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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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4층 (2)
[2회 차 30일. 11시 30분]“후아.”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고블린 교관의 시체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탄생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땐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필살의 점멸 몸통 박치기로 겨우 이겼던 고블린 교관이지만, 이젠 별일 없이 해치우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 부족했던 건 전투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었을 뿐.
신체 스펙 자체도 고블린 교관과 비교해 크게 앞서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권능 스킬들과 내성 스킬들도 있으니 진다는 게 이상하다.
고블린 교관은 첫 시도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겨 냈지만, 그의 자세나 스탭 밟는 법, 그리고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보고 얻을 것이 정말 많았다.
때문에 섣불리 고블린 교관을 넘어 진행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다.
고블린의 신장과 무기의 차이, 그리고 성향이나 여러 차이를 생각하면 단순히 고블린을 모방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기초조차 없던 나는, 고블린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어릴 적 검도와 우슈 도장에서 배웠던 기억들도 조금씩 되살아났다.
이런 식으로 경험을 쌓다 보니, 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고블린은 무협지에 나올 만한 절세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힘을 효율적으로 휘두르기 위해, 경험으로 체득했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던 나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말도 통하지 않고, 고블린은 그저 나를 공격할 뿐이지만.
만약 전문적으로 전투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면 정말 크게 성장할 수 있을 텐데.
혹시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중에 키리키리에게 물어봐야겠다.
경험뿐만 아니라 스킬의 성장도 있었다.
[기초 방패술 Lv.3을 획득하였습니다.] [베기 Lv.1 이 기초 검술 Lv.2에 통합됩니다.] [기초 검술 Lv.3을 획득하였습니다.]최근 들어 스킬의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었기에 검술과 방패술의 스킬 레벨이 오른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베기 스킬이 기초 검술에 통합되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한참을 고민해 보았다.
내려진 결론은 내 ‘베기’가 검술로 취급되지 못할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칼로 무언가를 벤다기보다는, 그저 휘둘러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는 데 중점을 두었으니까.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이렇듯 검술과 방패술,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전투의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블린 교관은 무수히 많은 죽음을 경험해야 했지만
뭐 대기실에 다녀올 때마다 리셋되는 것을 보니, 실존하는 생명체는 아닌 것 같다.
고블린 교관이 조금 더 강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보다 약한 상대에게 배우려니 효율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방패 없이 칼 하나만으로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다음번에는 어떻게 싸워 볼까.
무기 없이 격투로만 싸워 볼까?
고블린 교관에게 유리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템포를 잡아 볼까?
그렇게 혼자 속으로 계획을 세우면서 대기실로 걸어갔다.
드디어 2회 차가 끝난다.
1회 차 내내 1층에서 굴렀던 걸 생각하면 2회 차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당장 공략한 층만 보아도 2층에서 4층까지 올라왔으니까.
곧 2회 차가 끝나고, 3회 차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1회 차에도, 2회 차에도, 그랬듯이 새로운 인원이 1층에 나타나겠지.
이번에 헬 난이도에 들어오는 인원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처럼 연락이 안 되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한다.
[4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상점창을 열어 콜라와 감자칩을 구매했다.
그동안은 키리키리와 케이크를 먹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육포와 주먹밥으로 끼니를 해결해 왔다.
장비를 세트로 맞추기 위해 포인트를 쓰는 한이 있어도 식비로는 절대 과소비를 하지 않았다.
내가 맛있는 음식에 그리 집착하지 않는 것도 이유지만, 또 다른 이유는 내가 혹시나 집중을 잃고 풀어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어느 날, 오늘 하루는 조금 쉬고 싶다는 기분이 들면.
오늘은 일과를 생략하고 싶다면.
튜토리얼 공략은 내일로 미루고 싶다면.
그렇게 풀어진 기분들이 모여 내가 나태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 자신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조금이나마 휴가를 줄 생각이다.
이미 일과를 다 마치기도 했고.
2회 차에는 정말 고생이 많았으니까.
이룬 것이 많기도 하고.
어쩌면 이미 내가 조금 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3회 차가 시작됩니다.]자, 이제 신참들이 튜토리얼에 들어온다.
[난이도 헬, 게시판(1/1)]음…….
이번 회 차엔 아무도 헬 난이도를 선택하지 않았다.
뭐 이게 정상적인 것이겠지.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 메시지를 보고 생각 없이 최고 난이도를 선택할 사람이 상식적으로 얼마나 되겠는가.
아니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내가 비상식적인 것 같잖아.
나쁘지 않다.
이번 회 차에는 헬 난이도에 입장한 사람들이 또 무의미하게 죽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음속 짐이 하나 덜어졌다.
조금 더 느긋한 기분으로 커뮤니티를 구경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감자칩 봉투를 뜯었다.
이제 곧 새로 입장한 인원들의 불안함과 당황스러움이 섞인 글들이 올라올 것이다.
딱히 그들의 불행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혼란에서 벗어난 이후에 알려 줄 바깥세상의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2회 차가 시작되고, 이제 3회 차가 시작된다.
한 달 동안 현실 세상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그, 청와대의 비선 실세라는 사람은 구속되었는지.
그래서 대통령은 하야를 했는지.
저번 달에 컴백한 걸그룹의 음원 성적은 어땠는지.
궁금한 것이 산더미다.
나 말고도 3회 차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간식거리를 준비해 놓고 커뮤니티를 구경하려는 사람이 많은지, 접속자 수가 제법 많았다.
[김주혁, 1층 : 이게 무슨 뭐야, 이게. 커뮤니티는 뭐고, 튜토리얼은 또 뭐야. 아니 시발, 그보다 여긴 어디야!] [이철민, 1층 : 살다 보니 별 미친 일을 다 겪어 보네.] [이기찬, 1층 : 저, 조금 전까지 술 마시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나처럼 술 마시다가 끌려온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새로 들어온 인원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튜토리얼에 대한 설명글을 올렸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 자칫 잘못하면 죽는다는 점을 보면 절망밖에 들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편이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그리고 미지에 대한 공포는 실질적인 위협보다 더 위험하다.
차분하게 사람들의 혼란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이상한 글들이 눈에 띄었다.
[이미연, 1층 : 저 죽은 건가요? 여기가 지옥 같은 곳인가요?] [김진, 1층 : 분명히 몬스터한테 먹히기 직전이었는데 다친 다리도 나아 있고.] [박병진, 1층 : 몬스터들이 나오는 그 포탈 같은 것과 연관이 있는 곳이 아닐까요?]이건 또 뭔 소리야.
단체로 술 마셨나.
신참들의 혼란 섞인 질문에도 일일이 답변해 주던 기존 인원도 저런 말에는 딱히 대답해 줄 수 없었다.
[김민혁, 3층 : 지금 3회 차에 새로 들어오신 분들, 몬스터랑 포탈이 무슨 얘기죠? 튜토리얼에 들어오기 전, 무슨 일 있었나요?]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시기상 2회 차가 시작된 후 며칠쯤 지났을 때, 현실 세계에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이변이 발생했다.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포탈이 생성되었고, 그 상태로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포탈 너머에서 기괴한 괴물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괴물들이 권총탄 정도는 우습게 무시하며 달려들었기 때문에, 중화기를 보유한 군대를 배치해 막아내야만 했다.
포탈이 생성되자마자 군부대를 배치할 수 있었던 국가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군대를 보유하지 못했던 소국들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자국 내의 포탈을 틀어막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국경 너머에서까지 괴물들이 밀고 들어오자, 선진국의 피해도 갈수록 커져만 갔다.
이에 더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동굴이나 지하, 혹은 우림 한가운데나 호수 아래에 생성되었던 포탈들에서 괴물들이 추가로 뛰쳐나오자, 전선이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포탈의 발생 이후 2주일 만에 2차 세계대전의 총 전사자 수를 한참 웃도는 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여전히 새로운 포탈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괴물들에게 완전히 무너져 국가에서 잠재적으로 포기한 지역도 있었고.
국가 정부 자체가 무너져 소멸한 곳도 있었다.
사람들은 예기치 않게 닥쳐온 아포칼립스적인 사태에 정말 말 그대로 미쳐 날뛰었다.
세계 곳곳에서 치안력이 무너져 사람들끼리 식량과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허다해졌다.
사이비 종교 단체가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했고.
돈 많은 사람은 숨겨진 안전 가옥으로 숨어들고, 돈 없는 사람들은 폐허가 된 도심 속으로 숨어들었다.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포탈 사태가 비교적 늦게 발생하기 시작한 지역이라는 점이었다.
다른 나라들이 모두 포탈에서 뛰쳐나온 괴물들과 전쟁을 시작한 시점에 처음으로 국내에 포탈이 생성되었다.
덕분에 포탈이 처음 생성되었을 때부터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포탈이 생성되기 이전에 이미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전선의 군부대 일부가 남하해서 대기 중인 상태였다.
포탈이 전국 곳곳에 나타자마자 3일이 지나기 전에 포탈 근방에 부대를 배치하였다.
하지만 그 대비가 완벽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괴물들의 공세가 상상 이상으로 거셌는지
충청권에서는 방비에 실패해 경기 수도권 지방에는 북부 저지선을, 충청 남부 지방에는 남부 저지선을 만들어 확산을 막고 있다고 한다.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한 지방이 그대로 초토화되었고, 여전히 포탈들은 여기저기에 새로이 생성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피해 상황과 비교한다면 무척이나 양호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겨우 그런 위안으로 안심이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새로 들어온 인원들의 계속된 제보로.
어느 정도 사태를 파악한 기존 인원들은 현실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과 지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난리였다.
제대로 읽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많은 글들이 커뮤니티에 게시되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호재, 4층 : 수원. 수원 쪽은 괜찮아요? 그쪽에는 포탈 열린 거 없어요?]다행히 없었다.
혹시나 새로이 들어온 인원 중, 내 가족이나 친지가 있는지, 혹은 그들의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커뮤니티에 한동안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을 전해주는 이는 없었다.
[3회 차 0일. 18시 20분]…3회 차가 시작된 지 18시간이나 지났다.
18시간.
긴 시간이다.
내가 무려 18시간 동안 아무 일과도 수행하지 않고, 커뮤니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마치 있어서는 안 되는 일처럼.
다행히 내 교우 관계는 좁은 편이다.
내 친구들 대부분 수원에 거주 중이거나, 군대에 있을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군대가 밖보다 안전하다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가족들 역시 수원에 있다.
가족들과 사이가 좋은가? 굳이 묻는다면 안 좋은 편이라고 답해야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안전했으면 한다.
그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잠시 생각이 다른 곳으로 빠졌음을 깨달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눈앞의 커뮤니티창이 정답을 알려 주었다.
[정진철, 2층 :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홍수에 범람하는 강물과 같은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이 글을 보았다.
이글을 보고, 겨우 정신이 들어 비로소 커뮤니티창에서 눈을 뗄 수 있었다.
이미 100층을 클리어하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만약 튜토리얼 100층을 모두 클리어한다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어쩌면 현대 화기의 성능을 한참 웃도는 힘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듯 끌려와 갇혀 버린 이 튜토리얼 세계.
목적도, 이유도, 방법도, 알려 주지 않았다.
어쩌면 튜토리얼은 우리에게 저 괴물들에 맞서 싸울 힘을 주기 위해 나타난 것이 아닐까.
튜토리얼이라는 이름 그대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커뮤니티에선 상위권 도전자들을 중심으로 공략 정보와 팁을 공유하고, 공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이어졌다.
사람들은 곧 의견을 하나로 모아 튜토리얼 내의 모든 도전자의 제 1 목표는 튜토리얼의 빠른 공략이라고 확정했다.
현실 기준으로 포탈 사태 발생에서 한 달여가 지난 시점.
그리고 튜토리얼 기준으로는 3회 차 0일.
본격적으로 튜토리얼 공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