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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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60층 (9)
“뺏다아!”
통통한 세 손가락으로 나무 블록을 집어 들고 소리치는 용용이를 보고 있자니, 절로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지금 용용이와 분신 놈은 젠가를 가지고 노는 중이다.
번갈아 가면서 나무 블록을 빼는 보통의 젠가와는 다르게, 나무 블록을 빼는 것은 용용이뿐이다.
분신 놈은 용용이가 나무 블록을 빼내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이다.
사실 그보다는 소설책을 읽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용용이와 분신 놈에게 젠가는 단순히 나무블록의 무게 중심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임이 아니다.
마법의 응용을 연습하기 위한 놀이다.
지금 분신 놈이 응용하고 있는 마법만 봐도 그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염력은 기본에, 중력도 조절하고 있고, 나무 블록의 무게도 계속해서 변화시킨다.
마찰력도 조절하고 있고,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어막을 두르고, 나무 블록에는 아예 강화 마법까지 걸어 두었다.
용용이의 마법 방해를 차단하기 위한 결계에… 저 녀석, 차원 마법도 쓰고 있잖아?
야, 차원 마법은 좀 치사하지 않냐? 그건 반칙이지.
[원래 들키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거든.]뭐야, 그게.
니알라토텝이냐?
분신 놈은 어느 캐릭터의 프랜차이즈 대사를 말하면서, 여유롭게 소설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헐렁한 태도의 분신 놈과는 달리, 용용이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끊임없이 젠가 주위를 빙빙 돌며 젠가를 관찰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 주문을 총동원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무사히 블록을 빼내는 데 성공할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한다.
하지만 아직 마법으로 분신 놈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실력 차이가 너무 크다.
사실 용용이의 마법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역사상 용용이의 나이에 저 수준의 마법 실력을 가졌던 드래곤은 없었을 것이다.
이게 다 내 조기 교육 덕분이다.
조만간 폴리모프 스킬을 시도해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잘 놀고 있는 용용이와 분신 놈에게서 고개를 돌려 손에 들린 아공간 가방을 바라보았다.
이준석이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밖으로 나가기 전 나에게 보내 준 가방이다.
튜토리얼 밖으로 물건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엄연히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아이템들은 튜토리얼 시스템 자체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밖으로 반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튜토리얼을 나서는 졸업자들은 종종 이렇게 자신이 쓰던 물건들을 남에게 선물하고는 한다.
졸업자 자신의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거래를 통해 남에게 넘겨주는 경우도 많다.
현실에 기반과 자금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은, 졸업자들에게서 최상급 아이템을 구매하고 빠르게 튜토리얼을 클리어한다.
물론 이지 난이도에 한정되는 경우다.
그리고 졸업자들은 튜토리얼 밖에서 아이템의 보상을 받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졸업자들은 어차피 못쓰게 된 아이템들을 처분하고, 부자들은 안정적인 클리어를 보장받는다.
돈 많은 갑부가 B랭크 이상의 각성자가 되어 뭐 하겠는가.
이지 난이도를 클리어하고, E랭크 각성자가 되어 건강하고 튼튼한, 그리고 긴 수명을 가진 육체를 가지게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방을 보고 있자니, 예전 생각이 난다.
예전에는 나도 이런 선물을 많이 받아 보았다.
가방을 열고, 처음으로 나온 것은 이준석의 일기였다.
…남자 놈이 왜 나한테 지 일기를 보내는 거야.
책을 펴고 읽어 보니, 일상의 기록을 담은 일기라기보다는 이준석의 성장 일지에 가까웠다.
튜토리얼 진입 2회 차부터 최근까지의 기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음…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 녀석도 참 대단하단 말이지.
이준석 또한 나처럼 초창기에 튜토리얼에 진입하였고, 누구에게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터득하고 연구해야 했다.
그 과정이 아주 상세하게 적혀져 있다.
전격 스킬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캐스터라면, 이 일지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로 보일 것이다.
전 재산을 내줘도 아깝지 않을.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별 쓸모가 없다만.
일지를 대충 인벤토리에 넣어 두고, 다른 내용물들을 살폈다.
로브, 망토, 지팡이, 코트, 신발, 각종 액세서리에 보주들까지.
아주 다양하게도 보냈네.
게다가 아이템들의 수준이 굉장하다.
근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 뒤를 이어, 확고부동한 2인자 자리를 지켜 온 녀석의 아이템답다고 해야 하나?
아니, 오히려 내 아이템들보다 좋은데?
아무리 내가 아이템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도 조금 자존심이 상한다.
가방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을 한쪽에 분류해 두었다.
이것들은 나중에 용용에게 줄 생각이다.
그리고 용용이가 쓰기 애매한 나머지는 어쩔까?
보주들은 실험 재료로 쓰면 되고.
음… 처치 곤란한 아이템들이 너무 많이 남네.
고민할 필요 없이, 커뮤니티를 열었다.
[이호재, 60층 : S등급 아이템 뿌린다. 선착순 2명.] [이기민, 32층 : 저요!] [정지훈, 41층 : 손!] [이휘성, 3층 : 1등~ 정말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박진, 14층 : 저요!] [이휘성, 3층 : 헐… 뭐야. 좀 전에는 댓글 하나도 없었는데, 댓글 쓰는 중에 밀렸어. ㅠㅠ]인생은 타이밍이지.
가끔 이렇게 아이템을 뿌려 줘야 사람들이 좋아한다.
나머지는 박정아에게 보내 자경단에 기부하면 되겠지.
* * *
[박정아, 90층 : 이준석의? 나야 고맙지.] [이호재, 60층 : 그럼 아이템은 경매 창에 등록해 둘게.] [박정아, 90층 : 알았어. 오빠, 근데 이준석은 어떻게 설득한 거야? 내가 부탁하긴 했지만, 솔직히 이준석이 그렇게 바로 나갈 줄은 몰랐는데.]어떻게 설득하긴, 잘 설득했다.
우선 이준석이 튜토리얼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를 알려 주었다.
물론 중요한 이유는 아니었기에, 이준석은 그 말에 바로 수긍하지는 않았다.
이준석은 대신 내 레벨을 물어봤다.
그래서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이준석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역시 나가야겠다는 말을 전해 왔다.
[박정아, 90층 : 레벨이 몇인데?] [이호재, 60층 : 351.]박정아는 잠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박정아, 90층 : 진짜로?] [이호재, 60층 : 진짜로.] [박정아, 90층 : 300이 넘는 레벨이 존재한다는 게 더 신기하다. 뭐야, 그게 어떻게 가능해?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한 거야? 예전보다 100레벨이나 더 올랐잖아.]가능하니까 내 레벨이 351이지.
다른 도전자들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면 안 된다.
보통 도전자들은 튜토리얼 시스템에 의해 지급된 스킬을 사용하고, 그 숙련도를 올리려 노력한다.
그렇게 성장을 해 공략을 진행하고, 또 새로운 스킬을 얻는다.
그 와중에 간간이 경험치를 얻어 레벨 업을 하고, 스탯을 높인다.
그리고 튜토리얼을 졸업하고, 튜토리얼 시스템의 영향에서 벗어나자마자 성장이 막혀 버린다.
경험과 센스적인 성장은 있을지 몰라도, 스킬 수준이 올라간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다르다.
[박정아, 90층 : 어떻게 다른데? 빨리 설명해 줘.] [이호재, 60층 : 스킬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초능력처럼 사용하는 다른 도전자들과는 달리, 나는 그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니까. 스킬과 무관하게 능력을 사용할 수 있지.]61층이라는 벽에 막힌 이후, 벽을 뚫기 위해 내가 택했던 것이 바로 마법이었다.
어떻게든 이 60층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가 될 만한 스킬들을 얻어 내려 했었다.
예를 들어, 결계 마법이라든가, 분신 제작이라든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스킬을, 거주 지역에서 얻어 낼 수 있는 방법은 마법 공부를 통해, 시스템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익히는 방법뿐이었다.
물론 그러한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그렇게 마법의 수준을 발전시켜 나갔다.
성장을 위한 재료는 충분했다.
튜토리얼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킬.
그 스킬들을 하나하나 해부하며 그 원리와 근원을 파헤쳤다.
그렇게 새로운 마법들을 배우고, 만들어 내고, 개량시킬 수 있었다.
[박정아, 90층 :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네. 그보다 경험치는 어떻게 모은 거야? 61층을 반복해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300레벨이 될 수 있어?]당연히 아니다.
[이호재, 60층 : 다 방법이 있단다.] [박정아, 90층 : 말하면 안 되는 종류의 정보야?] [이호재, 60층 : 그런 건 아니야. 수련을 통해 스탯을 성장시키는 거랑 비슷해. 힘 스탯이 9일 때, 열심히 운동을 해서 근력이 강화되면, 저절로 스탯이 10으로 올라가잖아.] [박정아, 90층 : 하지만 레벨도 그렇게 오른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봤는데.] [이호재, 60층 : 그냥 자신의 수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레벨보다 높으면 되더라고. 예를 들어, 처음부터 SS급 각성자의 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튜토리얼에 들어오게 되면, 아마 1레벨이 아닌 51레벨부터 시작하게 될 거야. 대충 그런 원리라고 보면 돼.] [박정아, 90층 : 수준?] [이호재, 60층 : 격이라고 해도 되겠네. 어느 정도 레벨과 수준 차이가 벌어지게 되면, 50레벨씩 올라. 레벨 업 보상은 없어. 말 그대로 기량을 객관적으로 표시하기 위한 레벨 상승이니까.] [박정아, 90층 : 잘은 모르겠지만, 보통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건 잘 알겠네.]사실은 불가능한 일이 맞다.
나와 똑같은, 혹은 더 가혹한 행보를 걸으며 성장해야 하고, 거기에 수많은 신들의 협조가 더해져야 한다.
과도한 집착과 광기는 덤이고, 10년이 넘는 시간도 필요하다.
불가능하지.
* * *
[이호재, 60층 : 이벤트?] [박정아, 90층 : 응. 예전에 새로 이벤트가 열릴지도 모르겠다고 한 말 기억해? 그때 대화합의 날은 확실히 아니라고 했던 거.]기억나긴 한다.
제법 오래된 이야긴데.
[이호재, 60층 : 그거 잘못된 정보라고 그러지 않았었나?] [박정아, 90층 : 맞는 정보였어. 다음 경합의 장이 열린대.]이거 귀찮게 됐네.
이제 와서 경합이 또 열릴 줄은 생각도 못 해 봤다.
경합의 특성 중 하나는 개최될 때마다 경합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경합은 모든 서버를 통합한 최대 규모였다.
그렇다는 말은, 다음 경합은 최소…….
[이호재, 60층 : 다른 차원의 서버와 함께 참가하게 되는 건가?] [박정아, 90층 : 아마도. 우리는 그렇게 예측하고 있어.] [이호재, 60층 : 다른 정보는?] [박정아, 90층 : 없어. 다음 경합에 대한 정보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싸. 우리가 정보원을 의심했을 정도니까.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문제는 경합이 언제 개최되느냐다.
미리 대비를 해 두어야겠는데.
[박정아, 90층 : 그래도 경합이 열려서 좋은 점도 있잖아.] [이호재, 60층 : 뭐가 좋은데?. 오랜만에 나 만날 수 있어서?] [본체 놈아, 제발 너 연애질할 때는 정신 감응 좀 닫아 주면 안 되겠냐?]젠가를 하고 있던 분신 놈의 짜증 섞인 아우성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박정아, 90층 : 그… 그것도 좋긴 한데, 우승 보상인 수수께끼 상자가 있잖아.]경합은 분명 큰 문젯거리가 되겠지만, 박정아의 말대로 득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합의 우승 보상인 수수께끼 상자는, 그 내용물이 정해져 있지 않다.
사용자의 능력과 처한 상황에 따라, 사용자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혹은 사용자가 가장 원하는 물건을 선물한다.
그렇다면 수수께끼 상자에서 61층 돌파의 실마리가 될 만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지만,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네.
[이호재, 60층 : 아, 미안한데, 정보 한 가지를 확인해 줘. 특정 정보의 프라이버시 지정이 다른 차원의 서버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해. 의뢰 기록에는 남기지 말고.] [박정아, 90층 : …알았어. 최대한 빠르게 알아볼게.]역시 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박정아인 만큼 이해가 빠르다.
박정아에게 경합에 대한 정보와 부탁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메시지창을 껐다.
그리고 손목을 들어 찰랑거리는 팔찌들을 바라보았다.
내 힘을 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들이다.
우선은 이 안전장치들부터 더 만들어 두자.
다른 사람들은 분신 놈이나 용용이와는 달리 매우 연약하다.
오랜만에 타인을 만나게 되는 만큼, 그 사실을 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
혹시나 마력이 폭주하게 된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이고.
한동안 안전장치를 만들면서 지내야겠다.
인벤토리를 열어 재료들을 확인해 보았다.
그다음으로는 남은 포인트의 양을 확인했다.
많은 수의 안전장치를 만들기에는 재료가 너무 부족하다.
조만간 61층에 다시 다녀와야겠다.