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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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3층 (5)
[20번 방]“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25번 방 정도겠지.]25번 방이라고?
그것보다는 높게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 공간에 제법 익숙해지기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 또한 적지 않다.
[26번 방부터는 수준이 다를 것이다.]“공간의 제약이? 아니면 수도승의 수준이?”
[후자다. 만약 26번 방을 극복해 낸다면, 29번 방까지는 갈 수 있겠지.]“30번 방은 또 뭐가 문젠데.”
[공간의 제약.]어휴.
이 더러운 난이도.
새삼스럽게 짜증이 난다.
이놈의 헬 난이도는 ‘적당히’라는 말을 모른다.
혼자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도승이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려 하는가?]“그래야지. 갈 길이 머니까.”
[우선은 자네가 만들어 준 통조림 수프가 매우 맛있었다는 말부터 해야겠군.]그거 다행이네.
속으로 맛없어할까 봐 걱정했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말 또한 전하고 싶군.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15번 방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였다.
이대로 회차가 끝난다 해도, 클리어 판정을 받고 14층 대기실로 이동될 것이다.
13층을 재도전할 기회는 없다.
만약 재도전이 가능하더라도, 그래서 이 수도승을 다시 만나더라도, 수도승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나를 만난 적이 없을 테니.
“그럼 간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새 정이라도 든 걸까?
그런 걱정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불안해져,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하게 방을 나서 문을 닫아 버렸다.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당연하지.
수도승은 25층, 혹은 30층이 한계라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봐야 아는 거지.
언제는 승산이 넘쳐서, 내가 여기까지 올라왔나.
* * *
[24번 방] [도전자여, 아직 창의 간격에 익숙하지 않더군. 창의 이점을 버리고, 몸을 던져 쌍방의 피해를 강요하는 건,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때는 왼발이 습관적으로 먼저 나오더군.]24번 방을 나서려는데, 등 뒤에서 수도승이 그렇게 말했다.
귀중한 조언이다.
너무 귀중해서 난처할 정도다.
잠시 답례가 될 만한 말을 떠올리다, 생각을 도로 흩어 버렸다.
“고맙다.”
[으허허허, 별말씀을.]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당연하지.
이제 굳이 안 물어봐도 된다.
승산이야 어찌 됐건 나는 33번 방까지 진행할 거니까.
25번 방을 향해 복도를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여러가지 고민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중요한 문제들이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머릿속에 고민을 넣어 둘 때가 아니다.
앞선 방에서 만났던 수도승들은 하나같이 25번 방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25번 방의 수도승을 상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잡념을 몰아내고, 감각을 고조시켰다.
내 감각이 충분히 예리해졌다고 확신이 들었을 때, 25번 방의 나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게, 도전자여.]안으로 들어서는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수도승을 면밀히 살폈다.
외견상 앞선 수도승들과 별 차이가 보이지는 않았다.
“바로 시작할까?”
[바로? 음, 그래도 괜찮겠군. 도전자여, 그대는 이 공간에 제법 익숙해 보이는군.]“20번 방부터 계속되었으니,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
[으허허, 보통은 그렇게 빨리 적응하지 못한다네. 그리고 제약이 사라지는 복도를 거쳐 방에 들어오면, 다시 처음부터 적응을 해야 하는 둔한 이들도 있지.]“얼마나 둔하면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방에 들어올 때마다 계속 적응을 다시 해야 하는 건가?”
[그렇지, 사실 대부분의 도전자들이 그러하다네.]다른 도전자들이라.
튜토리얼 헬 난이도의 13층 스테이지가 아닌, 뭐시기 대륙 서쪽에 있는 결투의 신을 모시는 사원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문득 이곳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들은 어떤 역사와 기억을 가졌는지, 도전자들은 이곳에 무엇을 위해 오는 것인지, 또 무엇을 얻고 가는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입을 열려던 찰나, 생각이 바뀌었다.
다시 입을 다물고 나 자신에게 물었다.
정말 궁금한가?
방에 들어오기 전, 수도승과의 대결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저 수도승과 대화를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음? 괜찮은가? 도전자여, 안색이 안 좋군.]내 이성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해서 위화감이 느껴졌던 내 이상 행동의 이유는 단지, 내가 너무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느닷없이 마주하게 된 나 자신의 나약함에 암담해졌다.
내가 정신적으로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외로움을 타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키리키리나 이디, 김민혁이나 박종식처럼 나와 이야기하고 웃어 주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로움 때문에 적에게서 관심과 유대감을 얻고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적에게 생각 없이 풀어진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수도승들이 도전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면.
과연 이 25번 방에 도달하기까지, 나는 몇 번을 죽었을까.
기억을 되살리자, 내가 죽을 뻔했던, 죽었어야 마땅한 위기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비명을 지르고만 싶은 기분이다.
[도전자여, 괜찮은가?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게나.]수도승의 말대로 자리에 앉는 대신, 외날 검을 뽑아 들었다.
저 수도승을 앞에 두고, 이 혼란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먼저 승부를 보고, 이야기를 하든 생각을 정리하든 해야겠어.”
[으허허,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그럼, 그러세나.] [모험의 신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느림의 신이 당신을 지켜봅니다.]어김없이 나타나는 모험의 신과 느림의 신의 반응.
나타날 줄 알았다.
예전에는 모험의 신과 느림의 신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 신이 원하는 것이 전혀 상반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과연 미래에 나는 어느 신이 좋아할 만한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은 나도 모르겠다.
우선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고, 나중에 생각할 테니.
[영혼 착취]* * *
팡!
이런 미친.
이전에 만났던 수도승들이 왜 25번 방이 어렵다, 어렵다 노래를 불렀는지 이제야 알겠다.
수도승이 차분히 합장을 하고 있던 손을 움직여, 허공에 정권을 내질렀다.
그리고,
쾅!
마력에 의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려 충격파를 피해 냈다.
장풍이냐?
저거 장풍이냐?
충격파는 경로에 있던 벽에 부딪혀, 다시 한번 굉음을 만들어 냈다.
벽에서 우수수 돌조각들이 쏟아져 내린다.
저대로 벽이 무너져, 이 공간이 매몰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정통으로 얻어맞는다면 한방에 골로 갈 만한 위력이다.
잘못 맞으면 그 자리에서 즉사할지도 모르겠다.
저걸 쿨타임도 없이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펑펑 쏴 대고 있다.
충격파를 점멸로 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점멸을 다 사용한 뒤에 그대로 노출될 뿐.
점멸은 공격용으로 쓰고, 충격파는 움직임으로만 피해 내자.
수도승이 다시 한 번 정권을 내지르기 위해 자세를 잡는 것을 보고, 몸을 움직였다.
속도전으로 가자.
팡!
날아오는 장풍을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해 냈다.
그대로 속도를 높이며 수도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달렸다.
시야가 마비되어, 마력의 감지에만 의존해야 하는 공간이다.
어디 수도승의 인지력이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지 시험해 보자.
속도가 높아지자,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의 가속 효과가 적용된다.
이제 너무 높아진 속도 때문에, 좁은 방 안에서 원을 그리며 돌기 어려워진다.
팡!
다시 한 번, 발사되는 장풍.
나름 내 움직임을 예측해 쏘아 본 모양이지만, 충격파는 내 뒤를 지나갈 뿐이었다.
발을 굴러, 몸을 띄웠다.
정면 벽에 발을 딛고 90도로 착지했다.
이 정도의 속도를 받고 있다면, 잠시 동안 90도로 벽면에 붙어 있을 수 있다.
다리와 허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근육의 힘과 마력을 모두 쥐어짜야 한다.
용수철이 튕겨 나듯 몸을 팽창시키며 벽을 박찼다.
그리고 하나의 화살이 쏘아지듯, 수도승을 향해 날아갔다.
수도승은 내 속도를 완전히 쫓아오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반응을 해내었다.
내가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팔을 들어 가드를 취한 것이다.
쾅!
내가 휘두른 외날 검과 수도승의 팔뚝이 충돌했다.
마력과 마력의 충돌이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몸이 충격파에 밀려 날아갔다.
젠장.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외날 검을 들어 수도승을 겨누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승들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안일하게 그리고 무방비해져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언제나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았고, 그래야만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수도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달리다가 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벽을 박차고, 똑같은 경로로 수도승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도승은 같은 자세로 내 공격을 막으려 했다.
두 번째로 시도되는 공격이어서인지, 수도승의 자세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전투 집중]마력을 끌어올려 시각을 대신해야 하는 이 공간에서, 전투 집중은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이번에 유효타를 만들어 내야 한다.
타임 스톱에 가까운 수준으로 느려진 세상 속에서 천천히, 아주 느리게 수도승을 향해 날아갔다.
그동안 내 자세를 점검할 수 있었다.
공중에 뜬 상태로 쏘아지듯 날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검을 휘두르는 내 자세는 무너져 있다.
전투 집중을 유지하며, 아주 미세하게나마 내 자세를 교정했다.
그리고 내 검과 수도승의 팔뚝이 충돌하는 순간.
충격파가 발생하는 순간에 집중했다.
찰나의 찰나에 가까운 한순간.
전투 집중을 사용해, 강제로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지금이라면, 그 한순간을 잡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콰앙!
검과 수도승의 팔뚝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점멸은 두 번 연달아 사용하며, 수도승의 뒤로 이동했다.
점멸 스킬은 단순한 굉장히 빠른 이동기가 아니다.
이 스킬의 묘미는 이동 직후, 모든 운동 에너지를 제로로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점멸을 통해 수도승의 뒤를 잡고 있는 지금, 나는 충돌의 여파를 무로 돌리고, 제약 없이 수도승의 등을 공격할 수 있다.
반면에 수도승은 충돌의 여파를 그대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단거리로 내찔러진 수도가 수도승의 등가죽을 찢어 놓았다.
가능하다면 그대로 수도승의 몸을 꿰뚫을 생각으로 내찌른 수도였지만, 고작 피부를 찢는 데 그쳤다.
수도승은 전면에서 발생한 충격과 후방의 찌르기를 피하고자 몸을 급히 뒤튼 탓에 중심을 잃어버렸다.
그 와중에 후방으로 이동한 내 공격을 감지하고, 몸을 뒤틀다니.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 거야.
수도승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바닥을 구르며 날아갔다.
그렇게 바닥을 구르던 수도승은 벽에 부딪힌 이후에야 멈춰섰다.
놀랍게도, 수도승은 별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일어섰다.
등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처음 25번 방에 들어와 마주했던 모습과 비교해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자신의 몸을 관조하듯 잠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던 수도승이 입을 열었다.
[독인가?]“그래, 독이지. 그대로 두면 5분 이내에 사망할 만한 맹독이다. 아, 너라면 죽진 않을 수도 있겠네. 하지만 전투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으허허허, 재미있군. 이런 대결은 처음이다. 시간 내에 그대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패배한다. 하지만 실속 없이 급하게 움직이기만 한다면 독이 더 빨리 퍼지겠지.]“그래.”
[으허허허. 이거 참, 즐겁군.]“다른 수도승들도 다 그렇게 말했지.”
다시 한 번 으허허허 웃어 버리는 수도승을 보면서 생각했다.
20번 방에서 만난 수도승은 25번 방이 고비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25번 방을 넘어선다면, 30번 방이 다음 고비가 될 것이라 하였다.
앞으로 5분 동안 버티는 것이 가능하다면, 최소한 29번 방까지는 문제없겠군.
[그럼!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시작하지! 이제는 내가 공격을 해야겠군, 으허허!]방 안이 쩌렁쩌렁 울리는 커다란 목소리로 껄껄 웃으며 달려드는 수도승을 바라보며 자세를 바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