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7
x 7
튜토리얼 1층, 대기실 (4)
[1회 차, 0일. 26시간 10분] [튜토리얼 시작까지 : 45시간 50분]“아니, 시벌. 그러니까 나보고 그냥 ‘닥치고 있으라.’ 이 말 아니오?”
“그런 말이 아닐세. 자네가 이렇게 쉽게 흥분하니 내 하는 말 아닌가?”
최민식과 조경민 두 사람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벌써 30분째 말다툼 중이다.
말다툼의 주제는 30분간 몇 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다투게 된 주원인은 대련 중에 일어난 자존심 싸움이었다.
거기에 더해 두 사람이 모두 파티의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조경민은 간단히 말해 무식하다.
거기에 마초적이다.
귀찮고 머리 쓰는 일은 싫어하지만, 돋보이는 역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었다.
최민식은 안 좋게 말하자면 꼰대다.
진지하고 차분한 사람이지만, 융통성이 없고 제법 고집이 강하다.
무엇보다도 뭐랄까… 권력욕이 있다.
고작 네 명 있는 모임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권력욕을 채울 수 있는가는 의문이지만, 여하튼 그는 이 파티를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실제로 그가 이야기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훈련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그는 지금껏 파티를 제법 잘 주도해 왔다.
그리고 나는…
음… 관심이 없다. 난 기본적으로 솔로 플레이를 선호한다.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게임을 다 플레이해 본 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게임은 협동심보다는 그냥 혼자 잘하면 되는 게임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두 사람의 다툼을 구경하고 있다.
내 옆에는 박수아가 앉아 있다. 그녀도 별로 끼고 싶은 생각도, 말릴 생각도 없는지 나와 함께 구경 중이었다.
“한서대요? 오빠 공부 잘했었나 봐요.”
“부모님이 수능 못 보면 프로 게이머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셔서 이 악물고 공부했지.”
뭐, 이런 잡담을 하면서 구경 중이었다.
팝콘이 없는 게 새삼 아쉬웠다.
어느덧 두 사람의 다툼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은 ‘누가 이 파티의 리더가 되느냐.’로 바뀌어 있었다.
“그럼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더 뛰어난 활약을 한 사람이 대장을 맡는 걸세.”
“좋수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요.”
라고 자기들끼리 결론을 내 버렸다.
“너희들도 동의하는 거다?”
조경민이 나와 박수아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결론까지 내놓고 동의를 하긴 개뿔.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대장이랍시고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면 거부할 겁니다.”
그리고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 * *
훈련은 계속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최민식과 조경민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각자 쉴 때에는 두 사람이 가르쳐준 PT 체조를 했다.
맨몸 운동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악’ 소리 나게 힘들었다.
보통이라면 근육통을 넘어 근섬유 파열 등으로 근육이 크게 다칠 정도로 맹렬히 훈련에 매진했지만, 역시나 자동으로 몸이 회복되는 대기실은 근육통과 더불어 자잘한 피로까지도 깔끔히 해결해 주었다.
과격한 운동과 빠른 회복이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니, 근력과 유연성의 성장이 매우 빨랐다.
최민식과 조경민의 군부심이 하늘을 뚫고 올라가 자랑하듯 군대에서 겪었던 자신의 무용담을 끝없이 늘어놓아 박수아를 질색하게 했으나, 어쨌든 큰 도움이 되었다.
[1회 차, 0일. 71시간 57분] [튜토리얼 시작까지 : 3분]드디어 튜토리얼이 시작된다.
대기실 안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네 사람 모두 불안과 공포보단 설렘과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이런 사람들이니까 헬 난이도를 선택했겠지.
그리고 지난 72시간, 3일 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배고프지도, 졸리지도, 다치지도 않는 이곳이었기에 가능한 강행군이었다.
만약 이런 혜택이 없었다면, 시간이 모자랐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찰과상과 절상을 당했을 것이고, 근육파열이나 골절 등으로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대기실의 특성을 이용해 휴식 시간도 아껴가며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단련했다.
그 결과 우리는 고작 3일간 훈련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잠시 후 튜토리얼, 1회 차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로 향하는 포탈이 생성됩니다.]대기실안에, 네 개의 포탈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그중 한 포탈 위에 메시지가 생성되었다.
[이호재]음…….
“오라버니들 이거, 1인용인 것 같은데요.”
박수아의 말대로였다.
그동안 연습했던 협동 플레이가 다 무용지물이 되는 건가.
“쉬벌, 그러면 우리 여태 헛짓거리 한 거 아니냐?”
“크흠, 흠. 완전히 헛짓거리라곤 할 수 없네. 어쨌든 그동안 함께 훈련하면서 우리는 발전했네. 무엇보다 나중에는 함께 싸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너무 상심하지 말게나.”
최민식이 심난해 하는 사람들을 추슬렀다.
[포탈이 곧 활성화됩니다.]우리는 각자의 포탈 앞으로 향했다.
“다들 조심하게. 이 튜토리얼이 끝나고 모두 무사히 다시 만났으면 하네.”
최민식의 말대로였다.
나 또한 이 사람들을 무사히 다시 만나고 싶다.
합숙의 효과일지, 동료 의식의 발현일지는 모르겠으나 3일간 합숙하며 땀 흘리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상당히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성격 차이로 다툰 적도 있고, 섭섭한 점도 있었지만 나는 이 사람들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팀 플레이보다는 솔로 플레이를 선호한다. 쓸데없이 남과 맞추는 것도 불편하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생소한 환경에서 서로 의지했기 때문일까. 이 세 사람은 제법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성격적으로도 그리 모난 사람들이 아니라, 삼 일이라는 시간 동안 갇힌 공간에서 함께했지만 그리 싫지 않았다.
삼 일간 감금되었다기보단 중학교 축구부 시절, 방학에 축구부원들과 합숙하던, 그런 기분이었다.
“자, 가기 전에.”
조경민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우리는 모두 히죽 웃으며 서로 주먹을 부딪혔다.
“모두 다치지 말고 다시 보자.”
“너도 조심해라, 수아야.”
“네, 오빠도 조심하세요.”
우리는 서로를 다독여 주고는 포탈 위에 올라섰다.
[포탈이 활성화됩니다.] [스테이지로 입장해 주십시오. 남은 시간 : 24 시간] [스테이지로 입장하시겠습니까?]“예.”
포탈의 푸른빛이 강해지고 밑으로 쑥 꺼지는 감각과 함께 시야가 바뀌었다.
3일간 익숙해진 포탈이 아니라 어두컴컴한 통로에 혼자 서 있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 헬 난이도 1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드디어 시작이다.
천천히 심호흡 했다.
진정하고, 게임처럼 생각하자.
일직선의 어두운 통로. 수 미터 간격으로 천장에 조명이 달려 있다. 조명은 희미하다. 촛불보다 어두울지도 모르겠다. 그저 통로의 직선 형태만 파악하기 위한 조명이다.
젠장, 너무 어두운데.
벽과 천장, 바닥 모두 석재로 만들어져 있다.
천장은 3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
석재로 만들어진 바닥은 평탄하고 꺼칠꺼칠하다. 미끄러질 염려는 없어 보인다.
뒤에는.
벽과 포탈이 있다.
포탈?
나는 포탈에 다가가 보았다.
[1층 대기실로 이동하시겠습니까?]“…예.”
다음 순간, 나는 대기실로 돌아와 있었다.
[스테이지로 입장해 주십시오. 남은 시간 : 23시간 59분]제약 없이 돌아올 수 있는 거였구나.
약간의 허무함에 귀환에 대한 각오가 조금 희석되는 느낌이다.
24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고민을 하다가 우선 알 수 있는 것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칼을 들어 손등을 살짝 베어 보았다.
송골송골 피가 맺히더니, 금세 출혈이 멈추고 상처가 아물었다.
대기실의 자동 회복되는 효과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튜토리얼에서 크게 다친다 해도 대기실까지만 도망치면 다시 회복된다는 이야기다.
정말 중요한 정보를 알았다. 위기 상황에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정보.
그때 대기실 한편에 있던 포탈이 밝게 빛나더니 최민식이 나타났다.
“민식 형님?”
좀 전에 비장한 각오로 헤어졌는데 곧바로 다시 만나니 왠지 민망했다.
“하하하, 호재 군이라면 시험해 볼 거라 생각했지.”
말하는 그도 조금 뻘쭘했는지, 뒤통수를 긁적였다.
나는 일단 최민식과 내가 알아낸 정보를 나누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정보로군. 수아 양과 경민 동생도 돌아와서 이 정보를 알아가야 할 텐데…….”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대로 튜토리얼 진행을 시작한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나와 최민식은 다시 튜토리얼 스테이지로 향했다.
[스테이지로 입장해 주십시오. 남은 시간 : 23시간 42분] [튜토리얼 스테이지, 헬 난이도 1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자, 다시 시작해 보자.
“상태창.”
[이호재(인간)]힘 : 10
민첩 : 13
체력 : 11
마력 : 21
3일간의 훈련으로 힘이 2, 체력이 1 올랐다. 제대로 된 헬스 기구 하나 없었지만, 운동으로 스탯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상태창에는 MP는 물론 HP도 표시되지 않는다.
게임처럼 HP가 0이 되어야 죽는 방식이 아니다.
머리나 심장을 공격당하면 일격에 절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즉사만 피한다면, 그리고 포탈이 있는 여기까지 도망치는 데 성공해서 대기실로 돌아간다면, 아무리 큰 중상을 당했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방심은 금물이다.
다른 부위는 공격당하더라도 심장과 목, 그리고 머리만큼은 집중적으로 보호한다.
왼손에 들고 있는 라운드 실드를 바짝 끌어올려 가슴과 목, 얼굴, 눈 밑까지 가렸다.
허리와 무릎을 굽혀 몸을 웅크렸다. 실드가 최대한 많은 부분을 가릴 수 있게 했다.
실드 위로 눈만 내놓고 짧은 검을 앞으로 겨눈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