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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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신 (2)
“으하하하!”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아부부는 조금 뚱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실성하셨습니까?”
“실성했냐고?”
나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아부부는 이제 완전히 빈정 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자신이 있으시다지만, 너무한 태도 아닙니까? 저를 너무 무시하는데요.”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게 됐네.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 이내 곧 유쾌해졌다.
신력을 날려 버린 상태에서 아부부와의 대결이라.
신이 된 이후로는 느껴 보지 못한 긴장과 스릴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감정을 느낄 기회는 별로 없을 것이다.
나보다 훨씬 강대한 신을 마주해도.
그래서 내 승산이 정말 터럭보다 적은 싸움을 앞에 둔다 하더라도 이런 유치하고 말초적인 자극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재밌는 스포츠를 하는 듯한 자극이었다.
그래.
나는 이 자극을 쫓아 스스로를 불태웠었다.
결국 불로 화해 죽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자극에 중독되어 있었다.
술과 마약, 도박에 중독된 사람처럼.
긴장 상태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미쳐 있었다.
그래서 은퇴 후, 그 어떤 일에도 흥미를 갖지 못했고, 또 절망했다.
튜토리얼에 들어오고.
그곳의 실상을 깨달았을 때도.
죽음의 위기에 두려워하고, 고통에 괴로워하는 한편 즐거워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자극에.
중독자의 삶을 살다 그렇게 죽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자극이 없이도 내 목표와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신이 되어 신체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아예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제야 거의 반평생 동안 나를 속박하고 있던 쾌락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누나가 왜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왜 성공 확률이 낮은 수술을 앞두고, 나를 불러 프로게이머를 관두라 권했었는지도.
내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둔 그것은, 가족들이 보기에 광증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자극에서 멀어지게 되었지만.
그게 내가 자극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부부 덕에 다시 마주하게 된 자극은 언제나 그렇듯 최고였다.
이 자극이야말로 내 바탕이었고, 근원이었다.
“어쩐지 다시 예전처럼 보이네요. 인간이 되셔서 그런가.”
“그래?”
기쁨으로 몸이 가늘게 떨려 왔다.
통제되지 않는 쾌락이었다.
강력하지만 휘발성이었다.
절대로 오래가지 않는 만족감이다.
이것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필요했다.
“모여라.”
펼친 손바닥 앞으로 모래 한 뭉텅이가 모여들었다.
모래는 기다란 창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전투를 시작하려면 우선 무기가 있어야겠지.
모래에 약간의 습기와 마력을 함께 부여한다면 그 자체로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그런 조잡한 무기로 저와 싸울 수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단검이라도 한 자루 빌려드릴까요?”
아부부가 허리 뒤쪽에 차고 있던 작은 단검을 뽑아 보이며 물었다.
단검이라.
초반에는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었다.
튜토리얼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단검과 방패를 골랐었다.
그 이유가 아주 가관이었다.
그때 나는 빈약한 근력 그리고 사용의 난이도와 거리를 내주었을 때의 리스크를 떠올리며 검과 창을 지나쳤었다.
나보다 더 빠르고 강하고 노련한 적을 마주했을 때, 승산이 높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신 단검과 방패를 골랐다.
하지만 사실 단검과 방패를 골랐다 하더라도 나보다 월등히 강한 적을 상대로 승산이 높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때 내가 한 생각은 이것이었다.
방패에 의존해 어떻게든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지근거리에서 단검으로 적의 급소를 후벼 파겠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게도 피해가 있을 터이지만, 어차피 질 싸움이라면 상대와 함께 죽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미친 새끼.”
다시 떠올려 보아도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구석에서 술만 마시던 편의점 사장이 떠올릴 만한 발상은 아니었다.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절로 헛웃음이 지어지는 정말 순수한 또라이였다.
“…자꾸 그러시면 저도 기분이 좀 상하는데요, 용사님.”
아부부가 툴툴거렸다.
자기한테 욕을 하는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잡생각은 이만해야겠다.
“그럼 시작할까?”
“…그러시죠. 뭐, 걱정 마세요. 빨리 끝내 드릴 테니까.”
* * *
“크엑!”
아부부가 피를 한 바가지 쏟아 내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우웨에엑.”
피와 역류한 위액이 뒤섞여 있었다.
잠시 아부부가 구토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굳이 지금 틈을 노려 공격하고 싶지는 않았다.
매너도 아니었고, 좀 더럽기도 했다.
잠시 후, 조금 진정된 아부부가 입가를 대충 닦아 내고는 물었다.
“…그 독기, 스킬 아니었습니까?”
물론 스킬이다.
12층 클리어 보상으로 받았고.
튜토리얼 내에서 노가다를 통해 성장시켰다.
극강의 독 내성을 가진 나 자신에게 투여하는 방법으로.
결과적으로 방사능 오염도 우습게 보일 괴악한 생화학 무기가 완성되었다.
튜토리얼에 속한 능력이다.
천공의 신이 준비한 이 공간이 신력과 관계된 모든 것을 말소한다면 응당 사라져야 하는 능력이다.
튜토리얼은 결국 시스템인 질서의 신과 설계에 관여한 다른 백신전 신들의 신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랬는데 이젠 아니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독기 스킬을 분석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실 어려울 게 뭐 있겠는가.
마력에 독성을 부여하는 게 전부였다.
신의 정체성을 상징하기도 하는 권능을 해부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기초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아악!”
아부부가 급히 팔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독기에 닿은 피부가 황무지의 지면처럼 갈라지고 있었다.
“이건 너무 불합리하네요!”
“뭐, 어쩌라고.”
미안하지만, 나는 불합리한 싸움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유리한 쪽이라면.
아부부는 뭐가 그리 억울한지 씩씩거렸다.
그 모습에 솔직히 놀라웠다.
피를 토하고, 피부가 타들어 가고 있었지만, 내 독기가 가진 위력을 생각하면 아주 경미한 피해였다.
인간이라면 내 독기에 접촉하자마자 한 줌의 독수로 화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내 마력을 통해 가해지고 있을 압력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워 보였다.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네.”
“보통 인간이 아니라고요? 하하, 그거 재밌는 말이네요.”
아부부는 기운차게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독기를 견디고 있진 못할 것이다.
인간의 신체를 하고 있는 이상.
“뭐 해, 가만히 서서 죽을 거냐?”
“그럼 다시 갑니다. 바라시는 대로.”
아부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그것을 보며 나는 마력을 전개했다.
그저 멀리서 검을 겨누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상대가 아부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부부의 검끝이 정확히 나를 겨누자마자 눈에 보이지 않는 참격이 날아왔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공간절리심검.
아부부의 주력 기술이다.
자연검 혹은 마음의 검과 같은 뜬구름 잡는 경지의 기술은 아니었다.
그저 검을 매개체로, 극한까지 압축한 오러를 전방에 쏘아 내는 기술이었다.
심검이라는 기술명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오러를 이용한 속임수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 위력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시밤쾅의 모태가 된 기술답게, 그 위력과 절삭력은 타에 추종을 불허했다.
캉!
미리 전개해 둔 내 마력과 참격이 충돌했다.
참격은 내 방어를 뚫어 내었고, 정확히 내 이마에 때려 박혔다.
그 충격에 고개가 뒤로 확 넘어갔다.
다행히 참격에 머리통이 쪼개지지는 않았지만, 시야가 흔들렸다.
충격에 의해 떠오른 모래가 주변을 자욱이 메웠다.
아부부의 모습을 놓쳤다.
기감을 퍼뜨려 아부부의 위치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독기에 당한 아부부가 취할 행동은 뻔했다.
전면의 모래 먼지가 갈라지며 아부부가 튀어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던 만큼, 곧바로 모래 창들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아부부는 지체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 모래 창들을 베어 내었다.
그리고 검의 휘두름과는 별개로 다시 참격이 발사되었다.
가까이에서 맞아 줄 수는 없었다.
급히 몸을 움직이며 피해 내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참격은 내가 상정한 위력을 한참 뛰어넘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한 아부부가 깊숙이 찌르기를 시도했다.
다시 한 번 몸을 틀어 피해 내었다.
내 옆으로 지나가는 검면에서 다시 참격이 쏘아졌다.
환검의 극치였다.
검에서 새로운 검이 솟아나는 것과 같았다.
계속 막아 내고 피해 내었지만, 공격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쾅!
다시 참격에 얻어맞았다.
이번에도 참격에 몸뚱어리가 쪼개지지는 않았으나 그 대가로 황무지 위를 한참 뒹굴어야 했다.
“와오, 엄청 튼튼하시네요.”
내 최고 강점이지.
맷집이 좋다는 거.
“우후, 어때요, 근접전으로는 못 이기겠죠?”
확실히 어려웠다.
애초에 차원이 달랐다.
아부부는 나보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했고, 공격과 공격 사이에 끝없이 참격을 섞어 넣었다.
내가 한 턴 사용할 때, 상대는 서너 턴을 사용하고 있다.
인정해야 했다.
최소한 검사로서는 아부부가 나보다 우위에 있었다.
다만, 검이 전부는 아니었다.
세밀한 기술에서 이기기 어렵다면, 파괴력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면 될 뿐이다.
“빛이여.”
허공에 빛을 만들어 내었다.
빛은 검의 형태로 변화하였다.
빛은 시각으로 하여금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
하지만 지나친 빛은 오히려 세상의 그 어떤 단면조차 보지 못하게 만든다.
완벽하게 하얀색으로 물든 세상에서 빛의 검을 휘둘렀다.
“광검.”
아부부의 위치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불타 사라질 것이다.
* * *
“이건 예상 못 했는데.”
빛이 사그라졌다.
놀라운 결과였다.
내가 예상한 결과는 절대로 아니었다.
나는 세상과 함께 아부부를 불태운 빛이 블랙홀을 형성하고, 공간이 붕괴되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빛은 세상을 불태우기는커녕, 봉인되어 사그라지고 있었다.
“무식하기도 하셔라. 그러다 제가 정말 죽어 버리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아부부 중 한 명이 말했다.
열기로 인해 불타고 있는 황무지 위엔 수천은 족히 넘을 수의 아부부가 서 있었다.
아니, 수만… 그보다도 많았다.
아무리 세어도, 세어도 끝이 없었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누가 진짜냐.”
“우리 모두가 진짜입니다. 우리 모두가 가짜이기도 하죠.”
수없이 많은 수의 아부부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박자와 음조까지 완벽히 일치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할 때 나타나는 약간의 어수선함조차 없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격에 이르지 못한 존재가 여러 개의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니.
나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60층에서 나는 호치를 만들어 내었지만, 호치는 나와 전혀 별개의 존재로 탄생했고, 또 성장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우부츠를 천공의 신께서 회수하신 겁니다.”
“…뭐?”
잠시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튜토리얼에 존재하는 아부부들을 회수했다고?
그리고 여기에 모아 둔 것이라고?
그 말은 답이 될 수 없었다.
튜토리얼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부부는, 비슷한 존재일 수는 있지만.
하나의 존재는 아니었다.
5층의 보스몹 이달타르와 나와 함께한 이디가 다른 존재인 것처럼.
“간단합니다. 한 번 합쳤다가 다시 나누면 가능하죠.”
“…합쳤다가 나누었다고?”
튜토리얼 속에서 제각기 다른 자아를 가지고, 다른 시간을 경험한 모든 아부부를 하나로?
그리고 그걸 다시 여러 개로 쪼개었다고?
“이런, 용사님, 저 때문에 그렇게 충격 받으실 필요는 없는데.”
아부부는 별일 아니라는 듯 여상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별일이었다.
누군가의 자아는 그렇게 찰흙 놀이 하듯 뭉쳤다, 나눴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만 끝내도록 할까요? 걱정 마세요. 아까 말했듯, 별 탈 없이 고향 행성으로 돌려보내 드릴게요.”
아부부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힘을 끌어올렸다.
수없이 많은 아부부의 힘이다.
분명 그 힘은 초월적일 것이다.
확신할 수 있었다.
아부부는 모든 우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존재일 것이다.
신격에 오르지 못한 존재들 중에서는.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세상에 요구했다.
“멈춰라.”
황무지를 불태우며 일렁이던 불길이 사진 속 한 장면처럼 정지했다.
돌풍으로 떠올랐던 모래들은 허공에 사로잡혔다.
힘을 끌어올려 나를 제압하려던 아부부들 또한 멈춰 버린 시간 속에 갇혀 정지해 있었다.
확실히 굉장했다.
이 공간은.
신력과 신성을 날려 버리고.
하나의 신격을 비 신격으로 격하시키는 이 공간은.
하지만 한 가지 결점이 있었다.
“신성을 잃어버리고, 비 신격으로 격하되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신격을 이루면 그만이지.”
내가 신격을 이룬 근간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승리해 나갈 것이라는.
그 믿음과 나 자신이라는 주체가 있는 이상, 나는 언제 어디서든 다시금 신격을 이루고 신성을 획득할 수 있다.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아부부와 대화하고 아웅다웅하며 보낸 그 시간.
딱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