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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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토스 (2)
“혀어어엉…….”
이준석이 엉겨 왔다.
나도 모르게 용용이 안아줄 때처럼 받아 주려다가 흠칫해서 손으로 쳐 냈다.
다 큰 놈이 왜 이래.
이준석은 매몰차게 거부당했음에도 여전히 감동에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코가 시큰거리는지, 연신 콧등을 씰룩거리고 있었다.
이준석에게 의미가 큰 선물일 것이다.
고생하고 있을 때, 누군가 와서 도와주고 선의를 준다는 것에서 오는 감동도 있겠지만.
이준석은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아이템의 부재로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강력한 공격력 때문에 적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상처 입힐까 봐.
튜토리얼에서 오랜 시간 갈고닦은 힘을 비로소 되찾았다는 감동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건틀릿에 내장된 전격 내성은 거의 면역 수준이야. 전격 외에도 사용자 보호를 위한 마법이 덕지덕지 붙어 있으니까, 마음껏 네 힘을 쏟아 내도 아무 이상 없을 거다. 물론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때, 사용을 주의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이준석은 아예 물기로 촉촉해지기 시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 정말 감사해요.”
이준석은 감사를 표하며, 사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으며 자신을 까먹은 건 아닌가, 하고 원망하기도 했다며 솔직하게 이전의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럴 리가 있겠냐. 예상보다 늦어진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항상 기억하고 있었지.”
“형…….”
“내가 너 신경 안 쓰느라 늦게 찾아온 게 아니라 이거 만드느라 늦은 거야. 다른 일도 좀 있었고. 이해하지?”
“네, 형.”
그래, 좋아.
훈훈하구만.
마음이 산뜻해졌다.
[죽음의 신이 답답해합니다.] [죽음의 신이 당신을 재촉합니다.]“거 되게 보채네.”
아까부터 죽음의 신이 계속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형도 메시지 보여요?”
“어, 보이네.”
이준석도 비슷한 걸 보고 있는 모양이다.
마치 튜토리얼에서 메시지가 떠오른 것처럼 보였다.
퀘스트창도 퀘스트창이지만, 이곳이 죽음의 신의 영역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혹시 이 행성에 다른 신의 종교는 없나?”
“없어요. 거의 성지에 가까운데, 막상 또 성지는 아니고. 그런 곳이에요.”
모든 종교가 죽음의 신의 종교로 통합된 곳이라는 거네.
그 와중에 종교의 교리를 저버리고, 불멸을 바라는 이들이 생겨났고.
시간이 흘러, 그런 배교자들이 사회의 최상층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죽음의 신은 외부에서 용병을 고용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정도가 이 세계의 배경 설명일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진짜 예전 스테이지 클리어하던 때가 생각나네.
“그래서, 해결 방법은?”
죽음의 신은 이곳 타다토스의 정화를 요청했다.
정화라는 말의 정확한 뜻을 알아야 했다.
“말살이래요.”
어이구, 산뜻하기도 하셔라.
누가 죽음의 신 아니랄까 봐.
사회 지도층을 죄다 죽여 버리면 문제가 많을 건데.
물론 죽음의 신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진행 상황은 어때?”
일단 이준석이 이곳에서 어디까지 일을 진행해 두었는지 들어 보자.
이준석은 지난 몇 달간 이곳에서 구르며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 내기 시작했다.
*
“히트맨?”
“네, 맞아요.”
의외의 선택이었다.
“제가 노블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서요.”
노블은 그들을 불멸로 만들어 주는 수술을 선택한 이레귤러들을 뜻했다.
부유층만이 수술을 받을 수 있으니,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나저나 암살 의뢰라.
잠시 고민해 보았다.
나라면 노블들이 모이는 장소를 알아내 테러를 시도했을 것이다.
암살 청부에는 명확한 문제점이 있었다.
의뢰가 없으면 죽이고 싶어도 못 죽인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의뢰가 없는데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누굴 죽였다간 의뢰가 없어질 것이다.
청부업자로서의 신뢰도가 떨어질 테니.
의뢰도 없이 사람 죽이고 다니는 미친놈한테 누가 의뢰를 하겠나.
따라서 이준석이 암살 청부를 선택했다는 건 그만큼 그의 행동 폭이 좁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의뢰가 있건, 없건 누군가를 암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또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그래서 의뢰를 수행할 때만 움직여도 시간의 손해가 없다고.
“네, 맞아요.”
이준석은 시원하게 인정했다.
“그래?”
이준석의 실력이면 암살 자체는 어렵지 않았을 텐데.
정보나 사전 작업이 좀 문제가 되겠지만.
“우선 임무가 장기화되면서 이곳에서 지낼 돈과 거점이 필요했어요. 정보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암살 자체도 좀…….”
“왜, 여기 애들이 그렇게 세냐?”
표적 모두 이준석이 단독으로 암살하기 힘들 만큼의 무력을 지니고 있는 건가.
의외였다.
제법 흥미롭기도 했고.
이준석은 분명 강력하다.
신력을 다루지 못하는 존재 중에선 더더욱 그랬다.
그런 이준석이 난색을 표할 만한 상대가 드글드글한 행성이라.
“아, 그게… 제가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노블들이 다 그…….”
“그, 뭐.”
이준석이 말을 흐렸다.
“비전도성 장비를 갖춰서요.”
뭔 장비?
“아무래도 전격이 안 통하니까, 죽이기가 좀 힘들어서… 임무에 조금 난항이…….”
약간의 황당함을 느끼며 이준석을 바라보았다.
빤히.
이준석은 민망하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여기 기술력이 너무 뛰어나서 그래요!”
기술력이 뛰어나고 자시고.
전격 몰빵이라 공격 방법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쉽게 대처당하는 거다.
“예전에 내가 전기 말고 다른 것도 배우라고 그랬었지?”
분명히 그랬었다.
하지만 이준석은 내 말을 무시했었다.
튜토리얼 하드 난이도에 있던 시절인데, 한창 나한테 이상한 라이벌 감정 같은 걸 느끼고 있을 때였다.
아니, 피카츄도 아이언 테일을 쓰는데.
지가 뭔 배짱으로 전격 기술에만 몰빵을 하는 거야.
“멋있잖아요.”
“그게 중요하냐?”
이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좀 중요하긴 하지.
[죽음의 신의 당신들의 대화에 조급함을 느낍니다!] [죽음의 신이 최대한 빠르게 퀘스트를 완료할 것을 요구합니다!]“아, 겁나 보채네. 쯧, 어쩔까, 이거.”
“뭐가요?”
전쟁 때문이었다.
백신전과 만신전의 전쟁.
바로 이곳 타다토스에서 일어날 것이 예정된 전쟁이었다.
와서 보니 아직 전쟁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급박하게 돌아가면 이준석부터 대피시키려고 급하게 왔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이 타다토스가 전쟁의 빌미일 뿐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타다토스가 어찌 되건, 다른 필요에 의해서 일어나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타다토스가 그 전쟁의 빌미이며, 명분인 것은 확실했다.
만약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임무를 완수하는 건 어떨까.
타다토스에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미리 해소해 버린다면 전쟁은 어떻게 될까.
물론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전쟁 자체가 없던 일이 될지도 모른다.
[빨리 퀘스트를 완수하자.]아, 뭐야, 또.
희망의 신이 갑자기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최근 들어 갑툭튀가 심해지고 있다.
불쑥 자신의 의사를 말해서가 아니었다.
쉴 새 없이 조잘거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내게 보이려 애쓰던 희망의 신이 이상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에, 그 와중에 한마디씩 하는 게 더 신경 쓰였다.
[어쩌면 전쟁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늦출 수 있거나, 하다못해 그 규모를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완수하는 편이 옳다.]이거 의외네.
희망의 신은 전쟁을 부추기면 부추겼지, 꺼리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최근 조용해진 것도 백신전에 있다는 아바타로 따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내게 보내 달라는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갈수록 희망의 신의 행동이 수상해 보였다.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것 아니었나?’
[그렇다. 절망이 존재해야만 그 위에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다.]희망의 신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가라앉았다.
가라앉은 희망의 신을 불러내 보려 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
“준, 그자는 누구인가.”
죽음의 교리를 따르는 이곳 타다토스에서 배교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정체불명의 수술을 통해 불로불사를 얻은 이레귤러.
그러니까 노블이 이준석에게 물었다.
외관이 퍽 인상적이었다.
치렁치렁한 로브를 입고 있었다.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중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엑스트라인 어디 어디 지도자 캐릭터처럼 보였다.
거기에 무슨 영양사 모자 같은 걸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는 차림새였다.
이준석에게 들었던 대로 얼굴 피부가 정말 반투명하다는 걸 제외하면 인간과 생김새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 동료입니다.”
“흠, 믿을 수 있는 자인가?”
둘이 대화를 시작했다.
이준석은 노블의 암살 의뢰를 받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뢰주 또한 노블이었다.
하긴 사회 상층부가 죄다 노블이 되었다면 이게 당연하겠지.
이준석과 저 노블의 관계가 제법 되었는 듯 제법 편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나름의 신뢰가 쌓여 있는 듯했다.
튜토리얼 도전자들은 이런 면이 참 좋다.
팔방미인이라는 점이.
단순히 전투 능력뿐만 아니라 별의별 사소한 것까지 시험 받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교성을 발휘해 이런 식으로 아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론 그런 거 없이, 다 때려잡으면서 진행한 나 같은 경우도 있지만.
노블의 생김새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불로불사는 분명 굉장한 이점이다.
신력을 불어넣고 사도로 만들면 불로불사할 수 있지만, 그걸 원치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떤 수술을 통해 알고 지내는 인간들을 아무 리스크 없이 불멸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분명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기술을 좀 알아 갈까 했었는데.
“야, 왜 말 안 해 줬어. 얘기가 좀 다르잖아.”
“…예?”
노블과 대화하고 있던 이준석은 어리둥절해하며 되물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노블의 영양사 모자를 벗겨 내었다.
반투명 피부에 민둥민둥한 머리통이 나왔다.
“불멸자가 될 때 생기는 리스크 중 대머리가 된다는 말은 없었잖아.”
“으아아! 이게 무슨 짓이냐!”
노블은 갑자기 벗겨진 영양사 모자를 다시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무시하고 뒤통수를 한 대 찰싹 때렸다.
차가웠다.
사람 피부라기보다는 유리창에 손을 댄 기분이었다.
“아악!”
“시끄러.”
이건 그냥 대머리가 아니다.
마력 반응에 의해 두피의 모공이 모두 소멸되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로불사의 수술 때문에 대머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불로불사할 수 있는데, 머리카락 좀 빠지는 걸 리스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이준석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이놈이 큰일 날 소리 하네.
“너, 수명 늘어나는 거랑 빡빡이 되는 거랑 있으면 뭐 선택할래?”
심지어 그냥 탈모도 아니다.
끝에서 끝까지 다 벗겨지는 완벽한 탈모에 머리 피부가 반투명해지기까지 해 무슨 해파리와 문어의 혼종처럼 보이는 기괴한 꼬라지였다.
“음…….”
이준석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거봐.
이게 본인 일이 되면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라니까.
속으로 대머리가 된 박정아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보았다가 급히 그 모습을 지워 버렸다.
분명 대머리가 되기 싫어서 불멸로 만들어 준다는 수술을 거부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확신했다.
“대머리가 되지 않기 위해 불로불사를 포기하면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존엄사?”
“이, 이노오옴! 이 나아쁜 노옴!”
노블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고함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