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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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2층 (1)
“그럼 대기실에서 스킬의 추가 설명을 볼 수 있게 해 줘.”
“알았엉.”
이걸로 권능 스킬에 대한 건 얼추 마무리되었네.
나머지는 대기실에서 정확한 성능을 확인하고, 다시 생각을 정리하기만 하면 된다.
조금 아쉬운 점은 스킬의 레벨이 Max가 아니라는 점이다.
불굴과 구도 모두 1레벨.
처음부터 Max 레벨 상태로 획득했던 점멸의 보주와 탈라리아의 날개만큼의 성능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킬의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나중에는 앞선 스킬들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효능을 보일지도 모르지만.
음… 그럼 이제.
“키리키리. 아직 할당량 남았어?”
6층 이후로 거의 정보를 받지 않고 아껴왔다.
아무리 신들과 그 사도에 대한 정보를 대량으로 받았다지만, 조금은 남았을 것 같은데.
“조금.”
조금이냐… 진짜 비싸네.
“그럼 12층에 대해 조언해 줄 거 있어?”
“아닝. 조언을 해 주면 호오우재애가 편하긴 할 텐데. 결과는 똑같을 거야. 그냥 듣지 않는 걸 추천행.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거야.”
그러겠지.
튜토리얼 6층을 클리어한 이후로 튜토리얼 공략에 수준 이상의 버거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5인 파티 플레이를 요구하는 6층을 클리어했다는 것.
그것은 이미 내가 동일 층의 헬 난이도 도전자 5명과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 힘과 역할의 배분을 생각하면 그 이상이다.
6층 이후로도 파티 플레이를 요하는 스테이지가 계속 이어졌었다.
하지만 한 번 5인분의 문턱을 넘은 이후로는 큰 어려움 없이 클리어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나중에 5인의 소규모 파티를 넘어서, 25인 이상 레이드 파티를 필요로 하는 스테이지 같은 것이 나타나면 좀 힘들겠지만.
아직은 등장하지 않았다.
상점창에서 음식과 포션들, 그 외 간단한 소비형 아이템들을 구매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일을 다 마쳤네.
특히 사도의 시련과 관련된 일을 정리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정보를 듣고 결정하겠다고 너무 오래 묵혔어.
“나중에 보자, 그럼.”
손을 들어 키리키리에게 인사하고 포탈로 향했다.
“잘 가! 또 외롭다고 울면 안 돼!”
…안 울어.
다음번에 보자.
머릿속으로 케이크를 이용한 치졸한 복수를 계획하면서 포탈에 올라탔다.
“잘 다녀와!”
그래도 제자리에 깡충깡충 뛰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키리키리를 보면서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한결같이 밝은 태도로 나를 대해 주고, 배웅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과거에도 키리키리 같은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으면, 조금 다르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12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이제는 거대하다 못해 광활한 넓이를 가진 석실이다.
새삼 크게 보이는 대기실의 공간을 둘러보다가 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권능 스킬의 자세한 성능을 확인해 볼 시간이다.
이거 즉석 복권 긁는 기분이 드는데.
두근두근하다.
[불굴(Lv.1)]설명 : 모험의 신이 당신을 위해 선물한 권능입니다.
당신이 마주한 고난이 험난할수록 권능은 그대에게 힘을 줄 것입니다.
마주한 적의 수와 강함에 비례해 전투 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뒤에 선 동료의 수에 비례해 전투 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당신의 피로도와 부상에 비례해 전투 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상황에 따른 전투 능력의 상승은 중첩되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부가 효과 : 정신적인 마법 공격과 스트레스에 일정 수준의 저항력을 부여합니다.
최고다.
능력 중에 버릴 것이 없다.
3가지 상황에서 전투 능력이 상승한다.
심지어 3가지 상황 모두에 해당된다면, 3가지의 전투 능력 상승효과 모두를 받을 수 있다.
소폭 상승이 어느 정도의 전투 능력 향상을 보여 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동료는 언제나 함께 있을 순 없지만, 나머지 두 개의 조건은 거의 언제나 충족시킬 수 있다.
여긴 헬 난이도니까.
활용이 까다롭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매우 쉽다.
최고 수준의 범용성을 가지고 있는 전투형 패시브 스킬.
스킬의 성장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위험성 등에 비례해 상승 폭이 더 커진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평소에도 좋은 스킬이지만,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둠 속에서의 한줄기 빛과도 같은 스킬이 될 것이다.
거기에 정신 공격에 대한 저항력까지.
정신 오염 면역 스킬과 불굴 스킬까지 있으니 이제 정신 공격에 대한 걱정은 덜어 내도 괜찮을 것 같다.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은 그다지 감이 안 오지만.
기대감은 무슨…….
큼, 으흐흠.
…우와아, 모험의 신이 최고다.
[모험의 신이 뿌듯해합니다.]그동안 내가 모험의 신에게 너무 투덜거리고 놀리기만 했나? 뭘 뿌듯해하기까지 하고 그런다냐.
이제 구도 스킬을 확인해 보자.
[구도(Lv.1)]설명 : 느림의 신이 당신을 위해 선물한 권능입니다.
권능은 당신이 무언가에 더 강하게, 그리고 더 오래 정진할수록 더 큰 결실을 보게 해 줄 것입니다.
일정 시간 이상, 한 가지 행동에 집중하여 몰두할 시 숙련도 상승 폭 증가.
부가 효과 : 집중력 소폭 상승. 정신력 소폭 상승.
구도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킬이었다.
관건은 저 숙련도 상승을 위해 집중을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하는지가 관건이겠다.
그리고 한 가지 행동이라고 명시된 이상, 다른 행동을 아예 금해야 하는지도.
검술을 수련하면서 틈틈히 마력 순환을 수련하는 건 안 되겠지?
하지만 방패술은 어떨까?
검술과 방패술 모두 전투 기술이라는 틀 안에 있다.
이 두 가지를 같은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한 가지 이외에 모든 행동이 불가능하다면, 그 행동에 숨쉬기 또한 포함될까?
이건 안 되겠지.
앞으로 알아볼 부분이 많은 스킬이다.
공략을 진행하는 틈틈이 알아보고, 정 헷갈리면 키리키리에게 자세한 설명을 다시 요구하자.
좋아, 정리 끝.
[14회 차 6일. 17시 10분.]이제 밖으로 나가 볼까?
굳이 대기실에서 더 쉴 필요는 없다.
이미 키리키리의 들판에서 낮잠도 충분히 잤고, 부상이나 떨어진 체력은 이미 모두 회복된 상태다.
바로 가자.
[입장하시겠습니까?]음?
파티 구성원의 설정창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솔로 스테이지라는 건가.
키리키리가 별 어려움 없이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고만 하고, 아무런 조언 없이 나를 전송한 이유를 알겠다.
필요가 없으니 생략한 것이겠지.
앞으로도 한동안 솔로 스테이지가 계속 이어진다면, 제법 빠른 속도로 상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참에 다른 난이도의 도전자들이 있는 층수를 따라잡아 보자.
초기에는 다른 난이도의 도전자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높은 층수를 공략하고 있었지만, 6층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다.
다른 난이도에선 이미 거주 지역으로 불리는 30층, 그리고 그 이상의 상층을 공략하고 있는 랭커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물론 헬 난이도의 스테이지들은 경우가 다르지만, 숫자상으로 뒤처져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빨리 올라가자.
거주 지역도 구경해 보고 싶다.
“가자.”
* * *
포탈을 통해 이동한 모닥불방에서 다시 한 번 포탈을 가동하자, 나는 어느새 울창한 밀림 한복판에 있었다.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지형이다.
사막이나 빙하 지대보다는 나을 것이다.
조금. 아니, 엄청 많이 습하고 덥긴 하지만, 이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그래도 만약 더위 내성이 없었으면 상당히 고생했을 것 같다.
클리어의 목표는 뭐지?
[12층 관문에 입장하셨습니다.]설명 : 이하오이 종족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하오이 대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하오이 대륙은 그 원주민들조차도 고향을 버리고 떠날 만큼 위험천만한 환경입니다.
그 어떤 문명도, 문화도 존재하지 않는 야만의 땅이지만, 이하오이 대륙은 극도의 환경과 흉포한 포식자들로 인해 극히 낮은 생존율로 유명한 관광 명소입니다.
자신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이하오이의 밀림을 찾은 뒤, 멀쩡히 살아 나간 도전자는 많지 않습니다.
이제 성인이 되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자 하는 어린 도전자여, 그대가 이하오이 대륙에서 지녀야 할 덕목은 용기가 아닌, 주의 깊은 경계심일 것입니다.
시시각각 당신을 위협하는 수많은 포식자가 즐비한 이하오이 대륙에서 25일간 생존하여 한 명의 성인이자 전사임을 증명하십시오.
[성공 조건]1. 25일간 생존하십시오.
참으로 담백한 설명문이다.
생존하라.
[인벤토리창이 비활성화됩니다.]인벤토리창이 비활성화된다고?
“인벤토리.”
정말 아무 반응이 없다.
망연한 기분으로 내 두 손을 바라보았다.
방패도 검도 챙기지 못했다.
주머니에는… 없다.
아무것도 없다.
하하하하. 이거 또 욕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네.
누구한테 욕을 해야 할까?
…나한테 해야지, 뭐.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제대로 무장도 갖추지 않은 채로 들어온 것은 분명 내 잘못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고 벌 받는다는 생각으로 버텨 보자.
다시 공략 목표를 살펴보았다.
25일간 생존이라…….
혹시 설마 25일간 무조건 여기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아니지?
어, 아니지?
* * *
“키리키리!! 이걸 말해 줬어야지!”
망했다.
실패 조건이 없다.
무엇보다 귀환 포탈이 없다.
주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포탈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무조건 25일 동안 이 밀림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4회 차 6일. 17시 15분]시간상 25일 동안 이 밀림에 체류하는 건 불가능하다.
14회 차가 종료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24일밖에 없다.
다시 말해, 24일 동안 이 밀림에 갇혀 지내다가 대기실로 이동된다.
그리고 다음 회 차 때, 25일을 처음부터 다시 이곳에서 버텨 내야 클리어할 수 있다.
이런 뭐 같은 스테이지를 봤나.
11층 지저 도시 스테이지를 하루만, 하루만 빨리 클리어했으면 이런 재수 없는 경우는 없었을 텐데.
으아아아, 젠장.
어휴, 생각을 정리하자.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4일간의 안빈낙도를 노려본다.
내 근거지를 만든다.
완벽한 안전을 추구하고, 식량을 확보한다.
남미의 밀림 속 펜션에서 바캉스! 홀라!
하지만 근거지와 식량을 확보하는 게 쉬울 리가 없지.
여긴 헬 난이도 12층 스테이지다.
야생동물들이 자신의 영역권을 다지듯, 내 영역을 설정하고 이 밀림의 거주자들에게 그 사실을 주지시켜야 하는 걸까?
음… 이 밀림에서 만나게 될 적들의 정체를 알 수 없으니 아직은 모르겠다.
유사 인종일 수도, 아니면 괴물 수준으로 진화된 야생동물일 수도, 혹은 예상치 못한 무엇일 수도 있다.
이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
나머지 하나의 방법은 24일 안에 12층을 클리어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정복 클리어를 통해서.
12층의 공략 목표는 25일간의 생존.
그렇다면 나의 생존을 위협할 모든 요소를 처치한다면 어떨까?
일단 이곳을 정탐하고 수준을 파악한 후에, 가능성이 보인다면 정복 클리어를 노리도록 하자.
[캬아아아아-]어디선가 듣기 싫은 고음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로 내 주위가 어두워졌다.
뒤로 돌아선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집채만 한, 아니 빌딩만 한 크기의 공룡이었다.
저렇게 생긴 공룡을 뭐라고 하더라.
어릴 때 그림책에서 봤는데.
브라키오 사우루스?
그리고 비슷한 덩치의 또 다른 공룡이 가칭, 브라키오 사우루스를 덮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아니, 브라키오 사우루스는 아닌 것 같다.
저기에서 싸우고 있는 두 공룡 중, 초식으로 보이는 공룡은 하나도 없다.
모두 육식이었다.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풀 대신 육포를 뜯어먹을 것 같은 생김새였다.
거대한 괴성과 함께 마찬가지로 거대한 크기의 발톱이 휘둘러졌고, 곧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허공으로 뿜어져 나왔다.
무슨 소방 호수에서 물 뿌리듯 피가 뿌려진다.
저 피를 거대한 웅덩이에 모아 놓으면 풀장도 만들 수 있겠다.
[크와아아아!]다시 한 번 괴성이 터져 나오자, 공룡의 입가에 붉은 화염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공룡은 그대로…….
뭐야 저거. 설마 그거야?
저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일단 뛰자.
저 공룡의 입가에 모이고 있는 마력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나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저건 매우 위험하다.
달리는 와중에 등 너머로 ‘콰아앙’ 하는 충돌음이 울리고 땅이 흔들렸다.
슬쩍 돌아보니, 공룡이 내뿜은 화염 브레스와 전직 브라키오 사우루스의 방어막이 충돌하며 발생한 충격파 같다.
진짜 브레스였다!
아니, 시발. 왜 12층에서 드래곤이 나오는 거야?
도망치자.
장마철 비 오듯 머리 위로 쏟아지는 공룡들의 피를 피해 수풀 사이를 달려 도망치는 와중에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할까?
정보도 없이, 이런 미친 드래곤들이 날뛰고 있는 쥬라기 파크에서 정복 클리어를 노리는 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다.
정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