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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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토스 (3)
“좀만 옆으로 돌려 보자.”
노블은 내 말에 따라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생각보다 말을 잘 들었다.
“어떻습니까?”
노블은 자신의 뒤통수를 관찰하고 있는 내게 물었다.
어떻긴, 텄지.
“안 될 것 같은데.”
“아… 그렇습니까.”
불로불사의 기술은 내가 보기에도 신기했다.
머리통이 유리처럼 반투명하고 맨들맨들하게 변한다는 한 가지의 단점이 있었지만.
그 단점을 어떻게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 노블의 머리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불로불사가 가능한가 싶었더니, 아예 신체를 마력의 물질로 만들어 놨어. 이러면 당연히 죽지는 않겠지. 생리 현상도 없어질 거고. 뭐, 머리털이야 없는 게 당연하지. 마력석에 털 달리는 거 봤냐.”
“아…….”
확실히 신기한 수술이었다.
자아와 영혼에는 아무 영향 없이 신체만을 마력의 물질로 교체하는 수술이라.
이 수술이 고도의 과학기술이 없던 시절에도 가능했다면 어떤 신이 개입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건 빼박이다.
“대신 아까 말했던 건 가능할 것 같네.”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 말입니까?”
“그래.”
“…정말 감사드립니다, 신이시여.”
이준석의 소개로 알게 된 이 도시블이라는 이름의 노블은 놀랍게도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역시 대머리 때문인가 싶었지만, 원래 노블이 될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불사가 아깝지 않아?”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전 죽음의 신을 모시는 사제입니다.”
괜히 이준석이 나에게 소개해 준 것이 아니었다.
이준석과 도시블, 두 사람은 타다토스의 노블 척살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협력하고 있었다.
“배교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불사입니다.”
그렇겠지.
사회 지도층이 모두 불로불사의 노블이 되었다면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그 또한 노블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하층민의 의지를 모아 봉기를 일으켜야겠지만.
아무리 군중의 힘이라 해도 필멸자들이 부와 권력을 갖춘 불멸자들을 무너뜨리기란 쉽지 않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삶에 허용된 가용시간의 문제였다.
“모든 일이 정리되고, 또 기회가 있다면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도시블은 단호하게 말했다.
“역시 불사가 아까울 것 같은데.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 모발도 어떻게 이식할 수 있을지도 몰라.”
불로불사는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말로.
신격이 되면 자연히 얻게 되지만, 신격은 얻어서 좋아할 만한 그런 게 아니다.
반면 불로불사는 그냥 맘 편히 기뻐하면 되는 축복이고.
“감사하지만, 사양하고 싶습니다. 전 위대한 안식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습니다.”
“왜, 죽음의 신 때문에?”
죽음을 상징하는 신을 숭배하기에 불사를 축복이 아닌 저주로 여기는 건가 싶어 물어보았다.
“저주가 맞습니다. 죽음은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절대선입니다.”
절대선이라.
어디선가 들었던 말 같은데.
도시블을 연극배우처럼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숨기고 살아야 했던 자신의 신념을 밖으로 털어놓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지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삶이 어째서 소중합니까. 그 끝이 있기에 그러합니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을 허락받았기에 더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도시블의 시야 밖에서 서 있던 이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이준석은 도시블의 신학 강의를 이미 들어 본 적 있는 모양이다.
“모든 것에 순환이 존재하리라. 시작은 끝을 약속하리라. 죽음은 그 자체로 이 세상을 증명합니다.”
“한 가지.”
그 죽음의 신 신학 이론에 허점이 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지.”
“그게 뭡니까?”
이 세상에는 죽음을 극복한 존재들이 있다.
필멸자들과는 달리 세상의 진리에서 자유로운 존재들이 있다.
비록 자기 자신들만의 진리에 갇혀 있지만, 그들이 죽음 앞에서 예외라는 것에는 변함없었다.
“신.”
도시블은 얼굴을 구겼다.
이 새끼. 표정 관리 안 하는 거 봐라.
내가 분명히 나 신이라고 말해 줬었는데.
“맞습니다, 신은 예외죠.”
도시블은 표정 관리는커녕 더더욱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치 그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신이 너무 많습니다. 지나치게 많아요.”
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도시블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아악!”
“이 문어 대가리 자식이, 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네! 뒈질라고.”
*
“아름답죠?”
도시블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도시블의 거처는 천장이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그의 머리통처럼.
지구의 밤하늘과는 달리 별과 위성들이 형형히 보였다.
[죽음의 신이 매우 조급해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신이 당신의 행동을 촉구합니다!]아주 돌아가시려고 그러네.
죽음의 신이 화병 나서 쓰러지기 전에 움직여야겠다.
“그래서 두 사람의 원래 계획은 뭐였는데.”
이준석과 도시블은 서로를 잠시 쳐다보더니 내게 설명해 주었다.
“노블 중의 노블, 이 타다토스에서 최고로 꼽히는 권력자를 암살하는 것이었습니다.”
의외네.
불로불사의 수술 시설을 파괴한다든지 하는 계획을 예상했는데.
“최고 권력자의 공백은 자연히 혼란을 불러올 겁니다. 그 자리를 누군가는 차지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 혼란의 틈에서 제가 좀 더 활발히 활동하는 게 원래의 계획이었습니다.”
최고 권력자를 암살하고, 그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권력 다툼 속에서 이준석이 히트맨으로서 열일한다는 계획이었다.
“결국은 권력 구도가 안정될 텐데?”
“그러지 못하게 암살 대상을 잘 골라야겠죠. 우선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득입니다.”
내 취향의 계획은 아니었다.
“그 최고 권력자의 위치는?”
“여기입니다.”
도시블은 반투명한 태블릿에 띄워진 건물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 빌딩이 표적의 거주지입니다. 무장한 경비원들이 빈틈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입구를 통해 진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른 건물에서의 침입을 시도해 보았지만, 인근 다른 건물들 또한 표적의 소유이기에 방범 장치가 공유되고 있어 실패했습니다.”
“폭격은?”
“…예?”
“폭격 말이야.”
이준석이라면 이 빌딩째로 날려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인명 피해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생했겠지만, 그게 시도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아니면 표적의 위치를 조금 더 정확히 파악해 멀리서 저격을 시도할 수도 있고.
“아, 그게요.”
이준석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설명했다.
“건물에 보호막이 있어요, 형.”
“니 공격이 안 통할 정도야?”
“네. 아마 핵이 떨어져도 저 건물을 멀쩡할걸요.”
확실히 기술적으로 지구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 행성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무슨 지하 벙커도 아니고, 저만한 고층 빌딩에 핵을 견뎌 내는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냐.
배워 갈 것이 많은 행성이었다.
나중에 용용이를 데리고 와서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도시블과 이준석 두 사람과 계속 이야기하며 정보를 얻고 있던 와중이었다.
“뭐야.”
“…예?”
차원의 구멍이 뚫리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개 아니라 수십 개씩.
얼마 전 한번 경험해 보았던 일이다.
지구에 만신전이 침공을 시도했을 때.
[시작되었다.]희망의 신이 말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이른데.”
지나치게 이르다.
전쟁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처음 들은 지도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벌써 전쟁의 격전지로 낙점된 장소에 신들이 나타난다고?
[신들이다. 전쟁을 위해 그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겠느냐?]왜, 뭐, 있을 수 있지.
지구에 쏟아부었던 것처럼 다수의 병력을 준비해야 한다든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수많은 신 간의 전면전이다. 필멸자가 얼마나 끼어들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희망의 신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만신전도 결단을 내렸다.]“어떻게?”
[항전.] [그래, 네 말대로 이른 결정이긴 하다. 세작을 통해 소식을 전해 받고 있던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이니까. 하지만 나만 세작을 심어 둔 게 아닌 것 같구나.] [만신전의 핵심 인원들은 마치 예언이라도 들었던 것처럼,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의견을 통합시켰다. 그리고 만신전의 모든 신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수상하다 못해 괴이할 정도다.]이 행성에 강제로 개통되고 있는 균열을 통해 신격들이 하나하나 넘어오기 시작했다.
만신전의 신들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구 침공에 앞장섰던 신들은 정말 조무래기 수준이었다는 것을.
전에 마주쳤던 유연의 신과 비견될 급의 신들도 다수 넘어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탁하겠다.]희망의 신이 속삭였다.
[나를 놓아다오.]“왜.”
[가서 숨어야겠다. 사례는 어떻게든 할 것이다.]희망의 신의 목소리는 간절해 보였다.
세상에 이만큼이나 비굴하고 겁 많은 신이 또 있을까 싶었다.
“불가. 숨을 곳이 필요하면, 그냥 내 속에 숨어 있어라.”
무엇보다 안전을 도모하는 희망의 신이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불쾌하게 느껴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도시블이 다급하게 물었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행성 전체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죽음의 신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친구들을 부른 모양인데. 어쩔래?”
이준석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각오가 서린 눈빛을 보여 주었다.
온갖 수라장을 빠져나온 우리 역전의 용사는 당당하게 외쳤다.
“전 아공간으로!”
“그래.”
빠른 판단.
훌륭한 판단!
이준석은 아공간에 넣어 두었다.
예전에 경합에서 봤을 떄는 위기의식이 너무 옅은 녀석 같아 걱정됐었는데, 아주 잘 성장했다.
“넌 어쩔 거냐?”
이번엔 도시블에게 물었다.
“저는 남겠습니다.”
“위험할 텐데.”
“괜찮습니다.
도시블은 자신의 의사를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위험하더라도.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제 사명을 이루지 못해 이…….”
“그래, 그렇게 해.”
도시블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생각 바뀌면 얘기하고.”
아마 곧 바뀔 것이다.
만신전 신들이 차원을 넘어 타다토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들이 어디에 나타나고 계신 겁니까?”
도시블이 물었다.
이게 어디냐면…….
“행성 반대편쯤. 정확한 지명은 모르지.”
만신전 신들은 그쯤에 집결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전쟁에서 나는 제삼자였다.
희망의 신은 백신전과 만신전 양쪽에서 나에게 접촉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그 어느 쪽도 나에게 접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 전쟁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던 와중 새로운 신이 이 타다토스에 나타난 것을 인지했다.
내가 알고 있는 신이었다.
이전에 만나 보았던 신력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희생의 신이다.]희망의 신이 속삭였다.
다수의 신이 넘어온 만신전과는 달리, 백신전 소속의 신은 희생의 신이 유일했다.
마침내 양쪽이 마주했다.
어떤 대화가 오고갈지 궁금해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상황은 내 예상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희생의 신은 61층에서 보았던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희생의 신은 다짜고짜 만신전 신들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콰아앙!
행성 반대편에서도 선명히 들리는 파공음이 울렸다.
만신전 신들은 급습을 예상했는지, 한데 모여 그 공격을 막아 내었다.
희생의 신의 공격은 방어를 뚫진 못했지만, 사그라지지 않고 사방으로 튀었다.
폭격이라도 일어난 듯 사방에서 폭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아니, 나니까 이걸 듣고 앉아 있는 거지.
인간들은 이 폭음을 제대로 듣지도 못할 것이다.
인간들은 제대로 듣지도 못할 것이다.
이미 고막이 다 터져 나갔을 테니까
“괜찮냐?”
도시블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정신을 잃은 듯했다.
그 신체는 발작적으로 경련하고 있었다.
나름 보호해 준다고 해 준 건데.
평범한 인간은 지나치게 약했다.
아니, 반대로 신들이 지나치게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건물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요동치고 있었다.
아마 조금 있으면 실제로 무너질 것이다.
도시블이 손에서 떨어뜨린 태블릿의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표적의 빌딩과 함께 번화한 도시를 비추고 있던 화면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검은 황무지와 그 위를 불태우고 있는 불길만이 보였다.
굳이 태블릿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구 이상으로 높은 인구수를 가지고 있던 이 행성에서 느껴지던 수많은 생명이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제 이 행성에서 느껴지는 생명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공격.
그리고 그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
그것만으로 행성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즉사했다.
나머지도 곧 숨을 거둘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허망하고 허무한 힘이었다.
“이게 정말로 네가 바라던 거였나?”
이런 파괴적인 힘으로 네 신도들이 사는 행성을 밀어 버려서라도 배교자들을 처리하고 싶었나.
백신전과 만신전의 전쟁에 빌미를 제공하면서까지.
[죽음의 신이 당신의 물음에 긍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