막았지만.
힘에 밀린 방패가 얼굴을 때렸다.
칼을 포기하고 뒤로 다시 한 번 점멸을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젠장. 칼이 근육 사이에 박혀서 안 빠질 수도 있는 건가?
저 괴물은 어깨에 박힌 칼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공격을 이어 나갔다.
뒤로 물러나면서 다시금 휘둘러지는 도끼를 방패로 비껴 내는데, 다시 성공했다.
괴물은 앞으로 스탭을 밟으면서 똑같은 경로로 도끼를 휘두르려는 듯하더니 갑자기 동작을 바꾸었다.
일순간 자세를 낮추며 어깨로 밀고 들어오며 태클을 걸었다.
그 모습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그 움직임을 따라 대응할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위에서 떨어지는 도끼를 비껴 막기 위해 자세를 잡고 있던 찰나에 오히려 낮은 곳에서 태클이 들어오자, 막아냈음에도 몸이 위로 붕 떠 버렸다.
다시금 점멸을 뒤로 사용했다.
높은 위치와 긴 리치를 가지고 있는 상대가 이런 식으로 안으로 파고들다니.
복부에서 묵직한 통증과 함께 위액과 피가 역류했다.
대충 수습하고 괴물을 바라보자.
그놈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이번엔 내가 들어와 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아 그래.
그냥 저놈이 날 가지고 놀고 있던 거였군.
실력 차이가 이 정도까지 날 줄은 몰랐다.
생각을 정리하자.
속도는 내가 우위에 있다.
점멸 스킬을 제외해도 내가 훨씬 빠르다.
그럼에도 이런 차이가 생긴다는 건 그냥 실력 차이다.
근력도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자해를 통해 내가 가진 힘을 몸소 체험해 왔기에 확신할 수 있다.
단순히 무기의 차이와, 그 힘을 휘두르는 내 실력이 부족할 뿐이다.
저놈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날 죽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날 가지고 놀며, 아니 어쩌면 경험 많은 교관이 얼빠진 신참을 교육시키듯 대하고 있다.
어쩌면 단순히 내가 자신 너머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아내는 수문장 같은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도망칠까?
도끼를 계속 막아낸 왼팔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태클을 얻어맞은 여파도 남아 있고.
점멸을 사용한다면, 아니 점멸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대기실까지 도망칠 수 있다.
실력은 몇 번이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키우면 된다.
지금은 내가 처발렸지만, 이 상태가 언제까지나 계속되진 않을 것이다.
살아서 대기실로 돌아가 회복한다면, 얼마든지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생각은 정리되었지만, 내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이런 식으로 물러서기엔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아니, 자존심보단 너무 빡쳐서 그냥은 못 가겠다.
호흡을 가다듬고 자세를 웅크렸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왼팔을 억지로 몸에 붙이고 가드 자세를 취했다.
괴물도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다가, 내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눈치챘는지 왼손과 도끼를 앞으로 내세우고 자세를 잡았다.
그 자세가 아니다.
자신의 긴 팔을 너무 과신하는 게 아닌가.
몸에 힘을 꽉 주고 점멸을 사용했다.
앞으로.
괴물의 앞이 아니라, 괴물 너머의 뒷공간을 점멸의 도약 목표로 설정하고.
내 필살기 몸통 박치기다.
쾅!
벽에 투포환을 던진 듯한 소리와 함께 괴물과 충돌했다.
그러곤 의식이 끊겼다.
아으아아아.
또 머리를 부딪혔나보다.
젠장, 여기가 어디야.
앞이 안 보인다.
젠장, 폭탄주 마시고 뻗은 다음 날 아침 같다.
머리가 핑핑 돈다.
팔다리를 버둥거렸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곧 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아니 바닥에 앉아라도 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렇게 발악을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시야가 조금씩 돌아왔다.
여전히 흔들리고 희미한 시야에 괴물의 모습이 비쳤다.
녀석도 나처럼 똑같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팔다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지만 단 하나, 녀석의 붉은 안광만은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둘 다 KO 펀치를 얻어맞고 드러누운 상황이다.
먼저 일어나는 놈이 이긴다.
이를 악물고 발을 바닥에 디디려 노력했지만, 계속 꼴사납게 넘어지기만 했다.
[전투 집중]가속되는 사고력과 함께 내 근육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제대로 움직이는 놈이 하나도 없구만.
충돌 부위였던 왼팔은 아예 못 쓸 정도다.
초조해하지 말자.
저 괴물도 못 일어나고 있다.
조급해하다가 또 넘어지면 그만큼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진다.
차분히 움직이자.
엉덩이를 뒤로 빼고, 요가의 고양이 자세처럼 몸을 웅크렸다.
오른팔로 몸의 무게를 받치고 무릎을 세웠다.
이대로 일어설 수 있을까?
어지럼증을 참으면서 집중을 계속하고, 사지를 마음대로 움직이기 위해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통증 문제가 아니라 정신력의 문제다.
으으윽, 으아아아아!
어떻게든 일어섰다. 시발.
또 넘어질 뻔했지만, 오른손으로 바닥을 받치고 엉거주춤하게나마 자세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머리는 핑핑 돌고, 시야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몸은 부들부들 경련하고.
속에서는 무언가 불쾌한 것이 계속해서 올라오려고 목 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익숙한 상황이다.
나는 존나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
알고 있냐?
“이게 고통 내성과 기절 내성의 힘이다. 이 개새끼야!!”
쓸데없이 소리를 질렀더니 다시 눈앞이 핑 돌았다.
젠장.
넌, 너는 내가 걸어갈 수 있을 만큼만.
균형 감각을 회복하면 넌 뒤졌어.
덜덜 떨리는 손을 무릎에 대고, 여전히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널브러져 있는 괴물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괴물의 어깨에 여전히 박혀 있는 내 칼을.
* * *
우에에엑.
괴물의 시체 위에 엎어져 오바이트를 해 댔다.
무리해서 움직인 데다, 괴물의 숨통을 끊겠다고 칼을 휘둘러 댔더니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괴물의 근육과 가죽이 생각 이상으로 두꺼워 연거푸 한참을 찔러 댄 후에야 괴물을 죽일 수 있었다.
주위와 내 몸은 붉은 피로 범벅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내 피로만 범벅이 됐겠지만, 이번엔 내가 아닌 타인의 피다.
괴물을 타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는 둘째 치고.
하수구의 쥐는 물론, 방바닥을 기어 다니던 바퀴벌레도 못 죽이던 나인데
괴물이라곤 하지만, 한 생명을 죽였다.
그것도 미친놈처럼 몇 번이고 칼을 쑤셔 대면서.
하지만 역시 별 감상은 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몸이 초인화되면서 정신에도 무언가 변화가 생긴 걸까?
아니면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단순히 피와 죽음에 익숙해진 걸까?
풀리지 않을 의문이다.
하아.
그대로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대기실에 돌아가겠다고 포션을 쓰긴 좀 아깝고, 조금 쉬다가 움직여야겠다.
그렇게 잠시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괴물의 시체가 흐릿해지더니 이윽고 사라져 버렸다.
그 시체가 있었던 자리엔 웬 돌멩이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뭐야, 이게.
일종의 드랍템인가?
일단 집어 보았다.
[고블린 그락투스의 탄생석]설명 : 붉은 눈 고블린 부족의 가장 심술궂은 교관 그락투스가 태어났을 때, 부족의 주술사가 선물한 탄생석이다.
상점창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예?
고블린이요?
방금 그 괴물이 고블린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