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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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토스 (5)
“갸아아악!!”
난리구만, 난리야.
만신전의 신들 중 다수가 완성자 출신이라고 알고 있었다.
실제로 보니, 다수 정도가 아니라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전원이 완성자 출신이었다.
신격을 이루기 전, 근원의 괴물이라 불리던 시절로 돌아간 완성자들은 광기에 젖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신격이 되기 직전으로 돌아간 것이니, 이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갑작스러운 혼란을 감당하지 못했다.
신격에서 비신격으로 떨어지고, 이성이 남아 있되 여전히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시절로 돌아간 그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다.
공포와 흥분에 질려 가까이에 있는 것을 공격했다.
생존 본능을 발휘해 도망치는 것들도 있었다.
복잡하게 짜인 힘의 서열 관계에 따라 사방을 향해 쫓고 쫓기는 현상이 벌어졌다.
“후후후.”
아부부가 옆에서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정말 굉장한 능력이죠, 용사님?”
아무래도 자신의 능력을 자랑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 능력 때문에 61층에 갇혀 있었고, 앞으로도 갇혀 있을 예정이라는 건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굳이 그 점을 짚어 주지 않고, 그냥 아부부의 기분을 띄워 주기로 했다.
“그래, 대단하네.”
정말로 대단했다.
61층에서 우리가 떠올린 아이디어였으나 현실성이 없어 폐기된 실험이었다.
그걸 이렇게까지 구현해 낸 천공의 신이 정말 대단했다.
세레지아는 조용히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뭔가 뚱한 표정이었다.
“몸이 무겁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세레지아가 신격을 잃었는데, 몸이 가볍다고 여기면 그게 더 이상했다.
잠시 완성자들이 뒹굴고 있는 꼴을 지켜보았다.
저 혼란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저들에겐 분명 이성이 존재했다.
하나의 신격으로 올라설 만큼.
곧 진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저들의 분노와 광기는 나에게 집중되겠지.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이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뒤를 돌아보자 조금 떨어진 곳에 똬리를 틀고 누워 있는 거대한 여우가 보였다.
희생의 신이었다.
이렇게 직접 마주하는 건 61층에서 본 이후 처음이었다.
희생의 신은 만신전 신들을 상대하고 있을 때의 모습도, 61층에서 사도의 몸을 빌렸을 때의 몸도 아니었다.
수백 개의 꼬리를 나풀거리는 거대한 여우의 모습이었다.
몇 층이었더라.
19층이었다.
묭묭이와 여우 수인들이 등장했던 19층 스테이지에서, 나는 아직 신격에 오르지 못한 희생의 신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여우 수인들에게 대모로 불리던 그때의 모습.
거대한 몸체 뒤로 나풀거리는 거대한 꼬리의 수가 수백에 달한다는 점만이 달랐다.
“너에게는 묻고 싶은 것이 참 많다.”
그래? 그것 참 희한하네.
나도 그런데.
이 괴상쩍은 전쟁부터 백신전 신들과 모험의 신 그리고 질서의 신까지.
심지어 묭묭이가 원래의 시간 속에서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조차도 궁금했다.
“하지만 오늘도 날이 아니구나.”
희생의 신은 발을 빼는 듯한 말을 했다.
여기서 우리 의견이 갈리네.
나는 내 호기심을 미룰 생각이 없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원하는 정보를 토해 내게 하는 기술은 얼마든지 알고 있었다.
“평범한 대화가 싫으면 좀 더 격한 방법으로 넘어가 보지.”
19층에서, 그리고 61층에서 마주했을 때, 나는 희생의 신과 싸워 보고 싶었다.
비록 내가 전력상 열세일지라도 맞부딪혀 불태워 보고 싶었다.
무모하더라도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내가 살아남아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구나.”
미안하지만, 그건 희생의 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결정하는 것이지.
나도 비신격으로 떨어져 광기에 차 난동을 부리고 있는 완성자들과 다를 게 없었다.
스스로를 완성하지 못하던 불완전한 시절로 돌아가자 감정이 정신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긴장과 흥분.
희생의 신에게서 느껴지는 강대한 힘은 나를 위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자극하고 있었다.
“발정한 것은 이해하지만, 나는 평화주의자다. 받아 주지 못해 미안하게 되었구나.”
평화주의자라니.
별 개소리를 다 한다.
여우가 갯과던가.
만신전 신들과의 전쟁에 홀로 참여해 공격을 난사하고, 그 여파로 행성 하나의 표면을 그대로 갈아 버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떠벌릴 말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많은 희생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아마 다시 볼 수 있겠지. 부디 그때는 이성적으로 대화가 가능했으면 한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희생의 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내가 접근하기도 전에 희생의 신은 그 모습이 희미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희생의 신이 있던 자리에 남은 것은 거대한 여우 꼬리 하나뿐이었다.
“…도마뱀이냐.”
희생의 신은 이번에도 도망쳐 버렸다.
*
공간이 흔들리고 있었다.
희생의 신은 마치 종이가 물에 젖듯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여파는 확실히 남았다.
어떤 방법을 쓴 것인지, 희생의 신은 이 공간을 탈출해 밖으로 나갔고.
신격을 되찾았을 것이다.
그 사실이 이 가상세계의 전제를 흔들고 있었다.
“얼마 못 버티겠는데요, 용사님?”
아부부가 말했다.
실사용자인 아부부의 말이니, 정말 얼마 못 가 이 공간은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이 안의 존재들은 밖으로 나가 신격을 되찾을 것이고, 기껏 준비한 아부부의 수가 말짱 헛것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 전에 최대한 줄여 놔야지.”
아무리 내가 신격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를 해 왔고,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신격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비신격 상태의 괴물들을 상대하는 편이 훨씬 수월했다.
이제 막 전쟁에 끼어들었는데, 한 축이던 희생의 신이 사라져 버렸다.
만신전 신들과 나의 대결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니 저쪽의 전력을 최대한 줄여 두어야 했다.
비록 나도 저들과 마찬가지로 비신격 상태이고, 숫자도 압도적인 열세이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신격이라는 변수가 없을 때, 나는 이 세상 어느 존재를 상대로도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갸아아악!”
완성자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던 완성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저것들은 저런 괴성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건가.
암구호가 따로 필요 없겠다.
천천히 이성을 되찾는 완성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란 속에 서로를 공격해 댄 덕에 곧바로 화합하지 못하고 있지만, 곧 그들은 난전을 멈출 것이다.
지금 당장 습격해야 했다.
“세레지아.”
그녀를 부르며 손을 내밀었다.
바닥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던 세레지아는 내민 내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나는 그 반응에 어이가 없어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안한데, 검으로 돌아가 줄래?”
세레지아는 잠시 나를 뚱하게 쳐다보다가 대꾸도 없이 검으로 변화했다.
그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보고 있던 아부부가 피를 토했다.
“케엑, 용사님, 독기 쓰셨습니까?”
안 썼다.
이건 내가 아니라 세레지아가 뿜어내고 있는 독기였다.
그냥 독도 아니고, 이호재표 스페셜 독이었다.
근데 아부부 이 녀석은 독 내성도 없나.
생각해 보니 없을 만했다.
아부부는 신격이 아니었다.
이 공간에서 격하되었다고는 하나, 신격이 되기 이전이 아니라 신물이 되기 이전 상태인 것이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인간 초인이었다.
허접이었다.
이 녀석, 이거 뭘 믿고 덤볐던 거지.
“아무튼 버텨 봐.”
“힘들 것 같은데요!”
“아니며 도망치든지.”
아부부는 곧장 반대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우우웅.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세레지아의 검신에서 무거운 이명이 울렸다.
무거웠다.
그러고 보니 이걸 실전에서 써 보는 건 처음이었다.
놀랍게도.
신격이 되기 전, 61층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시도를 했었다.
그중 대부분은 세레지아의 개조 실험이었다.
신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자 극단적인 파괴력으로 신격마저 상처 입힐 수 있는 검을 만들어 보려 했다.
그 결과로 완성된 게 이 시점의 세레지아였다.
결국 신격에게는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없었고.
때문에 세레지아가 신격에 올라서면서 대부분 사라진 능력들이다.
하지만 저기, 저 신격이 없는 불완전한 괴물들을 상대로는 이만한 무기가 없었다.
독, 질병, 저주, 공포, 혼란, 환각, 화염, 전격, 빙결, 방사선.
생명체에게 해로운 것은 죄다 때려 박은 최악의 무기였다.
손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을 참으며, 앞으로 내달렸다.
내 접근을 알아차린 건지, 가장 가까이 있던 완성자들이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늦었다.
저들이 승산을 점치기 위해선 내가 희생의 신과 대화하고 있을 때 단합해 기습해야 했다.
구우웅-
완성자들 앞에 거대한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나는 그 방어막을 향해 세레지아를 집어 던졌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나도 그 여파에 휩쓸려 뒤로 나뒹굴었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 앞으로 달려갔다.
폭염 속을 뚫고 들어갔다.
방사선이 쏟아지는 폭발에 직격당하고서도 살아 움직이는 완성자가 있었다.
내 손안으로 날아온 세레지아를 다시 쥐고, 그 완성자를 향해 휘둘렀다.
다시 한 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과 함께 세레지아에 내장된 온갖 해로운 효과가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용사님, 공간이 붕괴되기 전에 제가 먼저 죽을 것 같은데요!]텔레파시를 통해 아부부의 징징거림이 들려왔다.
확실히 아부부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충분한 내성을 가진 나조차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휘두르고 있다.
[그래도 좀만 버텨 봐.]그 전까지 내가 다 조져 볼게.
*
공간이 무너지고 있다.
핵 연쇄 반응에 의한 폭염의 폭풍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살아 있냐?] [아슬아슬하게요!]나는 또 아부부가 죽어서 갑자기 공간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제가 빈사 상태라 공간 무너지는 것 맞는데요!]넘겨짚은 게 맞았다.
젠장.
좀만 더 죽이면 되는데.
쿠우우우!
가느다란 괴성을 내고 있는 완성자의 목에 세레지아를 쑤셔 박으며 생각했다.
완성자들은 첫 격돌 직후, 산개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신격이었다면 도주라는 선택지를 쉽게 택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저들은 지금 욕망과 생존만을 중시하는 근원의 괴수 그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쫓아가 죽이는 건 문제가 없었으나 하나하나 산개해 도망치며 최대한 오래 버티려 발악하는 놈들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결국 공간이 붕괴되기 전, 만신전 신들을 다 죽일 수는 없었다.
“아쉽네.”
번개 치는 붉은 폭풍 속에서 벗어나, 다시 타다토스의 하늘로 이동되었다.
이곳도 만만치 않게 쑥대밭이 되어 버린 행성이었지만, 방금 있던 곳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상태였다.
[무엇이. 우리를 다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쉬운가?]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따져 묻는 이가 있었다.
만신전 소속인 유연의 신이었다.
많이 빡쳤는지 씩씩거리는 노기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다.
만신전 신들은 그 수가 크게 줄어들어 있었다.
딱 보아도 수천이 넘던 수가 기백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제 만신전과 백신전의 전쟁이 아니라 백신전과 백신전의 전쟁이라고 불러야겠네.
퍽 공평해졌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만신전 신들은 죄다 알짜배기였다.
신격을 되찾고, 순식간에 물리적인 피해를 회복한 만신전 신들은 내게 강한 적의를 보내고 있었다.
[쟤들, 전부 감당… 할 수 있습니까?]아부부가 걱정스럽게 물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