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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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신 (4)
비현실적이었다.
그 표현이 너무나 적절했다.
저 힘은 그만큼이나 초월적으로 느껴졌다.
황금빛 금속 장치.
질서의 신이 천공의 신을 옭아매는 장면을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멍하니 감상하듯이.
너무나도 화려한 CG가 가득한 화면이 펼쳐지고 있지만, 도리어 그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져 몰입되지 않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처럼.
멍하니.
그리고 다소 어이없음을 느끼며.
날카로운 손톱이 천공의 신의 신체를 파고들었다.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는 가지들이 하나둘 천공의 신의 신체에 박혀 나가는 모습은 어떤 식물이 토양에 뿌리내리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천공의 신은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의 신체가 잠식당하고 있었지만, 반항은커녕 몸부림을 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도망치자.]희망의 신이 속삭였다.
참으로 희망의 신 다운 판단이었다.
무시했다.
나는 저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렇게 흥미로운 광경을 두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천공의 신쯤 되는 신격이 속수무책으로 제압당하고 있는 광경을.
천공의 신과 질서의 신의 차이는 단순한 힘의 차이가 아닌 듯 보였다.
저 금속 장치의 날카로운 손톱에 담긴 능력이 문제였다.
신체에 파고든 이후에는 신경이라도 마비시키는 건지, 해당 부위의 신체가 경직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이건 말이 안 되는 가정이었다.
신의 화신체에 신경계 따위가 존재할 리 없으니까.
신력의 억제.
그 외에 다른 설명은 불가능했다.
실제로 천공의 신은 금속 장치와 접촉한 이후,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력을 이용한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가정은 아니었다.
당장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세레지아를 보아도 그랬다.
그녀 또한 신력의 억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능력을 두고, 그 어떤 신과 충돌하더라도 우리가 우위를 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었다.
그리고 절대로, 다른 신이 이런 억제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신의 신력을 차단하는 것은, 자신의 신력을 마찬가지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세레지아가 독자의 신이며, 동시에 그 쓰임새가 무기로 한정된다는 특징이 아니었다면, 시도할 엄두조차 못 내었을 일이다.
“너 질서의 신의 신도라고 했었지.”
[사도다.]신도를 넘어, 사도까지 두고 있는 신이 세레지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다.
더불어 저 황금빛 기계 장치는 질서의 신의 무기나 신물 따위가 아니라, 질서의 신 그 자체였다.
[내가 질서의 신의 사도라고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서, 저 괴물이 천공의 신에 한눈이 팔린 사이 도망쳐야 한다.]평소에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지나치게 목소리를 죽이고 있어, 말소리가 아니라 숨소리처럼 들릴 정도였다.
이상하게 기분 나빴다.
[어서 도망치자.]어쩐지 질서의 신이 자신을 공격하리라 확신하고 있는 듯한 희망의 신이었다.
질서의 신의 사도이긴 했으나.
질서를 지키기보다는 시스템의 빈틈을 이용해 만신전 신들에게 장사를 하던 희망의 신이다.
켕기는 게 많긴 오죽 많겠는가.
“미안한데.”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사실 그러지도 못했고.
질서의 신은 천공의 신을 제압하는 데 온 신경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쪽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듯했다.
이 정도면 가까이서 살펴볼 만하다.
[멈춰라! 왜 그쪽으로 날아가는 것이냐!]“좀 살펴봐야겠어.”
멀리서는 모든 걸 알아볼 수 없었다.
거인 둘을 멀찍이 물러나게 하고, 천공의 신과 질서의 신에게 다가갔다.
[멈추라니까! 도망가자니까 왜 반대로 가는 거냐고! 야!]희망의 신이 연신 소리쳤다.
이 녀석, 급하니까 또 반말하네.
[이런 미친놈!]얼씨구.
욕까지 한다.
“우리한테 반응 안 하잖아.”
희망의 신은 천공의 신을 제압하는데 정신이 팔린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질서의 신은 천공의 신을 너무나도 여유롭게 제압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않는 것이었다.
그저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 상대를 앞에 두고, 강해 보인다는 이유로 뒤돌아 도망칠 수는 없었다.
[…….]희망의 신도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질서의 신에 의아함을 느꼈는지 잠시 침묵했다.
황금빛 금속 칼날들은 여전히 천공의 신의 신체를 깊숙이, 더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갔다.
나와 세레지아가 발견해 낸 방법은 신력의 오염을 통해 신력의 순환을 차단하는 것이다.
두 가지 신성이 뒤섞였을 때 신성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더 이상의 신력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그게 우리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라면.
질서의 신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천공의 신의 신력을 차단하고 있는 걸까.
천공의 신도 아부부를 통해 신력을 봉쇄하는 방법을 찾아내었지만, 결국 양쪽의 신력 모두를 동결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리의 실험에서 비롯된 기술이었고.
세레지아 대신 가상 세계라는 공간을 매개체로 사용한다는 것 외에 다른 점은 없었다.
결국 한쪽의 신력만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기로는 그러했다.
더욱더 다가갔다.
팔을 뻗으면 손이 닿을 거리까지.
화신체답게,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음에도 혈흔이 흐르거나 경련과 경직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당연했다.
피와 신경, 근육과 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 안에 흐르는 것은 오직 신력뿐이다.
가까이서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단서를 찾아낼 수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신력의 특성을 생각하면 그러했다.
신력은 결국 지배력이고.
지배력은 다른 존재의 지배력에 지배받지 않는다.
다른 존재의 지배력을 무시하고 자신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은…….
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신 위의 신.
세상의 수많은 신들을 신도로 삼아, 신보다 높은 존재로 거듭나려 했던 느림의 신이 있었다.
느림의 신은 자신의 의미를 온 세상에 퍼트리고자 했었다.
일반적인 신이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소모 값과 별개로.
소모 값과 별개로 내가 온 세상의 시간을 멈춰 버릴 수 없는 것처럼.
이 세상에 내가 아닌 다른 신들이 존재하는 이상 불가능했다.
그들의 영역만은 침범할 수 없기에.
신들은 그 존재만으로 세상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지탱하는 축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질서의 신이 통상적인 신격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면.
신격이 비신격의 지배력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듯.
신격에게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느림의 신이 시도하려 했던 것처럼.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 질서의 신이 완전히 상위의 존재로 거듭나지는 않았다.
확신할 수 있었다.
천공의 신을 제압하는 걸로 보아, 어느 정도 발을 들이긴 한 듯하나.
완전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이 세상에 혼란은 이미 남지 않았으리라.
이미 질서의 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뒤바뀌어 있을 것이다.
당장 내 귀에 도망치자는 말을 속삭이고 있는 이 희망의 신부터 사라졌겠지.
그 누구보다 혼란과 극단의 감정을 사랑하고, 시스템의 빈틈을 이용해 혼란을 야기하는 희망의 신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 자체로, 질서의 신이 온 세상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정도의 존재가 되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질서의 신은 그런 신이다. 시스템의 제약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 백신전의 가장 강력한 신들과 만신전의 거대한 세력들. 홀로 그들 모두의 염원을 묶어 두고 있는 신이다.]실로 그럴 만한 존재였다.
[하나의 신격이라 부르기조차 어렵다. 우리가 부르는 그대로 세상 모두를 아우르고 있는 시스템이란 말이다. 이제 네가 얼마나 무모한 행동을 거듭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느냐?]“그래. 좀 알겠네.”
[좋아. 그럼 이제 빨리 돌아가자.]희망의 신의 말대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대신 나는 거인들을 호출했다.
“영감, 할멈. 애들 데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으로 와. 당장.”
[…읭?]영감과 할멈은 곧장 오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뭘 하려고 그러느냐! 그만! 하지 말거라!]그럼 영감과 할멈이 오기 전까지 전초전을 시작해 볼까.
[안 된다, 이 미친놈아!]“시밤쾅.”
* * *
[왕이여. 저건 또 무엇인가?]할멈이 물었다.
할멈은 소수의 별동대로 흩어져 있던 거인들을 모두 챙겨 오느라 조금 늦었다.
그래서 다시 설명해 주었다.
“질서의 신. 시스템. 그리고 튜토리얼의 실소유자. 우리의 주적이지.”
[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로고.]할멈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영감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내 설명을 들은 영감은 분기탱천해서 곧장 부하 거인들과 함께 질서의 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공격을 거듭했다.
물론 무의미했다.
내가 사용한 시밤쾅이 그러했듯.
그 어떤 공격도 저 질서의 신에게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너무나 단단하고 튼튼해 모든 공격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공격이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홀로그램으로만 존재하는 허상처럼, 저 질서의 신의 황금빛 금속 칼날들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질서의 신은 여전히 천공의 신만을 구속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희망의 신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희망의 신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새 태도가 돌변했다.
너 그래도 되는 거냐.
사도라며.
[저것의 집행 대상에서 벗어나 있으면 아무 상관 없다. 저 띨빵한 신은 기본적으로 무해하다. 재제 대상이 되지 않는 한.]그리고 희망의 신은 자신이 분명 제재대상일 거라 확신하고 미리 겁먹고 있었던 거군.
어지간한 놈이었다.
정말로.
“이거 참.”
민망하게 됐네.
비장하게 영감과 할멈까지 다 불렀는데.
이 기회에 질서의 신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면, 귀찮은 일 없이 곧바로 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예 싸워 주지조차 않다니.
이거 내 입장이 상당히 비참하게 되었다.
천공의 신보다는 아니겠지만.
천공의 신의 꼬라지는 아주 가관이었다.
질서의 신에게 제압당해 한마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그 상태로 무방비하게 시밤쾅에 직격당했고.
이후로는 영감과 거인들의 분노에 찬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저 꼴을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질서의 신은 오로지 천공의 신 때문에 이곳에 나타났다.
천공의 신이 규율을 무시하고 직접 행동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 저렇게 구속된 것이다.
음.
그럼 이건 어떨까.
“영감. 잠시 멈춰 봐.”
천공의 신에게 다가갔다.
천공의 신은 여전히 거대한 창을 움켜쥐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얼굴을 그 거대항 창의 창날 앞까지 가져다 대 보았다.
이 창날에 내가 베이면 어떨까.
직접 행동을 시도하려 했다는 것만으로 천공의 신은 제압되었다.
실제로 그 행동에 의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다면.
더한 제재를 받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