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1
x 81
튜토리얼 13층 (9)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 말기라는 선고를 들은 기분이다.
느닷없이 왜?
내가 죽어 가고 있다고?
[그렇다네. 이 공간의 효과에 더해, 자네 스스로 극한까지 집중력을 끌어올렸던 모양이더군. 자네의 몸이… 정확히는 뇌가 버티지 못했다네.]정확히 어떤 상태인데?
[눈, 코, 입, 귀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다네.]…다른 구멍은?
[다행히도 무사하다네.]피똥까지 싸고 있는 건 아니구나.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20분 정도. 무리하지 않고, 도전을 포기하고 방을 나가는 것 또한 방법이다. 그대는 이미 첫 번째 시련에서 충분한 자격을 보였다. 밖으로 나가, 포션을 마시고 정양한다면 큰 무리 없이 완쾌할 수 있다.]하지만 그렇다면 이 마지막 방은…….
[물론 두 번째 시련은 실패다.]그럼 답은 정해져 있구만.
빨리 시작하자.
[속으로 여섯을 세 보게. 그에 맞춰 시작하겠네.]하나.
머리를 굴리자.
시간이 없다.
여전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무감의 세계에서, 과연 10분을 버틸 수 있을까?
주지의 공격을 보지도 못하고, 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보장 또한 없다.
마력을 조금 남겨 두긴 하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적은 양이다.
마력 회로를 통해 마력을 증폭시킬 시간도 없다.
혹 시간이 있다 하여도, 전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양의 마력을 만들어 내기엔 너무 적은 마력이다.
둘.
잠시 잠깐, 내 몸을 한 번 훑어보는 것 정도만 가능한 양의 마력이다.
없는 마력을 아쉬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관건은 이 극소량의 마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
전투의 흐름을 짚어, 결정적인 순간 사용하는 것은 무리다.
단 한 번의 수로, 10분을 버텨 내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 단 한 번의 수로 주지를 제압하는 것.
무리다.
셋.
전력의 차는 명확하다.
33번 방에 들어서자마자 알아차렸다.
주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줄곧 자신의 힘을 내게 드러내었다.
그래서 확실히 알고 있다.
저 주지는 헬 난이도 13층에 등장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의 강자다.
여태껏 쉽게 이겨 왔던 다른 적들과 비교하려 한다면, 충분히 논외라고 불릴 존재.
그를 단숨에 제압하는 건 불가능.
피하고, 맞으면서 버텨 내야 한다.
안 그래도 죽어 가고 있는 육체지만,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에는 충분히 자신이 있다.
어떻게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넷.
첫 번째 시련 도중에 겪었던 경험이 떠오른다.
소량의 마력을 퍼트려 13층 스테이지 전역을 감지해 냈었다.
그때와 비슷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스테이지 전역을 감지하는 대신, 나와 주지의 움직임에 집중한다면.
가능하다.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어떻게?
당시의 조건을 생각해 보자.
시련의 효과로, 내 사고력과 집중력이 증폭되었다.
그리고 절박함.
절박함이라.
나는 마력을 퍼트리면서, 세상 그 무엇보다 절박하고 간절했다.
끝없는 수렁에 빠져들어 가는 듯한 절망 속에서, 나는 세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존재함을 다시 인지하고 싶었다.
두 가지 조건.
시련의 효과는 사라졌지만, 인위적으로 당시의 조건을 조성해 보자.
다섯.
[전투 집중]전투 집중에 의해 사고가 가속된다.
역시, 첫 번째 시련에서 겪었던 것은 사고 가속에 의해 느려진 세계였다.
전투 집중에 의해 조성된 느려진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차이는 있다.
정도의 차이다.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더, 더 집중해야 한다.
전투 집중은 본래 패시브 스킬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수준 이상의 집중에 성공해 낸 이후, 액티브 기능이 생겼을 뿐이다.
더 집중해야 한다.
무감의 세계에서 겪었던 첫 번째 시련의 기억들이 도움이 되었다.
당시의 감각을 재현하려 노력했다.
주지는 내 몸이 과도한 사고와 집중의 여파로 죽어 가고 있다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집중력을 더 극한으로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겠지.
이미 한계치에 내몰린 내 뇌를 혹사시키는 것이다.
주저 없이, 이 방법을 택한 데에는 믿는 구석이 한 가지 있었다.
[불굴]나의 상태와 적의 힘에 비례해 전투 능력을 상승시켜 주는, 모험의 신이 내린 권능 스킬.
향상되는 전투 능력에 집중력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몸의 내구력 또한 향상된다.
버틸 수 있다.
확고한 확신은 없지만, 버텨야만 한다.
여섯.
[영혼 착취]몸속에 조금 남아 있는 마력을 움직였다.
눈과 귀에 마력을 집중해, 주지를 감지하는 건 안 된다.
마력 소모가 너무 크다.
그리고 오랜 시간 눈과 귀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주지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할 것이다.
마력을 퍼트리는 것 또한 안 된다.
대신에 마력의 일부를 머리로 보냈다.
사고를 더더욱 가속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마력은 그대로 품고 있었다.
그대로 차분히 기다렸다.
내 집중력은 최대한으로 가속되어 있다.
조급해하지 않고, 집중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기다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것은 의지였다.
나를 공격하고자 하는 의지.
정확히는 의지가 담긴 마력이었다.
그것이 느껴졌다.
도박은 성공이었다.
몸속에 품어 둔 마력은 외부의 이상을 어렴풋이 감지해 냈다.
이번에 새로 얻은 기감 스킬이 없었더라면,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했더라면, 저 공격을 감지해 내지 못한 채, 그대로 당해야만 했을 것이다.
마치 동쪽에서 떠오른 태양이 하루에 걸쳐 서쪽 너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공격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것을 관찰하자, 곧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주지의 정권 공격이다.
오른손을 이용해 내 심장 부위를 노리고 있다.
13층에서 만난 모든 수도승들은 동일한 자세의 무술을 사용하며, 동일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주지의 공격이 정확히 어느 곳을 노리고 있는지 확신할 수 있다.
몸을 움직여, 공격을 막아냈다.
확신은 없다.
과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내 몸은 내 의지대로 움직였을까?
그래서, 주지의 공격을 막아내었을까?
확신이 없다.
어쩌면, 나는 그림처럼 깔끔하게 공격을 막아내었을 수도, 공격에 당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을 수도 있다.
빈사 상태가 되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마력을 사용해 내 몸 상태를 확인하진 않았다.
그저 내가 잘 막아내었을 거라, 믿고 다음 동작을 준비했다.
* * *
다섯 번째 공격을 막아냈다.
시간상 1~2분 정도는 지나지 않았을까 싶다.
기묘한 것은, 어떻게든 내가 잘 막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의 공격에 당하기 직전, 공격 경로를 알아내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내 신체를 느끼지도 못하고, 움직인다는 확신도 없다.
생각보다 주지가 약하다.
아니, 걱정했던 것만큼 압도적으로 강하지는 않다.
여유가 생겼다.
다음 공격을 기다리며, 방어 외에 사고를 집중할 여유가 생겼다.
내가 공격을 막아내기에 앞서, 감지해 내고, 느끼는 것은 의지이다.
주지의 공격에 실린 마력.
그리고 그 마력에 실린 의지.
그것이 느껴지고 있다.
저 의지가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 시련이 가졌던 조건을 다시 떠올렸다.
극한의 집중과 절박함.
극한의 집중력은 이미 발휘하고 있다.
수명을 실시간으로 깎아먹으며.
그렇다면, 절박함은?
나는 지금 누구보다 절박하다.
장님에 귀머거리가 되어, 불확실한 육감… 아니 기감만으로 공격을 막으며 버티고 있다.
무엇이 다른 걸까?
마력이다.
주지의 마력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의지와 마력이 별개로 존재하면 안 된다.
첫 번째 시련에서, 내가 절박함을 담아 마력을 퍼트렸듯, 마력에 의지를 담아내야 한다.
그때의 감각을, 기억을 되살렸다.
그때 마력을 퍼뜨렸을 때와 같은 느낌으로, 마력을…….
그리고 그 순간.
새로운 눈이 떠졌다.
[기감 Lv.6을 획득하였습니다.] [기감 강화 Lv.1을 획득하였습니다.] [기감 증폭 Lv.1을 획득하였습니다.]순간, 33번 방의 전광과 주지의 모습이 보였다.
눈의 시야에 보였다는 뜻은 아니다.
기감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주지는 다음 공격을 위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극도로 향상된 집중의 효과로, 주지는 나무늘보보다도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반격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 다소 무방비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방심에는 매가 특효약이지.
[탈라리아의 날개] [철벽] [점멸]필살의 몸통 박치기 콤보다!
죽어라, 주지!
* * *
[‘죽어라, 주지!’라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미안… 죄송합니다.
주지는 그렇게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뭐, 진짜로 죽을 뻔하긴 했군, 그래. 내장도 제법 상했고… 어깨 뼈에 금도 갔구먼. 시련은 이것으로 끝일세, 시간이 다 되었네. 다행이구먼.]주지의 말 뒤에, 더 했다간 자네가 죽을 테니, 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순간적인 흥분으로, 점멸-몸통 박치기를 날려 버렸지만, 결과적으로 악수였다.
주지가 불시에 얻어맞은 공격에 받은 피해만큼이나, 내가 받은 피해 또한 컸다.
철벽과 탈라리아의 날개를 이용해 몸을 최대한 보호했으나, 내 몸이 이미 만신창이였다는 걸 순간 간과했다.
주지에게 큰 피해를 입혀, 10분 동안 버티는 것이 한층 수월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만.
불굴 스킬이 없었더라면, 내 공격에 의한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자멸했을 거다.
반성하자.
흥분하지 말자. 흥분하지 말자. 흥분하지 말자. 흥분하지 말자.
자, 반성 끝.
[축하합니다. 당신은 최초로 13층 스테이지를 완벽히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을 받으십시오.] [튜토리얼, 헬 난이도 13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과 부상이 회복됩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이 다수 존재합니다. 8,5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이 다수 존재합니다. 7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플레이 기록을 바탕으로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모험의 신이 추가 보상을 대신해, 자신의 권능 중 일부를 선물하고자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클리어 직후,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자마자, 마력을 넓게 퍼트렸다.
어휴, 살겠네.
마력을 있는 대로 내뿜으며, 주위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내 몸도.
…얼굴이 피투성이다.
회복된 이후에도, 얼굴에 묻은 피는 그대로 남았다.
나중에 닦아 내야지.
조금 전처럼, 기감이 열린 상태와는 조금 달랐다.
역시,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집중력과 의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았으니, 앞으로 꾸준히 연습해 보자.
그보다, 음…….
못 보던 메시지가 있다.
스테이지를 완벽히 클리어했으니, 보상을 받으라는 메시지.
처음 보는 메시지다.
13층처럼, 클리어 조건을 뛰어넘는 난관이 준비되어 있는 스테이지에서 그 난관을 클리어하면 나타나는 메시지인 모양이다.
설계 오류에 해당하는 정복 클리어와는 달리, 완벽 클리어는 그냥 진 엔딩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그리고… 모험의 신이 추가 보상을 선물한다고?
모험의 신은 이미 한 번 권능을 선물했는데?
우선은 수락.
[탈라리아의 날개 Lv.Max를 획득하였습니다.]뭐여, 이게.
[탈라리아의 날개 (Lv.Max)]설명 : 시간에 쫓겨 급조했던 권능의 파편을 모험의 신 자신이 재창조하였다.
어딘지 부족했던 부분들이 보완되고,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스킬을 재창조하며, 제작자인 모험의 신은 칭호 ‘푼수’를 얻었다.
뭐여, 이게.
탈라리아의 날개를 다시 선물한 건가?
키리키리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해야겠다.
그럼 이제는…….
주지, 나에게 줄 게 있지 않아?
[물론이지. 우선은 첫 번째 시련의 보상으로 약속했던 기술 말인데…….]마력에 의지를 담아, 상대에게 전하는 거지?
[그렇다네.]지금 당장 내가 쓰긴 어렵겠네.
[우선은 내 요령을 알려 주겠네. 기술에 대해서는 그대 스스로 깨친 모양이니.]그 후로 십여 분에 걸쳐, 주지의 요령을 배웠다.
역시 어려운 기술이다.
써먹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다음은 이 33번 방의 시련을 모두 통과한 도전자를 위한 보상이네. 이 영단이지. 영구적으로 신체를 강화하고, 마력 양을 늘려 준다네. 한 가지 대가를 약속한다면, 이것보다 조금 더 좋은 영단을 내주지.]대가?
뭔데, 말해 봐.
[시련을 시작하기 전, 자네가 먹었던 약들 말일세.]아, 똥 안 나오는 약.
[그 약들을 조금 받을 수 없겠나? 대신에 원래 보상으로 줘야 할 영단보다 훨씬 좋은 영단으로 내주겠네.]내가 가지고 있는 약은 총 여섯 개였다.
상점창에서도 구할 수 없는, 영구적인 스탯 증가 효과가 있는 영단에 비할 만한 물건은 아니었기에, 미련 없이 내주었다.
[앞으로 6년은 무탈하겠군.]그게 무슨 말이야?
[매년 선정된 수도승이, 자네가 치뤘던 첫 번째 시련에 도전하는 행사가 있다네.]매년 똥을 지리는 모양이군.
[…그렇다네.]약을 좀 더 많이 사 둘걸.
크흠, 헛기침을 하며 영단을 내게 넘겨주려던 주지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뭐야, 왜 그래. 갑자기 주기 아까워진 거 아니지?
[음… 이런 일은 또 처음이군. 결투의 신께서 최고 등급의 영단을 내주라 하셨네.]결투의 신이?
사실 그 양반하고는 사이가 좀 껄끄러운 편인데.
주지가 건네준 영단을 우선 인벤토리에 넣으며 생각했다.
이건 뭐, 화해의 제스처라고 보면 되려나?
[느림의 신이 만족합니다.] [모험의 신이 누군가를 비웃습니다.] [결투의 신이 자신을 놀리는 누군가에게 화를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