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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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층 (1)
튜토리얼 스테이지.
헬 난이도, 1층.
아무것도 없는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느리게.
굼벵이처럼 몸을 최대한 말고 방패를 앞으로 내민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야.
[1회 차, 1일. 1시 26분]출발한 지 5분쯤 지났을 때, ‘이제 뭔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보폭을 반걸음으로 줄였다.
15분쯤 지났을 때, ‘이제는 정말로 뭔가 나올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폭을 반걸음 더 줄였다.
30분쯤 지났을 때, ‘이제는 나온다, 정말 뭔가 나온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의 발을 끌 듯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여태껏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지금 뻘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까부터 저 친절한 메시지, 시간을 알려 주는 저 메시지가 거슬린다.
혹시 나는 귀중한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이거 혹시 타임 어택 방식인가?
마음속에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몸도 지쳐 가고 있다.
양팔에 든 방패와 칼 때문에 팔뚝과 어깨가 뻐근하다.
등과 허리도, 팔과 어깨도 덜덜 떨리고 있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근육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땀이 줄줄 흐르고, 입에서는 단내가 풀풀 난다.
젠장, 방패와 칼을 어깨높이로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법 힘이 든다. 거기에 무릎을 굽히고 허리도 조금 숙이고 어깨와 목도 좁혀, 최대한 방패 밖으로 삐져나오는 면적을 줄였다.
이런 자세로 계속 걸어가고 있으니 딱 죽을 맛이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쉬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허리를 펴고, 아니 어디 주저앉아서 잠시라도 쉴까?
아니다. 아직 나에겐 아무런 정보가 없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경계를 계속하자.
안일한 마음을 먹을 때가 아니다.
긴장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도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처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힘들지만…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보자.
마음을 다잡고, 거북이처럼 느린 전진을 계속했다.
그때.
[전투 집중 Lv.1을 획득하였습니다.] [의지 Lv.1을 획득하였습니다.]“어?”
무심코 입 밖으로 흘러나온 얼빠진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멈추지 말고 움직이자고 다짐했지만, 우선 새로 나타난 저 메시지에 대해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허리를 펴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스테이터스.’
[이호재(인간)]힘 : 10
민첩 : 13
체력 : 11
마력 : 21
스킬 : 전투 집중 Lv.1 의지 Lv.1
…스킬이 생긴 거구나.
[전투 집중(Lv.1)]설명 : 전투 시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더 오랜 시간 집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의지(Lv.1)]설명 : 의지력을 향상시킵니다.
둘 다 패시브 스킬이다.
그리고 전투 집중과 의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스킬들이다.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스킬이 생성되는 방식 같다.
무심코 스킬은 레벨 업이나 아이템 습득 등의 방식으로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틀린 생각이었다.
내 생각이 옳다면 스킬을 얻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그리고 다양한 행동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자.
최민식, 조경민, 박수아 세 사람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까?
세 사람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집중하자.
다시 몸을 웅크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천천히.
* * *
갑작스럽게 나타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달팽이 같은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한 지 한 시간째, 드디어 그 위험이 찾아왔다.
위험에 대처할 수 있었던 건, 긴장을 늦추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왼팔에 방패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팅!
어둠 속에서 날아온 화살이 방패 위에 꽂혔다.
화살이 날아와 방패에 꽂히면서 왼팔에 둔중한 충격을 주고 튕겨나갈 때까지, 나는 화살이 날아왔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팅!
다시 한 번 화살이 방패 위에 꽂혔다.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그때, 눈앞에 은빛 섬광이 번뜩였다.
반사적으로 방패를 머리 위까지 치켜들었다.
텅!
간발의 차이였다.
후우…….
첫 두 발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마지막은 분명 보고 피하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
픽!
어? 한 발이 더…….
푹!
“끄으아아아악!”
마지막을 날아온 화살은 내 발목을 꿰뚫었다.
화살대의 반 이상이 발목을 뚫고 나와 있었다.
아파, 아파!
“아아아으…….”
순간 흔들렸던 시야에 보이는 건 내 오른쪽 발목을 꿰뚫고 있는 화살이었다.
화살대의 반 이상이 발목을 뚫고 나와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고통에 괴로움에 버둥거렸지만, 고통은 없어지지 않았다.
발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고, 내 볼까지 흘러와 묻었다.
붉은 피를 보니, 고통에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신기하게도 머리가 돌아갔다.
대기실이다!
대기실로 돌아가야 한다!
고통 속에서 내 뇌가 생각해 낸 결론에 따라 나는 그대로 대기실로, 내가 왔던 길을 따라 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한쪽 발로 일어서 보려 했지만, 제대로 중심조차 잡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으아악! 시!발!
넘어지면서 화살이 바닥에 닿았는지, 다시 한 번 고통이 밀려왔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결국 엎드린 그대로 손에 들린 칼을 암벽 등반할 때 쓰는 바일처럼 바닥을 찍으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오른쪽 발을 못 쓰는 상태로 두 손과 한쪽 다리만을 가지고 돌바닥을 기어가니 근육이 비명을 질러 댔다.
고통스럽다고, 괴롭다고.
그 와중에 화살에 박힌 발목도 덩달아 비명을 질러 댔다.
내가 제일 아프다고!
[고통 내성 Lv.1을 획득하였습니다.]장장 한 시간에 걸쳐 걸어온 길이다.
다리병신이 돼서 도마뱀처럼 기어가니,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통에 미쳐서 필사적으로 미친 듯이 기어가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허억, 허억, 흐어억.”
고통은 이제 예리한 날에 베이고 찔린 듯한 통증에서 압축기에 눌려 짜이는 듯한 통증으로 변했다.
아드레날린인지 뭔지가 분비됐는지 머리는 이제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계속 앞으로 기어가면서도 몸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화살에 꿰뚫린 다리는 완전히 마비됐는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보려고 했지만 미동조차 안 했다. 아니, 미동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 안 느껴지니까.
[고통 내성 Lv.2를 획득하였습니다.] [출혈 내성 Lv.1을 획득하였습니다.]시발! 내성은 무슨. 조또 아무런 효과도 없다.
양팔과 어깨, 멀쩡한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있었다.
“하악, 흐허, 흐어어억.”
폐는 운동을 중단하고 공기를 내놓으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귀에선 ‘삐-’ 하는 이명이 들렸다.
열이 올라 터질 듯 뜨거웠던 머리에선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땀을 훔치며 팔을 볼에 대어 보니 볼은 여전히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그럼 뜨거운 볼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그 순간 어지럼증이 느껴지더니, 시야가 어두워졌다.
머릿속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게임 같이 생각하자고? 이런 미친 새끼!
이 통증은, 감각은 진짜다!
죽음도 진짜일 것이다.
더 이상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눈 위를 눌러 보고, 다시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감각에 의지해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다행히 통로는 일직선이다.
이제 팔다리에서 느껴지는 돌바닥의 감촉을 제외하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만이 느껴진다.
여기까지 기어 오면서 눈물은 모두 흘러내려 다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죽음에 임박하니 다시 눈물이 흐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계속 팔다리를 놀렸다.
여기서 이렇게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다. 죽기 싫다. 죽더라도 이렇게 죽는 건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기어가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지금 어디쯤 있을까?
아니 내가 지금 기어가고 있긴 한 걸까?
수마와 같은 몽롱함이 머리에 가득 찼다.
몸의 감각은 완전히 무뎌졌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쾌감 중 가장 강한 것이, 죽기 직전에 느끼는 감각이란다.
그래서 가끔 자기 목을 조르거나 해서 그 느낌을 계속 느끼려다가 진짜로 뒈지는 변태들이 있다고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근데 시발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 몽롱함에 몸을 맡기고 싶다. 힘들게 발악하지 말고, 이대로 편해지고 싶다.
이대로 끝나는 걸까?
잠깐의 방심 때문에?
아니다. 난 방심하지 않았다. 주위를 경계하면서 천천히…….
단지 내 능력으론 인지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공격이었다.
방패가 없었으면 처음 날아온 화살에 심장이 꿰여 즉사했겠지.
도대체 왜…….
부우웅-
[1층 대기실로 입장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