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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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4층 (5)
치유의 샘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역시 두 번째로 나타났던 교관이 4층 보스룸 전, 마지막 관문이었다.
4층 초입과 끝에 나타난 두 고블린 교관은 확실히 다른 일반 고블린에 비해 강했다.
가지고 있는 신체의 스펙도, 기술도, 노련함도, 차이가 있었다.
물론 일반 고블린들도 노멀 난이도에서 이야기하는 고블린과는 애초에 종 자체가 다른 존재였다.
음… 이제 어쩐다.
원래 계획은 막히지 않는 선에서 계속 진행하는 것이었다.
목표를 튜토리얼의 빠른 공략으로 잡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급하게 진행하는 것이 정말 결과적으로 빠른 공략으로 이어질까.
당장 방금 전, 두 번째 교관에게는 상당히 힘들게 이겼다.
물론 다시 싸우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이기겠지만.
이대로 보스룸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이전처럼 현재 층에서 성장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하자.
그리고 현 층에서의 성장이 비효율적이라 느껴지면 그때 움직이자.
내 진행 속도는 절대 느리지 않다.
오히려 매우 빠른 편이다.
이미 4층을 넘어 5층, 6층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노멀 난이도 이하의 이야기다.
하드 난이도에선 이제 막 3층에 도착한 사람이 최초 클리어 보상을 받았다.
내 방식은 틀리지 않았다.
조급해 하지 말고 하던 대로 계속하자.
현실의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이후, 내가 너무 초조해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심지어 요 며칠은 4층의 공략에만 몰두했을 뿐 제대로 된 일과도 수행하지 않았다.
내성 스킬과 검술 방패술, 그리고 박투술 스킬, 거기에 새로 얻은 은밀 스킬까지.
성장시켜야 할 스킬들이 이렇게 많다.
정신 차리자.
마음을 급하게 먹어 봐야, 고작 4층에 있는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튜토리얼 밖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된다면, 더 철저히 노력해야 한다.
좋아 돌아가자.
대기실로.
다음번에는 권능 스킬을 최대한 사용하지 말고 클리어해 보자.
마음을 깔끔히 정리해서인지, 며칠 만에 비로소 초조함에서 벗어나서인지,
4층에서 출발했을 때에 비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 *
[3회 차 14일. 20시 30분]“좋아. 아주 좋아.”
거울에 비쳐 보이는 내 얼굴을 보면서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이마에 새겨진 푸른색 마법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하루 이틀쯤 지나면 아주 희미해져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점멸 스킬을 사용하고 나면, 다섯 번의 점멸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마법진이 다시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뭐 이건 어쩔 수 없지.
사람 있는 데에선 점멸 스킬을 안 쓰면 되는 거잖아.
평소에만 빛나지 않으면 됐다.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다.
평생을 이마에 빛나는 마법진을 달고 후레시맨처럼 살아야 할 줄 알았다.
거울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컵을 꺼냈다.
치유의 샘물을 한 모금 떠 마시면서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호재(인간)]Lv.8
힘 : 20
민첩 : 38
체력 : 23
마력 : 28
스킬 : 전투 집중 Lv.10, 의지 Lv.5, 각성 Lv.1, 암시 Lv.2, 안광 Lv.1, 질주 Lv.2, 은밀 Lv.4, 자연 치유력 Lv.2, 감각 강화 Lv.4, 시각 영역 확장 Lv.1, 피부 경강화 Lv.3, 기초 검술 Lv.4, 기초 방패술 Lv.4, 기초 박투술 Lv.2, 기초 투척술 Lv.1, 바람 정령의 가호 Lv.2, 정신 오염 면역 Lv.1, 고통 내성 Lv.11, 출혈 내성 Lv.4, 기절 내성 Lv.3, 관통 내성 Lv.2, 독 내성 Lv.4, 마비 내성 Lv.6, 더위 내성 Lv.4, 화상 내성 Lv.6, 추위 내성 Lv.4, 동상 내성 Lv.3, 점멸의 보주 Lv.Max, 탈라리아의 날개 Lv.Max.
기타 : 느림의 신이 당신을 흡족하게 바라봅니다.
확실히 성장이 빠르다.
전투 집중이나 다른 기초 전투술 스킬뿐만 아니라 관통 내성이나 피부 경강화 스킬도 상승했다.
이전 레벨 업을 통해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이 한 단계 오른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권능 스킬들.
특히 탈라리아의 날개의 활용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근거리 전투에서나 방어에 있어서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비행도 많이 능숙해졌다.
자 이제는 정말로 보스룸에 도전할 시간이다.
사실 벌써부터 4층에서의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4층의 공략을 하루 두 번씩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너무 수월하게 공략이 진행되고 있다.
별 위험도, 긴장도 없이.
보스룸 직전에 나타나는 교관도 이제는 별 긴장 없이 해치울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스킬도 이제는 그 경로와 속도가 뻔하게만 보인다.
이대로 두면 성장은 계속하더라도 긴장이 완전히 풀려 버릴 것이다.
이제는 다시 난이도를 끌어올릴 시간이다.
치유의 샘 너머 자욱한 안개를 지나, 익숙한 모습의 거대한 석문에 다다랐다.
4층은 이미 쉽게 통과할 수준이 되었지만.
보스룸은 다를 것이다.
여태껏 한 번도 쉽게 넘어간 적이 없었으니.
거대한 석문이 열리고, 나는 이름모를 산 중턱으로 이동되었다.
여긴 또 어디야.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밤하늘에 달과 별들이 반짝인다.
검푸른 하늘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별들의 향연에,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튜토리얼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 보는 밤하늘이다.
사실 튜토리얼에 들어오기 이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은 본 적이 없다.
태어난 이후로 쭉 도심에 살았으니, 밤하늘에 또렷이 보이던 것은 달과 북극성 하나 정도였다.
밤하늘의 매력에 빠져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정신을 메시지가 건져 주었다.
[4층 마지막 관문이 시작됩니다.] [고블린 왕을 처치하십시오.]고블린 왕? 그게 어딨는데?
물론 메시지는 정답을 알려 주지 않았다.
음…….
내가 있는 곳은 산 중턱 한복판이다.
고블린 왕이라는 놈을 찾기 위해 나는-
산을 내려가는 것과 올라가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올라가자.
이유는 별것 없다.
그게 더 힘들 것 같으니까.
헬 난이도라면 당연히 힘든 쪽에 답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이 정확히 맞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내가 이동된 지점으로부터 15분가량 산을 오르자 정상 지점에서 요새가 나타났다.
하!
제가 바로 헬 난이도 전문가 이호재입니다.
우선 요새를 관찰하기 위해 나무 사이에 숨어 인벤토리에서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패시브 스킬처럼 항시 발동되는 은밀 스킬이 있으니 여기 숨어 있는 나를 저 멀리 성벽 위에서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새 성벽의 높이는 5미터 정도.
높이가 상당하다.
성문은 존재하지만 굳게 닫혀 있다.
그 외에 다른 진입로는 안 보인다.
요새의 크기가 제법 크다.
성벽 위에 횃불에 비쳐 보이는 고블린만 스물이다.
성벽 너머 요새 안쪽에는 고블린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점멸이나 탈라리아의 날개 같은 권능 스킬이 없는 사람은 이걸 어떻게 깨라는 거지?
음… 잘 모르겠다.
성벽을 단숨에 타고 올라갈 수단이 없다면, 공략이 정말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점멸과 탈라리아의 날개가 있는 나에겐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 관문이다.
고블린 스물 정도를 빠르게 처리하고, 성벽 위를 점거한 채로 높은 위치에서 나머지 고블린들을 막아내자.
그러면서 수를 조금씩 줄이다 보면 공략 완료다.
여차하면 성벽 너머로 도망치면 된다.
성벽 위에서 내려와 성문을 열고 뒤늦게 쫒아온다 해도, 숲으로 숨는다면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이거 너무 무난해 보여서 불안한데.
고블린 왕이 저 요새에 없는 거 아니야?
삼국지 관우의 오관 돌파 시나리오처럼 관문을 몇 번씩 넘어서야 하는 게 이 보스룸의 테마인가.
일단 이 요새부터 공략하고 보자.
[점멸]점멸을 활용해 성벽 가까이에 접근해 딱 달라붙었다.
이러면 각도상 성벽 위에서 전방을 경계하는 고블린들에게 보일 일은 없지.
경계병의 수가 가장 적어보이는 쪽으로 이동한 뒤, 다시 한 번 점멸 스킬을 사용했다.
위로.
어느새 4레벨까지 오른 은밀 스킬과 아무런 소음을 일으키지 않는 점멸 스킬 덕분에 들키지 않고 성벽 위로 올라왔다.
오, 이거 암살이나 첩보물류의 게임 같아서 왠지 두근거린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고블린 경계병의 뒤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놈인지, 별 긴장을 안 하고 있는지, 혹은 내 은밀 스킬이 너무 잘 먹히고 있는지.
고블린 경계병들은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천천히 칼을 역수로 쥐고.
움직이지 못하게 몸으로 와락 끌어안으면서
왼손으로 경계병의 입을 틀어막고, 오른손으로는 경계병의 목을 찔렀다.
영화에선 이러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던데.
경계병이 칼에 찔리면서도 죽기 전에 몸부림치며 ‘읍읍읍!’ 하는 소리를 냈고 성벽 위에 있는 경계병들이 모두 이쪽 상황을 눈치채 버렸다.
키에에엑!
개중 유달리 목청 좋은 놈이 괴성을 질러 댔다.
‘키엑’거리는 소리가 산에 메아리쳐 울린다.
하하, 은밀 행동은 이걸로 끝이구만.
그냥 시작 전에 한 놈 처리하고 시작한다 생각하자.
이제 전투의 시간이다.
성벽 위 고블린 경계병들이 각자 무기를 쥐고 달려든다.
역수로 쥐고 있던 칼을 똑바로 쥐면서 탈라리아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 * *
“와우.”
감탄성을 내뱉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장관이었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산 정상에서 보는 것은.
천천히 어두운 세상을 오렌지색으로 밝히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태양의 끝자락.
“와.”
이게 정말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계일까.
나는 이 공간이 환상 마법의 일종이거나, 튜토리얼 공간처럼 조작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광경을, 그리고 대자연이 주는 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환상으로 위조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실존하는 공간에 나를 떨어뜨려 놓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곳에 통나무집이라도 지어 놓고 소박하게 살아도 좋을 것 같다.
궁핍한 생활이겠지만, 이 광경을 매일 아침 볼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음… 그게 말일세…….”
지 몇십 분이 더 지나자, 지평선에 걸쳐 있던 해가 완전히 허공에 떠올랐다.
음.
오늘 하루는 조금 더 열정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아름다운 장관을 감상하셨습니다. 행운 +5]같은 메시지가 나타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자.
이제 생각을 마저 정리해 보자.
어젯밤 산 정상에 지어져 있는 이 요새를 완전히 점거하는 데 성공했다.
요새 내에 상주하고 있던 병력은 총 서른두 마리의 고블린.
평범한 헬 난이도산 고블린이었다.
4층 초입과 말미에 나타난 교관 고블린 정도는 아니었고.
예상보다도 훨씬 적은 수의 고블린밖에 없었기에 무난히 점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우려했던 대로 고블린 왕은 이 요새에서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는 확실히 알아냈다.
동서남북 전 방위가 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대에 세워져 있는 저 대도시.
그 대도시 중앙에 솟아 있는 드높은 내성.
분명히 저기 있을 것이다.
도시다.
부락이 아니라 도시다.
그것도 가도가 정돈되어 있고, 석재 건물이 세워져 있는 발전된 도시다.
제법 멀리 떨어진 산 위에서 내려다봐도 그 발전 수준이 확연히 보일 정도의 규모를 가진 도시다.
…고블린의 문명 수준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분명 고블린의 탄생석에는 ‘부족의 주술사 어쩌고.’ 하는 설명이 있었는데 저게 부족 단위의 집단이라고?
내성 너머에는 수만 명은 족히 살고 있을 듯한 대도시가 있고.
그 도시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긴 외성이 있다.
외성 너머에는 산맥까지 걸어서 반나절은 되지 않을까 싶은 거리의 평지대가 펼쳐져 있다.
마지막으로 분지 중앙에 세워진 도시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위에 해당하는 지점의 산 정상에 경계용 요새를 지어 일차적인 방비를 하였다.
내가 어젯밤 점거한 요새가 바로 이 네 개의 요새 중 하나이다.
방위로 따지자면 동쪽 요새라고 부를 수 있겠지.
음.
오랜만에 또 막막한 기분이 느껴지는데?
일단 저 넓은 평야에서 싸우는 건 안 된다.
저 도시의 규모로 봐서 살고 있는 주민 수가 십수만 명은 족히 넘어 보인다.
그 십수만 명의 주민 모두가 고블린이라면, 저 도시의 병력이 십수만 명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수만이 넘는 병력에 둘러싸여 싸운다면 나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점멸과 탈라리아의 날개를 이용해 공중으로 도망친다 해도, 마법과 화살이 미친 듯이 날아올 것이다.
어떻게 살아서 도망칠 수도 있지만, 굳이 그 위험을 무릅쓰고 저기서 싸워 줄 필요는 없다.
평야 지대를 제외한다면 남은 전장은 총 세 곳.
저기 보이는 내성과 도심 한복판.
그리고 이 요새다.
고개를 돌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봉화를 보았다.
그리고 저 멀리 평야 지대에 미친 듯이 말을 달려 이 요새로 향하고 있는 스물에서 서른 정도의 기마대를 보았다.
내성, 그리고 도심에서의 전투는 조금 미루자.
나에게 있어 최고의 전장은 바로 이 요새다.
성문은 모두 닫혀 있고 고블린들은 공성 장비 없이 성벽을 쉽게 넘지 못할 것이다.
봉화를 직접 피워 올리고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 파견되는 고블린 병사들의 수를 줄여 나가자.
저 도시의 주민 모두가 고블린일지언정 전원이 정규병은 아닐 것이다.
여차하면 산으로 도망쳤다가 다른 방위의 요새를 습격하는 것을 반복해도 좋다.
최대한 정규병의 수를 줄여 나가다가 마침내 고블린들이 네 방위의 요새 모두를 포기했을 때, 혹은 그리고 저들의 병력이 바닥을 보일 때.
그때를 노려 저 도시 안으로 잠입하자.
도시에 숨어든 채로 여기저기에 테러를 가하면서 혼란을 야기시키고, 다시 병력의 수를 줄인다.
그리고 혼란을 틈타 내성에 잠입해 왕을 노리자.
스탭 바이 스탭.
좋아 완벽한 계획이다.
어느새 기마병들이 평야 지대를 넘어 요새를 향해 산 중턱을 오르고 있다.
마중 나갈 시간이다.
혹시 불이 꺼질까 봐 봉화에 장작 몇 개를 더 던져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