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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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2층 (5)
[케륵. 벌써 깬 건가 서방? 일어나라, 식사 준비해 뒀다.]토굴의 출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이달타르, 아니 이디의 뒷모습이 눈에 비쳤다.
주위를 더듬어 조그마한 돌멩이 하나를 집어 이디의 뒤통수를 향해 집어던졌다.
돌멩이는 이디의 꼬리에 맞아 격추되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대장은 부끄럼쟁이다. 케륵.]으음.
여전히 몸에 기운이 없다.
누운 채로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이디에게 물었다.
“내가 얼마나 잤지?”
[3시간 정도 잤다. 케륵. 대장치고는 오래 잔 편 아닌가?]3시간이면 확실히 오래 자긴 했네.
그나마 이디를 소환하지 않았다면, 3시간은커녕 10분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
불면증 증상 때문에 안심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아무리 피곤해도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럴 때는 수면제를 먹고 억지로 잠들거나, 기절해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디의 존재가 고맙다.
사자 소환은 분명 굉장한 스킬이었다.
5회 제한과 영혼이 깃든 물건이 필요하다는 제약이 걸려 있었지만, 그런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했다.
죽은 자를 되살려 소환한다는 것은 분명 신의 힘이 아니고서야 얻을 수 없는 힘이다.
더 성장한 후에, 그리고 더 높은 곳에서, 더 강력한 존재를 사자 소환을 통해 불러낸다면 정말 큰 효과를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사자 소환을 사용해 이디를 불러낸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휴식 이전에 안전을 확신하기 위해 그녀가 당장 필요하기도 했고, 12층처럼 오랜 기간 스테이지에 지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단순히 타인과 의견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을 좀먹는 고독감과 외로움 또한 옅어진다.
처음 그녀를 사자 소환 스킬을 사용해 소환한 것은 8층에서였다.
단순히 적들의 시선을 끌어 줄 미끼가 필요해서였지만, 그녀는 내 예상보다 훨씬 유능했다.
단순 전투력뿐만 아니라, 저돌적인 리자드맨답지 않게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이 도움이 되었다.
5층 보스룸에서 나를 서방으로 삼겠다는 집념에 불타오를 때는 전혀 침착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계속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면서, 이제는 상당히 친해진 상태다.
그녀가 말하길 리자드맨에게 배우자로서의 미덕은 오로지 강함이라고 한다.
강하면 강할수록 더 좋은 배우자감이다.
남녀 구분 없이.
거기에 강자를 존경하고 따르는 리자드맨의 특성상,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에게 구애받는 것은 기뻐해야 마땅할 일이고 이를 거절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리자드맨 종족 전체가 강함을 선망하고 실력을 갈고닦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더 강한 상대와 짝을 짓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때문에 내가 그녀의 구애를 거절했을 때, 그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했다.
객관적인 전력만 보면 분명 그녀가 나보다 강했으니까.
힘의 우위가 역전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리자드맨에게 짝을 짓는 것에 대한 선택권은 강자에게 있었으니, 이미 나에게 거절당한 이디는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다.
실제로 5층에서 만났던 다른 리자드맨도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해하기 쉬웠다.
나도 그녀에게 인간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강요가 포함된 구애는 범죄로 취급되며, 인간은 인간 외의 종족과 짝짓기 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판타지 세계관에 등장하는 엘프와 같은 아름다운 이종족들을 생각하면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은 그렇게 설명해 두었다.
이디는 정말 굉장히 아쉬워하는 티를 냈지만 무시했다.
그 이후로는 부하로서, 아니 동료로서 잘 지내고 있다.
가끔 서방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지만, 이제는 농담처럼 주고받는 이야기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이디가 얇게 저민 고깃덩어리를 주었다.
언제나처럼 육포인 줄 알고 생각 없이 입에 넣었지만 생고기였다.
“으… 뭐야, 이거.”
[육회라 생각하고 먹어라. 어차피 대장은 독 내성이 있어서 탈도 안 난다. 케륵.]다행히 고기는 피가 많이 빠져서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부위인지, 먹기 불편하지 않았다.
오랑우탄 고기와 비교하면 훨씬 먹을 만하였다.
[요 앞에 떨어져 있던 람부르 새끼의 고기다. 바로 손질해 두었으니, 먹을 만할 거다.]아까 그 족제비 괴물의 이름이 람부르인 모양이다.
“이디, 너 이하오이에 대해서 조금 알아? 이곳의 명칭인 모양이던데.”
[모르겠다. 케륵.]상심이 묻어 있는 이디의 목소리가 그녀의 말에 담긴 뜻을 전했다.
이하오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하오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디와 동료로서 함께하기로 한 뒤 그녀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어쩌다 튜토리얼에 들어왔는지, 그 역할이 뭔지, 그 이전에는 어땠는지.
정말 많은 것을 물었다.
그리고 이디는 대부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떠올리려 할 때면, 그녀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과거의 기억 위에 무언가를 하얗게 덧칠해서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그런 상태가 될 때마다 속상해하고, 슬퍼하는 그녀의 모습에 더 이상 그녀의 과거와 튜토리얼의 정체를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건, 그녀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통념적인 상식과 그녀 자신의 기술에 대한 지식들뿐이다.
그나마도 튜토리얼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자세히 떠올리지 못했다.
음…….
람부르라는 괴물의 이름을 알고 있던 걸 보면, 이 지역에 대한 정보를 과거에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케륵. 앞으로의 계획이 뭔가? 우선 클리어 목표를 알고 싶다.]우선 메시지가 알려 준 이곳의 정보와 클리어 목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그럼 이 토굴 안에서 25일간 얌전히 지내기만 하면 무난히 클리어하겠다. 케륵. 아주 마음에 드는 스테이지다. 케륵.]뭐가 마음에 드는 건데?
[케륵, 케륵.]이디는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바로 클리어하진 못할 거야. 남은 시간 때문에 클리어 자체가 불가능하거든.”
[클리어가 불가능하다는 게 무슨 말인가?]현재 시간과 클리어를 위해 필요한 시간에 대해 말해 주었다.
내 재수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재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아무튼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조급함을 버리고 성장에 집중할 생각이다.
이번에 얻은 구도 스킬에 대해 이디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군. 이왕이면 그 권능 스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 스킬과 연계해 성장에 집중한다면 딱히 시간 낭비라 볼 수도 없겠지. 하지만 우선은 생존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케륵.]“그래, 그렇지. 이 근거지 주변을 우리 영역으로 삼고, 이 주변에 서식하는 놈들을 하나씩 사냥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고 나면 이 주변을 기웃거리는 녀석은 없어지겠지.”
이 밀림의 주민들은 모두 야생 동물이나 괴물들이다.
수준 이상의 포식자들은 모두 자신의 영역권을 가지고 그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케륵. 가끔, 영역을 옮기거나 남의 영역을 빼앗아 차지하려는 녀석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방법이다.] [다만, 우리가 너무 활개를 치면 이 근방 전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는 최상위 포식자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괜찮을 것 같다.
어지간한 녀석들은 나와 이디의 합공을 버티지 못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냥 도망치면 된다.
그런 최상위 포식자들은 오랑우탄들과는 달리 단일 개체일 가능성이 높을 테니.
무엇보다 이 밀림은 넓다. 아주 많이, 굉장히 넓다.
절벽 위에 올라갔을 때, 어느 방향을 보아도 지평선 끝까지 밀림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도망쳐야 될 만큼 강력한 포식자를 만나는 건, 쉽게 일어날 일이 아닐 것이다.
[케륵. 그럼 바로 움직일 건가?]“아니, 해가 졌으니까 내일 새벽부터 시작하자.”
이디도 나도 어둠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지만, 딱 그 정도 수준이다.
어둠 속 밀림에서 야행성 괴물들과 싸우며 굳이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 않다.
아직 피곤함이 덜 가시기도 했고.
“구도 스킬이나 시험해 보자. 마력 회로를 돌리고 있을 테니까, 주위 경계를 부탁해.”
[알았다. 케륵.]* * *
새벽이 올 때까지 마력 회로를 운용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장이나 구도 스킬에 의한 반응은 없었다.
더 긴 시간 동안의 집중이 필요한 건지……. 어쩌면 방법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 보자.
[케륵. 준비 끝났다. 빨리 나와라 대장]이디의 재촉에 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조금 달라진 풍경을 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풀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함정들이었다.
덩굴과 끝을 날카롭게 깎은 나뭇가지들을 이용한 덫들, 그리고 구덩이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저런류의 함정들은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튜토리얼에 들어온 후에 워낙 심하게 시달려서.
함정뿐만이 아니라 굴 입구 주위 바닥에는 재처럼 보이는 것이 뿌려져 있었다.
“뭐야, 이건?”
[키키무라고 하는 이파리를 말려서 빻은 거다. 이런 밀림 속 동물들이 싫어해서 주위에 뿌려 두면 잘 접근하지 않는다. 케륵.]아니, 이런 건 언제 해 뒀데?
빻아? 절구 같은 것도 없을 텐데.
말려? 이 습한 밀림 속에서?
함정은 또 언제 만들어 뒀데. 시간상 가능한 일인가?
[케륵, 케륵. 다 수가 있다.]뿌듯한 감정이 듬뿍 담겨 있는 이디의 미소를 보면서 조금 당황했다.
이디한테 이런 것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그간 그녀의 역할은, 단순히 나와 함께 싸워 주고 내가 쉴 동안 경계를 서 주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내 감상을 들려주고 그녀를 칭찬했다.
내 칭찬에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그녀의 꼬리가 나를 불안하게 했지만 무시했다.
[케륵. 이제 사냥하러 가 보자.]묘하게 믿음직스러운 그녀의 뒷모습을 쫓아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 * *
방사능에 노출된 멧돼지처럼 기괴하게 생긴 괴물의 사체를 툭툭 차며 말했다.
“야, 넌 어째 사냥도 잘하냐.”
이렇게 빠르게 사냥에 성공할 줄은 몰랐다.
게임 속 사냥터의 몬스터를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이 넓은 밀림 속에서 이만 한 크기의 사냥감을 발견하고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아니 애초에 조우 확률 자체가 제법 낮다.
[케륵. 난 동족들에게 배척받았었으니까, 언제나 혼자서 사냥감을 잡아서 식량을 구해야 했다. 덕분에 사냥 경험이 많은 편이다. 케륵.]느닷없이 튀어나온 이디의 어두운 과거사 이야기에 조금 과장스럽게 그녀를 칭찬했다.
이디는 케륵케륵거리며 기뻐했다.
[어떻게, 사냥은 계속할 생각인가?]“그래야지.”
[그럼 이 녀석은 어떻게 할 건가? 도축해서 굴에 두고 오면 시간이 너무 소요된다.]“그냥 여기에 두자. 어차피 우리 계획은 이 근방에 위협적인 괴물들을 모조리 사냥하는 거야. 시체와 피 냄새를 맡고 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놈들이 생기면 사냥이 더 편해지겠지.”
[케륵. 알았다.]짧게 대답한 이디는 창을 들어 멧돼지 괴물의 사체를 토막 내고 속을 파헤쳐 놨다.
확실히 저러면 피 냄새가 더 쉬이 퍼지겠지.
“이디. 지금부터는 내가 사냥감을 찾아볼까 해. 그리고 네가 전투를 맡아 줘.”
[케륵. 나는 상관없다만, 비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아닌가?]“그렇긴 한데, 탐지나 추적과 관련된 스킬을 얻어 보고 싶어서.”
오랑우탄 무리에게 쫓길 때 느꼈던 위화감 중 하나는, 이놈들은 단순히 내 발자국과 냄새에 의존해 나를 쫓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탈라리아의 날개를 이용해 냇가를 날아서 넘어가도, 계곡을 타고 넘어도, 어떻게든 내 위치를 알고 쫓아왔다.
나는 그 오랑우탄 무리 중, 탐지나 추적과 관련된 스킬을 가지고 있는 놈이 내 위치를 파악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스킬인 만큼, 여기서 얻어 뒀으면 한다.
그동안은 단순히 시각이나 청각에 의존해 적의 위치를 파악해 왔다.
감각 강화와 증폭 스킬의 효과로 향상된 감각에 모자람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은신이나 투명 등의 스킬을 가진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투명화를 사용했던 오랑우탄과 굴 안에 은신해 숨어 있던 족제비 괴물 새끼의 수준이 더 높았다면.
스킬 없이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다.
그들의 기척을 조금이나마 눈치채기도 어려웠을 테고, 어쩌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스킬들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이번에 얻어 보려는 스킬이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스킬을 얻는 과정에서 혹시 구도 스킬의 효과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사냥감의 추적 외에 전투를 포함한 다른 할 일은 모두 이디에게 맡기고.
우선은 이디에게 기본적인 사냥법을 배웠다.
그녀는 무턱대고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우선 자신의 기술과 지식들을 배울 것을 권했다.
사냥의 루트를 정하는 법이나, 사냥감의 발자국이나 변을 통해 사냥감의 영역이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추적하는 법, 수풀 속에서 기척을 죽이고 사냥감에게 접근하는 법 등.
이디는 사냥에 대한 지식들을 자세히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누굴 가르치는 데에도 능숙한 것 같았다.
그 이후에는 이디의 조언대로 마력을 응용해 보았다.
마력의 운용으로 운신의 제어력을 높여 더더욱 은밀하게 움직이는 법을 연습했다.
거기에 더해 주변에 마력을 옅게 퍼뜨려 주위 상황을 파악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막상 마력을 퍼트리려 하면 그 밀도가 너무 진해졌다.
이 경우에는 마력이 형체화될 뿐만 아니라 멀리 퍼트리지도 못했다.
익숙하게 마력을 퍼트려 주변 상황을 느낄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 기술을 스킬로 획득하기까지 마력 회로 스킬의 레벨이 한 단계 오를 정도로 고급의 마력 운용 기술이었다.
그렇게 2주에 걸쳐 우리는 근거지로 삼은 굴 주변의 괴물들을 사냥하며 성장하였다.
[마력 회로 Lv.11을 획득하였습니다.] [감지 Lv.3을 획득하였습니다.] [은밀 Lv.11을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