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4
x 84
튜토리얼 14층, 대기실 (1)
[14층 대기실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15회차, 30일. 4시 15분]키리키리에게 인사하고 대기실로 이동하자, 언제나 그렇듯이 허전함이 느껴졌다.
가능하면 들판에서 잠도 더 오래 자고, 키리키리와 이것저것 먹으면서 얘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일이 너무 많다.
최소한 경합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동안 얻은 것들을 확인해 봐야지.
우선은…….
[탈라리아의 날개]탈라이아의 날개를 소환해 보았다.
그저 수정 조각상처럼 보이던 탈라리아의 날개는 외형부터 크게 달라져 있었다.
우선은 정말로 날개 같아 보인다.
여전히 아름다운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조금 더 부드럽고 유연해 보인다고 할까?
그리고, 색상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초록색으로, 파란색으로, 보라색으로.
검은색과 하얀색은 물론, 투명한 빛을 띠기도 하였다.
날개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에, 잠시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분명 탈라이아의 날개는 시전자가 원하는 대로 색을 정할 수 있다고 했었다.
내가 아직 탈라리아의 날개의 색을 정하지 않아, 시시각각 색이 변하고 있는 모양이다.
굳이 한 가지 색을 정하기보다는 이대로 두는 것이 더 이쁠 것 같다.
와오.
날개의 색이 이렇게 변한 것만으로도 나는 대만족인데?
[모험의 신이 흐뭇해합니다.]이제 성능 쪽을 보자.
[일시적으로 비행 능력을 획득합니다.] [체력과 마력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전투 능력이 상승합니다.] [대마법 내성 스킬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주변의 적을 크게 위축시킵니다. 신성력에 약한 적들은 더 크게 위축됩니다.] [힘이 증가합니다.] [칭호 ‘푼수 신의 사도가 될지도 모르는 자’를 획득합니다.]워…….
워매…….
[느림 신이 상도덕이 없는 누군가를 보며 혀를 찹니다.]역시 장난이 아니다.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의 오버 밸런스 아닌가?
아무런 제약이나 소모되는 힘이 없다는 것이 놀랍다.
하물며 점멸의 보주 스킬마저도, 한 번에 5회 사용이라는 제약이 걸려 있다.
하지만 탈라리아의 날개는 24시간, 365일 꺼내 두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렇게나 굉장한 효과들을 몇 개씩이나 달고 있는데 말이다.
굉장히 이상한 이름의 칭호가 덤으로 딸려 왔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로또 맞은 기분이다.
최고다, 모험의 신!
난 모험의 신이 언젠가는 해낼 줄 알았어. 전부터 쭉 믿고 있었다니까?
역시 대기만성형의 참인재!
[모험의 신이 크게 우쭐거립니다.] [느림의 신이 누군가를 향해 베개를 집어던집니다.] [느림의 신이 누군가를 향해 나가라고 소리칩니다.]탈라리아의 날개가 가진 효능의 가짓수도 엄청나지만, 그보다는 각기 효능들이 가진 효과가 더 큰 관건이다.
과연 전투 능력이, 대마법 내성이 그리고 체력과 마법의 회복 속도가 얼마나 크게 향상되는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비행 능력도 확인해 보고! 젠장! 적이 없어서 위축 능력은 바로 시험해 보지 못한다.
이걸 다 확인해 보기 전에는 설레서 잠도 제대로 못 잘 것이다.
빨리 확인해 보자.
빨리.
* * *
상점창에서 구매한 식빵과 참치 캔, 양상추로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탈라리아의 날개가 가진 성능을 다시 점검하였다.
몇 시간에 걸친 성능 검증은 아주,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게 선물해 주었다.
모험의 신에게서 받은 권능 스킬인 불굴 스킬에는 이런 설명 문구가 있다.
전투 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스킬 레벨이 아직 1이기 때문에 소폭 상승이다.
하지만, 탈라리아의 날개는 Max 레벨을 가지고 있으며 능력의 상승 폭에 대한 설명도 없다.
몇 시간에 걸친 검증을 통해 알아낸 사실은, 상승률이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얼마나 스킬에 익숙한지에 따라, 그리고 내가 가진 역량에 따라 상승률이 변화한다.
다시 말해, 탈라리아의 날개에 붙은 버프 효과는 성장형이다.
내 본신의 기량에 비례한.
최고다.
입에 든 샌드위치를 꿀꺽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양손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어느 유명 축구 선수의 세레모니를 따라 해 보았다.
호우!
[모험의 신이 재밌어합니다.] [모험의 신이 행복해합니다.] [16회차, 0일. 0시 0분] [경합이 시작됩니다.] [입장하십시오.] [강제 소환까지 남은 시간 : 4분 59초]* * *
[튜토리얼, 이지 난이도 42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43층 대기실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15회차, 25일. 17시 30분]아슬아슬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업무를 볼 시간이 모자를 뻔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닷새 후면 경합이 열릴 테니, 그때까지 각자 쉬시면 되겠습니다.”
휴식을 취하라며 파티원을 해산시켰지만, 모두가 맘 편히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실의 구석으로 가, 인벤토리에서 책상과 의자, 서류 뭉치를 꺼냈다.
일할 시간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업무를 봐야 하는 자경단원들이 죽을상을 하고, 똑같이 책상과 의자를 꺼내 앉았다.
경합이 시작될 때까지 봐야 할 서류가 산더미다.
내가 원래 이렇게 성실한 인간이 아니었는데.
쯧.
“저… 단장님?”
“예. 왜 그러시죠?”
“차라도 한잔 타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나중에 제가 직접 타 마실게요.”
차가 필요하냐고 물은 것은 자경단 멤버이자 내 파티 멤버이기도 한 이유정이었다.
나보다 두 살 연상.
그리고 1회차 당시, 나와 같은 대기실에 있던 사람이며, 자경단 설립 이전부터 나와 함께해 준 사람이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언제나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다만, 내가 왜 다른 자경단 멤버들과 사적으로 가까운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안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굳이 이해시킬 생각은 없다.
이유정처럼 순수하게 맑은 사람은 흔치 않다.
그녀에게 구구절절이 왜 우리가 남들 앞에서 친하게 지내면 안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 않다.
서류를 읽기 시작하려는데, 옆에서 이유정이 무시할 수 없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노말 난이도 24층 플레이어, 김철민 씨가 사망했답니다.”
“다른 파티원은요?”
“모두 무사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릿속이 뒤엉킨다.
이럴 때는 하나씩 정리해야 한다.
우선은 김민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철민의 사망신고를, 그리고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를 부탁하기 위해.
[김민혁, 30층 : …죽을 것 같다.] [박정아, 42층 : 죽었다니까요?] [김민혁, 30층 : 아니, 내가 죽을 것 같다고.]언제나처럼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힘들다는 징징거림이었다.
편하게 거주 지역에서 업무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힘들다니, 누구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신경 써야 된다고, 스테이지 공략과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김민혁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다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였다.
“3조 서브 탱커가 누구였죠?”
“3조… 박수현입니다. 노멀 난이도 22층 플레이어입니다.”
“이번 회차… 아니, 경합이 끝나는 대로 박수현 씨에게 이드레안의 방패를 지급하도록 하죠. 한 단계 높은 방패를 지급하면 좋겠지만…….”
“여유 포인트가 모자랍니다.”
“그렇겠죠. 우선은 그걸로 버텨 보라고 합시다. 3조의 인원 충원은 한동안 어렵습니다.”
김철민은 스테이지 공략과 무관하게 결성된 자경단의 공격조 조원 중 한 명이었다.
그것도 3조의 메인 탱커를 맡고 있던.
자경단의 공격조의 설립 목적은 대화합의 날 같은 통합 이벤트에서 예기치 못한 소요 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사태를 진압하는 것이다.
물론 공격조의 조원들은 거주 지역에서, 혹은 대기실에서 그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파티 단위로, 혹은 개인으로서 나서야 한다.
소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늘 대비해 둬야 한다.
예기치 못한 문제가 눈앞에 들이닥쳤을 때, 대비가 된 사람과 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동은 크게 갈린다.
그 행동의 차이로 인해 생존과 미래가 뒤바뀌게 된다.
당장, 이 자경단과 나 자신이 그것을 증명한다.
지금 내가 살아서 이렇게 자경단의 업무를 보고 있는 이 현재는, 첫 번째 대화합의 날이 열렸을 때, 어떤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있던 한 사람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주저 없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때려눕혀서라도, 그들의 뜻을 꺾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각오를 해 두었던 사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끔, 충분한 힘을 미리 확보해 두었던 사람.
그의 은덕으로 나는 이렇게…….
갑자기 최근 대화합의 날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 사람을 대하는 내 태도 문제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편하게 대해 보라는 요구도 있었다.
그리고… 아… 으… 내가 왜 그랬지?
그냥 편하게 반말로 인사를 건넸으면 끝나는 거였다.
유치원생 꼬맹이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말을 더듬고, 안절부절못했다.
분명히 얼굴도 빨개졌을 것이다.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말하는 중에 삑사리도 났었다.
으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책상에 급히 얼굴을 처박고 꾹 참았다.
으으…….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보니, 이유정이 왜 그러냐는 듯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하아… 일하자.
* * *
[15회차, 29일. 3시 20분] [위험인물 평가 보고서]보고서 제목 좀 그럴듯하게 지을 수 없나?
시답잖은 일로 투덜대고 있는데, 옆에서 이유정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차 마셔.”
“고마워요, 언니.”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속삭이듯 이유정에게 감사를 전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다른 자경단원들은 모두 곯아 떨어졌다.
나흘째 휴식 없이 달리고 있었으니, 그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들이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면 당장에 흔들어 깨우고 화를 내겠지만.
자동으로 몸이 회복되는 대기실이지만, 오랜 시간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히 정신이 피곤해지고, 곧 잠에 들게 된다.
아직 그 원리를 정확히 파헤치진 못했으나, 뇌가 대기실의 회복 능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강제로 몸을 수면 상태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지배적이다.
나는 모르겠다.
그냥 단순히 정신력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 의욕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 주변에 널브러져 자고 있는 사람들 모두, 최선을 다해 한계까지 노력하다 잠에 든 사람들이다.
굳이 깨우지 않기로 하였다.
어차피 지난 나흘간 대부분의 서류를 처리하기도 하였으니.
내 일에나 집중하자.
리스트
상세 설명
대응 방안
제목과 마찬가지로 성의 없이 지어진 목차였다.
도대체 누구야? 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은?
[작성자 : 이호재]아…….
음… 일하자.
우선은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이기민 : 위험도1
이기철 : 위험도1
정진우 : 위험도2
이기준 : 위험도2
이준석 : 위험도3
이형석 : 위험도5
이찬용 : 위험도6
자경단은 이와 같은 위험인물의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
설립 직후부터.
리스트에 올라왔던 인물들 중 대부분은 지금껏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켜 처벌된 범죄자들 대다수가 위험인물 리스트에 한 번 이상 기재되었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자경단은 위험인물 리스트 작성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매 회차마다 감시자를 바꿔 가며 계속해서 새로운 리스트를 만들고, 리스트에 기재된 사람들을 감시한다.
좋은 일은 아니다.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을 보고, 어쩌면 저 사람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며 평가하고, 감시하는 일이니까.
한 가지 변명을 해 보자면, 그저 감시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들의 생활에 간섭하거나, 달리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그저 감시하고, 범죄의 전황을 발견한다면 체포 후, 처벌을 집행할 뿐이다.
변명을 해 보았지만, 그다지 올바른 일로 느껴지진 않았다.
그냥 인정해야겠다.
옳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다.
리스트에 기재된 인원에 대한 상세 설명을 확인하고, 서류를 한 장 넘겼다.
그 사람이 생각해 낸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대응방안 : 김민혁의 계획에 따른다.
…음.
[박정아, 42층 : 그 계획이 뭐예요?] [김민혁, 30층 : 무슨 계획? 몰라.]…음.
다 생각이 있으니 이렇게 써 두신 거겠지.
나중에 따로 물어보자.
위험인물에 대한 보고서를 정리해 치워 놓고, 인벤토리에서 다른 서류철을 꺼냈다.
튜토리얼에서 있었던 과거의 범죄 그리고 범죄자들의 기록을 모아 둔 자료이다.
그동안 읽고 읽고 또 읽어 왔기에, 이미 너덜너덜해진 서류첩이다.
조만간 복사본을 하나 더 만들어 둬야겠다.
이미 지난 과거의 일들이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기록들이다.
과거를 되새기고 앞으로는 같은 일이 절대로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머리에 과거 사건들에 대한 생각을 남겨 두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경위.
가해자들의 특징과 동기.
그 결말과 해결 방안.
이러한 정보들을 계속해서 분석하고, 범죄의 예방, 대처와 처벌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제1 사례
시기 : 튜토리얼 2회차 0일 ~ 첫 번째 대화합의 날
주동자 : 이창석
개요 : 2회차 0일, 대표 연합의 수장인 이창석은…….
이미 수백 번도 넘게 읽어 왔던 기록이지만, 첫 번째 사례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머리가 차갑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차가워진 머리로 계속해서 기록을 읽어 나갔다.
[경합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