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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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3층 (2)
모닥불 방을 지나 스테이지에 진입하자 눈앞에 긴 메시지가 펼쳐졌다.
[13층 관문이 시작됩니다.]설명 : 아칸 대륙의 서쪽, 아칸 대서양에 존재하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화산 섬 심처에는 결투의 신을 신봉하는 수도승들의 사원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사원은 고대로부터 수도승들이 무의 완성을 위해 수양을 하던 비밀 장소입니다.
도전자여, 수도승들이 꿈꾸는 염원과 그들의 재능을 비웃고, 자신이야말로 무의 완성을 이룰 장본인이라 장담한 도전자여.
분노한 수도승들에게서 승리를 거두고, 자신의 말을 증명하십시오.
[클리어 조건]최소 15개의 방에서 승리를 거두십시오.
13층은 그다지 복잡해 보이진 않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수도승들을 빡치게 하였고,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수도승과 대결을 벌인다는 테마인 것 같다.
주인공이 수도승들을 비웃었다는 설정은, 어쩌면 결투의 신이 나에게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결투의 신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받던 도전자는 이곳에서 환영받는 도전자가 되는 거지.
그럴싸하다.
스테이지 테마에 튜토리얼의 신이 연관된 경우는 처음이다.
이번 스테이지를 통해 튜토리얼의 신들에 대한 정보를 조금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소 15개 방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클리어되는 스테이지.
최대로는 몇 개의 방이 있을지도 궁금하네.
알아보자.
어두컴컴한 석실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촛불 하나 없는 어두운 공간.
아무런 소리도 없다.
바람 소리조차 없는 건 이질적이네.
이미 인간을 초월한 내 감각에도 아무런 소리가 감지되지 않는다.
방음 설계라도 되어 있는 걸까.
정면에는 조그마한 나무 문 하나만이 보인다.
그 외에는 감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 문에는 ‘0’이라는 숫자가 쓰여져 있었다.
0번 방이라는 건가.
문을 열고 0번 방을 나섰다.
석실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복도가 이어졌다.
5분쯤 걷자, 복도의 끝에 나무 문이 하나 나타났다.
나무 문에 쓰인 숫자는 1.
1번 방이다.
이런 식으로 석실과 복도가 반복되면서, 시련의 수준이 강해지는 테마인 모양이다.
1번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스님이 나를 반겼다.
방은 당연하다는 듯, 촛불 하나 없는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스님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대로군, 주지께서 말씀하신 건방진 인간이.]스님은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님 대접이 엉망이네.
인벤토리에서 조그마한 랜턴을 꺼내 들었다.
아무리 암시와 안광 스킬의 효과로 어둠 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지만, 첫 대면인데 제대로 된 조명도 없다니.
찬찬히 스님의 인상착의를 살폈다.
키는 2미터.
단단한 근육질, 맨손이다.
티벳 스님이 연상되는 옷차림.
방어구 또한 없다.
특기할 만한 점은, 송곳니가 턱밑까지 내려온다는 점.
인간은 아니군.
부리부리한 이목구비와 붉은 피부.
일본 설화에 나오는 오니와 생김새가 비슷해 보였다.
“누가 건방진 건지 모르겠는데. 무기나 갑옷은 필요 없나?”
[역시 건방지군. 무의 극의를 찾는 수도승에게 무엇을 묻는 것이냐. 그런 잡기에 의지해 봤자, 수양에 방해가 될 뿐. 진정한 성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별 헛소리를 다 하네.
본신의 성장을 위해 잠시 무구를 사용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잡기라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무기는 인간이 전투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만들고 발전시켜 온, 기술력의 정수이다.
이 튜토리얼에서는 인간의 무기 외에도 많은 것들이 존재하지만, 결국은 같은 용도다.
상대를 공격하고 죽이기 위해 발전된 무기들.
그런 무기들을 배제하고 어떻게 무의 극의에 도전하겠는가.
궁극의 무가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 끝은 오직 승리뿐이다.
승리하고 또 승리하는, 필히 승리하는 운명이야말로 무의 정점이라고 불릴 수 있다.
[그대는 아무것도 모르는군. 승리는 무가 일으키는 하나의 현상일 뿐.]말이 안 통하네.
승리야말로 모든 것이다.
무의 성장이야말로 승리를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무의 완성을 염원하는 수도승들이 모시는 신의 진명이 왜 결투의 신인지조차 이해를 못 하는 건가?
[…불쾌하군. 궤변은 더 이상 듣지 않겠다. 네놈의 그 잘난 무기를 들어 보아라. 이제 시험을 시작하겠다.]“시험의 내용이나 말해 주시지.”
랜턴을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본 승을 쓰러트리거나 죽이고 다음 방으로 건너가면 된다.]간단하네.
허리춤에 꽂혀 있던 단검을 수도승의 얼굴을 향해 집어던졌다.
아무런 준비 동작 없이 불시에 던져진 단검에 수도승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는 급히 팔을 휘둘러 단검을 쳐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렸다.
허리는 무릎보다 뒤에 위치하게 되었고, 어깨는 허리선보다도 더 뒤에 위치했다.
나는 단검을 집어던지자마자, 앞으로 달려 나가며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냈다.
창의 긴 길이 때문에 곧 수도승은 사거리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정확히 사거리 끝에 수도승이 들어오자마자, 간결하게 창을 내찔렀다.
창끝은 수도승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허물어지듯 쓰러진 스님은 그대로 절명하였다.
아무래도 스님은 무의 극의 같은 건 얻지 못할 것 같네.
아무리 첫 번째 방이라고는 해도, 조금은 실망스럽다.
2번 방은 조금 더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문을 열고 1번 방을 나섰다.
* * *
그다음 방도, 그다음 방에서도 어려움 없이 수도승을 처치할 수 있었다.
수도승들은 내 속도에 따라오지도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다섯 번째 방에서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 속도를 조금이나마 따라오는 수도승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스걱-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수도승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조금 얕았나?
아니다. 얕지 않았다.
수도승의 움직임을 감안하고 내찌른 일격이었다.
흠… 내 실수가 아니라면.
일단 확인해 보자.
수도승에게 다시 접근하며, 창을 내찔렀다.
이번에는 확실히 창끝이 수도승의 목을 꿰뚫었다.
바닥에 쓰러진 수도승의 몸을 꾹꾹 눌러 보았다.
역시 생각대로, 피부가 질기다.
아니, 그냥 질기다고는 할 수 없겠다.
피부가 단단하다.
마치 철판처럼.
피부 밑의 근육도 뼈도 신체라기보다는 강철과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광물과 같은 고체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광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단한 육체였을 뿐.
내장마저도 기이할 정도의 내구력을 가지고 있었다.
단련으로 만들어진 육체는 아닌 듯하다.
태생적으로 이런 몸뚱이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지.
신기하네.
그동안은 마력을 두른 일격을 급소에 찔러 넣어, 단박에 처치해 왔기에 눈치채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더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건 큰 장점이 된다.
실력으로, 스킬로, 또 마력으로 극복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보다 내 실력이 우위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비슷한 수준의 실력이라면 무조건 베이스가 좋은 놈이 이긴다.
같은 실력의 헤비급 복서와 페더급 복서가 싸우면 누가 이기겠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놈들이 무기의 효용성을 무시하면서 무의 완성을 논한다고?
어불성설이다.
[결투의 신이 헛기침을 합니다.]저 양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모양인데.
자리에 앉아 수도승의 시체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종족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들의 특징을 알아 두어야 한다.
방을 하나하나 통과할 때마다 수도승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강해진다.
최소 클리어 조건은 15개의 방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
15번째 방 근처에서는 나와 비슷한 실력의 수도승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주의할 만한 적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모아 두어야 한다.
인간의 신체와는 다른 급소가 있는지, 관절 구조가 다른 부분이 있는지 찬찬히 시체를 해부하며 살펴보았다.
[결투의 신이 불쾌해합니다.] [느림의 신이 누군가에게 역정을 냅니다.]느림의 신이 화를 낸 누군가는 메시지가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알 것 같네.
불쾌하든 말든, 남 일하는 거 좀 방해하지 마소.
[김민혁, 30층 : 바쁘냐?] [이호재, 13층 : 좀 전까진 바빴어.] [김민혁, 30층 : 언제 또 13층까지 갔냐. 잠깐 얘기할 시간 있냐?] [이호재, 13층 : 어. 뭔 일 있냐?]최근 김민혁은 정말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에 제대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길게 이야기한 것이 지난 대화합의 날이었으니.
[김민혁, 30층 : 정체불명의 이벤트에 대해 얼추 알아냈다.]올, 벌써?
[이호재, 13층 : 나도 이번에 정보를 조금 알아 왔는데.]키리키리에게서 들은 정보.
두 번째,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단서를 김민혁에게 전해 주었다.
[김민혁, 30층 : 이거 왜 이렇게 짧아? 너 다른 정보들부터 다 알아보고, 남은 자투리 할당량으로 알아본 거지, 이거?]쳇, 이래서 눈치 빠른 놈은 싫다니까.
[김민혁, 30층 : 아무튼 새로운 단서네. 계속 알아볼게. 아, 이벤트에 대해 알아낸 정보는 커뮤니티에 공시해 두었으니까 확인해라.]그걸 벌써 공개했다고?
조금 더 정보를 모은 뒤에 공개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꺼내 손과 팔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 내고 5번 방을 나섰다.
5번 방과 6번 방 사이의 복도에 주저앉아, 커뮤니티를 보며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하였다.
우선 인벤토리에서 넓적한 발열석과 머그컵을 꺼냈다.
머그컵에 우유를 붓고 초코 가루를 뿌렸다.
초딩 때, 학교에서 우유 급식이 나오면 이렇게 초코 가루를 뿌려 마셨었는데, 비슷한 맛이 날까 모르겠다.
머그컵을 발열석 위에 올려, 우유를 따듯하게 데웠다.
마지막으로 인벤토리에서 건빵 봉지를 꺼냈다.
그동안은 육포만 먹으면서도 잘 지냈지만, 12층에서의 기억 때문인지 맛있는 것이 먹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디가 해 주었던 음식들을 내가 재현해 낼 수는 없었다.
내가 그런 요리를 만들어 내려면, 재료가 아니라 관련 스킬이 필요할 거다.
그렇다고 맛없는 보존식품만 먹기는 또 싫다.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이 이런 것이다.
내가 음식을 망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요리.
이걸 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우유에 가루를 뿌리고, 발열석으로 우유를 데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다음번에 이디를 소환하면 진지하게 요리를 배워 둬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우유를 홀짝였다.
생각보다 달지는 않았지만, 마실 만하다.
건빵 봉지를 뜯으며, 커뮤니티를 열었다.
[공지// 새로운 통합 이벤트 ‘경합’에 대한 정보입니다.]이벤트 이름이 경합인 모양이다.
공지에는 지금까지 자경단이 경합에 대해 알아낸 정보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개최 일시는 5회 차가 지나기 이전.
참가자는 도전자 전원.
불참이 가능.
기권이 가능.
경합의 우승자를 위한 포상이 존재.
포상은 일종의 스킬로 추정됨.
경합의 룰에 대한 정보는 아직 입수되지 않음.
자경단원들이 관리자를 통해 얻어 낸 정보들이다.
정보의 할당량 문제로, 약간의 제약이 붙어 있거나 짧게 축약된 정보들이었다.
그래도 필요한 정보는 거의 다 모았네.
경합의 룰만 알아내면 된다.
아마 이번 회 차가 지나기 전에 룰에 대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 차 안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만한 자경대원들이 제법 남았으니.
커뮤니티는 경합에 대한 이야기로 북적였다.
경합에 대한 걱정들도 있었지만, 불참과 기권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자경단이 처리해 줄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제법 긍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다.
첫 번째 대화합의 날이 열리기 전의 커뮤니티 상황과 비슷하다.
모두들 소풍을 앞둔 아이들처럼 신나서 떠들고 있다.
그때, 커뮤니티에 한 가지 정보가 새로 올라왔다.
자경대원이 아닌, 도전자가 알아낸 정보였다.
[이천희 : 경합의 룰은 개인전 혹은 단체전 형식의 결투라고 함. 방금 관리자한테 들었음.]커뮤니티가 다시 한 번 타올랐다.
아니, 이미 타오르고 있었지만, 더 격렬하게 타올랐다.
곧 경합의 포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돌아갔고, 그다음은 과연 누가 경합의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예상으로 떡밥이 바뀌었다.
물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은 내 이름이었다.
하드 난이도의 다른 랭커들의 이름도 많이 거론되었다.
아무리 헬 난이도라도, 12층 플레이어인 내가 하드 난이도의 고층 플레이어보다 약할 거라는 주장이 제법 있었다.
‘니가 맞니, 내가 맞니’ 하며 다투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심경이 조금 복잡해졌다.
아니 왜 저렇게 나를 띄워 주거나 깎아내리면서까지 말씨름을 하는 거야.
정작 나와는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저러고 있다.
어휴.
당연히 내가 우승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