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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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5층 (4)
[크르르르. 인간, 이제 못 움직인다. 이제 내 마음대로 할 거다.]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듯한 공포가 느껴졌다.
저 도마뱀은 저렇게 피를 철철 흘리면서 죽어가는 와중에도, 나를 어떻게 해 볼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는 모양이다.
“차라리 그냥 날 죽여라! 이 미친 도마뱀아!”
[크륵, 크륵. 안 죽인다. 내 서방 삼을 거다.]오, 세상에.
저 도마뱀이 가지고 있는 성욕… 아니 예비 남편감에 대한 집착은 도를 넘었다.
이달타르가 천천히 바닥을 기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도 제대로 운신이 힘든지, 하나 남은 외팔을 움직여 바닥을 기었다.
초등학생 시절 일본 공포 영화에서 머리를 산발한 귀신이 우물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박혀, 거의 일주일을 꼬박 매일 밤마다 무서워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보이고 있는 이 공포스러운 장면은… 어쩌면 수십 년이 지나도 흐릿해지지 않을 것 같다.
이달타르는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고 나를 향해 기었다.
어쩌지 이제.
혀를 깨물고 정조를 지킨 채로 죽어야 하나?
아니 아직은 수절에 대해 고민할 때가 아니다.
정신 차리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생각하자.
머리는 굴러간다.
손… 오른손은 움직인다.
어깨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팔꿈치 밑은 확실히 감각이 있다.
공격 수단.
점멸은 모두 사용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아직 남은 상황.
탈라리아의 날개가 남아 있다.
권능 스킬은 내 체력이나 마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리고 남은 무기가…….
젠장, 박정아에게 줘 버린 핸드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인벤토리를 열어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남았나 확인했다.
갈고리와 발열석.
갈고리는… 쓸 수 있을까?
발열석이 나을 것 같다.
로프와 함께 사용하기 위한 갈고리이다 보니 그 끝이 너무 무디다.
리자드맨은 기본적으로 파충류다.
분명 그럴 것이다.
파충류는 변온동물이고 온도의 변화에 취약하다.
그래 발열석이다.
어디 날 따먹으러 와 봐라.
목구멍에 불덩어리를 처넣어 주마.
인벤토리에서 발열석을 꺼내 오른손으로 감싸 쥐어 숨겼다.
뜨거운 화기에 손바닥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이젠 이 정도의 화상 통증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계획을 세우자 시야마저 또렷해진 느낌이다.
이달타르는 여전히 나를 향해 기어오고 있다.
[크르르…….]조금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 한 가지를 새로 알게 되었다.
이달타르는 기어오고 있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크르르… 내 서방으로 만들 거다.]결국 그런 내용이었냐!
발열석을 꼭 감싸 쥐고 이달타르가 기어 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이달타르는 거의 내 근처까지 도달했다.
오른손에 쥐어진 발열석의 열기를 느끼면서, 이달타르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일정한 속도로 멈추지 않고 기어오던 이달타르는 돌연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고 더 이상 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버렸다.
그녀도 결국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이전까지 날뛰면서 소모했을 체력과, 내게 받은 공격의 데미지를 생각하면 저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하지만 결국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나에겐 다행인 일이다.
[케륵, 케륵. 내가 강하고 멋지다고 했다.] [케륵, 내가 비겁하다고 욕하지 않았다. 겁쟁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악마의 종복이라고 욕하지도 않았다. 나를 인정해 주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비로소 만난 내 짝이다. 키 작은 인간이고 비열하지만 강한 수컷이다. 반드시…….] [반드시 내 서방으로 삼을…….]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말을 중얼거리던 이달타르는 결국 나에게로 기어 오던 자세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팔을 내뻗으면 내 몸에 그 팔이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저 녀석… 혹시 동족들 사이에서 배척당하고 있던 걸까?
특이한 능력 리자드맨의 본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비적인 성향, 그리고 음습함이라는 이면.
어쩐지 그런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 칭찬에 더 크게 반응하고 기뻐했는지도 모른다.
씁쓸한 미안함이 느껴진다.
만약 그녀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그녀를 죽이려 했겠지만.
그 어떤 사연이 있다 해도, 그녀와 정말로 짝짓기를 할 수는 없을 노릇 아닌가.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발열석을 놓고, 손바닥을 바닥에 부딪혀 탁탁 털었다.
몸을 꿈틀꿈틀 움직여 그녀에게 조금 다가간 뒤, 오른손을 내뻗었다.
여전히 노란 눈을 부릅뜨고 날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꺼풀을 감겨 주었다.
미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말을 걸지 않을 걸 그랬다.
사실 무의미한 죄책감이다.
알고 있음에도 미안했다.
그녀의 방법은 잘못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지만.
[튜토리얼 헬 난이도 5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과 부상이 회복됩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한 회 차 동안 복수의 층을 연속으로 클리어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이 다수 존재합니다. 4,7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이 다수 존재합니다. 3,2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플레이 기록을 바탕으로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다수의 신이 추가 보상을 대신해, 특정 스킬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투표 현황 : 찬성 74표. 반대 3표] [수락하시겠습니까?]이거 뭔가 기분이 싸하다.
분명히 트릭이 숨어 있다.
다수의 신들이 선물하는 스킬은 권능 스킬과 다르다.
저번에 이런 식으로 받았던 스킬이 바벨 이전의 지식이었지.
좋은 스킬임이 분명하지만, 하필 그 시점에 바벨 이전의 지식 스킬을 선물한 신들의 의도는…….
다분히 시험성이었다.
‘이 녀석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그런 궁금증 해소, 혹은 단순히 지켜보는 재미를 위해서일까?
그들의 정확한 의도를 짚을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나를 돕고자 선물한 스킬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신들 때문에 차감된 포인트가 무려 3,200포인트다.
거기에 스킬 선물에 대한 찬성표가 74표.
바벨 이전의 지식 스킬을 받을 당시의 찬성표가 12표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은 신들이 내게 동일 스킬을 선물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거 아무래도 불안한데.
그렇다고 안 받기도 뭐하다.
거절했다가는 신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더 늘어날 것 같고, 혹시 좋은 스킬은 아닐까 기대도 된다.
음… 일단 받자.
“예.”
[사자 소환 Lv.??? 을 획득하였습니다.]불안함과 기대감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일단 확인해 보자.
“상태창.”
[이호재(인간)]Lv.10
힘 : 24
민첩 : 39
체력 : 28
마력 : 28
스킬 : 전투 집중 Lv.11, 의지 Lv.5, 각성 Lv.1, 암시 Lv.2, 안광 Lv.1, 질주 Lv.2, 은밀 Lv.4, 자연 치유력 Lv.2, 감각 강화 Lv.7, 시각 영역 확장 Lv.1, 피부 경강화 Lv.3, 기초 검술 Lv.7, 기초 방패술 Lv.4, 기초 박투술 Lv.3, 기초 투척술 Lv.1, 바람 정령의 가호 Lv.2, 바벨 이전의 지식 Lv.5, 정신 오염 면역 Lv.1, 고통 내성 Lv.11, 출혈 내성 Lv.5, 기절 내성 Lv.3, 관통 내성 Lv.2, 독 내성 Lv.4, 마비 내성 Lv.6, 더위 내성 Lv.4, 화상 내성 Lv.7, 추위 내성 Lv.4, 동상 내성 Lv.3, 점멸의 보주 Lv.Max, 탈라리아의 날개 Lv.Max, 사자 소환 Lv.???
기타 : 느림의 신이 당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사자 소환(Lv.???)]설명 : 자신의 신명을 도전자에게 알리는 것을 거부한 어느 이름 모를 신의 권능이다.
사자의 영혼의 일부가 각인된 물품을 매개체로 사자를 일정 시간 동안 소환할 수 있다.
신의 제약이 걸려 있는 권능이다.
시전 가능 횟수(5/5)
엄청난 게 나왔다.
사자(死者)를 되살려 소환한다니.
이쯤 되면 게임 속 스킬 비슷한 것이 아니라, 기적의 영역이다.
여기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이 나와도 되는 건가.
게다가 5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스킬이다.
도대체 무슨…….
나도 모르게 이달타르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희미해져 사라져 가고 있는 그녀의 시체를.
그리고 그녀의 시체 위로 나타난 초록색 조약돌을.
[리자드맨 이달타르의 영혼석]설명 : 아이딘 늪지대에 서식하는 리자드맨 중, 가장 강하고 가장 불길한 전사 이달타르의 영혼석이다.
상점창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설마 이달타르를 되살려 내라고 이 스킬을 선물한 건 아니겠지?
그랬다간 이달타르가 또 나를 서방 삼겠다며 덤벼들 거다.
내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느림의 신이 안도합니다.] [모험의 신이 아쉬워합니다.] [헌신의 신이 당신을 원망합니다.] [파멸의 신이 지루해합니다.] [결투의 신이 당신을 강하게 비난합니다.]…무시하자.
역시 저 신들도 정상은 아니다.
애써 메시지를 무시하고, 포탈에 손을 얹었다.
이동.
언제나처럼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푸른 들판에 도착하자마자 키리키리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흥! 이번엔 호오우재애가 나빴어!”
적당히 좀 해라, 다들.
“야! 그럼 내가 거기서 도마뱀이랑 짝짓기라도 했어야 됐냐!?”
“흥!”
* * *
대화를 거부하는 키리키리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선 조각 케이크가 필요했다.
심통난 듯 보이던 키리키리는 조각 케이크를 건네주자마자 다시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신들이 갑자기 관심을 보인 건, 튜토리얼 안에서는 정말 흔치 않은 이벤트여서 그래.”
당연하다는 듯 입가에 케이크 크림을 묻히고 있는 키리키리가 말했다.
이벤트? 이벤트냐?
내 정조의 위험이?
“헹. 5층의 관문 수호자에게 구애를 받은 경우는 호오우재애가 최초일 거야.”
그래. 영장류가 파충류한테 구애를 받는 경우가 흔할 리 없겠지.
제기랄.
…그보다 궁금한 것이 있다.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지만, 이번에 이달타르와 리자드맨들을 겪으면서 조금 더 확신이 생겼다.
“안 됑.”
너 이제 내 생각까지 읽는 거냐?
“으으음. 그건 알려 주면 안 되는 내용이야.”
그렇게 말한 키리키리는 자신의 큰 귀를 내려 누르며 눈을 꼭 감았다.
그런다고 안 들리냐.
“지구 말고도 다른 차원, 혹은 다른 행성이 존재하는 거겠지. 고블린들도 리자드맨들도 그들의 문화와 사회를 가지고 있었어. 실존하는, 혹은 실존했던 존재, 그리고 지역들을 튜토리얼로 데려왔거나 본따서 만들었겠지. 그리고 그 다른 차원에도 튜토리얼이 있어. 그러니 최초의 사례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너희 관리자들이나 신들의 태도는 절대 지구의 경우가 처음이 아님을 말하고 있어. 그리고 지구에 나타났다는 괴물들도…….”
키리키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굳어 있다.
마치 조각상처럼, 화폭 속의 그림처럼.
그 어떤 반응도 보여 주지 않았다.
살아 있는 생물이 저 정도로 정지해 있는 게 가능한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쯧. 됐다. 미안해.”
딱딱하게 굳어 있던 키리키리는 곧바로 다시 움직였다.
“헹. 그냥 네 추측을 이야기한 거니까 상관없어. 하지만 진심으로 내 반응을 보고 정보를 얻으려고 하면 안 돼. 자꾸 그러면 너를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질 거양.”
“그래. 안 그럴게.”
전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다.
튜토리얼에서 죽은 사람은 어찌 되느냐고 물었었고 키리키리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해 줬었지.
그 대답은 키리키리가 자신의 감정이나 표정을 재주껏 숨기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나에 대한 호의로 준 보너스겠지. 언제나처럼.
키리키리는 언제나 나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알려 주고 나를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의 선의를 내던져 버린 기분이다.
“미안해.”
오늘은 누군가에게 미안한 일이 많네.
* * *
“그래도 한번 다시 생각해 봐.”
“진지하게 하는 얘기야?”
“꼭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 달라는 게 아니야. 너는 그녀와 대화할 수 있잖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그녀는 좋은 동료가 되어 줄지도 몰랑.”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달타르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
설득은커녕, 그녀를 진정시키는 것도 불가능할 거다.
“이만 가 볼게. 아이템은 포인트 모아서 다음에 살게.”
방패를 조금 더 좋은 걸로 바꿀 생각이었지만.
신들의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너무 많은 포인트를 잃었다.
6층을 클리어하고 포인트를 모아야 조금 더 좋은 방패를 구할 수 있다.
포탈로 향하려는 나를 키리키리가 붙잡았다.
“포션이라도 좀 사 가.”
“포션? 아직 충분히 남았는데?”
“아… 안 충분할걸?”
인벤토리를 열어 남아 있는 포션의 수량을 확인했다.
충분하다.
지금껏 키리키리가 구매를 제안했던 아이템을 산 뒤에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에도 그러할 것이다.
다량의 포션이 필요하다라… 다음 층의 테마가 궁금하다.
가서 알아보면 될 일이다.
키리키리의 제안대로 포션을 구매하였다.
남아 있는 모든 포인트를 털어서.
“조심해! 빨리 와야 해! 아니 빨리 못 오겠지만. 그래도 빨리 와!”
어쩐지 불길하게 느껴지는 키리키리의 배웅을 받으면서 포탈에 올라섰다.
* * *
[6층 스테이지에 입장하기 전, 파티 구성원을 지정하십시오.] [현재 파티 구성원(1/5)]1. 이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