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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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2층 (7)
[이런 건 그냥 좀 미리 말해 주시면 안 돼요?] [하아. 갑옷이랑 무기는 그렇다 치고 속옷이라도 좀 챙겨 왔어야 하는데… 한 달이면 나 생리도 할 텐데…….]* * *
[15회 차, 0일. 0시 15분.]12층 대기실에 입장하자마자 한 일은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독기 (Lv.1)]설명 : 형체화시킨 마력에 상태 이상 속성 ‘독’을 부여한다.
간단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좋은 스킬이었다. 상당히.
손이든 무기든 마력을 두르면, 그 마력에 독성이 부여된다.
너무 쓸 만한 스킬이 나왔는데?
독의 효과에 따라서 성능의 차이가 있겠지만, 아니, 독의 효과는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강해지겠지.
음…….
활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내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속도다.
속도에 관련된 스킬이 워낙 많고, 민첩 스탯 자체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속도가 빠르다는 건 선공권을 가진다는 점이고, 점멸과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을 사용하면, 나는 언제나 전투를 그만두고 도망칠 수 있다.
12층에서 만난 오랑우탄 무리처럼, 수백, 수천쯤 되는 적들이 크게 둘러싸지 않는 이상 나를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독이 더해진다면.
그냥 적을 적당히 중독시키고 도망치면 끝이다.
적에게 해독 수단이 없다면, 그대로 독에 시달리다가 죽을 것이다.
죽지 않더라도 독에 의해 쇠약해진 적을 추적해 쉽게 처리할 수도 있고.
이거 활용법이 정말 무궁무진한데?
독기 스킬을 활용한 졸렬한 꼼수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른다.
“케륵. 그런 방법에 의지하는 건 좋지 않다.”
“그런 게 어딨냐. 이기면 장땡이지.”
“대장은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다.”
그렇긴 한데.
사실 이런 게 원래 내 스타일이다.
졸렬한 방식 말이다.
최소한 전투에 있어서는 그렇다.
프로 게이머 시절부터 그랬다.
우직한 정면 승부보다는 상대의 빈틈을 후벼 파고, 멘탈을 흔들 수 있는 방법을 선호했다.
호쾌하게 끝장내기보다는 치사하더라도 안전하게 승리하는 걸 좋아한다.
물론 전력에 우위를 점하고 있으면, 비교적 정정당당하게 싸운다.
그 편이 변수가 적으니까.
“케륵. 대장은 싸울 때, 야비해진다는 점만 고치면 정말 완벽하다.”
거, 야비한 건 나쁜 게 아니라니까.
스킬 확인은 이 정도로 하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자.
보통 스테이지 공략에 실패할 시, 추가 보상으로는 소량의 포인트나 평범한 아이템 등을 받는다.
하지만 12층 클리어에 실패하고는 독기라는 새로운 스킬을 배웠다.
플레이 기록을 봤을 때, 사실상 클리어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단순히 밀림에서 생존하는 걸 넘어, 확실한 영역권을 확립했고 숙식이 완벽히 충족되었다.
남는 시간에는 자기 계발에 힘썼으니, 생존하라는 클리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그렇다면 12층에 반복 도전하면서, 매회 차마다 이런 식으로 손쉽게 스킬을 얻을 수 있을까?
추가 보상으로 얻는 스킬은 대부분 유용하다.
당장 내가 가진 권능 스킬의 대부분이 이 추가 보상을 통해 받은 스킬들이다.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다.
12층에서 쓸 만한 스킬 열 개쯤 얻을 수 있다면, 앞으로 스테이지 공략에 애먹을 일은 없어질 것 같은데.
무엇보다, 12층 스테이지에서의 생활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성장에 집중하기에도 최적화되어 있고, 이디가 해 주는 음식도 맛있었다.
토굴도 지내기 편했고, 적막하고 밀폐된 대기실에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쾌적한 생활을 하면서, 편하게 스킬을 얻는다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가?
“케륵. 대장, 사자 소환의 제한 시간을 잊지 마라.”
음. 확실히 이디는 제한 시간이 끝나는 대로 역소환된다.
그리고 소환 기회 또한 이제 3번밖에 남지 않았다.
이디가 없다면 12층에서의 쾌적한 생활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거 뼈아프군.
그래도 사자 소환 스킬의 소환 지속 시간이 상당히 길어서 다행이다.
최소한 다음 회 차까지는 쾌적한 12층 스테이지 공략이 보장된다.
일단 해 보자.
어차피 짝퉁 드래곤들도 사냥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추가 보상으로 더 이상 쓸 만한 스킬을 얻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12층에 근거지를 만들고 맘 편히 성장할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이다.
“케륵. 나야 나쁠 것 없다. 12층에는 집도 있고.”
이번에 다시 들어가면 그 집, 없어졌을 텐데.
토굴이야 그대로 있겠지만, 그냥 족제비 괴물이 살고 있는 토굴이지 뭐.
“상관없다. 다시 가꾸면 되는 일이다.”
그렇긴 하지.
그 집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자, 그럼.
대기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할 일도 별로 없으니, 독기 스킬을 시험해 보자.
자해는 오랜만이네.
* * *
“대장은 정말 미쳤다.”
“남이 들으면 상처받을 말을 쉽게 하는구나.”
“하지만 사실이다. 케륵.”
사실이라서 더 아픈 거야.
팩트 폭력 모르냐?
“모른다. 케륵.”
총 9일간의 대기 시간 동안 많은 실험을 해 보았다.
어떤 방식으로 마력에 독기를 부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사용에 대한 실험이 끝난 이후에는 위력 실험이었다.
뭐, 당연하지만 실험체는 내 몸이었다.
독 대내성 스킬과 대기실의 자동 치유 효과 때문에 실험에 애를 먹었다.
스킬 레벨이 1밖에 되지 않는 독기 스킬로 내성과 치유 효과를 뚫고 내 몸에 피해를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달리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노가다를 했다. 언제나처럼.
하루 종일 독기를 두른 마력으로 손바닥을 쑤시며 앉아 있었다.
스킬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구도 스킬 덕분에 독기 스킬은 빠르게 성장했다.
[독기 Lv. 4을 획득하였습니다.] [독 대내성 Lv.3을 획득하였습니다.]성과는 확실했다.
스킬의 성장이 빨라지는 스테이지도 아니고, 대기실에서 이 정도의 성장이라니.
아무리 내가 근면, 성실하게 자해를 했다지만 구도 스킬이 아니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성과다.
3일간의 대기 시간이 끝나고, 주로 모닥불 방에서 지내기 시작한 후, 성장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역시 대기실에선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
모닥불 방에서의 성장 또한, 스테이지에서의 성장에 비할 수는 없고.
아무튼 역시 느림의 신.
최고다.
[모험의 신이 섭섭해합니다.]어디서 누군가가 툴툴거리는 것 같았지만, 무시하고 기지개를 켰다.
만족스럽다.
역시 사람은 성실하게 살아야 해.
4레벨이 된 독기 스킬의 자세한 위력은 12층 스테이지에서 다시 실험해 보자.
“케륵. 12층에는 잡아서 실험할 만한 사냥감들이 많을 테니, 수월할 거다.”
무슨 소리야. 실험은 내 몸에 해야지.
“케륵… 대장, 진짜 미쳤나?”
“독 대내성 스킬도 성장시켜야 하잖아. 내 몸에 실험하면 일거양득인데.”
“그러다가 대장 진짜 죽는다. 케륵.”
“안 죽어. 내가 자해를 하루 이틀 해 보나.”
내 말에 이디는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는 이디의 팔을 잡아 끌어당기며 포탈 위에 올라섰다.
자, 가 볼까.
[15회 차, 6일. 3시 30분]* * *
[캬오오오-.]그 크기가 가히 빌딩만 한 두 괴물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다.
진입 직후에 나타난 저 두 마리의 괴물들.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타이밍이다.
나와 이디는 미리 멀리 떨어진 곳에, 그리고 두 괴물의 전투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숨어 있었다.
“대장.”
“어, 왜.”
“대장이 전에 말했던 짝퉁 드래곤이 저것들인가?”
“어. 맞아.”
“도대체 저 산만 한 덩치의 괴물들을 무슨 수로 사냥할 생각인가?”
콰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진다.
괴물 중 하나가 예의 화염 브레스를 내쏜 것이다.
와오.
전에는 뒤돌아 도망치느라 제대로 보질 못했었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박력 넘치는 광경이다.
멀리서 보기에는 그저 입에서 화염을 토해 내는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충격파가 발생한다니.
“대장.”
“괜찮아. 이번 회 차에는 저 녀석들 안 건드릴 거야. 다음 회 차 때 잡을 생각이라.”
“다음 회 차 때 죽겠다는 말로만 들린다. 케륵.”
괜찮아. 안 죽어.
죽을 것 같으면 도망갈 거야.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이디가 좋아할 만한 말을 꺼냈다.
“일단 집으로 가자.”
“케륵.”
예상대로 이디는 금세 불안함을 거두고 기쁜 듯 웃어 보였다.
* * *
이전에 우리가 근거지로 쓰던 토굴을 찾아낸 뒤, 두 번째 12층 라이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4레벨이 된 독기 스킬의 위력 확인이었다.
해독 포션을 준비해 놓고, 독기를 두른 마력으로 자해를 시작했다.
자해가 몇 번 반복되자,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중독 증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독기 스킬이 독 대내성을 뚫고, 분명한 통증이 느껴지는 수준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환부에서 저릿하고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고.
음… 독이 퍼지는 속도는 좀 느리다.
오, 좋다.
복통도 있구나.
조금 더 기다리자, 기관지가 붓기 시작하면서 호흡이 불편해졌다.
안면에서 강한 두통이 느껴지며 시야를 똑바로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폐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 같다.
이 시점에서 환부 근처는 마비되어 감각이 무뎌져 있다.
괜찮은데.
제법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단지 문제는 독의 전파 속도가 느리다는 점.
그리고 살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환부 근처에 마비 증상을 비롯한 이런저런 증상들이 있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독하게 며칠 끙끙 앓고 나면 어느 정도 나을 것 같은 정도다.
물론 내가 독 대내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걸 감안해도 좀 아쉬운 결과다.
독은 신경독이 최고던데.
많이 중독되어 본 입장에서.
독기 스킬의 위력 확인을 마친 이후로는 내가 사냥을 전담하게 되었다.
감지 스킬과 독기 스킬을 활용하며 성장시키기 위함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집을 가꿔야 하는 이디는, 이 결정에 반색하며 찬성했다.
이디가 토굴의 리모델링을 얼추 마무리 지었을 때쯤, 나도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독기 스킬이 5레벨이 된 것이다.
이제 독기 스킬은 어느 정도의 살상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집중한 것은 추적 스킬이었다.
독에 중독된 채 도망치고 있는 사냥감을 느긋하게 쫓으려면, 추적 계열의 스킬이 필요했다.
감지 스킬로 커버가 될 줄 알았으나, 효율이 매우 떨어질 것이라는 이디의 조언대로 추적 스킬을 익히고 성장시켰다.
추적 스킬은 감지 스킬처럼 마력의 운용에만 의존하는 스킬이 아니었다.
사냥감의 흔적, 발자국, 배설물, 털, 냄새 등의 단서들을 기반으로 사냥감을 쫓고, 경로를 예측했다.
추적 스킬의 수준이 높아지면 마력의 운용도 필요해진다고 이디에게 들었지만,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
상처 입고 독에 중독된 사냥감을 놓아주고 추적했다.
그렇게 추적한 사냥감을 잡아내고, 다시 놓아주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자, 빠른 속도로 추적 스킬이 발전하였다.
스킬의 숙련도뿐만 아니라 경험 또한 제법 쌓이면서, 이제 밀림 속에서의 사냥과 추적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성장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집 주변 사냥감의 씨가 말라 버렸다.
딱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식량은 충분히 확보해 두었고.
주변에 더 이상 사냥감이 남아 있지 않으니, 성장에 제동이 걸렸지만 스킬의 성장은 이미 당초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이루었다.
이제는 잠시 성장을 접어 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여 보자.
어디 보자. 오늘이 12층 스테이지에 입장한 지 11일째.
비는… 앞으로 일주일간 없고.
풍향은 일주일 뒤, 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일정할 것이다.
전 회 차 때, 매일 기후 상태를 기억해 두었기에, 확신할 수 있다.
크, 준비성 좋고.
“이디, 내일부턴 좀 멀리 나가 볼 거야.”
“케륵. 멀리 사냥을 나가는 건가?”
“어. 아마 여기까지는 가야 할 거야.”
이준석에게서 받은 12층 스테이지, 이하오이 대륙의 지도를 펼쳐 들고, 이디에게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케륵. 너무 멀지 않은가? 가는 데만 나흘이 넘게 걸릴 거다.”
“그 정도는 가야 해. 사냥을 좀 거하게 벌일 생각이거든.”
“거하게?”
“어. 우선 이 밀림에 불을 지를 생각이야. 이걸로.”
아공간 가방에서 커다란 발화석 꾸러미를 꺼내 들며 말했다.
12층에선 인벤토리가 비활성화되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미리 대용량 아공간 가방에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넣어 두었다.
하나만 던져 넣어도 하루 종일 불을 땔 수 있는 화력의 발화석이 800여 개.
밀림 전체를 불태우기 충분한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