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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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의 장 (6)
“재밌네.”
“그러게.”
나는 지금 관중석에 앉아, 팀원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 중이었다.
예선이 종료되고, 12시부터 단체전 본선이 시작되었다.
우리 팀은 김민혁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최대한 늦게 참가하기로 하였다.
경합이 시들해지려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더 걸릴 것이고, 그때까지는 참가할 일이 없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단체전 경기는 개인전과는 또 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전체적인 양상은, 팀원 개개인의 힘보다는 팀원들 간의 호흡이 더 잘 맞고, 조합이 좋은 팀이 계속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팀 간 벌어지는 수 싸움이나, 팀원들 사이에서 보이는 협동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헬 난이도 인원끼리 뭉쳐 만든 팀도 참여했었다.
성향이 온건한 노멀 난이도의 도전자들끼리 뭉친 팀에게 도전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무난하게 패배했다.
상대편들도 확연한 전력 차를 인지하고 있었기에, 이것저것 알려 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역시 경합 단체전에 참가를 권하길 잘했다.
부디 이 경험이 그들에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파티장 이명선 외 4인이 두 번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이명선은 노말 난이도에서 제법 유명한 랭커이다.
다른 파티원들 모두 상층의 랭커이고, 팀워크도 상당히 좋다.
이유정에게 듣기로, 저 다섯 명은 자경단의 6번 공격조의 구성원이라고 한다.
이제 막 만들어진 다른 팀과는 호흡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명선의 팀은 예상외의 난적을 만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연승을 유지할 듯싶다.
과연 다음 도전 팀은 어떤 팀일지 기대하며, 김민혁이 사 온 나초를 먹었다.
맛있네.
상점창에서 구매한 음식이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어느 도전자가 직접 만들어 팔고 있는 나초라고 한다.
물론 재료는 상점창에서 구매해야겠지만, 재료와 완성된 음식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이 나초는 굉장한 가성비를 가지고 있다.
나초를 팔고 있는 사람은 나초를 한 접시씩 팔 때마다 기록을 하고, 나중에 기록된 수만큼 자경단에서 포인트로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해 보내 준다는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참가 의사를 묻는 메시지가 사라졌다.
누군가 도전을 한 모양이다.
과연 누가…….
[파티장 박종식 외 6인이 출전합니다.] [경합 단체전 부문, 본선 11번째 경기가 시작됩니다.] [파티장 이명선 외 4인 VS 파티장 박종식 외 6인]도전 팀의 파티장은 자경단의 하드 난이도 조장, 박종식이었다.
박종식의 등장과 함께 나초를 먹고 있던 김민혁의 입에서 나초 부스러기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
아, 더럽게.
“으, 아니이, 이 인간들은 왜 이렇게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는 거야…….”
김민혁과의 약속을 어겼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기에,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했다.
사실 박종식은 지금 출전하면 안 된다.
애초에 박종식은 경합 도중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대기하는 역할로 배정되어 있다.
그리고 박종식 또한 힘을 가능하면 숨기고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 김민혁의 생각이었다.
물론 박종식도 김민혁의 의견에 동의했다. 내가 그랬듯.
박종식은 이쪽 관람석을 쳐다도 보지 않고, 팀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멀리서도 박종식의 올라간 입꼬리가 아주 잘 보인다.
신났네, 저 형.
개인적으로는 박종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 자기만 빠지고 싶지는 않겠지.
더군다나, 경합이 생각보다 매끄럽게 진행되면서 경계 인원의 할 일이 확 줄어들었다.
실제로 싸움이 벌어지거나 하는 불상사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야, 어쩌냐?”
“몰라… 적당히 하고 내려오길 바라야지. 잠깐, 나 지금 경비 인원 보충 가능한지 확인해 보고 올게.”
허탈감에 어깨가 축 늘어진 김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가며 연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속상해하는 김민혁과는 달리, 나는 기대감에 조금 들떠 있다.
고만고만한 싸움도 재밌지만, 강자들 간의 대결 또한 흥미롭다.
박종식이 나온 이상, 어중간한 도전자들은 모두 참가를 포기할 것이고, 그들과 맞상대해 볼 만한 강한 팀들이 참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관중석에서 환성이 흘러나온다.
오오, 기대된다.
“종식 형이랑 같이 참가한 사람들도 다 하드 난이도지?”
김민혁이 앉아 있던 자리로 이동해, 옆의 박정아에게 물었다.
“네. 심지어 다 자경단 공격조 소속이에요.”
말을 마친 박정아가 옆에 앉아 있는 이유정을 바라보자, 이유정이 열심히 소개를 시작했다.
“저기, 저 사람은 하드 난이도 24층. 그 옆에 파란 방패를 들고 있는 사람은 27층. 저 두 사람하고 박종식 조장님, 세 분이 전위예요. 그리고 저기 어린 남자애는 아직 19층이긴 한데, 워낙 운도 좋고 재능도 있는 편이라, 최근 지원 팀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도전자예요. 특징으로는 전격 스킬을 사용하는…….”
음? 저 꼬맹이는 예전에 대화합의 날에서 한번 봤던 것 같은데.
“혹시 쟤 이름이 뭔지 기억해?”
“네! 이준석이에요.”
아, 맞네. 마법 내성을 올려 보기 위해 김민혁에게 수배를 부탁했던, 전격 스킬 사용자다.
그때, 12층 스테이지에 대한 정보를 부탁하면서 마력회로 스킬을 높여 주는 액세서리를 선물했었다.
제법 고평가 받는 친구였구만.
이유정은 다른 출전자들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아무래도 자경단 소속 도전자들의 신상명세를 죄다 꿰고 있는 모양이다.
기억력 좋네.
나에게 이것저것 설명하며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이유정의 눈빛을 보니, 그녀가 남에게 무언가를 설명해 주거나 가르쳐 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이유정의 설명을 끝까지 듣고 나자, 두 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첫째로는 김민혁이 충분히 짜증 낼 만하다는 것이었다.
둘째로는 박종식이 데려온 파티원들이 사실상 하드 난이도의 올스타 멤버라는 것이었다.
* * *
[파티장 박종식 외 6인이 11번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다리를 달달 떨며 박종식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는 김민혁의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다.
하지만 박종식은 시종일관 이쪽은 쳐다도 안 보고 있다.
박종식의 11연승은 관객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경합의 장에서는 체력과 마력의 회복도, 치유 효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대결을 거듭할수록, 새로운 도전자보다 불리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박종식의 팀은 11번의 대결을 모두 완벽한 승리로 장식했다.
처음에는 너무 압도적인 전력 차에 김빠진 반응을 보이던 관객들이었으나, 연승이 세 번을 넘고, 다섯 번을 넘어, 열한 번에 달하자 그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하고 있다.
콜로세움의 검투사가 따로 없다.
연신 관중석을 향해, 박수와 호응을 유도하는 박종식의 쇼맨십 또한 환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관중석 중 우리가 앉아 있는 이쪽 방향만큼은 절대로 돌아보지 않고 있다.
[파티장 박종식 외 6인이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3분 남았습니다.]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하긴, 이 분위기에서 누가 쉽게 도전할 수 있겠나.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을 갖고, 당당히 박종식의 팀에 도전을 할 만한 강팀들은 이미 모두 탈락했다.
“야, 이제는 우리가 나가야 되지 않겠냐? 나 우승은 하고 싶은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민혁이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고민을 시작했다.
“음… 이렇게 된 거, 그냥 종식 형이 우승하게 두면 안 될까? 굳이 너까지…….”
착잡한 표정으로 나를 설득하려던 김민혁의 말은 박종식의 우렁찬 외침으로 인해 끊어지고 말았다.
“호오재야아아!”
이 거대한 콜로세움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참으로 우렁찬 외침이었다.
“안 나오냐아아아!”
박종식이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자, 거대한 관객들의 함성과 연호가 터져 나왔다.
와우, 반응이 장난 아니네.
하긴, 이만큼 분위기가 달아올랐는데, 다음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아 경합이 끝나 버린다면, 그것만큼 김빠지는 것이 없다.
관객들은 이대로 싱겁게 경합이 끝나 버리는 것보다는 최고의 매치업을 보고 싶겠지.
“참가한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박정아가 참가를 선언했다.
즉시 나를 비롯한 팀원들 모두 경기장으로 이동되었다.
그 모습에 관중석의 함성이 한층 더 커진다.
[파티장 박정아 외 4인이 출전합니다.] [경합 단체전 부문, 본선 11번째 경기가 시작됩니다.] [파티장 박종식 외 6인 VS 파티장 박정아 외 4인]관객들의 흥분과 기대, 응원들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또 프로게이머 시절이 떠오르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감각이다.
좋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던 나와는 달리, 벙해 있던 김민혁에게 박정아가 조곤조곤 설명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엔터테인먼트적인 오락을 제공하는 쪽에 집중하죠. 이 상황에서 참가를 거부하고 경합이 끝나게 두면 사람들의 실망이 클 겁니다.”
크. 옳으신 말씀이다.
김민혁도 결국 박정아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박종식을 매섭게 째려봐 주는 건 잊지 않았다.
“그래도 가능한 한 알지? 나는 어차피 도움도 안 되고 걸리적거릴 테니, 난 미리 빠져 있을게.”
김민혁은 그 말을 끝으로 경기장 밖으로 내려갔다.
실제로 하드 난이도 최상위 랭커들과 나의 대결에서 그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민혁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참가자 김민혁이 장외로 이탈했습니다.] [참가자 이기준이 장외로 이탈했습니다.] [참가자 이유정이 장외로 이탈했습니다.]“제가 일단 지르긴 했는데… 괜찮은 거죠?”
장외로 내려가기 전, 박정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당연한 소리를. 완전 괜찮지.”
“그럼 꼭 이겨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자, 알았다는 듯 장외로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장외로 내려가기 직전, 무표정 그대로 나에게 윙크를 했다.
[참가자 박정아가 장외로 이탈했습니다.]하하.
역시 귀엽단 말이지.
[대결 시작까지 남은 대기 시간 : 30초]이제 경기장에 남은 것은 박종식의 팀과 나 한 명뿐이다.
김민혁은 아직까지도 내가 최대한 힘을 아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하드 난이도 최정예 랭커 7명이다.
이전 경기들을 봤을 때 7명의 팀워크도 상당하다.
조합 구성도 훌륭하다.
저들을 상대하는데 설설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설설 상대하기 싫다.
저렇게까지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적을 상대로 풀어질 수는 없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 경합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싱거워 김이 좀 빠지던 참이었다.
기분 좋은 흥분감에 미소가 지어진다.
드디어 제대로 싸워 볼 만한 상대를 만났다.
“호재야, 설마 살살 한답시고 나를 실망시키는 건 아니겠지?”
호기롭게 나를 도발하는 그에게 내 답변을 들려주었다.
“종식 형이야말로 나를 실망시키는 건 아니겠죠? 너무 쉽게 무너지시면 안 됩니다!”
[대결이 시작됩니다.]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우레와 같은 함성을 들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짧은 거리였지만, 빠르게 가속하며 바람 정령의 가호 스킬의 가속 효과를 받았다.
그때 내 앞을 막아서는 적이 있었다.
적은 짧은 단검 외에 다른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정보는 충분히 얻어 두었다.
속도 위주의 근접 딜러.
회피 능력이 높으며, 제대로 된 공격을 넣거나 탱킹을 하진 않지만, 상대의 어그로를 끌면서 시선을 분산시킨다.
내 목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단검을 보면서 스킬을 사용했다.
[전투 집중]속도전이라면 내가 질 수가 없는 싸움이다.
하물며 가속 효과를 달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단검을 쥔 남자의 손목을 가볍게 오른손으로 쳐내고 팔꿈치로 남자의 턱을 후려갈겼다.
깔끔하게 들어갔다.
허물어지는 남자를 대충 밀치면서 다시 앞으로 향했다.
푸른 방패를 들고 있는 전사가 내 앞길을 막아섰다.
팀의 전위를 담당하고 있는 방패 전사.
순간적으로 전사의 몸에서 마력의 파동이 일었고, 그의 방패와 몸 겉면에 단단한 막이 형성되었다.
어지간하면 뛰어넘거나 옆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속도상 애매하다.
스탭을 짧게 밟으면서 공격을 준비했다.
[철벽]속도를 조금 줄이면서 방패 위로 뒤돌아차기를 날렸다.
별로 선호하지 않는 종류의 공격이지만, 밑에서부터 올려치는 방식의 공격을 넣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쿠웅-
둔탁한 타격음이 일었지만, 전사는 내 공격에 밀려나지 않고 버텨냈다.
젠장.
단순히 단단해지는 스킬이라고 생각하고 위로 쳐올려, 적의 몸을 띄우려 했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
무게까지 같이 올라가는 스킬인가?
옆에서 틈을 노리고 달려드는 박종식의 검을 피하고, 그 손목을 잡은 채 점멸을 사용했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박종식과 전사를 충돌시켰다.
점멸을 하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이런 식의 응용도 가능해지고 있다.
우당탕탕, 구르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경기 시작과 동시에 목표로 삼았던 적을 향해 달렸다.
이준석.
전격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수.
공격력 자체도 상당한 데다, 상당한 고통과 마비를 동반하는 전격 공격의 특성상 매우 까다롭다.
이준석에게 접근하자, 이준석의 몸에서 강력한 전격이 주위로 퍼져 나왔다.
자신의 주위에 전격을 쏘아내, 상대의 접근을 막는 스킬인가.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근접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까다로운 적은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전격에 몸이 지져지면서 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내 고통 내성과 마비 내성 스킬 레벨이 몇이라고 생각하냐!
대마법 내성도 있다.
내가 전격 스킬마저도 무시하고 근접하자, 이준석은 팔을 휘둘러 나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원거리 공격수의 신체 능력이라 해 봐야 거기서 거기지.
이준석의 팔을 잡고, 그를 경기장 밖으로 집어 던졌다.
본래 이런 적을 상대로는 빠르게 급소를 쳐 기절시키거나 죽여야 하지만, 경합 경기인 만큼, 안전하게 장외로 집어 던지는 것을 택했다.
좋아, 제일 까다로운 녀석을 치웠다.
잠시의 쉴 틈도 안 주고 달려드는 적 창사의 창을 가볍게 피해 내며 자축했다.
이대로 가면 무난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뒤에서 강력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박종식이 오른손에다 엄청난 양의 마력을 응집시키고 있었다.
뭐야, 저게.
에네르기 파 아니야? 나선환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오랜 준비 시간이 필요한 차지형 스킬인 것 같다.
우선 저것부터 해결하자.
스킬의 준비가 끝났는지 박종식이 자세를 풀고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마력의 응집으로 하얗게 백열된 오른손을 나에게 겨누고 달려들었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육체 성능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는 스킬인가?
속도의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다.
저건 무조건 권능급 스킬이다.
나도 권능 스킬을 사용해 대응해야 한다.
[불굴] [탈라리아의 날개] [감각 증폭]박종식과 충돌하기 직전, 그의 왼쪽 뒤로 점멸을 사용해 이동했다.
이미 내가 점멸을 사용하는 모습을 몇 번 보아 왔던 박종식이어서인지, 당황하지 않고 내 위치를 파악하고 왼쪽으로 자세를 틀었다.
대응이 빠르긴 하다만, 그래도 정면에서 원하는 시점에 공격을 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금 승부를 걸자.
나 또한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시킨 주먹을 내찌르며 탈라이아의 날개를 휘둘렀다.
콰아앙-!
* * *
침대 위에서 하릴없이 뒹굴었다.
어제 저녁을 끝으로 경합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남은 것은 자유 시간으로 구성된 3일 차 일정뿐이다.
김민혁과 박종식은 업무를 위해 경합 단체전이 종료되는 대로 거주 지역 그리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조금 자세히 말해 보자면, 쨍쨍거리며 잔소리를 시작하는 김민혁을 피해, 박종식이 먼저 업무를 핑계로 경합의 장에서 퇴장했고, 뒤이어 김민혁도 거주 지역으로 돌아갔다.
나는 약속이 있어, 3일 차 점심까지 여기에 남기로 하였다.
“인벤토리.”
[첫 번째 경합의 개인전 부문 우승자를 위한 수수께끼 상자]설명 : 처음으로 개최된 경합, 개인전 부문의 우승자를 위한 보상이다. 상자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나, 분명 우승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첫 번째 경합의 단체전 우승자를 위한 수수께끼 상자]설명 : 처음으로 개최된 경합 단체전 부문의 우승자를 위한 보상이다. 상자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나, 분명 우승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두 개의 수수께끼 상자.
하나는 개인전을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단체전에서 우승하고 받은 보상이다.
우승 보상을 보니, 또다시 경기의 기억이 떠오른다.
개인전은 그냥저냥 싱거웠지만, 단체전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결국에는 내가 이겼다는 점에서 더더욱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상대였던 박종식의 팀원들도, 지켜보던 관객들도 모두 만족스러워했던 경기이기도 했다.
아마 불만족스러웠던 것은 김민혁 한 명뿐일 것이다.
하하하하.
인벤토리에서 우승 보상인 수수께끼 상자를 꺼내 양손으로 들어 보았다.
큐브 크기의 검은색 정육면체형 블록이다.
[오픈하시겠습니까?]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지금 당장 새로운 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힘이 더 많다.
상자는 키리키리에게 한번 물어보고 열자.
슬슬 심심함에 스킬을 수련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기다리고 있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똑.
나는 반색을 하며 손님을 마중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자, 조금 상기된 얼굴의 박정아가 방 앞에 서 있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많이 기다렸다.
단체전 본선이 끝난 저녁부터 새벽을 지나, 3일 차 아침이 된 지금까지.
그렇다고 대놓고 오래 기다렸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박정아가 미안해하며 변명했다.
“약속 시간보다 늦어서 죄송해요. 생각보다 일이 오래 걸렸어요. 혹시 자고 있는데, 제가 깨워서 귀찮게 하는 건 아니죠?”
귀찮기는커녕 설렘에 가슴이 쿵쿵거린다.
“당연히 아니지. 완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어.”
내 말에 박정아는 가까이 다가오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리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라고 조용히 내 귓가에 속삭였다.
역시 그녀의 미소는 정말 매력적이다.
내 목 뒤로 두 팔을 넘겨 안겨 오는 박정아의 허리를 받쳐 들고, 발끝을 움직여 방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